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파트, 왕과 사는 남자 - 정치적 비겁함에 대한 영화 두편


안녕하세요, DAIN_입니다.

 좀 정치적인 해석이 가능한 영화 두편에 대한 이야기를 해봅니다. 

 좀 심히 노골적인 정치적인 의견이 제시되는데 논쟁을 일으킬 생각은 없지만 기분이 나쁘실 분도 있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댓글 논쟁 같은 걸 바라진 않습니다. 만약 그런 댓글이 달리면 이번은 답글을 달지 않을 것입니다.



넷플릭스 [나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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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있습니다. 아마 폴란드 영화랍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시작에 "실화를 기반으로 했지만 실제 조직명이나 인명이 비슷한 것은 우연일 뿐"이라는 자막을 깔고 시작합니다.

  80년대 철의 장막 시대를 지나서 90년인가에 동독과 서독이 합쳐지고 소련이 약해지면서, 소위 동유럽 공산주의 진영 쪽에서 나름 방향을 턴하면서 시장경제로 바뀌기 시작하는 동구권 폴란드에서의 변화가 급격했던 때의 이야기인 모양입니다. 

 대충 7080 공산주의 시절을 거쳐 90년대까지 살고 있는, 주인공인 가다치는 과거에 폴란드의 국정원 쯤 되는 정보국 기관 밑에서 사람 잡아다가 고문하고 그러던 군인 출신으로 경찰일을 하던 사람인데, 이렇게 세상이 좋아져서(?) 경찰 관두고 은퇴해서 시골에 살고 있는데…,

 어느날 폴란드에서 제일 큰 은행에 강도가 들어서 사람들을 살해하고 돈을 털어가는 대형 사건이 벌어지고 정권에 마이너스가 될 만한 이슈가 될 지경이라서, 어떻게든 범인을 빨리 잡기 위해서 장관이 나서서 검사에게 직접 은퇴한 사람을 불러와서 수사를 맡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정권이 바뀌면서 새로운 장관이 된 과거에 운동권 사람이다가 가다치에게 고문 당했던 인물이 추천했다는 걸 보면 "능력은 쩌는데 행적이 매우 불손한" 사람인 거죠. 

 도중에 장관이 "내가 왜 말을 더듬거리는 지 아나?" 같은 식으로 검사에게 말 하면서 과거에 가다치에게 쳐맞고 고문당하던 때를 암시를 하는 시퀀스가 나오기도 해도 "저 독종 고문 경찰 아저씨가 범인 잡는다고 어떤 또라이 짓을 벌일까" 싶어지는 게 재미의 소재인 거죠. 

 좀 심하게 말하면 이근안 같은 인물이 은퇴했다 복귀하는 주인공인 수사물인 셈이죠. 자유당띠 권력 개그 스러운 부분이기도 하고요. 

 의외로 한국으로 옮겨서 적당히 각색하면 바로 그럭저럭 괜찮은 시나리오 나올 법한 이야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일단 강도가 든 은행이 과거 공산국가 시절의 국가은행에서 민간 자본은행으로 전환하면서 폴란드의 여러 은행이 합쳐치고 다른 국가 은행과 협업을 하면서 동구권 최대의 은행이 된다는 마당인데, 거기서 무장 강도가 들어서 사람이 죽어나간 상황이니 분명 경찰이나 정부에서 똥줄이 탈만도 하는 상황이긴 합니다만, 그래서 고문 경찰까지 대려다가 범인을 잡으라고 시키는게 뭔가 구린 낌새가 있다 싶습니다만, 어쨌든 가다치는 복직을 조건으로 은행 강도 범인을 찾는 수사 일을 하는 겨래에 응합니다. 

