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고전 혹성탈출의 마지막, '혹성탈출: 최후의 생존자' 잡담입니다

 - 1973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27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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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런 장면 안 나옵니다. 당연히 이만큼 대규모 장면도 안 나옵니다. 고릴라 벨트 때문에 WWE처럼 보여요... ㅋㅋㅋ)



 - 전작에서 유인원들의 리더가 되어 혁명에 성공한 시저. 어찌된 일인지 핵전쟁까지 일어나서 세상은 거의 궤멸 상태이고 시저는 당연히 살아 남아 유인원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그리고 '공존'이라는 이름으로 2등급 시민이 된 소수 인간들과 함께 도시... 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마을 하나를 형성해서 잘 살고 있어요. 덩치 크고 힘 세지만 멍청하고 폭력적인 고릴라들이 자꾸 인간들 다 노예 삼자고 우겨대지만 원조 혁명 리더 시저의 카리스마 때문에 눈치만 볼 뿐이죠.

 그러다 이것저것 골치 아프고 힘이 들어 부모님이 그리워진 시저에게 전작의 생존자 맥도날드 아저씨가 솔깃한 이야기를 합니다. 전편의 주지사 본진 자료실에 시저 부모님이 남긴 영상이 있다는 거죠. 그 얘길 듣고 자신이 세웠던 '금지 구역은 말 그대로 출입 금지'라는 규칙까지 셀프 파기해가며 핵폭탄을 맞고 녹아내린 전편의 배경으로 달려간 시저 일행은 그곳에서 살짝 돌연변이가 온 상태로 전쟁 전과 같은 체제를 유지 중인 인간들을 마주치구요. 시저의 방문을 자기들을 궤멸시키기 위한 정찰 행위라고 판단한 (하지만 사실은 그냥 인성이 개차반인) 인간 리더는 선제 총공격을 다짐하는 가운데 시저의 인간 친화 정책에 불만을 품은 고릴라들도 음모를 꾸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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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유인원이 함께 사는 아름다운 세상! 을 시골 깡촌 촌락 규모로 구현해낸 위대한 영도자 시저!! 지금 이 장면은 학교입니다. ㅋㅋ)



 - 바로 어제, 이 고전 시리즈는 매 편마다 컨셉들은 기가 막히다 싶을 정도로 잘 잡는데 디테일은 부족 & 부실 하단 얘길 했었죠. 아마도 2010년대에 나온 리부트 3부작은 이런 부분에 착안한 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고전 시리즈 영화들에서 재미나 보이는 아이디어들을 쏙쏙 빼다가 21세기 기준에 맞는 각본과 디테일로 업데이트를 해 보자... 이런 생각이요.


 근데 21세기 버전에서 파워업 된 것이 하나 더 있으니 그거슨 바로 예산입니다. 고전 시리즈는 사실 놀랍도록 가난한 환경에서 만들어졌더라구요. 일단 1편의 제작비는 580만 달러였습니다. 괜찮죠. 근데 흥행에 대박 성공한 이 영화의 속편 제작비는 250만 달러로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어요. 그러고서 3편은 200만 달러, 4편과 5편의 제작비는 고작 170만 달러입니다. 1편 대비 1/3 이하로 떨어진 건데 5년간의 물가 상승까지 감안한다면 훨씬 더 적어진 거라고 봐도 되겠죠. 구글에게 물어보니 요즘 가치로는 대략 1200만 달러 정도라는데, 비교 삼아 검색해 보니 '부고니아'의 제작비가 5,500만 달러에요. '레디 오아 낫2'의 제작비가 2,000만 달러 조금 아래로는군요. 하하.


 이런 얘길 왜 하고 있냐면... 그러니까 이 '최후의 생존자'는 본인의 야심에 비해 제작비가 턱 없이 모자란 영화였다는 겁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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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스타워즈 개그 패러디 장면 같은 짤 아닙니까. 랜도랑 추바카랑 루크랑 뭐... ㅋㅋ)



 - 이야기는 리부트의 두 번째 영화랑 큰 틀만 대략 비슷합니다. 시저는 유인원의 왕이 되었고 인간들은 쇠락했죠. 그런데 어쩌다 주변에서 얼쩡거리던 인간들과 충돌하게 되면서 전쟁을 벌이게 된다는 건데... 문제는 크레딧 포함 87분 동안 이 모든 이야기를 다 처리하고 마무리까지 지어야 한다는 겁니다. ㅋㅋ 그러니 모든 면에서 덜컹거립니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데 풀어 놓고 싶은 이야기는 무지하게 크니까요. 


