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독서기계 살인사건
(스포)
어떤 단편집에 수록된 마지막 작품입니다.
살인 사건은 없습니다만, 뭐 어떤 의미에서는 뭔가를 죽이는 기계는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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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추리소설 평론가지만 많은 책을 읽기가 버겁다고 느끼던 어느 평론가에게
영업 사원이 찾아와서, 원고/책을 기계 안에 넣으면 줄거리/감상/평론 등을 만들어주는 그런 기계를 소개합니다.
특히, 비판/중간/호평 이렇게 선택을 할 수 있어서 원하는 내용을 받아낼 수 있지요
아니면 줄거리 요약만 선택해서 평론은 직접 쓸 수도 있고요
그런데...
이 기계를 다른 평론가도 구입하고, 각자 평론이 비슷해지면서 문제가 됩니다.
그때는 본인이 개입해서 이리저리 방법을 찾지요
그리고...이 기계는 옵션이 다양하고 붙고, 진화도 해서 작가들이 구입합니다.
미완성 원고를 넣으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도 하고요, 아예 새로 써주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출판사도 기계를 구입합니다. 출판사가 원하는 방향을 입력하면 거기 미달되는 작품을 사전에 걸러냅니다.
그러면서, 작가, 출판사, 평론 모두가 이 기계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하고
기계는 더욱 발전하며 옵션이 더 붙고, 가격은 올라가고 뭐 이런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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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1958년생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 기계는 어린 시절 로봇 찌빠에서 봤던 숙제 기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원래는 아날로그식 "기계"인데 거기에 디지틀 감성이 약간 섞였으려나요
상자를 닮고 겉에 물리식 단추가 달린 투박한 기계에 숙제장을 직접 집어넣으면, 짜잔-숙제가 끝난 공책이
툭 튀어나오는 풍경 말입니다. 이 작품에서도 책을 통채로 집어넣으라고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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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일본에서 2001년 나온 책이랍니다. 한국에서는 2020년, 2025년에 두 번 나왔고요.
이 작가가 워낙 다작이라 수준의 편차가 큰데, 가끔 이렇게 무슨 미래학자 뺨치게 얻어걸리는 게 있습니다.
아마 한국 출판사에서도 번역하면서 똑같은 생각을 했을겁니다.
작가가 공대 출신이라, 그냥 일하기 귀찮은 글쟁이의 상상이나 몽상의 결과물까지는 아닌 것 같고...
다들 엇비슷한 감상이겠지만, 이게 2025년 들어 AI로 현실이 될 줄이야, 문과인 나는 조금 놀랐습니다.
읽다보니 지금 AI도 장편 소설 하나를 통채로 입력하면 그 안에서 원하는 내용을 뽑아주나??
그런 기술이 있나 궁금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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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감상으로, 지금, 현재까지
제미나이나 챗지피티는 내가 하는 작업에 필요한 원하는 정보, 지식 등이 잘 안 나옵니다.
안나오는 것 뿐만 아니라 태연하게 거짓말을 해서 그게 골치더군요
"김전일에 대해 알려줘" 이러면 "김정일 동생입니다" 뭐 이런 식?
그리고 번역 문제는, 글쎄요 언젠가 "책 한권"을 제대로 하는 기술이 나오기는 나올지도요
그러네요. 딱 요즘 A.I. 세태를 반영한 이야기 같은데 25년 전 소설이라니. 작가라는 직업을 갖고 살면서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가 비슷하게 실현이 되면 되게 뿌듯할 것 같고 그렇습니다. 이 작가님이야 그런 뿌듯함 같은 게 그렇게 많이 필요한 클래스는 아니시지만요. ㅋㅋ
한국판 번역가의 평가는 "호러 SF"입니다 ㅎㅎㅎ
탁월하게 글쓰는 기계에 대해서 듀나도 한 편 썼지요. [사이버펑크]에 실린 [그레타에서 내려온 복음]이요. 1994년 책이니 6년 더 빨랐군요. 30주년 책에도 실려 있으니 찾아 볼 수 있을... 거라고 쓰려 했는데 올해 2월에 이 책도 절판이 되어버렸군요. (그리고 딴소리지만 이상하게 30주년 책에는 [그레타 복음]이라고 이름이 줄어버려 전이 더 나았는데 싶었는데, 출판사 설명에는 멀쩡하게 [그레타에서 내려온 복음]이라고 써져 있군요. 어찌된 일인지.)
그 그레타의 복음을 AI에 통째로 집어 넣어 분석해본 글이 있네요 ㅎㅎㅎㅎㅎhttps://munjang.or.kr/board.es?mid=a20102000000&bid=0004&act=view&list_no=100802
뭐라 했나 봤더니 정말 지루하네요. 휴... 이 분도 역시 [그레타 복음]이라고 하는군요. 나중에 그렇게 바꾼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