  한편 알고보니 이 은행 강도는 은행에서 고용한 파트타임 경비원 카츠페르라는 젊은이와 그 친구들이고, 얘내 범인 일행은 나름 사람이 없을 때를 맞춰서 좀 이른 시간에 은행에 일찍 들어와서 재빨리 털고 나갈 셈이었지만 하필 당일이 생일인 직원이 있어서 그 직원의 깜짝 생일 파티를 한다고 조금 일찍 출근해서 준비하려던 사람들이 있었고 해서 깜짝 놀라서 일찍 출근한 직원과 교대자가 오기를 기다리던 다른 경비원을 죽여버리게 됩니다. 게다가 예내가 털려고 한 은행의 금고 자체가 이미 높은 쪽에서 돈을 빼돌린 건지 아니면 돈세탁한건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금고 안에 돈이 적었던 것입니다. 당시 폴란드 화폐로 15만 얼마이고 요즘 환율로 치면 고작 4천만원 정도인 모양입니다. 이 정도로는 범인들이 미리 예상한 정도의 부담과 댓가에는 택도 못 미치는 정도라서 어쩌다 보니 사람들까지 죽여버린 범인들은 전전긍긍하지만 어쨌든 미리 계획한 대로 만들어 놓은 알리바이를 갖고 밀어 붙이기로 합니다만, 결국 가다치는 도청 같은 불법적인 수단과 병원 의사 등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는 사람들을 협박해서 강제로 정보를 끌어내는 식으로 차츰차츰 수사망을 좁혀갑니다. 

  가다치는 자기가 불려온 이유가 은행 간부의 뭔가 횡령이나 구린 부분을 감추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만약에 잘 안되었을 경우 가다치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정치적인 계산이 있었음을 알게 되지만 어쨌든 일은 일이니 성공하기면 하면 된다는 식으로, 슬슬 막나가기 시작하고 전직 고문 경찰 가다치가 파트타임 경비원들이나 그 친구들을 수소문해서 주변부터 털어가는 과정은 좀 느리지만 꽤 집중도는 높은 편입니다. 

  그리고, 성인이 되서 고아원에서 나와야 했던 고아원 출신의 젊은이가 돈을 모아 고아원에 남아 있던 동생을 데리고 나오려고 했지만 동생은 그 사이에 이미 입양이 된 상황여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돈을 모으기 위해 친구들과 계획을 세워서 은행을 털게 되는 과정도 영화 도중에 보여줍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가다치가 이끄는 수사망에 쫓기는 것을 의식하게 된 주범은 원래 턴 돈을 외화로 바꿔주거나 세탁을 해줄 마피아 쪽을 찾아가서 돈을 줄테니 자기를 뒤쫓는 짭새들을 없애달라고 딜을 합니다. 그러자 마피아는 놈을 잡아 놓을 테니 총을 쏘는 건 네가 해라~라는 식으로 몰고갑니다. 그리고 낡은 폐건물에서 붙잡혀 온 가다치와 마주친 진범은 마피아에게 받은 총으로 가다치를 협박하지만 총은 빈 총이었고 가다치는 마피아와도 연줄이 있어서 역으로 진범을 협박합니다. 

  어쨌든 이런저런 이야기가 펼쳐진 끝에 결국 가다치를 따돌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진범은 공범인 친구들을 죽이고 그들을 미끼로 빠져나갈 구차한 방법까지 궁리를 해서 공범 친구들까지 죽이지만 결국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자, 일반 가정에 입양된 동생을 찾아가서 마지막에 동생이 좋아하는 지그소 퍼즐을 맞추면서 놀다가 경찰 병략을 이끌고 찾아간 가다치와 이야기를 하고 동생에 손을 대지 않는 조건으로 투항하는 식으로 넘어갑니다만, 마지막에 집을 포위하고 총구를 겨눈 경찰 병력에게 걸어나가다가 뒷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려고 하는 포즈를 취하고 사살 당합니다.

  그리고 진범이 뒷주머니에서 꺼내려고 했던 건 동생과 놀다가 실수로 주머니에 들어간 지그소 퍼즐 조각이었던 것입니다.  

 막판에 결정적인 증거가 나와서 동료 공범마저 죽이게되는 진범이 고작 동생 때문에 집착해서 그렇게 망가져 간다는 과정은 조금 일방적인 나쁜 놈 몰아가기 같은 기분도 듭니다만, 사실 이 영화는 동시에 범인과 반대로 아슬아슬하게 주인공이 과거에 선을 넘는 악덕 경찰이었지만 그래도 정권 하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로서만 그 짓을 했다는 식으로 살짝 세탁을 하기도 합니다. "내가 유일하게 잘하는게 사람들 거짓말 하는 거 표정에서 읽는 거였다"라는 식으로 자기가 잘하는 걸 살려서 그 시대를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라는 뉘앙스를 풍기지만 사실 이 영화 본편에서 그렇게까지 미친 능력이나 막나가는 고문 같은 걸 보야주진 않습니다.

