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바낭] 충분히 괴상한 걸로 만족하실 수 있다면, '쿠쿠' 아주 짧은 잡담입니다
- 2024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42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간단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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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가 좀 많이 망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그냥 코미디 영화 포스터 같지 않나요? 제목 폰트도 그렇고... ㅋㅋ)
- 그레첸이라는 10대가 주인공입니다. 아빠와 새 엄마, 그리고 둘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 동생 알마와 함께 독일 알프스의 산골로 이사를 왔어요. 이들이 원래 미국인이라는 걸 생각하면 파격적인 이사가 아닐 수 없겠네요. 아빠의 새 결혼에 격하게 불만이 많은 그레첸은 계속 까칠하게 굴고 알마 역시 맘에 안들고 그렇습니다만. 어쨌든 끌려 왔으니 어떻게든 적응을 하든 도주를 하든 해야겠는데, 아빠를 이 곳으로 이사 오게 설득한 동네 부동산 업자 쾨니히가 자신의 호텔에서 알바 하며 용돈이라도 벌어 보라고 하니 냅다 승낙을 합니다. 돈 벌어서 미국으로 튀자!
그런데 이 호텔엔 자꾸 반라의 심각하게 맛이 간 것 같은 여자가 어슬렁거리고, 퇴근 길엔 선글라스에 후드를 쓴 괴상한 여자가 미칠 듯한 스피드로 자신의 자전거를 따라잡으며 추격전을 벌이고, 또 자꾸만 어딘가에서 정말 듣기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동생 알마는 원인불명의 발작을 일으키구요. 모든 게 괴상하고 이상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쾨니히가 나쁜 놈일 거란 부분이겠죠. 호러 영화에 댄 스티븐스가 나왔는데 좋은 역할일 리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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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과 트랜스젠더 배우라는 것 정도 밖에 몰랐던 헌터 샤퍼. 의외로(?) 연기 상당히 잘 하더라구요. 장래가 유망!)
- 졸려요. 그리고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죠. 그래서 정말 간단하게만 적습니다.
1. 영화의 거의 모든 것이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낯설고 괴상한 느낌이요. 비주얼, 사운드, 촬영과 분장과 연기에 스토리와 편집까지. 무엇 하나 멀쩡한 느낌인 게 없는 느낌, 괴상하고 낯선 느낌을 주는 데 주력합니다. 그리고 이걸 아주 근사하게 잘 했어요. 어떤 배경을 깔고 펼쳐지는 장면이든 분명히 보기 좋은데, 동시에 불길하고 불쾌합니다. 공포를 맡고 있는 '그 무언가'의 생김새 역시 저비용 고효율로 불쾌감을 잘 살리고 있구요. 도무지 내가 무슨 이야기를 보고 있는 건지 확신이 안 들도록 정보를 통제하며 흘러가는 이야기나 당혹감을 주기 위해 불시에 튀어나오는 점프컷에 가까운 편집 역시 매우 훌륭합니다. 그렇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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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효과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렇게 짤로 보면 대체 이게 뭔가 싶겠지만 영화로 보면 꽤 근사했던 장면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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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자세히 보이면 좀 그러니까 흐릿한 걸로... 올린 이런 짤들도 영화 속 장면으로 보면 그럴싸합니다.)
2. 하지만 그러다 좀 망했습니다. 격하게 혼란스러운 이야기는 한참 보다 보면 뭐가 복잡해서 혼란스러운 게 아니라 그냥 종종 아구가 맞지 않아서 그렇다는 게 드러나구요. 혼란스러움에 대한 과도한 집착 때문인지 중간엔 살짝 지루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다 막판에 쏟아져내리는 설명 장면들은 정보 전달에 대한 사명감 떄문에 어색하고 난감할 때가 많구요. 그나마 그 설명도 다 듣고 나면 놀랍다기 보단 '아니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건데요.' 라는 생각이 들고 그래요. 과유불급이랄까. 이야기를 쓰고 연출한 분께서 자신의 야심만큼 잘 영화를 다듬어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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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헤닉이 나오긴 하는데 기대는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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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목이 저래서 그런지 조류 계열 최고 미남 댄 스티븐스님도 나오십니다. 대단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본인 밥값은 충분히!)
3. 뭐 그래도 '어쨌든 아주 괴상한 걸 보고 싶어' 라는 생각이 있으시다면 소심하게 추천할만 합니다. 요즘들어 흔해진 '하이 컨셉 호러'의 일원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그렇게 막 파격적일 정도는 아닌데, 그래도 그 안에서도 상위권에 들 정도로 괴상하거든요. ㅋㅋ 그리고 초반부는 확실히 분위기가 죽이기 때문에 호러 팬이라면 봐 둘 가치가 있고, 또 취향에 따라선 초반에 적립한 호감도로 후반부와 마무리의 아쉬움을 달랠 수도 있을 겁니다. 전 그랬구요.
덧붙여서 조류 그 자체인 댄 스티븐스의 빌런 연기도 재밌었지만 주인공을 맡은 헌터 샤퍼의 연기가 정말 좋아요. 전 이 분이 연기하는 건 이번에 처음 봤는데 많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맡은 캐릭터가 그래서 그런지 초반엔 살짝 허세 느낌이 있었는데 막판에 아주 설득력 있게 잘 하더라구요.
