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영화들_힌드의 목소리, 햄넷, 폭풍의 언덕

설연휴라고 극장에서 영화들을 봤습니다. 

 

힌드의 목소리

가자 지구 폭격으로 차에 탄 가족들이 다 죽었는데 유일한 생존자인 여자아이가 자길 구해달라고 구조 센터에 전화를 합니다. 실화에, 실제 아이의 전화 목소리를 사용한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물어보는 영화입니다. 구조 요원들이 현실의 장벽 앞에서 좌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당연히 답답하고 괴로우라고 만든 영화고요. 헐리우드의 유명인사들이 영화 제작자로 나선 것도 이해가 갑니다.

 

햄넷

세익스피어가 아내와 딸이 있었다는 건 알았지만 햄넷이라는 아들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건 몰랐는데요. 이 단순한 전기적 사실에서 시작해서 세익스피어가 <햄릿>을 만든 배경 과정을 이야기하는데 아주 그럴 듯합니다. <햄릿> 뿐 아니라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맥베드>의 대사들이 영화 내용과 연결되어 등장하고, 두 남녀 배우들이 호연으로 뻔하게 들어온 세익스피어 대사들이 아주아주 깊이 있게 다가옵니다. 예술의 제작과 향유가 인간이 감정을 해소하고 치유하는 과정이라는 걸 잘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전혀 다른 맥락이지만 최근에 본 <물의 연대기>도 그렇고 문학 창작이 사람을 치유하는 힘이 느껴집니다.

 

폭풍의 언덕(책과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

.

.

.

저는 샬롯 브론테는 아주 좋아하는데 에밀리 브론테는 그냥 그랬습니다. 뭐랄까 등장인물이 너무 공감이 안가요. 책과 영화 모두 히스클리프/캐서린가 둘 다 좀 정신나간 사람같다고 생각하고요. 영화 속에서 엄청난 선남선녀가 연기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호감가지 않게 그려낸 게 영화의 미덕이자 단점이었습니다. 시각적으로 풍성하고 감각적이지만 주인공에게 공감이 안가서 긴 영화가 더 길게 느껴졌고요. 예상치 못하게 화자인 넬리가 생각보다 큰 역을 했다고 보는데요. 집안 유모의 딸이었던 원작과 다르게 동양계 혼혈에 귀족 사생아로 캐서린의 말벗으로 고용된 인물이라서 입체감이 더해졌습니다. 왜 이 영화가 이렇게 고까울까 생각해보니 캐서린의 아버지가 (원작의 오빠와는 좀 다르게) 자식을 학대하고 집안 재산을 말아먹은 인물이라 캐서린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절박한 상황이란 걸 강조한 건 알겠는데요. 그래도 현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죽음도 뛰어넘는 사랑을 돈 때문에 희생했다는 게 좀 우습게 느껴지거든요. 물론 그 재력란게 얼마나 쓸데없고 기괴한지는 영화적으로 근사하게 그려내기는 했습니다.

    • '햄넷'은 저도 '휴민트', '폭풍의 언덕' 중에서 고민하다가 보고 왔어요. 중간까지 좀 지루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 결정적인 사건 이후로 둘의 감정에 자연스레 몰입하면서 보다가 마지막 '햄릿' 시퀀스에서 정말 강렬하더군요. 


      '힌드의 목소리'는 나중에라도 꼭 챙겨봐야겠어요.

      • '힌드의 목소리'는 손수건과 사이다를 챙기기를 부탁드립니다. 너무 상황이 막막하고 답답한데 어린아이가 애원하는 소리를 들으니 둘 다 필요하게 되더라고요;;;;;

    • 제이콥 엘로디의 히스클리프는 어떠셨을까요. 폭풍의 언덕은 별로 안 궁금한데, 제이콥 엘로디가 궁금해요
      • 원작보다는 온순한 히드클리프여서 좀 실망했습니다. 외모를 깎아내리려고 앞니가 하나 빠진 걸로 나오는데 별로 안먹혀요, 심지어 나중에 빠진 이를 금니로 하고 나오는데도 안먹혀요;;; 로맨스 영화 남주 중에서 앞니를 금니로 한 사람을 보는 참신한 경험을 했지만 그래도 너무 잘생겼고요. 애써 나쁜 남자를 연기하려고 하는데 여전히 순해보이는 문제가 있어요. 

    • '햄넷'은 제시 버클리 연기가 궁금해서 기회를 노려 극장에서 보고 싶네요. 

      • 좀 메타적으로 영화 극장에서 연극 극장 공연을 보면서 무대 안팎의 드라마에 공감하고 치유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극장 관람 추천합니다.  

    • 햄넷은 또 무슨 말장난일까... 라고 생각했는데 아들 이름이었다구요. 평소의 무식을 반성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네요. ㅠㅜ




      힌드의 목소리는... 설명만 봐도 너무 힘들 것 같아 앞으로도 못 볼 것 같습니다. 전쟁 소재에 어린 아이 이야기라니 이미 힘들어요. 아동 학대 사건 뉴스도 클릭 못 하는 사람인데요. orz

      • 저도 몰랐는데 그 시대 기준으로 햄넷과 햄릿은 같은 이름이라는군요. 자기의 최고 걸작이 될 비극의 주인공을 죽은 아들 이름으로 지었다는게 의미심장하기는 합니다. 

메인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개편과 관련된 몇몇 정보들. 9 303 05-11
622 [왓챠바낭] 제목대로의 이야기일 리는 없다고 알고 봤지만. '슈퍼 해피 포에버' 잡담입니다 41 00:25
621 블루투스 헤드셋 목에 걸어도 음악 재생 되나요? 2 86 05-22
620 마이클 잭슨&믹 재거 ㅡ the state of shock 46 05-22
619 26년간 저의 큰 영화 스승님이셨던 임재철 영화평론가님 추모 행사가 필름포럼에서 5월 22일, 23일에 진행… 139 05-22
618 [쿠팡플레이] 옛날엔 이렇게 재밌지 않았는데? '도망자' 잡담입니다 8 211 05-21
617 (*스포) [마이클] 보고 왔습니다 4 152 05-21
616 [애니비추] 햄릿을 낫토에 비비고 와사비에 찍어서 드셔보세요 '끝이 없는 스칼렛' 3 118 05-21
615 "나 프린스랑 사이 안 좋아" 2 177 05-21
614 [왓챠 영화 4탄] ‘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은 죽었다‘, ’에쿠우스‘ 11 178 05-20
613 the Jacksons의 Can you feel it 4 89 05-20
612 [쿠팡플레이+파라마운트] 이게 왜 재밌죠. '총알 탄 사나이(2025)' 초간단 잡담입니다 8 281 05-20
611 [디플] 감질맛나는 '더 퍼니셔: 원 라스트 킬' 6 215 05-19
610 (쿠플) 하우스 메이드 ........... 제법 괜찮네요. 4 249 05-19
609 [게임바낭] 게임인 듯 게임 아닌 듯, '믹스테이프' 간단 소감입니다 6 185 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