  그래서 장관이 된 운동권 사람이 말더듬이에 걸릴 정도인 '극도의 고문'이 나오지 않아서 조금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만, 진짜 그랬다가는 형사물이나 수사물이 아니라 변태급 고문물이 될테니 뭐 어쩔 수 없겠습니다만… 

 일단은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이 조커 심문하는 심문실 씬처럼, 묻닫고 마이크 끄고 범인을 쥐어 패면서 묻는 씬이 있기는 있습니다. 단지 다크 나이트는 조커가 뭘 했는지 실제론 제대로 보여주지 않지만, 이 영화는 묻는 악덕 경찰 만큼이나 삐뚤어진 젊은이 범죄자가 직정적으로 붙는 장면이라서 제법 인상이 강합니다. 


 결국 이 영화의 사건이 얼마나 실화에 가까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고문 경찰에 대한 동정적인 시선과 동시에 그 어두운 시대의 폭력성에 대한 "어쩔수 없었던 때의" 슬픔이나, 동시에 아무리 힘들고 그래도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라는 최소한의 한계점을 말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아슬아슬하게 관객의 감정이입이나 최소한의 도덕성 관련으로 줄타기를 합니다. 다만 이왕 고문 경찰 설정을 할꺼면 좀더 악랄하거나 사람들을 압박하는 면모를 강하게 어필할 수도 있겠는데, 이 영화의 가다치는 까탈한 노인네일 뿐이고 그렇게까지 악랄해 보이진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배우는 열심히 합니다만 너무 악랄하게 만들 수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어쨌든 물론 이 영화의 주인공 가다치는 충분히 '선을 넘는 방식의' 수사법들을 몇가지 보여주긴 합니다만 (예를 들어서 용의자에게 살해당한 사람들의 죽은 시체 사진을 보여준다거나) 전설급 고문 경찰은 어떤 식의 악랄한 고문이나 억지 수사법이 나올까 좀 궁금하게 되었던 기대감에는 미치지 못하긴 합니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한국인들이 공통적으로 가질 수 있는 '일일 뿐이라는 핑계로 폭력에 미친 고문 경찰'에 대한 선입관을 안 떠올릴 수도 생각 안 할 수도 없는 지경인지라 이 영화에서 나오는 도청이라던가 주변 인물 압박이라던가 같은 건 이미 익히 본 것이라 좀 식상하지 않나?~싶을 지경인거죠.

 흥행과 완성도는 반비례할 수 있음을 뒷 시리즈로 갈수록 확실히 증명하고 있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갈수록 주먹질에만 중심이 실려가면서, 1편 시점만해도 적당히 때도 묻고 은근히 악덕경찰적인 면모도 있었던 마석두가 혼자 정의파 놀이하는 꼴로 변질되는 것보다는, 이 영화의 적당히 사연 있는 고문 경찰에 대한 동정적인 시선이 차라리 좀더 정치적으로도 사상적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나 싶어질 지경이었습니다.

 

 어쨌든 수단이 목적의 가치를 바꾸지도 못하고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하지도 못하지만, 주인공 가다치는 어찌저찌 사건은 해결했지만 복직은 힘들고 다시 시골로 내려가기 전에, 멀리 있는 자식과 손녀에게 전화를 하는 걸로 영화는 끝납니다. 

 이 영화의 제목 '나파트'는 대충 강도나 폭력 정도의 의미라는 모양입니다. 꽤 은유적이고 함축적이지만 이 영화의 내용을 생각하면 구체적인 제목이죠. 은행 강도를 쫓는 불량배 같은 정부 산하 인물의 이야기라고 하면요.

 근데 미국 등으로 수출되면서 영어제목이 'Justice'가 되었답니다. 묘하게 웃프지만 이런 걸 정의라고 믿는 사람들도 어딘가에 있기는 있는 모양입니다. 

 정치적으로 선악이나 사회 정의 같은 걸 생각하고 보면 살짝 탈색에 세탁을 하긴 했지만 나름 진지하게 해도 되는 일과 아닌 일의 차이과 그 사이의 경계선에 대해 생각할 정도의 영화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시 고문 경찰을 주인공으로 삼았으면서도 그 가학적 고문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않고 고문 경찰로 쌓은 경험이 사건 해결에 좀더 구체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는 게 좀 미묘한 느낌이긴 합니다. 