 그래서 영화는 걍... 뭐 별 수 있나요. 계속해서 타협합니다. 시저가 이끄는 '지구를 장악한' 유인원들의 도시는 80년대 한국 드라마에 나오던 구수하고 정겨운 시골 마을 하나 정도 규모이구요. 여기 쳐들어 오는 인간 군대의 규모도 거기에 맞춰져 있죠. 액션도 마찬가지로 소박할 수밖에 없겠고. 그리고 설정은 역대 최고로 괴상합니다. 리부트와 달리 오리지널의 유인원들은 시저를 제외하곤 걍 다 동물원 내지는 야생 출신의 평범한 녀석들인데 시저의 통치를 받은지 10년도 안 되어서 다들 말 하는 유인원이 되었어요. ㅋㅋㅋ 빌런으로 등장하는 인간들은 모두 방사능에 오염된 돌연변이들이라고 말 하는데 실제로 보이는 건 얼굴에 화상 비슷한 흔적이 조금 있는 멀쩡한 현대인들이구요. 


 보다 보면 계속 궁금해집니다. 대체 시저가 없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부분들은 어떻게 유인원들에게 점령 당한 거지? 지난 편 후로 뭔 일이 있었길래 인간들이 핵무기를 쏴대며 자멸한 거지? 저 미래 인간들은 왜 굳이 방사능 오염 지대에 처박혀 살고 있었던 거야?? 어떻게 유인원들은 방사능의 영향을 전혀 안 받고 저렇게 건강 짱짱맨들인 거지? 등등등. 하지만 영화는 굳이 설명하려 들지 않고 그냥 달려요. 돈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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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으로 인한 아포칼립스! 라는 설정을 보여주는 건 이 짤 하나로 끝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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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의 대결전 규모는 이렇습니다. ㅋㅋ 돈 좀 주세요...)



 - 그런데 영화는 이런 수많고 강력한 제약들을 감안할 때 상당히 잘 달립니다. 그러니까 리부트에서 갖다 써먹을 만한 중요한 요소들은 다 갖추고 있어요. 유인원은 유인원을 죽이지 않는다! 는 시저의 철학. 어릴 때 보호자의 영향으로 인간들에게 편견이 별로 없고 평화를 갈망하는 시저. 그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획책하는 내부 세력들. 시저의 편이 되어 주는 믿음직한 동료들과 사랑하는 자식놈. 미치광이 전쟁광 빌런도 있고 오해와 시저의 오판 때문에 전쟁이 촉발된다는 구조도 비슷하구요. 심지어 '난 유인원이 인간보다 낫다고 믿었는데, 내 생각보다 인간과 유인원은 거의 차이가 없는 존재였다'는 시저의 깨달음까지도 이 가난하고 허술한 영화 속에 다 들어 있습니다. 


 애초에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그 압도적인 가난함과 허술함에 깊은 인상을 받아 버리기 때문에, 이후에 스토리 속에서 발견되는 이런 괜찮은 부분들은 그 의외성 때문에 더 크게 느껴집니다. ㅋㅋ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괜찮게 잘 봤어요. 막 감동 받고 이입하고 그럴 정도의 명작은 전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대 보다는 훨씬 괜찮은 이야기였고 시리즈의 마무리로서도 썩 준수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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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적인 과격파 아저씨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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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미치광이 백인 싸이코 리더라든가... 다 리부트에도 등장하는 인물상들이죠.)



 - 그래서 결론적으로... 이 작품 하나만 놓고 본다면 모자라고 부족하고 허술한 영화로 보일 수 있겠습니다만. 시리즈의 흐름과 제반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이 정도면 기대 이상을 잘 만들어진 마무리였다... 고 볼 수 있겠구요. 아마 리메이크 시리즈의 제작진들도 이런 부분들에 애정과 기대를 품고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어내게 된 거겠죠. 그러니 부족한 부분에 집착해서 허접한 영화라고 까내릴 필요는 없어 보이구요.

