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어쩌다 번외편이 되어 버린, 팀 버튼 '혹성 탈출' 잡담입니다

 - 2001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59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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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의 얼굴이 안 나오는 포스터를 골랐으나 이름자까지 어쩔 수는 없었...)



 - 언제인진 모르겠으나 아무튼 미래. 우주에서 침팬지들에게 소형 우주선 조종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이 침팬지들은 이러쿵 저러쿵 해서 지능을 좀 높여 놓은 녀석들인 듯 싶구요. 암튼 그러다 모선 근처에 나타난 정체 불명의 전자기장을 보곤 애들 테스트도 하고 저게 뭔지도 알아볼 겸 대뜸 침팬지 한 마리를 내보내지만 곧바로 사라져 버리구요. 이때 그 침팬지를 넘나 사랑했던 남자 레오 데이비슨씨가 윗 사람들 명령이고 뭐고 다 씹고 자긴 저 친구를 구할 거라며 다짜고짜 본인도 소형 우주선을 타고 쫓아가요. 하지만 사랑하는 침팬지는 만나지 못하고 이 분이 불시착한 곳은 당연히 유창한 영어 실력의 유인원들이 역시 영어를 쓰는 인간들을 지배하는 별! 뭐 이런 식으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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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수제 특수 분장으로도 이만큼 해낼 수 있다! 라는 걸 보여준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존재 의미가 아닌가 싶었구요)



 - 고전 시리즈 5부작을 보고 나서 이 영화를 보면 확실히 몇 가지 포인트에선 가렵던 곳을 시원하게 긁히는 기분이 들어요.

 일단 분장의 퀄리티가 비교도 안 되게 올라갔죠. '와! 고릴라 모양 마스크를 쓰고 있어!!' 라는 느낌이 역력했던 고전 시리즈에 비하면 이 영화의 특수 분장은 정말 천지개벽급이라서요. 자연스럽기도 하거니와 정말로 유인원의 얼굴처럼 보입니다. 

 유인원 분장을 한 배우들의 움직임도 고전 시리즈들에 비하면 연구 많이 하고 연습도 충분히 한 티가 나구요. 뭣보다 액션씬에 와이어 액션을 도입한 관계로 이제 상당히 유인원스런 느낌이 듭니다. 이전 시리즈들의 유인원들은 정말 점프도 못하고 움직임은 너무 고릴라 흉내내는 초딩 같고... ㅋㅋㅋㅋ

 더불어서 파워 밸런스도 많이 현실적으로 고쳐졌습니다. 이제 고릴라가 나무 몽둥이 하나 든 사람에게 두들겨 맞고 피흘리며 쓰러지는 애틋한 장면 같은 건 없어요. 사람과 고릴라가 1:1로 붙으면 무조건 사람이 집니다. 달리는 속도도 마찬가지구요. 

 마지막으로 미술 디자인이 일취월장했죠. 훨씬 폼도 나고 뭣보다 영화 속 세상에 '유인원 문화'라는 게 존재한다는 기분이 살짝 듭니다. 역시 고전 영화들에선... ㅋㅋ

 이렇게 여러모로 때깔이나 설정 등등이 압도적으로 고퀄이 되었다는 거. 이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존재 가치가 아닌가 싶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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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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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 적어도 이 두 가지 면에선 확실히 고전들과 차별화되긴 합니다.)



 - 반면에 스토리 쪽으로 가면 이게... 좀 난감해집니다.

 그러니까 이 또한 고전 시리즈들에 비하면 훨씬 매끈하긴 해요. 대략 앞뒤가 맞고 전개가 납득이 되고 뭐뭐 이런 쪽으론 훨씬 나은데요.


 문제는 이게 참 난감할 정도로 개성 없는 헐리웃 블럭버스터 액션 스토리라는 겁니다. 짱짱 강하고 터프한 미군 아저씨가 나쁜 놈들에게 지배당하는 미개한 동네에 가서 악당들을 참교육(...) 시켜주고 구세주가 되어 돌아오는 이야기. 정말로 이렇습니다. 원조 시리즈에 박혀 있던 현실 풍자 코드 같은 건 정말 희미하게 느껴질락 말락하는데 새롭게 추가한 무언가는 전무하고, 그냥 액션 위주로 달립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에 맞게 캐릭터들이 하나 같이 다 납작해요. 주인공은 걍 '백인 남성 액션 히어로' 한 마디로 요약 가능하고요. 최종 악당이나 주인공을 돕는 유인원들 역시 고전과 리부트 시리즈들까지 모두 합쳐서 비교를 해도 가장 전형적이고 평면적이어서 매력 같은 걸 찾아 보기 힘듭니다. 팀 로스, 헬레나 본햄카터, 폴 지아매티 같은 좋은 배우들이 열심히 연기를 해준 덕에 얼핏 보면 인상적으로 보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결국 별 거 없는 녀석들이란 말이죠. 그냥 나쁜 놈, 그냥 주인공 사랑하는 조력자, 그냥 개그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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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계속해서 이유 없이 조건 없는 사랑을 퍼붓는 우리 아리찡... 어색하게 예쁨을 추구하는 분장 때문에 가장 보기 불편한 얼굴이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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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평범한 주인공 여친 캐릭터이지만 원작 노바의 악명 덕택에 상대 평가로 훌륭해 보였던 노바(2001)씨.)