 나름 특수한 소재라면 특수한 소재니 넷플릭스에서 눈에 띄시면 한번 초반 정도는 보셔도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끝까지 보실 분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왕과 사는 남자] 

  간만에 화제가 된 한국 영화지요. 어머니와 같이 보았는데 어머니는 "내용은 평범한데 배우가 열심히 해서 먹히는 영화"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동의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아재 개그가 나름 잘 먹히게 된 걸 보니, 저도 이젠 피할 수 없는 아재 소리를 들어야 하는 세대가 되었나 봅니다. 아니 솔직히 펑펑 울고 아재 개그에 웃고 하면서 나름 즐겁게 보긴 했습니다. 분명 즐겁게 봤습니다만… 

 음, 이 영화는 동시에 조금 비겁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머 역사 공부하셨으면 대충 아실 이이갸기도 하고 하니, 작정하고 글 속에서 스포일러를 감추지는 않습니다.)


 일단 KBS 등의 주류 언론에서는 "사극이지만 권력 투쟁에 촛점 안 맞춰서 흥행했다" 같은 식으로 정치적으로 탈색된 이야기를 하고 있고, 감독도 흥행을 염두에 둔 것인지 '왕위를 빼앗긴 어린 왕을 중심으로 두는 이야기가 없었다' 같은 식으로 정치적인 시선보다는 역사적 인물 개개인에게 중심을 두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친위 쿠데타가 일어난 세상에서 그 수괴를 복권해야 한다~라는 몰지각한 사람들과 대치하고 공존할 수 밖에 없는 현재 속에 있습니다. 단종의 복위 같은 무기력한 명분이 현재 반도국에서 윤어게인 같은 말도 안되는 것과 비유하는 관객들이 보이는 상황에서는 이 영화가 정치적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예전에 [변호인] 보고 나오는 데 어떤 노인네가 "노무현은 변호사만 했으면 그렇게 안 죽었을 텐데"~같은 헛소리를 해서, "박정희도 군인만 했으면 부하 총 맞아 죽지 않았지" 같은 말로 쏘아주었던 일이 있습니다)

  이 와중에 탈 정치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이 나쁜 것 만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 영화는 역사상 벌어진 반정과 정난의 비극 속에서 권력다툼이 인륜을 저버리게 만드는 이야기에 담긴 실로 도저히 반복되어서는 안될 나쁜 사건을 다루는 내용일 수 밖에 없는데, 어쨌든 간에 비극을 비극이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부조리를 부조리로 말하지 못해야 하는 느낌이기도 할 정도라… 한편 현재 한국의 영화 시장과 극장 상태가 문제라고들 말하면서도 (빌어먹을 사이비 교단와 2찍 무지랭이들의 돈으로 만들어진( '조작된 내란 감춰진 진실'인지 뭔지 하는 엉터리 다큐 영화도 극장에 걸리는 마당에서 이 정도의 영화가 흥행하는 게 고무적이지만 한편으론 되게 미묘하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느 한 쪽을 추켜세우고 그 반대 쪽을 까는 것만이 정의는 아니고 또 세상에는 여러 가지 시선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민초와 공감할 수 있었던 소년 왕이 좀더 인문적인 정통성이 있음을 언급하지만 동시에 당시 실질적 권력이 있고 민초 따위 다 죽여버리면 그만이라는 찬탈자에게 빌붙은 권력자가 옳지 않음을 분명히 언급하고 있음에도 그게 보다 보편적 정의라서가 아니라 그냥 인간적인 연민이나 동정에 의한 감정적 정의라는 식으로 몰고가는 게 노골적인 탈색보다 더 기분 나빠 보일수 있는 기계적이고 불편한 중립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이 영화가 지금 인물들의 관계성이나 감성적인 면을 어필해서 흥행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만약 흥행이 망했다고 했을 때에 이 영화가 망한 이유는 평범한 각본이나 심심한 90년대 옛스런 연출이나 신파에 매달리는 정서적인 허세 때문도 아니고, 어중간한 타협과 눈치 보기 때문에 말하는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는 2찍들이 스스로 활줄로 윤의 목을 조여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말하고 싶습니다만,)

