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바낭] 이 시국에 해외출장/여행
오랫만입니다.
제가 장기(?) 해외출장을 갑니다. 그래봐야 3주입니다만..
TFT 겸임이라 프로젝트일 하랴, 원래 하던 일하랴 바쁜데 3주나 비우느라 현지에서도 밤에는 회사일, 낮에는 프로젝트일 해야 합니다. 몸이 한국에 있어야만 하는 것들은 후배들에게 인수인계하는데, 이것도 미안하네요.
하지만…
1. 출장 승인의 스트레스
출장은 안갈 수 없는 것이지만, 공식적으로 경영진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는 것을 윗분들이 두려워 했습니다.
저는 대략적인 기간이 나온 12월부터 품의를 쓰려고 했는데 윗분들이 붙잡더군요. 제가 올려도 까이는건 윗분들이니까 눈치 보다 기분 좋으실때 들이대자고 합니다. 그래서 시간만 까먹었어요. 경영진이 이 시황에 기분 좋을리가 있습니까.
그래서 2월말 실무회의때 ‘빨리 보고를 하고 품의를 올려야 항공도 예약하고 숙소도 예약합니다. 더이상 미룰 수는 없습니다.‘ 라고 했더니 ’좀 더 분위기를 보자. 기분 좋으실때 해야지‘ 라고 다 말립니다.
‘혹시 가지 말라고 하실까봐 그러시는 거면, 그냥 안가면 되지 않습니까? 뒤로 미룰 수록 비용만 올라갑니다.’ 라고 하니 ’야, 안간다고 하면 ‘너 반항하냐?‘ 라고 한다‘ 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주말에 미국이 이란을 폭격했죠.
월요일 아침에 ‘이란-미국 전쟁 났는데 출장 안가야 하는거 아닙니까?‘ 라고 상무에게 물어보니 ’중동 전쟁 난거랑 우리 프로젝트랑 무슨 상관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품의써놓은 것을 올리고 회사 지정 여행사에 연락해서 항공 예약 했습니다. (가지 말라고 하면 취소수수료는 사비로 내야 합니다. 결재 받기 전에 내가 지른 거니까..)
결재 받는 과정도 지지부진했는데.. 그래서 결국 먼저 지른 저랑 후배는 국적기로 250만원(!)에 가고.. 결재나고 난 뒤에 항공예약한 분들은 외항사로 470만원에 갑니다. 전쟁 때문에 중동이나 터키경유는 타지 말라는 지침이 다른 회사들은 내려왔다고 하던데,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자리가 없어요.
베이징 공항 경유해서 러시아공역 통과하는 방법도 있지만… ‘야, 난 짱X 비행기는 안탄다‘.. 아놔 어쩌라고. 그럼 일찍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두던가..
그래서 저는 눈치 보느라 보고 늦게 해서 비용을 더 쓴다고 생각을 하지만., 윗분들은 비싼건 회사돈이니 내 알바 아니고 경영진 보고했을때 욕 덜 먹은게 다행이다라고 하시네요. 회사돈 아낀다고 아둥바둥하는게 현타와요.
2. 나한테 왜이래..
현지 숙소, 기차 등의 예약도 저보고 좀 알아봐달라고 합니다. 같이 가가는 일행에 저보다 후배도 있지만, 윗분들은 MZ들한테 이런거 시키는거 부담스러워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출장지에 있는 숙소중 만만한 곳에 메일 보내서 ’우리 단체, 장기숙박인데 할인 해줄 수 있음?‘ 이라고 딜하고, 기차표는 각자 예약해야 하기 때문에 모여서 ’자, 앱 까시고, 어디서 어디까지 넣으시고, 요금제는 뭘로 하시고..’ 하는 식으로 표도 예약해주고.. 추천식당, 한식당도 구글맵에서 찾아다가 공유해주고..
특히 한식당 중요합니다. 입짧은 분들이 계서서.. (같이 2박3일 중국 출장을 갔는데 한끼도 중식을 안드신 분이 이번에도 같이 가심..)
