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과 관련된 90년대 엄한 게임 하나 더
미라지라는 이름의, 크게 유명하지는 않았던 영국 게임회사가 93년 CES에서 사고를 칩니다.
미라지가 발표한 격투 게임의 데모가 폭발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킨 거였습니다.
마침 스트리트파이터2가 오락실 게임의 판도를 격투게임 일변도로 바꾸는 변혁을 일으켰던 이후인데, 당시만해도 액션 게임과는 거리가 멀었던 PC에서 오락실의 최고유행인 격투게임을 선보였다는 것도 당시로선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 퀄리티가 장난이 아니었던 거죠(적어도 겉보기엔)
제작진은 이 게임이 스파2를 능가할 거라고 장담했고, 이제까지 격투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신개념의 AI를 탑재해 혁신을 일으킬 거라고 호언했습니다.
일단 제일 먼저 시선을 끌게되는 요소인 그래픽이 당시 오락실에서도 볼수 없었던 엄청난 고퀄이었습니다.
그 게임, 라이즈 오브 더 로봇은 순식간에 화제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미라지는 굿즈등 이런 저런 프랜차이즈를 전개하고 실사영화를 만들 계획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게임 매체들이 기사를 쏟아냈고 사람들의 기대는 부풀어갔습니다.
원래 94년 초에 출시예정이었지만 제작사에서 게임을 더 좋게 다듬겠다고 출시일을 연기해 실제 게임은 94년 끝자락에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렇게 게임이 실제로 나온 뒤로, 라이즈를 둘러싼 열기는 싸하게 식었습니다.
그래픽은 여전히 좋았습니다.(지금봐도 그래픽은 좋아보일 정도니까...)
그리고 그게 다였습니다. 호언했던 AI 어쩌고 하는 건 전혀 체감도 안되고.... 단점이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출시전에 제작진이 자랑했던 또 하나는 퀸의 브라이언 메이가 음악을 맡을 거라는 거였죠.
게임 패키지에도 자랑스럽게 퀸과 브라이언 메이의 이름이 나와있습니다.
(국산 패키지에도 그렇게 써져있어서, 당시에 퀸을 잘 몰랐던 전 브라이언 메이라면 매드맥스 작곡가로만 알고 있었드래서, 매드맥스 작곡가가 퀸의 멤버였나보다...했었죠ㅎㅎ)
근데 이 게임, 퀸의(멤버) 이름을 팔아 나온 주제에.... 게임에 음악이 안나옵니다.
게임진행도중에 BGM 이딴 거 일체 없고, 음악은 타이틀 화면에서만 나옵니다. 그것도 한 5초 나오나...? 좌우간 굉장히 짧아요. 그게 전부ㅂ니다.
원래는 브라이언 메이가 음악을 당담한게 맞긴 하다고 해요. 메이님도 이 게임의 하이프에 낚였던 사람이라 흔쾌히 승낙했고, 실제로 게임용으로 녹음도 했다고 하는 것 같아요.
근데 완전 오리지날을 새로 작곡한 게 아니고 메이의 음반에 있는 곡을 편곡한 거라서 음반사에서 반대했고, 그거 때문에 시간을 끌게되자 기다릴 수 없었던 미라지 측에서 걍 음악 없이 게임을 내버렸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당당하게 패키지에 메이의 이름은 남겨둔채로...(뭐 전혀 안나온 건 아니니까 거짓말은 하지 않은 거긴 하지만...)
미라지는 게임기 이식판에는 BGM을 추가했지만 그건 메이가 아닌 다른 작곡가의 음악입니다.
라이즈 오브 더 로봇은, 망작인 주제에 과분한 주목을 받았던 게임의 대표격으로 거론되곤 하나본데, 어쨌거나 화제는 끌었기 때문에 판매엔 성공했나봅니다.(소수지만 재미있게 했다는 사람도 뭐 없진 않.... 그만큼 당시 PC에선 할만한 게임이 없었다는 소리긴 하지만...)
그래서 2편도 나왔고, 2편은 이제서야 그나마 격투게임 처럼 보이긴 한다는 소리는 들었습니다.
이 2편에서도, 브라이언 메이의 음악을 조금만 갖다 썼다고 합니다.
메인 제작자가 비트맵 브라더스에서 일하던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래픽이 좋았던 게 납득이.... 그치만 비트맵 브라더스 게임은 그래픽만 좋은 게 아니었는데......
놀랍게도 오락실 버전이 존재합니다.
이 버전에선 오프닝에 메이의 음악이 조금 더 많이 나옵니다.
영국판 프라제이터 같기도...
80년대 말쯤, 당시 일본에서 아주 잘나가는 컴퓨터게임 제작업체였던 에닉스에서 프라제이터라는 신작 로봇 격투게임을 발표했고 그게 당시로서는 아주 획기적인 게임이어서(대략 영화 리얼 스틸과 비슷한 개념이었던 듯...) 게임매체에서 크게 다루기도 했었는데, 세월아네월아 연기되다가 사람들이 다 잊고 난 다음에야 게임이 실제로 나왔고, 나오고 나서 보니... 발표 당시에 약속한 것들이 거의다 지켜지지 않은, 그래픽만 좋은 쿠소게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게임 스토리와 스타일도 라이즈와 비슷했던 것 같기도...
오프닝과 엔딩에 노래가 좀 나오긴 하네요. 오락실 버전이라 그런 건가... ㅋㅋ
역시 게임은 기억이 안 나는데 그래픽은 확실히 그 시절 기준 훌륭하긴 하네요. 근데 플레이 영상을 보니.... 격투 게임인데 기술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건가요? 그냥 앞으로 나가면서 펀치만 날리는 걸로 모두 다 클리어해 버리는군요. 하하;
오락기 버전은 1년쯤 있다가 나온 거라서 음악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많이는 안나오지만...
아미가 버전은 날아차기만 연발로 하고있으면 클리어 가능했다고 하네요.
오락기 버전 시연하는 날에 초청해온 유명인이 처음 해보는 자리에서 바로 클리어해버렸다는 이야기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