 

 해서 개인적 결론은…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사극이지만 (정치적 시선으론 분명 매우 비겁하지만) 적절한 수위로 타율 높은 아재 개그를 투입하면서 배우들의 열연으로 적당히 K-NEW신파 정서로 감성팔이도 좀 하면서, 

 설 명절에 3세대가 같이볼 수는 있는 정도로 아슬아슬 재미의 마지노선을 끌어와 맞춘 (궁궐과 연애질 없어서) 그나마 무난한 90년대 수위 사극~이라는 정도입니다. 


 좀 심하게 말해서,  

  먹고사니즘을 장착하고 무식한 오버액션에 코믹한 전개의 초반에서 호랑이를 쏘고 난 뒤에는 차츰 무거운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이 영화에서는 '실패할 나쁜 음모'로 그려지는 단종 복위를 그 놈의 '윤어게인'을 주장하는 쪽으로 비꼬아서 좀 노골적인 정치적 시선이 드러나는 내용으로 바꾸었으면 절대로 지금처럼 흥행 못했을 테고…, 

 그렇다고 작정하고 세조=윤으로 직접 비꼬아 연결하는 것으로 윤이 진보세력 다 쳐내고 자기 만을 위한 정권 구성을 했을 뿐이라고 냉정하게 말할 수도 없을 거고 말이죠.

  까놓고 말해서 영화 속 단종 만큼의 매력이나 능력도 없는 윤을 놓고서도 딸랑이 컨셉질하는 모지리들에게 대놓고 너희가 노루골처럼 권력자 딸랑이해서 먹고 살고 집살 돈을 모아 학원이니 세권이니 따져서 집사고 땅값 올려서 잘 먹고 살겠다는 '강하동네' 부동산 같은 거 결국 다 헛 거인데~라고 말을 못하는 기분이랄까요.

 사실 저도 그렇고 엄흥도의 후손들이라면 이 영화에서 조상을 엄청 속물적 기회주의자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한데, 그래도 나설 때에는 나서는 의지를 보여주고 그런 부분이 나름 체면치례이기도 하고 엄흥도라는 권력 밖의 백성이 가진 캐릭터를 어필하는 부분이긴 하고 유해진 배우의 연기는 꽤 훌륭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재를 사는 무지랭이 서민 시선에서는 아무래도 쉽게 접하기 힘든 정치권 상층부 사람과의 인간적 만남 만으로만 단종과 엄흥도의 단순화 시킨 것도 참 미묘한 타협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역사적으로는 단종이 그리 엄흥도의 마을에 오래 있었던 건 아니기도 하기 때문에 얼마나 인간적인 교류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선 제법 이런저런 일들을 각색해 붙여서 단종은 엄흥도와 마을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의지를 배우고 엄흥도는 단종에게 책임이나 권력을 넘는 뭔가가 있음을 배운다는 인상도 나오긴 합니다. 그나마 영화 속에서 '유배자'를 받아들인 자가 활줄로 유배자의 마무리를 짓는 결말이, 윤을 세운 2찍이지만=서민들이 스스로 책임을 지고 자기들 손으로 윤을 단죄해야 한다는 주장처럼 보인다면, 그건 분명 제 삐딱한 정치적 시선 탓일 겁니다. 


  이러쿵저러쿵 길게 투덜거렸지만 영화 자체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습니다. 사실 국사 공부했다면 익히 아는 이야기지만,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왕족과 민초 간의 관계와 그에 따르는 이야기는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연민에 의존하기는 하지만 분명 나름 먹혔기 때문에 지금 흥행하고 있는 거겠죠.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단종과 엄흥도의 유사 부자 처럼도 보이는 인간적 관계 이야기보다도, 자기가 마을을 살리겠다고 벌인 무모한 일에 책임을 지고자 하고 한편으로는 아들 대신 곤장을 맞겠다는 아버지이자, 방금까지 의리를 지켰지만 진짜 권력자 앞에서 설설기는 무지랭이의 모습이 겹치는 복합적인 측면이 와닿으면서, 막말로 내가 저런 입장이었으면 과연 어느 쪽으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이야기의 구성적 완성도와 상관없이 감정선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어서 슬프고 눈물이 나오는 그런 영역이었습니다. 
  단종 또한 왕가에서 태어나서 자기 의지보다는 주변에 이끌려온 어린 왕족이 민초의 삶을 보면서 그 삶을 지키는 것이 위정자이자 권력자여야 한다는 식의 좀 미화된 각성을 하고 비로소 찬탈자들에게 대항할 의지를 불태우지만 그 때엔 이미 늦었다~라는 게 참으로 정치적이지 않을 수 없는 각성의 이야기인데, 그게 단종의 감정 변화 자체는 분명 묘사가 되었지만 그런 변화의 계기를 납득할 만큼의 찐득한 이야기를 풀기엔 이 영화가 방만한 개그 부분이 많아서 단종 부분이 상대적으로 눈에 덜 차는 건 사실이거든요.