 - 그래서 뭐랄까. 여러모로 그림은 참 좋은 영화입니다. 보기 좋고 이야기는 술술 흘러가고 막판의 반전들 같은 요소도 흥미를 끌구요. 나쁘지 않은 오락 영화에요.

 그렇게 시간은 잘 가지만 한참 보다 보면 '대체 이걸 왜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ㅋㅋㅋ 오리지널과 다른 이야기를 하긴 하는데 오리지널보다 별 의미가 없어 보이는 다른 이야기라서 칭찬은 못 해주겠고. 팀 버튼처럼 개성 강한 감독을 데려다 만들었는데도 미술 디자인 쪽을 제외하면 팀 버튼의 개성 같은 건 거의 안 느껴지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은 했다지만 결국 시리즈로 이어지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을 정도. 뭐 그랬습니다. 

 그냥 아날로그 특수 효과로 유인원을 보기 좋게 표현한 영화도 시리즈 중 하나 정돈 있었으면 좋겠다. 이 정도의 느낌으로 봐 주면 될 영화가 아닌가 싶었어요. 하하.

 끝이에요.




 + 사실 이 시리즈의 인간 주인공들은 다 좀 거대한 민폐 덩어리가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전 1, 2편의 찰턴 헤스턴과 리부트 시리즈 1편의 제임스 프랑코는 모두 인류를 멸망 시키잖아요. ㅋㅋ 근데 이 두 인간들보다 더 짜증나는 게 요 영화의 주인공 마크 월버그입니다. 다른 녀석들은 그래도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했던 게 일이 꼬여서 본의가 아니게 그렇게 됐다... 라는 느낌이라면 이 영화 주인공놈은 본인 의지로 사고를 친 우주 민폐남이라서요. 엔딩의 주인공 꼴을 보며 참 꼬시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ㅋㅋㅋ



 ++ 아시다시피 찰턴 헤스턴이 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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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삼 참 보기 좋은 영화이긴 하네요. ㅋㅋ 사실 이 장면이 이런 감흥이 있는 장면은 아닌데 말입니다.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래서 유인원 별에 떨어진 주인공은 곧바로 유인원들의 인간 사냥에 휩쓸려 붙들려 가구요. 거기에서 인간들에게 매우 우호적이면서 빽도 좋은 유인원 '아리'를 만나 운 좋게 근무 환경 좋은 곳으로 팔려와요. 거기에서 이 영화의 빌런인 테이드 장군도 만나고, 대충 이 별 돌아가는 꼴도 파악하구요. 그러다 별 이유도 없이 자신에게 아주 격한 믿음과 애정을 피력하는 아리를 설득해서 유인원의 도시를 떠나 자신이 불시착한 곳으로 갑니다. 이 과정에서 별 별 일이 다 있지만 사실상 요약의 의미가 없는 액션씬의 연속이어서 생략하구요.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이런저런 아이템을 꺼낸 주인공. 그 중에서도 구조 요청을 보내고 받기 위한 장비를 켜 보니 자기가 떠나온 모선의 신호가 그 별의 조금 먼 곳에서 잡힙니다. 그래서 또 액션과 액션을 겪으며 그 곳을 향하고, 도착했는데요. 황당하게도 그곳에 있던 것은 이미 1,000년 전에 도착해서 이제 거의 뼈대만 남은 모선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전자기파 속으로 사라진 주인공을 구해주겠다고 따라 들어왔다가 주인공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도착했고, 이 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지능 높인 침팬지들이 인간들보다 빨리 적응해서는 주도권을 빼앗고 자기들의 별을 만들었다... 라는 결론이에요. 결국 이게 다 주인공 때문이었던 것. 진상... ㅋㅋㅋ


 암튼 이러는 과정에서 대체 어떻게 가능했는진 모르겠지만 하늘에서 내려온 인간 구세주(!)의 전설이 널리 퍼져서 사방에 숨어 살던 인간들이 우루루 몰려옵니다. 하지만 테이드 장군의 추격대는 지척에 와 있고 이제 돌아갈 방법도 없어진 주인공에겐 이것도 저것도 다 부담일 뿐. 하지만 '그래도 널 믿는다!'라는 노바의 토닥토닥에 심기 일전한 주인공은 딱 몇 초 정도만 사용 가능하게 남아 있던 우주선 연료를 활용해서 테이드의 군대를 끌어들인 후 태워 버리기! 로 병력을 좀 줄이구요. 이후엔 뭐... 그냥 열심히 싸우는 걸로 하는데 쪽수든 뭐든 쨉도 안 되는 인간들이었기 때문에 거의 멸망 위기에 처해요. 그리고 그 순간,


