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잡담] 오랜만의 천만각 '왕사남' 저도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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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에 형님 상을 치르면서 친척들 얼굴들도 대부분 봤으니 설연휴는 당일날 부모님 집에 가서 식사 한끼 하고 조용히 보냈는데요. 뭔가 남은 세 식구끼리 기분전환 할만한 게 없을까 하다가 워낙 가뭄이었던 극장가에서 대박이 난 국내영화다보니 공중파 뉴스에서도 소식이 나오고 부모님도 살짝 관심을 보이시는 것 같아서 어제 저녁 정말 오랜만에 셋이서 극장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 '계유정난 후 유배당한 단종 이야기'에서 이미 더 설명할 것도 없고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겠죠. 작품은 이 소재로 2000년대 이후 일명 한국영화 '천만공식'에 아주 모범적으로 기계처럼 정확하게 맞춰져 있습니다. 초중반까진 웃기고 후반부엔 울리구요. 저는 이런 타입의 기획영화들은 굳이 극장에서도 나중에 VOD로도 챙겨보지 않은지가 꽤 오래됐는데 참 오랜만에 보니까 뭔가 2000~2010년대 향수(!)가 돋으면서 뭐 그렇게 나쁘진 않더군요. 피할 수 없는 짜치고 오그라드는 전개와 연출들도 반갑네! 하면서 그냥저냥 봤습니다. ㅋㅋ 


무엇보다 평소에 영화 전혀 안보시는 부모님이 되게 집중하면서 잘 보시는 모습을 옆에서 슬쩍 지켜보면서 그냥 괜히 흐뭇하더군요. 초등학교 역사 기본코스만 배워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엔딩은 정말 뻔한데 이게 또 효과적으로 먹히긴 합니다. 보나마나 이렇겠지 하면서 냉소적으로 보던 저도 좀 울컥했고 옆을 보니 어머니는 훌쩍훌쩍 하시고 "저놈(유해진) 웃기네" 하면서 추임새 넣으며 보시던 아버지도 후반부 ~ 엔딩 파트는 계속 말이 없으시더군요. 하하;;



- 새삼스레 유해진이 참 위대하고 소중하면서 자연스레 호감인 한국의 연기자라는 걸 느꼈습니다. 기회영화, 장르공식 이런 걸 떠나서 이건 오스카 시상식에서 후보들 연기 하이라이트 릴에 넣을만하다 싶은 순간들이 여럿 있어요. 그리고 단종 역의 박지훈은 제가 국내 아이돌 2세대 이후로는 완전 문외한이라 워너원이고 뭐고 몰라서 이번에 처음 봤는데 연기가 어느정도였느냐를 떠나서 우리가 단종을 가여워하고 안쓰러워하면서 떠올릴법한 그 이미지에 너무나도 완벽하게 부합합니다. 그냥 눈만 맑게 뜨고 있어도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팍팍인데 흥행 대박나는 요인에 단종 캐스팅이 유해진이랑 1, 2위를 다툴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 세대가 단종 하면 예전 사극 드라마에서 정태우를 떠올리듯 현재 어린 세대들은 앞으로 단종 하면 자동적으로 왕사남의 박지훈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제가 전형적인 그런 요소들을 이번에 너그럽게 봤다고 위에 썼지만 그래도 이건 좀 오바했다 싶은 게 보신 분들은 아실 유지태가 연기한 한명회 등장전용 연출이었는데요. 배우의 연기만으로 충분히 그 뉘앙스를 살리고 위압감도 주고 그럴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왜 굳이 계속 그래야했나 싶었습니다. 나중에는 솔직히 화면에 유지태가 등장하면 풉! 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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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애매하지만 흥행은 대박나는 영화가 나올 때마다 "이게 그렇게 흥행할 작품인가?" 논쟁도 꼭 나오기 마련인데 솔직히 요즘 아무리 흥행공식 그대로 뻔하게 만들고 대진운 좋고 개봉시기 잘 잡아도 잘 되는 국내 상업영화가 드물고 극장가에 너무 활기가 없었잖아요? 구리고 짜치는 부분들 다 인정해도 또 그만큼 제대로 저희 부모님들 같은 완전 캐주얼 관객들에게까지 확실하게 먹히는 부분도 있었다고 봐야겠습니다.


