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먼 훗날 우리]
넷플릭스에 있는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를 지난 주에 봤습니다. 꽤 익숙한 유형의 로맨스 멜로물이긴 한데, 이야기와 캐릭터를 진솔하게 쌓아가면서 감정선을 잘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두 주연 배우 간의 연기 호흡도 좋더군요. 연말에 개봉된 국내 리메이크 버전이 어떤 지 한 번 봐야 겠습니다. (***)

[영원]
[영원]은 시작부터 [원더풀 라이프]를 비롯한 여러 사후세계 관련 영화들이 절로 생각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커플이 죽은 뒤 아내의 전남편과 엮이게 되면서 생기는 삼각관계를 갖고 코미디와 드라마를 오가는데, 그 결과물은 여러모로 웃기면서 꽤 진지하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매우 익숙하지만, 웃음과 감동을 적절히 배합한 점은 인정할 만합니다. (***)

[왕과 사는 남자]
[왕과 사는 남자]에 별로 기대를 갖고 있지 않았지만, 결과물은 생각보다 영 별로였습니다. 아주 노골적인 코믹신파를 하니 제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건 금세 알았지만, 이야기과 캐릭터가 엉성한 가운데 출연 배우들 기본기에만 의존하니 더더욱 인상이 나빠져 갔지요. 아마 곧 다가올 연휴 주간 동안 관객들 많이 몰리겠지만요. (**)

[Mr. Nobody Against Putin]
최근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오른 [Mr. Nobody Against Putin]은 공동 감독인 파벨 탈라킨이 그의 고향인 러시아 우랄 지방의 한 공업 단지에서 비디오 카메라로 기록한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거기서 초등학교 선생님 겸 비디오 촬영기사/이벤트 코디네이터로 일해온 그는 지금도 진행중인 전쟁 때문에 학교가 얼마나 요지경이 되었는지 기록했는데, 웃음이 나오지만 동시에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물론 우크라이나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정말 그 전쟁이 반대 쪽도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지요. (***)
P.S. 물론 팔라킨은 현재 러시아를 떠난 지 꽤 됐지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모 블로거 평
“In conclusion,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remains quite engaging and thrilling just like its two predecessors. Although they all look a little dated in terms of technical aspects at present, they deserve to occupy their own place in the cinema history right next to many other memorable epic films such as “Ben-Hur” (1959) or “Titanic” (1997), and I am glad to report to you that they still work as well as before.” (***1/2)

[송 썽 블루]
크레이그 브루어의 [송 썽 블루]는 2008년 그레그 코스의 동명 다큐멘터리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그 다큐멘터리의 두 주인공들의 실화를 극화한 것인데, 전반적으로 무난한 음악인 전기 영화 그 이상이 아니어서 아쉬웠습니다. 적어도 휴 잭맨과 얼마 전 오스카 후보에 오른 케이트 허드슨의 호연이 있어서 지루하진 않았지만, 이보다 더 좀 잘할 수 있었을 겁니다. (**1/2)
P.S. 전 원작 다큐멘터리를 16년 전에 로저 이버트 영화제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허드슨이 연기한 클레어 사디나도 참석해서 노래 몇 개 부르셨는데, 확인해 보니 지금도 살아 계시더군요.

[햄넷]
클로이 자오의 신작 [햄넷]은 “Shakespeare in Grief”쯤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전반부가 어떻게 셰익스피어의 아내가 그를 만나고 반해서 결혼하고 애 낳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후반부는 갑작스럽게 일어난 안 좋은 일로 깊은 슬픔에 빠지다가 [햄릿]을 통해 치유의 순간을 맞게 되는 걸 그리지요. 상당히 노골적인 신파를 영화는 차분하게 섬세하게 그려가면서 보완하고 있고, 제시 버클리와 폴 메스칼이야 늘 그래왔듯이 든든합니다. 엄청 마음에 와닿는 건 아니지만, [이터널스]로 잠시 삐긋했던 자오가 다시 본인 영역으로 돌아와서 실력 발휘하는 건 보기 좋지요. (***)
P.S. 예, 보면서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간간이 생각났지만 본 영화 속 런던은 고담 시 저리가라할 수준으로 암울하고 각박하게 보여지곤 하니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마티 슈프림]
조쉬 새프디의 첫 단독 감독 작품 [마티 슈프림]은 그가 베니 새프디와 같이 만든 다른 영화들 못지 않게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철철 넘칩니다. 1950년 초 뉴욕 시를 주 배경으로 한 젊고 야망으로 가득 찬 탁구 선수 주인공이 한 목표를 향해 발버둥치면서 온갖 민폐와 막장을 야기하는 광경을 거의 150분 동안 보는 건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꾸준한 서스펜스와 이야기 동력을 유지하면서 티모시 샬라메의 오스카 시즌용 차력쇼가 있으니 전혀 심심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여전히 정말 ㅆㅍ 개XX이긴 한데, 전 영화가 이런 천하의 막장 인간말종과 엮이지 말라는 교훈 쯤으로 여기겠습니다. (***1/2)
P.S. 별별 사람들이 조연으로 여기저기서 나오더군요. 기네스 팰트로도 정말 나이 많이 먹었다는 생각이 드는 가운데, [사울의 아들]의 주연 배우 게자 뢰리히도 나오는 가운데 심지어 아벨 페라라도 나오니 신기하더군요.
새프디 형제 전작들 주인공들도 다 별로였지만 이번엔 도대체 어떻길래 그런 표현을 쓰시는지 하하;; 티모시 샬라메는 아직 한창 젊은 나이에 올해 오스카까지 거머쥘지 궁금하네요. 최근 떠오른 여러 젊은 배우들 중에서도 단연 군계일학의 커리어 입니다.
'왕과 사는 남자'는 정말 제가 기를 쓰고 피하는 장르 & 성격의 영화라서 제가 못된 맘(?)을 품어 볼만도 한데요. 요즘 한국 영화들 흥행이 워낙 부진하다 보니 그래 이거라도 좀 잘 되렴... 이라고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ㅋㅋ 찾아 보니 백만 좀 넘게 들었는데, 설 연휴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되겠네요.
본 영화는 햄넷 뿐이네요. 곳곳에 여성 감독의 영화구나 라는 걸 알 수 있는 씬이 있었어요.
엄마로서 마음이 먹먹해지는 가운데 모두들 촬영 끝내고 춤을 추는 비하인드를 보니까 마음이 사르르 녹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