 어디까지나 시리즈를 다 따라온 팬들에게만 그 존재 가치가 있는 영화라는 게 칭찬은 아니지만, 애초에 시리즈의 완결편으로 만들어진 작품에 그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할 필요가 있겠나요. ㅋㅋ 저는 즐겁게 잘 봤습니다. 그리고 이 고전 시리즈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디즈니 플러스에 있는 네 편이라도 한 번 보셔서 크게 실망하실 일은 없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끝이에요!






 + 1, 2, 3편에선 지라 박사의 남편인 코넬리우스, 4, 5편에선 시저 역을 맡았던 배우 로디 맥도웰님이 그렇게 유명한 배우였는 줄은 이번에 다시 보기 전엔 몰랐죠. 게다가 리즈 테일러와 절친에 몽고메리 클리프트와 연애도 했던 사이였다고...



 ++ 아시다시피 3, 4, 5편이 1, 2편 이야기의 프리퀄 위치이다 보니 마지막엔 두 이야기가 연결될락 말락하는 떡밥들이 던져집니다. 50년이 넘은 과거에도 이미 이런 형식이 완성되어 있었군요. 새삼 신기하네요. ㅋㅋ



 +++ 빌런은 백인 남성, 가장 착한 인간은 흑인, 그 다음은 백인이지만 여성이구요. 주연 배우는 동네방네 소문났던 게이... 게다가 영화의 메시지도 흑인 차별, 인종 차별 비판하며 서구 문명 풍자하는 이야기구요. 심지어 (하찮은 악역이지만) 동양인 여성 캐릭터도 하나 나옵니다. 이토록 정치적으로 공정한 시리즈였다니!!!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당연히 매우 간략하게 요약을...


 이미 처음에 적은 초반 요약이 대략 스토리의 절반 이상입니다. 그래서 자기네 본진에 왔다간 시저의 뒤를 밟은 인간들은 시저의 마을을 발견하고 곧바로 총공격을 준비해서 출동해요. 그리고 그러는 동안에 시저의 평화 추구, 인간 친화적 정책에 불만을 품은 고릴라들은 무장 봉기를 계획하구요. 그런데 이때 시저의 어린 아들이 고릴라들의 음모를 엿듣게 되고, 그 자리에서 들통이 나서는 도망치다가 나무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습니다. 그때 시저가 접근하자 고릴라들은 도망쳐 버리고, 의식이 없는 아들의 상태를 보고 시저네 유인원들은 인간들이 쫓아와서 저지른 일이라 오해하고 전쟁을 다짐하죠.


 드디어 인간들이 쳐들어 오고, 장갑차와 중화기로 무장한 인간들에게 쫄아서 고릴라들은 도망치고 침팬지들이 밀리는 듯 싶지만 사실 다 함정이었고 우리 똑똑한 시저 찡의 제갈공명급 전략(사실은 죽은 척하고 누워 있다가 일제히 일어나 다구리... ㅋㅋ)에 넘어가 인간들은 퇴각합니다. 이때 굳이 쫓아가서 죽이지 말라고, 우리는 인간과 다르다며 보내주는 시저입니다만. 도망친 줄 알았던 고릴라들이 퇴각로에 매복하고 있다가 출동해서 남은 인간 빌런들을 몰살 시켜요. 그러고는 시저의 마을을 장악하고 그동안 잘 지내던 같은 편 인간들을 우리에 가두는데...


 다 죽어가던 시저의 아들이 죽기 직전에 의식을 찾고는 자길 해친 것이 인간이 아닌 고릴라들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분노한 시저는 동료들을 끌고 인간들을 학살하려는 빌런 고릴라들을 찾아가는데... 리메이크와 다르게 둘의 결투 같은 건 없습니다. 그저 '저 놈이 내 아들을, 우리 동족을 죽였다!' 라고 외치니 모든 유인원들이 분기탱천해서 저 놈을 죽이라고 외치구요. 그 서슬에 겁을 먹은 빌런 리더가 후다닥 도망치려다가 시저의 아들과 비슷하게 높은 가지에서 떨어져 죽습니다.


