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잡담] '파반느' 선발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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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지하게 받아들여야할지 웃어야할지 감을 잡기 어려운 한 남녀의 만남과 이별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오프닝 씬으로 시작합니다. 무뜬금 유명영화 패러디도 나오는데 직접 확인하시길;;;


그리고 시간이 흘러 둘 사이에 낳은 아들 경록(문상민)이 소개되는데 영 좋지않게 헤어진 부모님의 관계가 남긴 트라우마 때문인지 감정이 없는 것 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무미건조하게 막 취직한 백화점 지하 주차장 알바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청춘입니다. 그러다 같은 백화점에서 일하고 있는 과하게 붙임성이 좋고 외향적인 요한(변요한 ;;;)과 어이없는 계기로 어이없이 친해지게 되면서 그럭저럭 적응을 해나가던 차에 원래는 정직원이지만 너무 못난 외모 때문에 지하 물품창고에서 거의 혼자 일하다시피하는 미정(고아성)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원래부터 외모에 의한 선입견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듯한 경록은 사실상 백화점 왕따인 미정을 슬쩍 슬쩍 도와주다가 서로 성격, 좋아하는 취향 등 마음이 잘 맞는다는 걸 깨닫고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생깁니다. 요한은 처음엔 그러다 너도 왕따 된다고 말립니다만 사실 얘도 알고보면 착한 놈이었던지라 점점 둘이 잘되도록 어시스트를 해주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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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성을 어떻게 저런 설정의 캐릭터로 기용했나 궁금하실텐데 이렇게 분장을 시켜놨습니다. 그럭저럭 그럴듯하지만 사실은 그냥 본판은 문제 없는데 안 씻고 다니는 사람처럼 보인다는게...)



- 감독의 최근 연출작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 '탈주'를 다 재밌게 봤었고 넷플 오리지널로 나오는 신작에 고아성이 또 출연한다길래 바로 봤습니다. 박민규 작가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원작인데 이게 상당히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포스터만 보고 세 청춘남녀의 우정 그리고 삼각관계?를 다룰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셋의 우정은 맞고 사랑은 경록과 미정만 합니다. 그런데 이 둘의 사랑을 진심으로 응원해면서 자기도 위로받는 요한과의 우정도 상당히 애틋한 일종의 사랑이라고 볼 수도 있어서 결국은 여러 개인적인 고민과 트라우마, 사회적 현실과 차가운 선입견 등을 견뎌내며 사랑을 나누는 세 청춘의 이야기라고도 정리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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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록과 미정이 서로를 향한 마음으로 각자의 트라우마를 서서히 극복해가며 성장하는 중반까지의 빌드업은 좀 오그라드는 상황들이 나와도 정직하게 밀어붙이는 연출과 그냥 보고 있으면 훈훈하고 부러워지는 두 배우의 케미와 변요한의 양념같은 연기 덕분에 괜찮았습니다...만 중반 이후로는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한 캐릭터의 사정이 드러나면서 이전까지의 전개와는 다르게 너무 극적으로 관계들이 흔들리게 되면서 몰입도 역시 많이 흔들리더군요.


다른 감상평들을 보니 원작은 400페이지가 넘는 제법 방대한 내용인데 이걸 특히 후반부에서 휘리릭 넘어가는 쇼츠 요약처럼, 그리고 너무 전형적인 멜로 드라마로 각색했다는 말들이 있어서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역시 그랬겠구나하고 바로 이해가 됐습니다. 전반부에서는 두 남녀 주인공의 감정선과 서로 다가가는 과정을 제법 공들여서 차근차근 설득력있게 잘 보여줬기에 너무 대비되서 더욱 아쉬웠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분량이 길다고 해서 꼭 시리즈로 만들었어야한다는 식으로 생각하진 않지만 이 작품의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전개할바엔 차라리 그게 나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요한 캐릭터 같은 경우에는 첫 등장부터 너무 튀고 무리한 설정들이 있는데 이걸 설명해주는 파트가 너무 급작스럽고 겉핧기 하듯이 지나가니 배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뭔가 혼자 붕뜬 캐릭터로 남았습니다. 이럴거면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아예 빼버리고 온전히 경록과 미정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게 밸런스 상으로 훨씬 나았을 것 같아요. 물론 그랬으면 또 원작팬들이 난리가 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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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그라들고 상당히 힙스터스러울 수 있는 대사를 주고받는데도 이쁜 촬영구도와 연기로 설득되는 대표적인 씬)