아무튼 그동안 예능인으로 더 친숙한 장감독님 오랜만에 아내분 앞에서 자존심 좀 세우시겠네요. ㅋㅋ 대박 축하드립니다. 간만에 '라이터를 켜라'도 재감상을 해볼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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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이 영화 제작하신 제작사 대표님 비하인드 스토리

https://x.com/jihuna529529/status/2026110445606867066

    • 아마 감상 전에 마음의 준비를 잘 하셨기 때문에 생각보다 잘 보신 거 같습니다. 더구나 부모님과 좋은 시간 가지시기도 했고요. 모처럼 한국 영화 흥행에다가, 제작 뒷 얘기도 축하할 만하고, 영화 외적으로는 이래저래 긍정적인 역할을 많이 했네요.  

      • 아무래도 소재랑 감독, 돌아다니는 감상평들 분위기만 봐도 무슨 의외의 요소가 있을 그런 작품은 아니니까요. 처음부터 너그러운 맘으로 영화관에 들어가면 기분 좋게 나오게 됩니다? ㅎ




        부모님이 정말 극장은 커녕 1년에 영화 한 편을 TV 채널 돌리다가도 안보시는 분들인데 막상 이번에 재밌게 보시는 모습을 보니 이렇게 딱 맞을 것 같은 작품이 개봉하면 한 번씩 모시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잘 읽었습니다. 뭐 분명 부모님 서비스로는 괜찮은 가족 영화라고 생각은 하지만 저희 어머니는 평범한 영화를 배우빨로 세웠다고 하시는 지라 ㅎㅎㅎ :DAIN_ 

      • 그동안 써주신 글을 보면 어머님은 나름 평가하는 기준이 있으신 영화 매니아 수준이신 것 같던데요 뭘 ㅎㅎㅎ 저희 부모님 같은 대부분의 고령 관객들에게는 충분한 2시간 구경거리였을 것 같긴 합니다.




        사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아슬아슬하게 평작 수준은 될까 싶은 그런 기획영화인데 엔딩이나 여운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박한 말은 별로 하고싶지 않습니다.

    • 부모님이랑 좋은 시간 보내셨네요. 저도 어릴 때 명절이면 사촌들이랑 영화보러 가던 생각 나요.

      뻔할거 같은 영화를 잘 만들고, 또 그게 성공하게 되는게 전혀 쉬운 일이 아니죠. 운도 따라줘야 하는데 전 그 운도 실력의 일부라고 봅니다. 제 취향은 아닌지라 극장에 갈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축하할만한 일이에요.

      유해진 배우에 대한 평이 좋아서 궁금하고, 유지태 배우도 좀 자주 나와주면 좋겠고(부인에 대한 배려로 멜로 안하신다는데 팬들 배려도 좀 해주시고요ㅋㅋㅋㅋ) 호랑이 CG에 대한 유머 같은게 돌던데 보신 입장에서 어떠셨는지도 궁금합니다ㅎㅎㄹ
      • 아 호랑이 CG요 ㅋㅋㅋ 짜치는 부분에 포함되는데 좀 심하게 짜쳐서 그냥 웃깁니다. 웃었으니까 됐지요, 뭐. 하하하!!! (이렇게 티켓값 아깝지 않았다고 정당화한다)

    • 부모님과 극장에서 좋은 시간 보내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부모님과 함께 극장에 가서 감동을 나눈다는 건 의외로 달성하기 어렵고 또 근사한 추억인 것 같아요. 애초에 세대도 가치관도 다른 연상의 사람들과 함께 가서 같은 종류의 감정을 느끼고 나오는 게 얼마나 힘든 미션인지! 저는 가족단톡방에 이 영화 보러가자고 제안했는데 "너 혼자 가라" 라고 야멸찬 대답을 받았습니다...

      • 위에도 적었지만 애초에 극장 자체를 안가시는 분들이다보니 더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 이렇게 같이 볼만한 영화가 또 있을지 부지런히 체크하려구요.


        가족분들 반응이 왜그렇게 차가우셨을까요? ㅋㅋㅋ 오랜만에 다같이 보러 갈만한 국내영화라는 반응들이 대부분인데

        • 부모님께서 극장에 잘 안가세요ㅋ 예전에는 명절마다 가긴 했는데 만족스러웠던 경험이 별로 없어서 ㅠㅠ
    • 짐작하시겠지만 이런 소재, 장르, 이야기 공식의 영화들을 늘 있는 힘을 다 해 피해다니는 편인데요.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본 이런 영화가 '광해'였어요. 당연히 명절 때 부모님과 동반으로 봤습니다. 하하. 근데 요즘엔 부모님들께서 극장에 가길 귀찮아 하셔서 그나마 이런 영화라도 함께 볼 일이 없어서 아쉽기도 하네요. 




      어쨌든 저는 그렇게 볼 일이 없다 해도 정말 간만에 나온 '공식대로' 흥행 한국 영화라서 더 잘 되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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