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넷

주변의 축복을 그리 받지는 못하였으나 본인들은 서로에게 매혹되어 결합한 부부가 자녀들을 갖고 가족을 이룹니다. 

이 부부는 세 명의 자녀 중 아들인 햄넷을 돌림병으로 잃어요. 아들의 아버지는 셰익스피어이고 어머니는 생동감 충만한 아녜스라는 여성입니다. 

셰익스피어는 언어에 집착하는 인물로 시와 극을 만들어야 안정감을 갖는 사람입니다. 아녜스는 자연과 교감 능력이 뛰어나고 약초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여 시기에 따라서는 운 나쁘면 마녀로 몰릴 수도 있을 법한 개성을 지닌 인물로, 생명력과 직관력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영화는 아녜스가 중심이 되어 전개됩니다. 아녜스는 마치 대지의 어머니 같이 현실을 지탱하며 가족의 중심이 됩니다. 그런 아녜스에게 혼자 돌보던 자식을 잃는 불행이 생깁니다. 아녜스는 이 일을 어떻게든 받아들이는 것이, 잊는 것이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고통 속에 놓입니다. 


예술이 제의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예요. 

설명과 이해가 불가능한 비극을 달래기 위한 제사의 기능을 예술 작품이 한다는 것.  

일반적으로 죽느냐 사느냐,로 알려져 있지만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가 더 그럴 듯합니다.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이에요.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다,는 화자의 행위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는 저 세상으로 떠난 이들이 더 두드러지는 느낌입니다. 화자도 포함되겠지만 남은 이의 의문과 고통이 더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인물은 결국 예술 작품으로 카타르시스에 이르고, 영화는 그렇게 되기까지를 천천히 보여 줍니다. 참척의 고통이야 말 할 수 없지만, 영화 자체는 전체적으로 소박하게 느껴졌어요. 영화의 평탄한 흐름과 미리 가진 지식으로 인해, 뜻밖의 자극이나 즐거움을 기대하면 자칫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 마지막 장면까지 집중해서 보고 나면 흡족한 마음을 갖게 되고, 그러니 극장에서 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상했던 대로, 이틀 전에 본 영화를 지금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은 제시 버클리의 얼굴입니다. 폴 메스칼은 자기 역할을 잘 했으나 주인공 느낌은 아니고 제시 버클리의 영화입니다.

common?quality=75&direct=true&src=


    • 중반부까지는 말씀하신 그런 아녜스 캐릭터의 설정에서 나오는 몇가지 흥미로운 장면들을 빼면 그냥저냥 무난한 신파극 느낌이었는데 마지막 씬이 듣던대로 정말 강렬했습니다. 특히 마지막의 마지막 연출 때문에 저도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관객들이 꽉차있었으면 더 영화와 현실이 연결되는 느낌으로 좋았을텐데 몇명 없었습니다. ㅎ




      On the Nature of Daylight은 워낙 유명한 곡이기도 해서 진부할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그 순간에 너무나도 딱 맞게 어울려서 감독이 고민 끝에 삽입하지 않았을까 추측되네요. 제시 버클리는 '와일드 로즈'에서 처음 보고 될 수 있는대로 출연작을 다 챙겨보고있는 배우인데 이렇게 정점을 찍는 걸 보니 응원해온 보람을 느낍니다.

      • 어느 해외 평론가가 "On the Nature of Daylight"사용에 대해서 불만을 이야기한 평을 읽었는데 이해가 가려고 하더라고요. '셔터 아일랜드'나 '컨택트' 같은 중량감있는 영화에서 큰 역할을 한 곡이 여기서도 또 주요 장면에 나오니 현대음악 작곡가가 그렇게 없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그만큼 강렬하고 아름다운 음악이라고 이해할 수 도 있겠지만...정말 선택의 여지가 없었나 봐요;;;; 

        • 저는 '셔터 아일랜드'에서는 그냥 그랬는데 '컨택트'에서 쓴 걸 듣고 이것 이상의 활용이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거의 10년만에 또 잘 쓴 작품이 나왔네요. ㅎㅎ


          그리고 엔드 크레딧 보다가 놀란 게 아예 막스 리히터 이 영화 작곡가로 참여했더군요. 애초에 감독이랑 서로 상의해서 그의 곡을 쓰기로 한 건지 먼저 곡부터 생각해내고 불렀는지 궁금하더군요.

