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원조가 궁금했지요. '오션스 11' 1960년판 잡담입니다
- 글 제목대로 1960년. 66살 먹은 작품이구요. 런닝 타임은 2시간 7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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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인기 많고 잘 나가는데 자기들끼리도 절친인 스타들이 친목질 삼아 몰려 나온 영화... 가 요즘으로 치면 뭐가 있을까 싶구요.)
- 2차 대전 참전 용사들, 그것도 같은 부대에서 활약하며 다들 훈장까지 탈 만큼 대단했던 양반들이 한 자리에 모여 크게 한 탕 벌여 갑부가 될 계획을 짭니다. 사실 이건 11명의 멤버들이 아니라 이들을 소환한 범죄자 아저씨의 아이디어인데 주인공들이 왜 그걸 좋다고 하겠다고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별 설명도 없었지만 뭐 돈이 부족했나 보죠. 전혀 안 그래 보이는 애들이 많은데 그래서 이들의 계획은 이겁니다. 새해 카운트다운이 끝나는 순간 라스베가스의 카지노 다섯 개를 동시에 정전 시키고 15분 안에 금고의 돈을 싹 털어서 튄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가능합니다!! 우리의 주인공들은 참전 용사들이고 그 시절 라스베가스 카지노들은 엄청 허술하니까!!! 그럴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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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상으론 열 두 명이지만 저기 아랫 쪽에 끼어 있는 대니 드 비토인 척 하는(?) 아저씨는 기획만 하는 역할이어서 일레븐이 맞습니다.)
- 일단 영상을 틀자 마자 맘 상하는 것이... 2.35:1 비율의 영화를 16:9의 요즘 티비, 모니터 비율에 맞춰 위 아래로 좌악 늘려 놨습니다. 프랭크 시내트라가 왜 이렇게까지 비율이 좋고 키가 훤칠한가 했더니만... ㅋㅋㅋ 하지만 목숨이 오락가락 오늘 내일 하는 왓챠이니만큼 분노하지 않고 참고 보기로 했죠. 회생 계획 제출한지 며칠 됐는데 부디 좋은 소식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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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나온 시절이 시절이라 그런지 이런 홍보 스틸들 중엔 흑백 사진이 많아요. 사진 느낌은 좋지만 음...)
- 소더버그 버전의 영화와는 별로 비슷하지 않은 작품입니다. 본지 하도 오래 돼서 구체적으로 비교는 못 하겠지만 아마도 기본 설정과 대략의 분위기만 따온 듯 해요. 열 한 명의 남자들이 뭉쳐서 라스 베가스의 카지노 여럿을 동시에 턴다는 기본 설정과 몇몇 캐릭터들의 역할과 이름. 그리고 이 장르에 안 어울리게 세상 한가하고 여유로우며 하하 호호 즐거운 분위기 같은 것... 아. 화려한 스타 캐스팅 같은 부분도 있겠군요.
조금 더 풀어서 말하자면 일단 주인공들이 다 참전 용사들이에요. 그리고 거기에 강렬한 애착을 갖고 있어서 자기들끼리 모인 자리에서도 자꾸 예전 계급 부르고 그럽니다. 그러니 당연히 전과자들도 아니고 스스로를 영웅들이라 생각하는 '알파 메일'이랄까. 그리고 이들의 이런 성향을 보여주기 위해 자꾸만 지나가던 여성 캐릭터들이 희생이 됩니다. 다들 이들에게 반하고 달라 붙는다거나. 아님 반대로 찌질하게 굴다가 이들에게 혼이 난다든가 그런 식이죠.
...까지 설명하니 대충 감이 오지 않으십니까. 그렇습니다. 이 오리지널 일레븐은 요즘 세상 기준으로 되게 보기 싫은 인간들입니다. ㅋㅋㅋ 이 돈 벌어서 뭐할까? 라며 주고 받는다는 농담이 미인 대회를 없애고 거기 나갈 여자들을 싹 다 우리가 데리고 놀자든가, 이 돈으로 권력을 사서 개헌을 하고 여성들 참정권을 없애서 노예로 만들자든가... 이런 식이거든요. 주인공들을 딱히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 생각이 전혀 없는 각본인데도 이렇습니다. 66년이란 세월이 참 대단하죠. 이래서 요즘까지 사랑 받는 영화는 되지 못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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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유색인 멤버를 맡은 쌔미 데이비스 주니어님은 저 시절 극렬한 인종 차별로 갖은 수난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버텨낸 흑인 스타로서 아주 상징성이 크고 흑인들에게 존경 받는 연예인이었다... 라는 건 영화를 보고 검색하다 처음 알았습니다.)