3. 의외의 난관
승인 다 받고 항공, 숙박까지 예약 다 했는데 갑자기 일정을 이상하게 만든 놈이 있어서, 현장 기술직 분들만 따로 유럽으로 오셔야 하는데요. 이분들이 ‘우리는 영어도 못하고, 유럽에서 미아되게 생겼다. 사무직 없으면 안간다’ 라고 뻐팅깁니다. 업무 출장을 가는데, 사무직 깃발(?) 따라 가는거 아니면 못가겠다는거죠. 일정이 꼬이게 만든 범인놈은 ’아, 외국 안나가보셨나. 촌스럽게 왜 이래’ 하면서 나몰라라하고 , 현장 분들은 못간다고 버티고, 진짜 유럽에서 미아되거나 입국심사할때 진실의방으로 가기라도 하면 노조위원장이 등장해서 경영진에게 항의 할테니까..결국 출장품의 올린 저보고 해결하랍니다.
아 노친네들… 이라고 생각하고 보니 잠깐.. 이분들 나보다 젊잖아..
지금 유럽 카운터파트에게 ‘미안한데 너네가 공항으로 픽업 좀 와주면 안되냐?‘ 라고 요청했는데 ’아니, 우리 입국심사부터 막힌다니까!‘ 하면서 버티고 있음.
(심지어 공장장도 ‘걔네들만 이동하다가 실종되면 누가 책임지나?’ 하고 있습니다.)
4. 가족동반
옛날에는 비슷한 목적의 출장을 두달씩 가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1주일만 출장가도 일이 밀리고 쌓이는지라, 최대한 압축해서 3주로 다녀옵니다. (최초 유럽쪽 제안은 4-5주였음)
어차피 호텔방은 혼자 쓰는데, 3주나 가족과 떨어져 있는게 좀 그렇고, 이런 기회 아니면 언제 유럽을 가냐 싶어서 가족동반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비가 전혀 안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숙박비는 절감이 되니까요. 그래서 호텔예약할때 저는 따로 호텔 주변의 에어비앤비로 했더니 윗분이 가족이랑 간다고 일 대충할까봐 ’가부장이 공사는 구분활 사람이니까..‘ 라고 운을 띄우길래 ‘주중에는 잠만 같이 자고 주말에만 같이 지내면 됩니다.’ 라고 바로 잘랐습니다.
이럴때 아니면 언제 가족여행으로 유럽 가보겠어요. 제가 회사 그만두고 쉬면 가능할까.. (하지만 그땐 돈이 없겠지)
아직 3번 해결 안되었는데.. 금요일날 한국지사 들어오면 어떻게든 한명 붙여 달라고 사정사정 해야 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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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수 밖에 없는 출장 승인를 기분 좋을 때 눈치보면서 받아야 한다니… 일단 1번에서부터 답답증이 확…
그래도 가족분들 동반 결심은 다행이고요. 남은 문제들도 무사히 해결되길 바랍니다. 힘내세요. 가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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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중국 출장은 월요일 출국인데 금요일에 승인 받았지요.
회사에 일을 쉽게 하면 안된다고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경영진이 한분 계십니다. 부하직원들을 너무 사랑해서 저녁 9시에 전화해서 2시간동안 떠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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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니 기시감이 들어 왜인가 했더니, 초등학생 인솔해서 소풍가는 교사 고충이랑 똑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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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늦게 차장 진급하고, 남들보다 조금 일찍 팀장 달고, 남들보다 빨리 팀장 떼고 다시 팀원입니다. (…).
지금 팀장은 다행히(?) 저보다 고참이신데, 그 다음에 제가 팀장을 다시 하기는 어렵고, 그 다음이 후배라서 남들보다 일찍 눈치밥 먹을 것 같습니다. (아니 지금도 먹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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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 발령의 유일한 보상입니다. (…) 이거 끝나면 육아휴직 지르고 싶지만 안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