암튼 뭐 그렇습니다. 계속 말씀드린대로 이것저것 울퉁불퉁하고 모자란 구석 많아도 어쨌든 괴상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실제로 충분히 괴상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한 번 보셔도 좋습니다.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마시구요. ㅋㅋㅋ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졸림 이슈로 인해 이야기 전개 흐름과 관계 없이 결론만 종합 요약하는 걸로.
우리의 댄 스티븐스님께선 당연히 빌런이었는데, 그래서 뭔 짓을 하는 거냐면 이 동네에 살던 익스트림 울트라 슈퍼 레어 생명체를 멸종 위기에서 막겠다고 번식을 시키고 있던 거에요. 그리고 그 생명체란 인간의 형체를 하고선 날카로운 울음 소리로 인간을 마비 시키고, 그러는 동안에 인간 여성에게 자신의 난자를 넣은 후 제발 얼른 인간 남자가 이걸 수정 시켜주길 빌어서 번식하는 말도 안 되는 무언가였는데요. 그렇게 괴상한 패턴으로 사는 놈들이 지금껏 살아 남은 것도 신기하죠. ㅋㅋ
어쨌든 우리의 스티븐스님께선 일생의 연구 끝에 이 생명체들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터득했고. 그래서 산골 마을 휴양지에 직접 호텔을 지어서 그 곳에 커플들이 찾아오게 만들고. 이들이 섹스를 할만한 타이밍에 괴 생명체를 불러들여서 아주 자연스럽게, 그 커플들이 자기들 아이를 임신한 것처럼 착각하고선 그 생명체의 아기를 낳아 키우게 만들었던 겁니다. 아. 너무 이상한 설정들이라 설명하면서 뭔가 난감하네요. ㅋㅋㅋ 암튼 이게 뻐꾸기의 탁란과 비슷한 설정이어서 제목이 저렇고 영화 속에서도 계속 뻐꾸기가 언급됩니다.
암튼 거의 막판에나 밝혀지는 사실이지만 그레첸의 배다른 동생 알마는 그래서 괴 생명체의 자식이었어요. 아직은 인간처럼 행동하는 이 녀석을 확실히 각성시키기 위해선 생물학적 엄마를 만나게 해줘야 한다고... 해서 매드 사이언티스트 스티븐스님께서 그레첸의 가족을 이 동네로 불러들였고, 알마를 (역시 자기가 통제하는) 병원에 데려다 놓고선 한밤중에 알마의 생모인 괴 생명체를 불러내는데, 내내 투덜거리다가 이 상황 직전에 알마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된 그레첸은 알마를 구하고 변이(?)도 막기 위해 그 판에 뛰어들어 난장판을 벌이고. 결국엔 박사님을 포함해 이 황당한 일에 관련된 악당들은 다 죽어요. 그래서 그레첸은 이 곳에서 사귄 레즈비언 친구와 함께 알마를 데리고 라랄라 먼 길을 떠나네요.
...근데 사실 알마는 이미 각성을 하긴 했어요. 하지만 기적적으로 인간의 이성은 놓지 않았는지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뻐꾸기 사자후 스킬(...)을 활용해 그레첸을 구해줬거든요. 그래서 그레첸은 알마를 믿고 그냥 데리고 떠납니다. 대략 좋은 관계로 잘 살게 될 거라는 분위기로 끝. 엔딩이에요.
딱히 나중에도 볼 것 같진 않아서 스포일러까지 다 읽어봤는데 여기저기 가져온 재료들 흔적도 있지만 괴상하면서도 나름 신선한 전개네요. 이런 내용에 완성도가 확실하게 좋다 이러면 고민 좀 해봤을텐데 현지평들을 검색해봐도 호불호는 갈리는 것 같고 ㅎ
댄 스티븐스는 '아임 유어 맨' 이후에는 좀 특이한 작품, 역할로만 만나게 되는 것 같아서 물론 본인이야 즐기고 계시겠지만 살짝 아쉽기도 하고... 제시카 헤닉은 활동은 정말 왕성하게 해서 최근 글렌 파웰, 마가렛 퀄리랑 같이 나온 신작도 있고 여기저기 많이 나오는데 역할들이 죄다 어정쩡한 것 같구요.
헌터 셰퍼는 현재 활동중인 트랜스 배우들 중에서 가장 스타성도 있고 연기력도 포텐이 괜찮은 것 같은데 그에 걸맞는 기회가 주어질지가 관건이겠죠. 하필 이번 트럼프 정부가 안티 트랜스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해서 정권을 잡기도 했고 쯥..
분위기에 치중한다면 그래도 수작. 전체적 만듦새나 이야기에 치중한다면 폼만 잡다가 헛발질한 영화. 뭐 이렇게 휙 갈릴 수 있고 그게 맞다고 느꼈습니다. 전 전자 쪽 취향이라 그래도 좋게 보긴 했구요.
아무래도 헐리웃 쪽에서 돈을 더 많이 주지 않을까 싶어요. ㅋㅋㅋ 그리고 헐리웃 쪽에선 댄 스티븐스의 단정 핸섬한 외모에서 묻어나는 사악한 일면이 근사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구요. 이 영화도 배경은 독일이지만 미국 영화거든요.
전 정말로 여기서 연기를 처음 봤는데 정말 잘 합니다. 독특한 분위기의 생김새 버프도 받긴 하지만 그냥 연기 자체를 잘 해서 인상 깊었네요. 앞으로 기회만 잘 잡을 수 있다면 배우로 롱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두고 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