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두아 [넷플릭스] (스포일러 최소)
신혜선 주연의 방금 나온 따끈따끈한 8부작 넷플릭스 드라마입니다.
이 작품의 최대의 장점은 보는 내내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인 것 같지만 실제로 러닝 타임이 짧습니다. 8부작 러닝타임이 6시간 이하입니다.
명품 핸드백 브랜드 ‘부두아’를 론칭시키며 패션계의 가장 화려한 아이콘이 된 ‘사라 킴’이 차가운 하수구 바닥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됩니다.
강력계 형사 박무경은 이 신원미상사체 사건을 수사하며 그녀의 감춰진 지난날의 여러 삶과 죽음, 그리고 이름들에 얽힌 비밀들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무경이 이 사건의 실체를 파악했다고 확신한 순간, 죽었던 ‘사라 킴’이 경찰서로 걸어 들어옵니다.
이야기 특성상 비슷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라면 ‘안나’, ‘화차’, 마스크 걸‘ 등등이지만 작품의 장르는 취조실 배경의 수사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또 이야기 특성상 위에 언급한 작품이 촬영이나 표현같은 모든 면에서 굉장히 어두운 톤인데 비해 화려한 패션업계를 다루는 이야기라서인지 화면이 뜬금없이 스타일리시하고 마냥 밝습니다. 이런 묘하게 투박하고 덜그럭거리는 느낌이 ‘인간시장’의 김진민 감독 특유의 스타일같습니다.
박무경 역의 이준혁은 요즘 점점 멜로배우가 되어가서 작품이 의도한건지 아닌지 두 사람의 취조실 장면은 좀 센슈얼하게 느껴집니다.
선형적으로 풀어갔으면 상당히 심심하고 전형적인 이야기였을 전개를 미스테리를 플래시백으로 설명해주는 수사물로 풀어가서 늘어지는 구간이 없습니다. 물론 러닝타임이 실제로 짧습니다.
미스테리의 핵심인 사라 킴의 과거 비밀을 함축적이고 파편적으로, 여러 인물을 통해 중첩적으로, 시간 구성을 흩트려서 보여줌으로써 묘한 템포를 느끼게 하는 전반부는 상당히 감탄을 하며 봤습니다.
반대로 이러한 불친절한 묘사는 인물의 감정선을 느낄만한 시간을 주지못해서 주인공의 캐릭터에 이입하기에는 장애물처럼 느껴지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신혜선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사라 킴의 캐릭터가 결말까지도 공허해 보이고 연기나 연출이 작품의 어느 지점에서 문득 ‘혐오스런 마츠코’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갑작스런 결말의 방식은 좀 불만이긴 한데 그외에는 기대 이상의, 예상했던 방향에서 어긋난 신선한 작품입니다.
첫 작품이라는 각본의 추송연은 이름을 꼭 외워두겠습니다.
기대하시는(?) 류의 작품들은 저의 보석함에 그득그득 쌓여있긴 합니다.
안그래도 이거 공개 직후에 소소히 화제가 되던데 듀나님이 재밌게 보셨다는 트윗도 봤고 나도 달려볼까 고민좀 하던차에 적절히 기대치 조절하게 되겠네요. '혐오스런 마츠코' 언급하신 부분에서 많이 망설여지긴 합니다만 ㅋ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긴 한데 딱히 부정적인 의미는 아닙니다:)
쓸데없는 거 안하고 할말만 하고 가는게 훌륭했어요.
그래서인지 이야기 정신없이 듣다보면 시간 휙휙 잘 가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앞뒤가 말이 안되는게 ‘유쥬얼 서스펙트’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신혜선이 참 선구안도 좋은 것 같고 벌써 꽤 오랫 동안 꾸준히 활약하고 있는 배우인데... 한국 드라마를 잘 안 보는 데다가 로맨스 쪽은 쥐약이고 해서 제대로 본 작품이 거의 없었는데요. ㅋㅋ 이건 로맨스도 아닌 데다가 평가도 좋으니 한 번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게다가 짧다니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