  어쨌든 그래서 이 영화는 역사 속 사건을 소재로 하는 흐릿한 망상 전개 이야기를, 적절한 아재 개그와 매우 감정을 잘 실은 배우 연기가 살렸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게 좀 사람들이 생각하는 '역사 소재의 블랙 코메디'나 '역사 소재의 피할 수 없는 비극'에 대한 무게감과는 좀 달라진 체로 철저하게 탈놀이 가면극처럼 웃기는 속에 씁쓸함을 넣어보겠다는 식의 괴상한 당의 바른 옛날 80년대 불량품 과자 수준인 것입니다만. 

 어쨌든 이 영화의 세태풍자적 요소가 결국 거물급 부동산 죄인 하나 잡아서 땅값 올리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힌강 건너 강남 사람들~ 같은 농담을 던지고 싶었나 싶습니다만, 그리고 분명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워하던 단종 시점에서 호랑이를 통해 죽을 위기를 겪은 뒤 등의 심경 변화가 빨라서 어색하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저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관객을 지리하지 않게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한 개그 욕심에 희생된 부분도 있고 또 흥행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단 느낌도 있고요.


  어디선가 모 리뷰어는 엄흥도와 마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한명회에게 단종이 무릎을 꿇는 것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을 거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합니다. 자기를 잡으러 온 한명회 앞에서 단종이 엄흥도에게 "네가 나를 팔았구나" 하는 거짓말을 던지는 것은 수습을 위한 억지 눈물이나 억지 연기가 아니라 그게 10대의 젊은 왕족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해결법이었을 거라 볼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은근히 예수와 제자 관련의 이야기를 비틀어서 덧씌운 모 종교적인 코드 부분 삽입 같기도 하고요.,

  어쨌든 이 영화는 결국 논리가 아니라 감정의 영화라서, 부모가 된 적도 큰 책임을 져본 적도 없는 사람이 자기 편을 들어준 사람에게 화에 대해서 서사의 구멍 어쩌고 무리수 전제를 하고 논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흰 소리라서 실감이 안 간다고 하지만 이 영화 전체가 감정에 의존한 흰 소리라고 할 수 밖에 없거든요. 진한 색의 소리를 하기엔 이 영화는 너무 탌색되고 세탁된 무정치적인 이야기란 말이죠. 

 그저 윤석열과 2찍의 세계 안에 우리 같은 무지렁이 시민은 있습니까~같은 말이나 하고 싶을 뿐입니다. 가벼운 코메디나 비극 만으로 아니라 좀더 현재 실제 일어나고 있는 비극의 반복이 이어지는 역사에서 이어지는 현대사 속에서 이 정도의 탈색을 하면서도 그 탈색 자체가 나름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서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삼가 돌려말하는' 식으로 애매한 선에서 적당히 타협하면서 '내 비틀린 비꼬임을 못 알아 들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지금은 이 정도만 하자'~라는 식이라서 사람들이 그걸 어색하게 보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저는 여전히 진짜 가식도 체면도 뭣도 없이 소올직히 말해서 이 영화는 정치적으로는 너무너무너무 비겁하다 생각합니다. 위험한 소재를 피하기 위해서 그냥 미치도록 돌아가고 왜곡하고 적당히 아재 개그를 던져서 시선을 돌립니다. 