- 런닝 타임이 2시간 7분이나 되는데 이 중에서 11명이 모이는 과정이 1시간입니다. 대단하죠? ㅋㅋ 뭐 등장 인물이 11명이나 되니 캐릭터들 소개하고 빌드업 할 시간이 필요하겠고, 실제로 한 시간 동안 그 일을 하기는 해요. 문제는 그게 별로 재미가 없다는 겁니다. ㅠㅜ 이것도 분명 세월 탓이긴 할 텐데요. 아마도 11명 중 실질적 주인공인 '랫 팩' 멤버들에게 제가 딱히 특별한 재미나 매력을 못 느끼기 때문이겠죠. 대충 그 '인기 많은 5인조'에게 더 많은 분량이 할당 되어서 얘들이 노래도 하고 노래도 하고 또 노래도 하다가 말빨 날리는 바람둥이 매력남 행세도 하고 그러는데 이게 그 시절엔 당연히 그러려니 하며 다들 즐겼겠지만 지금의 저에겐 그저 '뭐야 뮤지컬이냐' 라는 생각만 들게 되니까 말입니다. ㅋㅋㅋ
이후에 벌어지는 강도질 준비 & 실행 과정은 좀 낫습니다만. 역시 뭔가 훌륭한 걸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딱 봐도 현실에서 통할 리가 없는 어설픈 계획을 참으로 어설프게 준비하고 또 실행하거든요. 중간에 찾아오는 예상 외의 위기 상황 같은 것도 정말 가볍고 쉽게 휙휙 넘어가 버리구요. 특별한 아이디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디테일이 있는 것도 아닌 데다가 계속해서 말도 안 되게 쉽게만 풀립니다. 본격 하이스트물이라기 보단 따끈한 물에 신선한 하이스트를 잠시 담갔다가 뺀 정도. 그런 맛이에요. 그렇게 전반적으로 자꾸만 실망을 주는 영화였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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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질 하는 영화인데 자꾸 인기 배우님들 개인기 뽐내느라 시간을 잡아 먹습니다. 그 시절 팬들이야 좋았겠죠. 그 시절 팬들이야...)
- 그래도 그 와중에 남는 게 없지는 않았어요. 아마 그래서 소더버그도 리메이크 할 생각을 하고 그랬겠죠.
일단 그 느슨하고 허술한 하이스트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애초부터 설렁설렁 가볍고 코믹하게 가는 이야기이다 보니까요. 하이스트가 테마라기 보단 강도질 하는 톱스타님의 여유와 멋(...)을 즐기라는 식으로 짜여져 있어서 그런 측면으로 보면 가볍고 쉽게 슉슉 넘어가는 재미가 있어요.
그리고 배경이 라스 베가스잖아요. 시기는 또 연말 연시구요. 그래서 내내 흥청망청 화려한 라스 베가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걸 참 호사스럽게 잘 찍어놔서 보는 재미가 있었구요.
마지막으로 결말이 좀 희한한 느낌으로 좋았습니다. 뭔가 각본가님이 막판에 정신줄 놓고 잠시 다중이 놀이를 하신 게 아닌가 싶은. 그때까지와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당황스런 결말인데 그게 꽤 아이러닉하게 좋더라구요. 심지어 이 결말 덕에 그간 정 떨어졌던 주인공들에 대한 비호감도도 살짝 떨어지고 그랬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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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가볍고 팔랑팔랑 유쾌한 톤으로만 흘러가는 영화라서 강도질 허술한 건 크게 거슬리지 않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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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보는 순간 '타란티노 아저씨도 이 영화 좋아했구나' 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 장면이었구요. ㅋㅋ)
- 그래서 이걸 뭐라고 정리를 해야 하나...
그냥 흥청망청 즐거운 당대 톱스타들의 라스 베가스 쑈입니다. 제대로 된 하이스트물이라든가 잘 짜여진 군상 드라마 같은 건 절대 기대하지 마시구요. '내가 바로 톱스타다!!!' 라는 듯한 랫팩 멤버들의 매력을 살짝 맛 보면서 1960년의 라스 베가스 풍경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겠다... 싶으면 보세요. 앞서 적었듯이 주인공들의 재수 없음이 살짝 장벽이 되긴 합니다만, 당혹스런 결말에 조금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 재수 없음이 사실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닐까. 작가님이 이 톱스타님들의 친목질에 짜증이 나서 살짝 펀치를 날려준 게 아닐까. 이런 식으로 상상을 하며 본다면 의외로 요즘 기준으로도 괜찮은 영화일 수 있고 그랬습니다. ㅋㅋㅋ 그러합니다. 그럭저럭 잘 봤어요. 끝.
+ 셜리 맥클레인이 갑자기 툭 튀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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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분 정도인데, 포스터에 얼굴도 박혀 있는 앤지 디킨슨보단 훨씬 기억에 남습니다.
그만 앤지 디킨슨의 캐릭터가 재미도 비중도 없었다는 얘기죠.
++ 그럼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전반부 1시간은 과감히 생략하고 강도질 작전부터 얘기하자면요.
