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더 복서: 크리스티]
데이빗 미쇼의 신작 [더 복서: 크리스티]는 미국 여성 복서 크리스티 솔터스의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엉망이었던 그녀의 경력과 인생을 2시간 동안 다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자주 덜컹거리곤 하는데, 적어도 시드니 스위니의 성실한 연기가 이를 어느 정도 보완하는 편입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등 여러 다른 여성 복싱 스포츠 영화들에 2%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는 볼 만합니다. (**1/2)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
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몇 년 동안에 초점을 맞춥니다. 다큐멘터리 자체는 꽤 볼만했지만, 이미 국내 개봉된 다른 두 류이치 사카모토 관련 다큐멘터리들 때문에 잉여 인상이 자주 들곤 하더군요. 하여튼 간에 짧은 상영 시간이 어느 정도 잘 흘러갔으니 툴툴거리지는 않겠습니다. (***)
P.S. 곧 [류이치 사카모토: 도쿄 멜로디]가 개봉되지만 당장 볼 생각이 들지는 않네요.

[두 검사]
[돈바스]의 감독 세르히 로즈니챠의 신작 [두 검사]는 스탈린의 대숙청이 한창인 1937년 소련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검사인 젊은 주인공이 어쩌다가 어느 선을 넘는 순간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고 끝날 지 훤히 보이긴 하지만, 영화는 암담한 분위기를 서서히 쌓아가면서 종착역까지 우리의 관심을 붙잡아갑니다. 건조하지만 생각보다 상당히 흡인력 있는 수작입니다. (***1/2)
P.S. 출연배우들 중 한 명이 1인 2역을 했다는 걸 나중에 알고 꽤 놀랬지요.

[뉘른베르크]
[조디악]의 각본가 제임스 밴더빌트가 감독/각본을 맡은 [뉘른베르크]는 제목에서 보다시피 1945년 제2차세계대전 이후에 열린 뉘른베르크 재판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1961년 스탠리 크레이머의 영화 [뉘른베르크의 재판]을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고전 영화가 나치에 동조한 법률인들 재판이 중점이라면 (현재 왓챠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여기는 헤르만 괴링을 비롯한 중요 나치 전범들 재판을 중점으로 하고 있지요. 결말이야 이미 정해져 있지만, 영화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성실하게 굴려가면서 드라마를 잘 쌓아가고 있고, 출연진들은 전반적으로 든든한 편입니다. 전반적으로 준수한 시대극인데, 요즘 세상이 극우들 때문에 어떻게 최악으로 돌아갔는지를 고려하면 상당히 시의적절한 영화입니다. (***)

[킬 빌: 더 홀 블러디 어페어]
모 블로거 평
“Quentin Tarantino’s “Kill Bill: The Whole Bloody Affair” gives us the complete version of what he envisioned from the very beginning. While both “Kill Bill: Volume 1” (2003) and “Kill Bill: Volume 2” (2004) are quite fun to watch individually, they are seamlessly connected and then resonate together here in this version as he wanted, and it shows us more of how fun and ambitious this magnum opus of Tarantino really is.” (***1/2)

[파리, 텍사스]
모 블로거 평
“Wim Wenders’ 1984 film “Paris, Texas” initially drew my attention with all those haunting shots distinctively American in my humble opinion. We often see cars, roads, and motels in the wide landscape shots throughout the film, and these elements come to accentuate its plain solitary hero’s personal journey along the story as we come to care more about him.” (****)

[크라임 101]
[크라임 101]를 보면서 여러모로 기시감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LA를 무대로 한 가운데 전문 범죄자와 그를 쫓는 형사만 봐도 마이클 만의 [히트]를 비롯한 수많은 다른 영화들이 절로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결과물은 엄청 신선하지 않지만 장르 공부 잘 한 티는 납니다. 좀 긴 상영 시간 등 단점들이 있긴 하지만, 좋은 출연진 등 여러 장점들 덕분에 지루하지는 않았고, 그래서 살짝 추천해드립니다. (***)

[올란도]
모 블로거 평
“Sally Porter’s 1992 film “Orlando” is a distinctively poetic work on gender identity and individuality. Based on the 1928 novel of the same name by Virginia Woolf, the movie freely and boldly flows across a long passage of time along with its timeless titular figure, and the result is quite intriguing and mesmerizing to say the least.” (***1/2)

[위 리브 인 타임]
[브루클린]의 감독 존 크롤리의 [위 리브 인 타임]은 전형적인 시한부 로맨스물입니다. 두 남녀가 어쩌다가 만나고, 그러다가 사랑에 빠져서 파트너 관계를 형성하고, 그러다가 이들 중 한 명이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지요. 이게 스포일러가 아닌 이유는 영화가 이들 관계의 시작, 발전, 그리고 결말을 죽 보여주기 보다는 이리저리 섞어서 보여주기 때문인데, 처음엔 좀 혼란스럽지만 두 출연배우가 죽 중심을 잡고 있으니 큰 문제는 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익숙한 기성품 그 이상은 아니지만, 할 일 다 했다는 건 인정하겠습니다. (***)

[살목지]
[살목지]는 꽤 전형적인 호러 영화이면서도 어느 정도 실력 있는 편입니다. 내용 면에서는 그다지 새로운 건 없는 가운데 캐릭터 묘사가 간간히 납작한 게 아쉬웠지만, 분위기 잘 깔고 나서 충격과 공포를 뻔하지만 효율적으로 날리더군요. 엄청 겁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점수 줄 만합니다. (***)
플로렌스 퓨 팬이라서 무리하게 '위 리브 인 타임' 봤습니다~ 뻔한 시한부 인생물을 살려주는 두 주연배우의 연기로 볼거리는 풍성했지만, 역시 시한부 인생 드라마의 한계가 있기는 하더군요. 그래도 아이에게 의미있는 기억을 남기고자 고군분투하는 부모 역을 아빠가 아니라 엄마가 하는 걸 보면 시대가 변하기는 했습니다.
'뉘른베르크'는 출연진이 제법 화려한데 나온지도 몰랐을 정도로 묻혔었네요. 소재도 괜찮고 평이 괜찮으시니 나중에 챙겨볼까나...
세르히 로즈니챠 감독은 제가 '돈바스'는 모르지만 그 전작 '젠틀 크리처'는 봤어요. 상당히 보기 힘들고 무거운 작품이었는데 '두 검사'도 궁금하네요. '살목지'도 나름 볼만한 국내 호러물이 나온 것 같아서 기대됩니다.
조성용님께서 별 셋을 주신 한국 호러라니. '살목지'가 의외로 잘 뽑힌 영화인가 봅니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