 결과물로는 재미있고 좋지만 이것저것 따지고 보면 현실에 무게에 발목 잡힌다는 Djuna님 아이언맨 리뷰의 말과 다른 방향에서 철저하게 발목잡힐 거리를 없애다 보니 손발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오뚜기인형인 체로 구르고 달리고 하고 있는 영화라고 하겠습니다. 

 한편으론 이 영화의 그 탈정치성이야 말로 이 영화가 정치적 기준을 더해서 더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냐~라고 생각합니다. 막말로 이 게시판에도 대놓고 윤어게인 하고 싶은 2찍들이 꽤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단종 복위보다 더 명분 없는 한심한 꼴로 더 한심하게 연명만 하면 된다는 국가 보고 싶지 않으면 윤석열의 목을 종로에 내걸어야 합니다. 그런다고 2찍과 권력에 영합하는 사이비 종교인들이 엄흥도가 되는 건 아니지만요.  몇번이고 말하지만 2찍들이 보수라는 명분으로 키운 윤석열의 목을 자기들 손으로 활에 줄을 걸어서 비틀지 않는 이상 내란 뒤처리는 끝난다 선언해도 끝난게 아니게 되는 거죠.


 이것저것 길게 적었지만, 이 영화는 과대평가와 과소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고, 실로 그럴 수 밖에 없는 장점과 단점이 확실한 영화입니다. 배우들을 보는 재미는 분명히 있는데, 역사 소재의 사극이 단순히 '비극이 되어도 어색하지 않은' 정해진 소재의 역사라는 점에 빠지면 보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시시하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있다는 걸까요,

 물론 이 영화는 2월 설에 딱 맞추지는 않았지만 설 영화로 적절하게 맞춰진 영화입니다. 극한직업 같이 순수하게 재미를 추구한 영화라기엔 너무 감정적이고 감상적이고 아재 개그 뿐입니다. 

 솔직히 결국 이 영화는 90년대 옛날 영화들 수준이지만 그래도 배우들의 연기로 충분히 21세기에도 볼만하게 만들긴 했습니다. 이 영화가 나쁜게 아니라 이 영화에서 조금이라도 논쟁을 벌일 만한 꺼리는 다 피해가는 비겁함이 나쁜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소재의 영화 두편에 대해 길고 쓸데없는 글을 적었습니다. 댓글은 굳이 안 달으셔도 됩니다. 


:DAIN_.

    • 저는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한국영화가 조금씩 살아나길 바라고 또 상업영화로서의 미덕이 충분하다고는 봤습니다만... DAIN님이 말씀하신 탈정치화 부분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감합니다. 포스트 내란 시대에 '쿠데타' 소재를 이렇게 편하게 다뤄버릴 수는 없는거죠. 이 이야기는 자칫하면 노태우에 의해 쫓겨나 백담사에 은거하는 불쌍한 전두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소재는 반드시 정확하게, 다시 다뤄져야할 이야기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 댓글 감사합니다. 뭐 꼭 천만을 가서 한국영화 부흥 어쩌고 하는 것보다 한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즐거워하고 옛날처럼 자연스럽게 극장가자~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정도면 좋겠다 싶습니다만. 


        웃음 속에 페이소스니 뭐니 하는 것까지 바라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악당의 사연 팔이를 잘 하는 것도 능력인 것이고 정치적인 소재를 이렇게까지 탈색 잘 하는 것도 능력은 능력이구나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DAIN_

    • 둘 다 안 본 영화지만...




      1. 이근안을 불러다 수사 맡기는 이야기. 라고 비유를 들어 주시니 확 와닿는데요. ㅋㅋㅋ 악인을 주인공으로 내거는 이야기들의 흔한 문제점을 그냥 그대로 답습한 듯 하네요. 주인공이 악인이라는 게 컨셉이니 나쁜 놈으로 묘사는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주인공이니 탈색을 해주자. 라는 패턴이요. 개인적으론 그렇게 탈색을 시킬 거면 뭐하러 악인을 주인공으로 삼나... 라는 생각을 이런 작품들 볼 때마다 반복합니다. 나는 잔인하고 무자비한 악당이다! 라면서 관객들에게 재롱 떠는 베놈이라든가...




