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추천] 애프터 로맨스 '미망'

- 챕터 1,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누군가와의 약속장소로 가는 중이던 남자를 한 여자가 뒤에서 부릅니다. 서로 오랜만에 만난 대학동창 사이인 것 같고 한참 같이 걸어가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다가 인사를 하고 각자 갈 길을 갑니다. 이후 영화는 다시 남자를 따라가는데 뭔가 착잡한듯한 모습과 아까 여자와 대화를 나눌 때 느껴졌던 묘한 분위기로 서로 뭔가가 있었을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장르가 로맨스인데 그 뭔가가 뭐겠습니까 ㅎㅎ
- 챕터 2, 이번엔 여자를 주인공으로 전개되는데 영화 해설하고 GV 모더레이터 그런 영화 관련일을 하는 것 같아요. 챕터 1에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후 광화문의 곧 없어질 예정인 극장에서 한 고전영화의 특별 상영전 GV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는데 누군가가 불러세웁니다.
- 챕터 3, 남녀 주인공의 대학선배 관련된 일로 지방에서 학교지인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또 오랜만에 서로 재회하게되고 같은 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런저런 밀린 이야기들을 하다가 대학시절 자주가던 바에서 오랜만에 한잔 하면서 얘기를 이어가기로 합니다.
- 이렇게 총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된 작품입니다. 원래부터 이렇게 구상했는데 첫 챕터 분량을 찍고 코로나가 터져버리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그냥 그걸 단편영화제에 출품을 해봤더니 상당히 반응이 좋아서 거기에 용기와 제작비를 얻어서 챕터 2를 찍을 수 있었고 또 같은 과정을 반복해서 결국 챕터 3까지 완성했다고 합니다.
이런 제작과정이 의도치않게 최종 완성도에 도움이 된 것 같은데 위에 간략한 소개에 써놨듯이 각 챕터별로 어느정도 시간의 경과가 있거든요. 그래서 단순히 머리길이나 분장, 의상에서 따로 특별히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이 배우들 외모나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흐름이 감지가 됩니다. 또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등이 작품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하나이기도 해서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효과가 있더군요. 상영시간 거의 대부분의 배경이 되는 광화문 - 종로거리도 그 3년여간의 시간 동안 코로나 등을 거치면서 은근히 그대로인듯 하면서도 또 아닌듯한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 플롯보다는 인물들의 대화로 전개가 되고 본편에서는 별다른 사건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듀나님 리뷰에서 쓰신대로 중요한 일들은 건너뛴 시간들 사이에서 벌어졌고 관객들은 보여지는 인물들간의 대화와 분위기로 그걸 알아채야 합니다. 전형적인 일상적인 대화 위주의 작은 독립, 아트하우스 영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의외로 딱히 지루하거나 늘어지진 않습니다. 별 일 없이 평범한 대화들을 나누는 것 같은 장면들에서도 캐치되는 묘한 긴장감과 여백으로 남아있는 부분들을 추리해가는 재미가 은근히 쏠쏠했어요.
'비포 시리즈에 대한 한국영화의 답장이다'라는 솔깃해지는 해외 리뷰의 한 문구를 포스터에 넣어서 홍보하기도 했고 실제로 공통점도 있습니다만 이 작품만의 개성과 스타일도 분명히 갖추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메인 남녀 캐릭터는 막 서로 두근거리며 썸타는 사이가 아니라 이미 어떤 관계가 예~전에 끝났다는 점에서 다른 로맨스물들과 나름 차별화되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래서 제가 글제목에 '애프터 로맨스'라고 붙여봤습니다만 ㅎ 그런데 또 챕터 2에서는 다른 조연 캐릭터와 그런 로맨스물에서 기대하는 두근거림도 느껴볼 수 있기도 합니다.
전부(대부분 광화문) 로케촬영이고 이름, 얼굴이 익숙한 출연진이 하나도 없는 완전 초저예산입니다만 서울을 그냥 한국영화의 디폴트 배경으로만 써버린 게 아니라 마치 광화문도 영화 속의 캐릭터 같은 느낌으로 현실적으로 그림 이쁘고 분위기 있게 잡아낸 촬영 덕분에 싼티는 거의 나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음악도 딱 적절하게 무드 살리는 정도에서 잘 쓰였구요. 특히 챕터 3에서 한 인물이 부르는 노래, 엔드 크레딧의 삽입곡이 참 좋고 가사가 영화의 내용과 아주 중요한 연관이 있으니 보실 분들은 크레딧까지 총 1시간 30분 밖에 안되니까 마지막까지 감상하시길 강력히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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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중요한 장소인 바인데 참 소박하고 아늑한 공간감과 분위기가 좋습니다.)
- 아~~~트 하우스 갬성인데 의외로 지루, 루즈하지 않은 그리고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서울의 한 공간을 그냥 배경이 아니라 비중있고 의미있게 그려낸 로맨스 영화 한 편 감상하고 싶은 분들은 감상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티빙, 웨이브에 올라와있어요.
'미망'이라는 제목은 각 챕터별로 다른 의미로 쓰이는데 처음에 설명이 나옵니다. 감독님이 우연히 중의적으로 쓸 수 있는 걸 알게되서 이 단어를 골랐다고 하더군요. 작중 상영되는 한 고전영화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컨셉 설명만 읽으면 되게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실제로 좋게 보셨다니 더더욱 관심이 가는군요. 기억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엊그제 iptv에 '고백하지 마' 가 올라왔거든요. 이것도 얼른 봐야겠다 했는데 이렇게 또 인디 로맨스(?)를 추가해주시네요. ㅋㅋ 앞으로도 많은 추천 부탁드려요. 과연 다 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고백하지 마'는 짧고 아주 재밌으니까 얼른 보세요. 이 영화는 완전 다른 감성인데 다른 느낌으로 아주 좋았습니다.
익숙한 공간인데 새롭게 느껴지는 서울 촬영 분위기로 많이 먹고 들어가는 영화입니다. ㅎㅎ 언제 챙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