      • 왕족의 비극이 마당에 서서 보는 저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내용 아닌가 하다가 자세히 보면 아녜스뿐이 아니라 무대 앞에 서 있는 아줌마, 아저씨들 모두 자식을 잃은 경험을 가졌음을 납득하게 됩니다. 저 당시엔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이 오히려 예외일 듯요. 연극은 특별히 현장에서의 공유와 공감이 두드러지는 분야라 제의의 전통적 계승도 두드러지네요.



        •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당시엔 환경이나 영양상태, 의료기술 등의 한계로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겠죠. 참 여러가지로 잊지 못할 엔딩인 것 같습니다.

    • 예술이 제의, 제사... 라고 하니 벌써 4년 묵은 영화 '너와 나' 생각이 나네요. 너무 감성이 터져서 맘에 안 들어하는 분들도 많았지만 제겐 참 먹혔던 작품이었습니다.




      'On the Nature of Daylight'이 어떤 곡이었지? 하고 찾아서 틀어 보니 바로 '아 이 곡!' 이라고 생각하게 되는군요. 제가 이렇게 알 정도면 정말 유명한 곡인데... 처음엔 팝 음악들도 어떤 곡은 이 영화 저 영화에 다 나오니 흔한 일 아닌가? 라고 생각하다가 좀 더 생각해 보니 이게 가사 없는 연주곡이라서 더 별로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왠지 남이 먼저 한 걸 따라하는 듯한 느낌이 더 크게 들 것 같기는 해요. 논리적으론 안 맞는 것 같지만요. ㅋㅋ

      • '너와 나'도 미루다 못 본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취향에 안 맞다는 생각이 좀 뒷전으로 밀리면서 더 이해하게 되는 작품이 있는 거 같아요. '햄넷'도 저에게는 좀 그랬습니다.


        먼저 사용했던 두 영화가 워낙 유명하고 중요한 감정선을 드러낼 때 쓰여서 뇌리에 박힌 이들이 많을 거 같네요. 이번 영화에서도 무척 중요한 장면에 흐르니까...근데 저는 잊어먹었는지 이번 영화 볼 때 의식 안 하고 봤던 거 같아요. 음알못이 이건 좋네요.ㅎㅎ  

메인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개편과 관련된 몇몇 정보들. 9 303 05-11
622 [왓챠바낭] 제목대로의 이야기일 리는 없다고 알고 봤지만. '슈퍼 해피 포에버' 잡담입니다 37 00:25
621 블루투스 헤드셋 목에 걸어도 음악 재생 되나요? 2 82 05-22
620 마이클 잭슨&믹 재거 ㅡ the state of shock 46 05-22
619 26년간 저의 큰 영화 스승님이셨던 임재철 영화평론가님 추모 행사가 필름포럼에서 5월 22일, 23일에 진행… 133 05-22
618 [쿠팡플레이] 옛날엔 이렇게 재밌지 않았는데? '도망자' 잡담입니다 8 209 05-21
617 (*스포) [마이클] 보고 왔습니다 4 150 05-21
616 [애니비추] 햄릿을 낫토에 비비고 와사비에 찍어서 드셔보세요 '끝이 없는 스칼렛' 3 118 05-21
615 "나 프린스랑 사이 안 좋아" 2 176 05-21
614 [왓챠 영화 4탄] ‘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은 죽었다‘, ’에쿠우스‘ 11 178 05-20
613 the Jacksons의 Can you feel it 4 89 05-20
612 [쿠팡플레이+파라마운트] 이게 왜 재밌죠. '총알 탄 사나이(2025)' 초간단 잡담입니다 8 281 05-20
611 [디플] 감질맛나는 '더 퍼니셔: 원 라스트 킬' 6 214 05-19
610 (쿠플) 하우스 메이드 ........... 제법 괜찮네요. 4 249 05-19
609 [게임바낭] 게임인 듯 게임 아닌 듯, '믹스테이프' 간단 소감입니다 6 185 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