      2. 이 영화의 단종에 감정 이입하는 윤석열 지지자들이라니 낄낄 웃었습니다만. 글을 끝까지 읽고 나니 영화의 태도가 그런 곡해를 허용할 정도였던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진지해지네요. 장항준 감독이야 뭐 오래 전부터 진보 정당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그러던 사람이니 그런 해괴한 생각을 하진 않았겠습니다만, 연이은 흥행 실패 때문에 좀 많이 몸을 사리다가 이렇게 되어 버린 게 아닐까 싶구요. 근데 또 이게 500만을 돌파했다니 앞으로도... 간만에 한국 영화가 흥행했다니 좋은 일이겠지만, 동시에 아쉬워지네요.

      • 댓글 감사합니다.


        1. 나름 인간적인 악당을 배우는 열심히 연기합니다만 영화는 기계적 중립 때문에 마피아도 설설기는 적당히 나쁜 놈이지만 동시에 자식에게 전화하는 것도 두려워하는 그냥 늙은이처럼 그리고 있기도 하고 사실 이 영화에서 폴란드 정부도 그리 좋아보이진 않기도 하고 그렇네요. 베놈 영화야 뭐 소니의 유치한 코메디 영화로 적당히 짜맞춰진 것입니다만 투덜거리면서도 극장에서 3부작 다 보긴 했군요. 


        2. 아니 진짜로 저는 그런 소리 하는 관객들을 봤어요. 그리고 어머니 나가는 교회에서 집사인가 뭔가가 그 엉터리 다큐 '조작된 내란'인지 뭔지를 극장에서 보고 와서 어머니에게 꼭 보라고 하시는 지경인 걸요. 진짜 이러쿵저러쿵해도 아직도 40%는 수구꼴통들을 지지하고 윤어게인을 외치며 국짐당 당명은 '신 자유당'으로 바꿔야 한다고 하고 있는 거죠. 에효 ㅎㅎㅎ :DAIN_

    • '나파트'는 정말 처음 들어보는 제목인데 저는 평소에 포스터만 봐도 그냥 넘겨버릴 느낌인데 자세하게 쓰신 내용을 읽어보니 제법 흥미를 돋우긴 하네요. 보고나서 아니 보면서도 매우 찝찝할 것 같아서 망설여지긴 합니다만 ㅎㅎ






      '왕사남'은 지금 오랜만에 천만관객 페이스라고 할 정도로 장안의 화제네요. 최대한 대중적으로 무난하게 받아들여지기 위해, 아니면 장항준 감독이 딱히 작품으로 본인의 정치색을 드러내는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그런 탈정치적인 영화가 됐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소재를 생각하면 비겁하게 느껴질 수 있겠죠. 저는 아직 안봐서 모르지만... 그렇게 많이들 본다는데 제가 극장에서 보고싶은 타입의 영화는 아니라서 ㅎㅎ 




      그런데 그 윤어게인... 하는 인간들이 단종 복권을 그런 식으로 감정이입할 여지가 있도록 당연히 감독이 의도하진 않았겠죠. 그냥 상식이 들어먹히지 않는 종자들에 인지부조화로 중국이 어쩌고 요새는 동남아가 어쩌고 광광대고 있던데요. 쩝... 그렇습니다. 이번에 무기징역 때린 것에 대해서 다음 대선에서 정권 바뀌면 바로 사면시켜줄 걸 노린 게 분명하고 내가 걔들이었으면 축제 분위기일텐데 실제로는 '무죄가 나왔어야 한다!' 이러고 있는 걸 보니 정말 어질어질합니다.

      • 댓글 감사합니다. 나파트는 한국인에게도 찝찝한 맛으로 보는 영화~일 거라 생각되지만 폴란드 현지 사람들은 그 썩은 놈들 욕하면서도 그 현실성 때문에 재미있게 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허허허. 


        왕사남은 뭐 감독이 진짜로 그런걸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확고하게 어떤 방향을 보고 만든 영화인지 딱 알수 있을 정도로 표시해주면 좋은데, 중립 기어 때문에 작중에서 나오는 단종에 대한 동정적 시선조차도, 그냥 뇌내보안 때문인지 윤어게인으로 받아들이는 관객이 있는 자체가 한숨 나오는 상황인 거죠. 정말로 아직도 40%는 수구꼴통을 지지하고 윤어게인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겠죠. 진짜 어질어질해요. :DAI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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