- 이런 결정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무리수 설정 분장을 뚫고 관객들을 설득시켜버리는 고아성의 연차로 따지면 벌써 중견으로서 어느 명배우 못지않은 안정적이고 가슴을 울리는 연기가 너무 좋았고 문상민이라는 배우는 저는 처음 봤는데 그동안 주로 드라마에서 활동했고 이게 영화 데뷔작이라고 하더군요. 일단 비주얼에서 한 90% 먹고가는 캐릭터이고(딱히 미남이어야할 설정은 아닙니다만 하하;;) 청춘 순정만화 같은 그림도 너무 오그라들지 않게 연출되는 것에 배우가 정직하게 연기를 잘해준 면이 컸던 것 같아요. 변요한은 밸런스, 분량조절 실패로 그냥 배우 이름값 때문에 억지로 주연처럼 홍보된 느낌인데 그래도 최선을 다해주셨다고 해야겠네요. 오글거리는 개똥(?)철학 같은 걸 설파하는 씬도 그냥 귀엽게 보이는 선에서 선방했구요.


그리고 전작 '탈주' 때부터 느꼈는데 이 감독님이 현실의 공간을 다루면서도 적당히 영화적으로 인공적으로 보이는 미술과 공간 활용, 프레임으로 굉장히 보기좋은 그림을 잡아내시는 능력이 은근히 돋보입니다.  와이드 스크린으로 제대로 보면 진가가 제대로 나왔을 것 같은데 스트리밍 전용으로 나왔을 뿐이고... 어차피 극장에서 틀어도 마스킹 제대로 해주는 상영관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일 뿐이고... 그러니까 제작 후에 어른들의 사정으로 배급권이 팔린 경우가 아니라면 처음부터 스트리밍 전용으로 제작되는 작품들은 좀 어지간하면 다 플랫 비율로 찍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레터박스 너무 싫어요. ㅠㅠ


어쨌든 제가 지적한 저런 후반부 전개도 취향에 따라 좋게 보신 분들도 꽤 있는 것 같고 쉽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청춘들 사이에서의 사랑이란 무엇인가, 가슴아픈 상처를 겪더라도 우리는 왜 사랑을 또 해야 할 것인가 등에 대해서 다소 나이브하지만 정직하게 메시지를 전달해서 마음을 울려준 부분 만큼은 인정해줄 수 밖에 없었기에 청춘 멜로물 고프신 분들은 넷플에서 한 번 감상해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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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요한 연기를 오랜만에 봐서 요즘 다른 출연작은 뭐가 있었나 검색해보니까 바로 뜨는 게 무려 소시 티파니랑 결혼 발표 소식이네요. ㄷㄷㄷ!!! 사귀는지도 몰랐는데 하여간 뒤늦게라도 축하합니다.

    • 나쁘진 않았지만 감각이 좀 낡았다 싶었는데 감독 연령과 원작을 알고 납득했습니다.
      • 원작에서 80년대 배경이라는데 현대로 옮긴 영화판에서는 전체적인 그림도 그렇고 스마트폰 말고는 딱히 옮길 이유가 없어서 그냥 그대로 만들었으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안 그래도 교양이 부족하여 글 제목을 보는 순간 그 소설부터 떠올렸는데 정말 그거였네요. ㅋㅋㅋ


      포스터 이미지 색감이나 제목 폰트도 딱 옛날 느낌이 낭낭한데요. 말씀대로 시대 배경을 아예 원작 반영으로 해버렸다면 어울렸을 것 같은데. 그러려면 고증 때문에 제작비가 더 들어갈 테니 대충 타협한 게 아닐까 싶구요. 그래서 일부러 영화 속에도 '요즘 느낌'나는 걸 배제하려고 한 게 아닐까... 싶지만 어쨌든 안 본 영화이고 적어주신 글을 보니 더더욱 안 봐도 될 것 같아서 문제입니다. ㅋㅋ 그래도 고아성은 좋은데. 음...;

      • 진짜 위 댓글에 썼듯이 스마트폰 사용하는 모습이 약간 나오는 걸 제외하면 정말 올드한 감성이 넘치는 작품입니다. 원작도 그랬다지만 아예 감독님이 대놓고 노린 게 분명해요.


        청춘/멜로물 좋아하는 편인 저도 사실 예고편이나 포스터만 보면 별로 끌리지 않았지만 고아성 하나만 믿고 봤는데 정말 조금씩 꾸준히 자기만의 페이스로 탄탄하게 커리어 잘 쌓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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