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3 지웠어요

바이러스라고 하면, 램을 상시로 많이 쳐먹고 있어서 자원 부족 상태를 일으킨다거나
백그라운드에서 뭔가 알수없는 작업을 계속해서 속도를 저하시킨다나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실행되는 걸 막는다거나 뭐 그런 일들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제 컴퓨터에서 그걸 전부 다 하고 있는 물건이 있었으니, 이름이 V3였습니다.

제가 원래는 백신같은걸 전혀 안쓰고 살았거든요. 운이 좋았던 건지 그동안 별 탈없이 살았습니다만, 지금 생각하니 무식해서 용감했던 것 같기도...
어쨌든 그랬다가 제가 윈도우를 직접 깔지 않게 된 후로는 걍 운영체제에 항상 v3가 깔린 채로 왔기 때문에 없는 것 보단 백신이 하나쯤은 있는게 좋지 않나 싶은 마음에 걍 냅두고 살았어요. 아마 옛날같으면 바로 지워버렸을 테지만... 근데 지금은, 걍 바로 지웠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어지네요.

자꾸만 하드를 무한히 긁어댄다거나 램을 수백메가씩 늘 점유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은 그전보다 램도 많이 늘었고 해서 그정도 여유는 부려도 되지 않겠나 싶고, 글구 뭐 그래도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겠지 싶어서 걍 내버려 뒀었지요. 그런데 뭔가 안되는 일이 많아지는 거예요.

얼마전부터 인스톨/셋업 관련 프로그램이 전혀 동작을 하지 않게 되었어요. 그래서 윈도우에 새 프로그램을 전혀 깔수가 없게 되었는데, 요새 윈도우 업데이트 관련으로 흉흉한 소리가 많이 들려서 또 혹시 업데이트로 뭐가 꼬인거 아닌가 싶어서 쫄았었는데.... 알고 봤더니 v3가 막고있는 거였습니다. 이유는 모르죠. 뭐 메세지 하나 나오는 거 없고 그냥 실행만 안되었으니.
근데 원래부터 인스톨이란걸 하는걸(OS도 포함해서) 아주 싫어해서 '포터블'만 즐겨 쓰던 터라 딱히 불편하다 느끼진 못했어요.

한번은 고전 게임을 하나 실행시키려는데 뭔가가 안되는 겁니다. 파일 하나가 아예 접근이 안되는 거예요. 마침 파일 이름이 윈도우 시스템 뭐시기랑 비슷해서 윈도우에서 보호가 걸렸나 싶기도 했는데, 30년전 게임에 붙어있는 파일이예요. 그걸 지금 윈도우가 보호할 이유가 없잖아요.
대체 무슨일인지 알수 없었는데, 어느날 v3를 일시적으로 껐더니 그게 되는 겁니다. 지딴에는 그게 무슨 악성파일이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그럼 알려나 주던가,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막아버리니... 거기다 듣보잡도 아니고 30년동안 전세계인이 아무문제 없이 해온 게임이고 지금도 고전게임 인기작인데 이제와서 그게 무슨 악성파일이라는 거예요. 어쨌든 그것도 자주 하는 건 아니라 안하면 그만이니 넘겼고요.

근데 그 이후로도 v3가 종종 무슨무슨 파일이 악성파일이라면서 접근을 못하게 막는 겁니다. 그래도 이젠 알려주긴 하네요. 거의 고전 게임 관련 파일들이긴 했는데, 위에서 말했듯이 그동안 수십년간 세계인들이 아무 문제 없이 잘 써온 것들이예요. 근데 지혼자서 저GR을...
그래서 그동안은 귀찮더라도 잠깐동안 v3를 끄고 썼다가 다시 켜고 그랬어요.

그랬는데,
이번에도 갑자기 XXX가 트로이 목마라면서 접근을 막는 거예요.
한두번 겪은 일이 아니긴 하지만, 문제는, 이게 불과 몇시간 전에 멀쩡히 돌렸던 프로그램이라는 겁니다. 몇시간 전에는 지도 아무말 없었거든요. 아니 무슨 파일이 몇시간만에 멀쩡하다가 트로이 목마로 둔갑을 해요. 그것도 몇십년 전에 나온 건데, 문제가 있었으면 진작에 보고가 되었겠지... 그 몇시간 동안에 혹시 감염이 되었을 가능성도 없어 보이고, 만약 진짜로 감염이 된 거라면 감염시킨 원본을 찾아내고 감염시키지 못하도록 막는게 백신이 해야할 마땅한 일일텐데 그런 쪽으로는 일체 아무 소리도 없고...
다시 v3 끄고 트로이 목마라고 주장하는 파일을 백업된 원본과 비교해 봤더니 달라진 게 전혀 없었습니다. 감염이나 변형된게 아니란 거죠. 하지만 v3를 다시 켰더니 계속 트로이 목마라고 주장하네요.

결국은 이걸 도저히 못쓰겠다 싶어서 지웠습니다. 백신은 신뢰도가 생명이잖아요. 거짓말장이라고 판명된 이상 더 쓸수는 없죠. 지우고 나니 그동안 참은 게 아깝네요. 컴퓨터가 살짝 쾌적해졌어요. 일단 하드 긁는 소리가 안나는 조용한 컴퓨터가 되었어요.

다른 백신을 새로 깔까 하다가... 원래 그쪽에 관심이 없다보니 아는 것도 없고 해서 그냥 이대로 살기로 했습니다. 창문 보호자를 한번 믿어보죠 뭐.
    • 저는 백신 프로그램 다 집어 치우고 애드가드 하나 깔고선 윈도우 디펜더에게 모든 걸 맡긴지 한참 되었습니다. 이러고 10년은 지낸 것 같은데 아무 문제 안 겪는 게 '이래도 된다'는 뜻인지 그냥 운이 좋은 것인진 모르겠지만요... ㅋㅋ 나중에 자식들 크면 아무 사이트나 들어갔다가 뭐라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어차피 폰만 갖고 노느라 PC엔 아예 관심이 없어서 안전한 것은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구요(...)

      • 함 찾아봤더니 요새는 백신같은 거 따로 안깔고 쓰는게 대세라는 것 같더군요. 걍 옛날부터 v3는 당연히 써야한다는 고정관념때문에 운영체제 설치한 넘이 깔았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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