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추천] 독거노인들의 하이스트(?) '사람과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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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동네에서 폐지를 줍고 다니는 형준(박근형), 우식(장용)과 길바닥에서 채소를 파는 화진(예수정)이 각자 힘들게 살다가 별로 유쾌하지 않은 계기로 서로 안면을 틉니다. 어찌어찌 하다가 셋이서 소고기무국을 같이 해먹게 되는데 곁들인 반찬이라고는 김치뿐이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여럿이 한상에서 한끼를 차려먹으며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되죠.


물에 빠진 고기(?)는 진짜 고기가 아니라며 아예 고깃집에 구운 고기를 먹으러가자고 제안하는 우식, 셋 다 기초연금에 하루종일 번 돈을 합해서 겨우 굶지 않는 정도의 형편인데 어떻게 그러냐며 망설이는 형준, 화진이지만 자기만 믿으라며 기어이 데려가서 돼지고기에 소주까지 한잔 걸칩니다. 계산할 때가 되자 형준에게는 나가서 담배 한대 피우라고 하고 화진에게는 화장실을 가라고 하고 본인은 혼자 앉아서 눈치를 보다가 슥 빠져나오는 우식, 그리고는 "야! 튀어!"


결국 우식은 무전 고기취식을 하자는 거였고 둘은 어처구니 없고 황당해하지만 고기도 맛있고 이런 불법행위에서 오는 묘한 쾌감으로 정말 오랜만에 살아있다는 걸 느끼면서 계속 동참하게 됩니다. 당연히 같은 가게에 두 번은 안가고 비싸지 않은 돼지고기를 1인분씩만 시키고 장사가 잘되는 집만 간다는 나름의 룰을 세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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ㅌㅌㅌ!!!



그래서 이 노인 3인방이 아슬아슬한 무전취식 행위를 계속하면서 서로 가까워지는 관계와 과연 걸려서 잡힐 것인가를 지켜보게 되는 작품입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한국사회에서 독거노인의 빈곤, 외로움 등의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터치하구요. 엄청 무겁고 진지, 심각하게 사회비판, 드라마로 다룰 수도 있는 소재인데 일종의 범죄 하이스트, 코미디 장르로서 줄타기를 능숙하게 하며 너무 가볍지 않은 노인들만 할 수 있는 연륜개그로 웃겨주면서도 삶의 여러가지 풍파 고난과 인생 마지막에 얼마나 비참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가를 이어지는 씬들로 자연스럽게 전개해준다는 점에서 참 재미있고 좋았습니다. 웰메이드 영화들이 대개 그렇듯이 밸런스가 좋았다는 얘기죠.


물론 이 주인공들 사정이 워낙 딱하기도 하고 나름의 논리가 있는 규칙들을 정해놓고 하는 짓이긴 하지만 어쨌든 불법행위를 연쇄적으로 저지르는 것이고 영화에서도 이걸 자기합리화 수준까지 밀어붙이진 않습니다. 듀나님 리뷰에서 너무 잘 요약해서 표현해주신 부분을 가져오면


"보면 신기한데, 영화는 우리가 노인 소재 영화에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없거나 적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 연민요. 없는 건 아니에요. 그렇게 살면 당연히 자기가 불쌍하죠. 하지만 그 연민은 우리가 생각되는 방식으로 표출되지 않고 무엇보다 어느 누구도 징징거리지 않습니다. 영화는 자기 인정의 욕구도 없습니다. 내 삶이 얼마나 힘들었고, 우리 세대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너네들은 아느냐는 호령도 없어요. 세 사람은 모두 그냥 치열하게 현재를 살아갑니다. 그 살아가는 방식이 무전취식이라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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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노인 셋도 상당히 공을 들여서 쓰여졌지만 한두씬 나오고 마는 조단역 캐릭터들도 다들 우리나라 그 동네에서 실제로 마주칠법한 느낌으로 리얼하게 잘 묘사된 부분도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습니다. 다만 후반부에 한 조연 캐릭터의 초반과 너무 확 차이나는 태도와 행동이라던지 불가피하게 결국 걸렸을 때 하필 그 가게 주인이 싸가지가 필요이상으로 없다던지 이런 전개상 편의가 있습니다만...


이런 각본/연출상의 잘 해낸 부분들도 있지만 결국 주연 3인방의 연기로 얼마나 구현해느냐에 거의 모든 걸 걸고있는 작품인데 당연히 세 분 모두 아주 훌륭하십니다. 따로 상세하게 언급할 필요자체를 느끼지 못하겠네요. 셋이 합해서 연기경력이 170년이 넘습니다. 하하;; 추가적으로 장용 선생님은 이게 무려 첫 영화 주연작이셨다고 하네요.


티빙, 웨이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길이도 한시간 40여분으로 적당하구요. 웃을 수 있는 재미와 진지함 균형이 정말 좋으니 무리없이 추천하겠습니다.

    • 장용 선생 무릎이 안좋아서?? 던가 Tv 출연도 못한다고 들었는데 반갑네요

      • 그렇군요. 뭐 워낙 연세가 있으시니까... 작중에서 무겁게 리어카를 끄는 모습도 꽤 나오는데 아마 앵글상 교묘하게 트릭을 썼거나 대역분이 수고하셨겠네요.

    • 안 그래도 티빙, 웨이브에 올라온 거 보고 언제 봐야겠다...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보고 소감 올려주시다니 성실하십니다! ㅋㅋ


      이것도 있고 '아침바다 갈매기는'도 한참 전부터 찜 해두고 매일 노려보고 있고 봐야할 건 너무 많은데... ㅠㅜ




      암튼 박근형 할아버지 옛날부터 좋아했던 역사가 있어서 이건 정말로 볼 겁니다!! 꼭!!! ㅋㅋㅋㅋ

      • 작년 호평받은 국내 독립영화들 리스트에서도 꼭 챙겨봐야할 상위권에 있었기에 바로 봤습니다. ㅋㅋ 예전같으면 다 극장에서 바로 봤을텐데요... OTL '아침바다 갈매기'도 참 좋은 작품이었죠. 생각난김에 얼른 얼른 보세요!




        박근형 선생님도 참 페이소스가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생활연기가 뭐 진부한 표현이지만 연기 같지가 않고 너무 자연스러워요. 예수정 여사님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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