 하늘에서 유유히 번쩍번쩍거리는 무언가가 내려오는데... 영화 초반에 사라진 우주선 탄 침팬지였습니다. ㅋㅋ 이걸 보고 유인원과 인간들은 모두 신이 내려온 줄 알고 쫄아서 싸움을 멈추고요. 주인공만 여유롭게 달려가서 자기 최애 침팬지(...)를 내려주고 모선 속으로 자리를 피하는데 그걸 굳이 따라와서 싸움을 거는 테이드. 역시 주인공은 계속 쥐어 터지다가 나중엔 총까지 빼앗기는데, 그 순간 우주선 출입문의 잠금 장치를 작동해서 테이드를 가둬 버립니다. 이걸로 승리한 셈 치고!!


 그래서 주인공은 이 별의 유인원, 인간들에게 사이 좋게 지내거라~ 는 계시를 남기고 침팬지가 타고 온 우주선을 타고 뾰로롱 날아가요. 그래서 자기가 통과했던 그 자기장으로 다시 들어가고, 거길 빠져 나오니 지구 상공이고, 관제탑과 교신을 주고 받으며 워싱턴 한복판에 불시착을 하는데... 이얏호! 돌아왔다! 하고 나와서 보니 링컨상이 있어야 할 그곳엔 테이드 장군의 상이 있고. 우다다다 달려온 경찰과 언론인들은 모두 유인원. 이게 뭐꼬!!!!! 하고 좌절하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엔딩입니다.

    • 재미있게 잘 봤고, 미술/의상 때문에 가끔 로마나 스파르타쿠스 생각도 나고요/ 그런데 덕분에 시리즈를 쭉 훑으면서 문득 저 원숭이들은 뭘 먹고 사나 궁금해졌습니다. 오리지널 시리즈 배경은 뭔가 황량한 황무지 느낌이고 저기는 그냥 마야나 잉카 밀림 느낌? 원숭이들이 누리는 문명을 뒷받침할 시설이나 이런 게 하나도 안보여서 괜히 영화 보고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ㅎㅎ 리부트 시리즈에서 그냥 원숭이들이 헐벗고 살며 동굴 같은 곳에 사는 게 고증을 잘 한 것 같아요

      • 맞아요 딱 그 시절 사극 스타일이었죠. 팀 버튼이 이런 걸 좋아했나? 싶어서 좀 의외였습니다.




        영화를 보면 거의 과일 먹고 살더라구요. 원래 침팬지가 채식 위주에 과일을 가장 좋아한다니 현실 고증이랄까요... ㅋㅋㅋ

    • 잘 읽었습니다. 일단은 극장 관람한 영화긴 한데 ㅎㅎㅎ 팀 버튼 전문의 침울한 개성을 살리기엔 너무 유명한 원작 기반의 리메이크 작품이라 영화사와 투자자가 살짝 헛다리 짚어서 나온 좀 어느 쪽에서도 만족하기 힘든 결과물이었다는 생각도 좀 들지만요. 하여튼 이 영화는 [트와일라잇 존] 같은 드라마의 1시간 스페셜 같은 특별한 단편으로 나오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만약 그랬으면 찰톤 헤스톤 같은 깜짝 출연은 힘들었겠거니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시 좀더 블랙조크~스러운 단편 구성이었으면 더 나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DAIN_

      • 저도 극장에서 봤었는데 당시에도 그렇게 재밌게 보진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말씀대로 팀 버튼 개성, 스타일과 잘 안 맞는 느낌에 제작사가 엄청 빡세게 간섭했나 싶었던 부분도 많았구요.


        전 이거 전작인 '슬리피 할로우'나 다음 작품이었던 '빅 피쉬'도 다 좀 애매한 느낌이었어서 팀 버튼도 이제 약빨 다 떨어졌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그랬죠. 근데 그게 벌써 20여년 전이고 이젠 '웬즈데이'로 뜬금포 전성기 시즌 2를 열고 있으니 세상 일은 모르는 것....

    • '혹성 탈출'에는 별 관심이 없는 팀 버튼 팬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면서 뭔가 볼 거리는 많은데 팀 버튼 영화치고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죠. 저는 멋없는 주인공 탓을 했었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스튜디오 잘못도 크네요.

      • 뭐 감독 본인이 죽어도 속편은 안 맡을 거라고 공언을 했다니 제작사의 잘못이 크긴 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 맺어 놓은 꼴을 보면 속편이 나와도 잘 되긴 힘들었을 것 같아요. ㅋㅋ 그냥 번외편 위치로 만족하는 걸로.

    • 극장 관람 당시, 에스텔라 워렌, 노바의 건강미에 반해버렸던 1인....

      • 지금 봐도 참 매력적이시긴 한데 넘나 전형적인 금발 건강 미인이셔서 이게 팀 버튼 영화 여주인공 맞나... 했었죠. ㅋㅋ 결국 진짜 여주인공은 침팬지 아리였던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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