 사건은 일단락되고, 시저는 고릴라들이 가둬놨던 인간들을 풀어주고요. 이때 인간 리더 격인 맥도날드씨가 시저에게 말합니다. 이제 이전처럼 우리가 니들에게 관리 받는 관계를 거부한다. 이제 동등하게 지내는 세상을 만들자. 라고요. 그러자 빌런 고릴라들 덕에 인간이나 유인원이나 똑같다는 깨달음을 얻고 겸손해진 시저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요. 이렇게 둘이 껄껄 웃는 유인원과 인간이 평등한 세상의 개막... 과 함께 엔딩입니다.

    • 사실 예전에 볼 때 3편부터 슬슬 이게 뭔소리인가...싶었어요. 어렸을 때 볼 때는 이해도 잘 안 갔고요. 나중에 관련 글도 보고 다시 1-5편 각 잡고 보고 하면서 뭐 숙제하는 기분으로 마무리를 지은 거지요. / 여기에 팀 버튼 리메이크 감상문까지 올리실지 궁금합니다 ㅎㅎ    

      • 저도 어릴 때 본 기억은 희미합니다만, 그래도 편마다 확실하게 임팩트를 주는 장면은 있었던 것 같아요. 3편에서 침팬지 부부가 현대 인간들에게 귀빈 대접 받는 장면, 마지막의 '엄마!', 4편의 최종 결전 장면 같은 건 분명히 기억이 나거든요. 근데 정작 이 최종편은 전혀 기억이... ㅋㅋ




        보시다시피 팀 버튼 것도 올렸습니다. 하하;

    • 1편이 그렇게 명작 취급을 받고 당시 기준 흥행도 잘됐는데 왜 그렇게 2편의 제작비가 깎여나갔던건지 의아하긴 하네요. 적어주신 걸 보니 프랜차이즈 명성에 비해 정말 저렴하군요. 이건 현대 호러 프랜차이즈처럼 너무 저렴하게 아이디어만으로 굴리기엔 컨셉 자체가 맞지가 않는데 말이죠. ㅋㅋㅋ 대결전 규모 정말 안습하네요. 그래도 나름 할리우드 유명 시리즈 최종작인데 호주에서 싸게 싸게 만들던 매드맥스 2편보다...

      • 아마도 다음 편은 잘 안 될 거야... 그 다음 편은 정말로 안 될 거야... 를 거듭하다 이렇게 된 게 아닐까요. ㅋㅋ 그래도 결과적으로 모든 시리즈가 제작비의 6배 이상을 벌어들이며 마무리 되었다니 영화사 입장에선 행복한 시리즈였겠구요. 먼 훗날 등장한 팀 버튼 버전도 욕 먹은 것에 비해 흥행은 잘 됐고, 리부트 시리즈 세 편과 그 속편까지도 흥행 실패작이 단 한 편도 없을 정도이니 이 시리즈의 마성은 무엇인가... 라는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ㅋㅋㅋ

    • 요약만 읽어도 회차를 거듭할수록 1편의 반짝반짝함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져요. 역시 무리수 뇌절 시리즈였던 걸로...
      • 그래도 그 와중에 건질만한 아이디어가 몇 개 씩은 매번 들어 있었고, 그게 이 시리즈의 명성을 지금까지 유지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로 리부트 시리즈의 좋은 아이디어들 중 대부분은 이미 원작에 있던 걸 집어온 거더라구요. ㅋㅋ

    • 잘 읽었습니다. 결말을 위한 결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역사는 노력에 따라 변할 수도 있고 인간이건 유인원이건 잘못을 인정 및 극복하고 변화할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뭔가를 주는 정도로 받아 들일 수도 있다고 싶고요. 사실 어떤 의미론 북두권이나 매드맥스 같은 B급 디스토피아 물의 선배격인 작품으로 칠 수도 있을 법도 하니 결국 무시할 수 없는 작품인 것이지요.  :DAIN_

      • 아 그렇네요. 나온 연도를 놓고 보면 그 작품들보다 이게 더 먼저에다가 원조로군요! 실제로 영향을 줬다고 생각할만큼 닮은 점도 많구요. 허허. 생각보다 훨씬 위대한 시리즈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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