주인공들이 타겟으로 삼은 다섯 카지노는 다 근거리에 몰려 있구요. 근방을 지나가는 송전탑에서 전기를 끌어다 써요. 그래서 신년 카운트 다운이 끝나고 사람들이 올드랭 사인을 다 부를 때 쯤에 송전탑 하나를 폭파 시켜 정전을 일으킨다... 라는 게 기본 작전입니다. 전기 기술을 가진 멤버가 미리 카지노 배선에 손을 써 놔서 정전이 되면 돈 관리하는 장소의 문들이 잠김 해제 되도록 해놓구요. 어두컴컴한 곳에서 눈에 띄지 않고 신속하게 움직이기 위해 적외선인지 자외선인지 등으로 비추고 특수 선글라스를 쓰고 보면 바닥에 자국이 남도록 특수 도료를 뿌려 놓고... 뭐 대충 이런 식이구요. 마지막으로 안전하게 돈을 운반하기 위해 훔친 돈은 가방에 담아 카지노 쓰레기장에 버리고, 그럼 멤버들 중 하나가 쓰레기차 운전자를 가장해서 그 가방들을 수거한 후 쓰레기장 어딘가의 비밀 장소에 숨겨 둔다. 그리고 잠잠해질 때 쯤 되찾아서 나누자... 이런 거였습니다.
그래서 복잡한 설명 필요 없이 그냥, 순탄하게 성공을 합니다. 그런데 이 중에 근래에 시한부 판정을 받은 멤버가 하나 있었고, 이 양반이 강도질 성공 직후 카지노를 나오다가 쓰러져 죽어요(...) 하지만 이게 강도랑 연결될 부분은 없으니까 다들 안심했습니다만. 문제는 멤버들 중 한 명의 엄마와 재혼을 하기로 한 복잡한 경력의 능력자 아저씨가 사립 탐정이었는지 뭐였는지 카지노 사장들의 의뢰를 받아 이걸 조사하기 시작했고. 그 멤버 엄마로부터 '스키장 가겠다던 아들래미가 이 동네에 있더라고?' 라는 얘길 들었고. 쓰러져 죽은 남자와 요 아들래미가 같은 부대에서 근무한 베테랑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걍 한 방에 사태를 파악해 버립니다. 근데 그러고선 이걸 신고하는 게 아니라, 총액의 절반을 넘기면 입 다물어주겠다고 협박을 하네요. 허허 것 참.
죽어도 그 돈을 넘기기 싫었던 멤버들은 열심히 머릴 굴려서 묘안을 짜냅니다. 그 돈을 곧바로 찾아서는 죽은 멤버의 관 속에 넣어 버려요. 그럼 이 관짝은 장례를 위해 자기 살던 곳으로 옮겨질 테니까, 거기에서 돈을 되찾자는 거였죠. 그래서 시신을 보관하던 교회 앞에 다 함께 정장을 맞춰 입고 모여서 관이 출발하길 기다리는데, 갑작스런 변수가 생깁니다. 그 곳 목사님이 '거기까지 옮길 비용도 만만찮은데 그냥 여기에서 장례 치르지 않을텨?' 라고 제안을 하고, 죽은 멤버의 아내가 가뜩이나 생계 팍팍하니 그게 좋겠다고 오케이를 해 버린 것. 당황한 멤버들은 장례식이 치러지는 교회 안에 들어가 상황을 지켜 보고. 이런 상황을 알게 된 야매 사립 탐정 아저씨도 그 자리에 함께합니다. 그래서 이걸 어쩌나 어떻게 하나... 고민하는 와중에...
어디선가 뭔가 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읭? 이게 뭐지? 이게 뭔데요?? 하고 근처에 앉아 있던 동네 사람에게 물어보니 그 양반의 대답이란, '뭐긴요 화장하는 거지.' 였습니다. ㅋㅋㅋㅋ 그래서 우리 일레븐이 고생해서 훔쳐 온 수백만 달러는 한 방에 재가 되었네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장례식이 끝난 후 교회에서 나와 어디론가 걸어가는 멤버들의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여유와 즐거움, 폼 같은 건 간 데 없이 다들 완전 죽상을 하고 세상 다 잃었다는 느낌으로 담배를 뻑뻑 피우며 거리를 걸어 하나씩 사라져 가구요. 영화 내내 흥겨운 느낌으로 반복되던 '일레븐~' 하는 노래 가사와 함께 마지막 멤버가 화면 밖으로 사라지는 순간 엔딩입니다. 결국 우리의 여성 혐오 베테랑 용사님들은 어처구니 없는 핑계로 똥폼 잡으며 강도질 하다가 이렇게 운명의 장난에 희롱 당하고선 빈 손으로 퇴장하신 거죠. 허허. 나름 정의 사회가 구현되는 해피 엔딩이라고 봐야... ㅋㅋㅋㅋ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ㅋㅋㅋ 적은대로 본격적으로 강도질 준비를 시작하면 좀 나아지긴 하지만 오래된 유명 영화들은 거의 다 봐 버리고 말겠어! 라는 쓸 데 없는 사명감 같은 게 있는 분이 아니라면 굳이 추천하지 않아요. 걍 소더버그 버전을 한 번 더 보는 게 나을 듯.
어익후, 대부의 모든 악의 근원 돈 바르지니가 바로 눈에 들어옵니다
ㅋㅋㅋ 여기선 좀 짠한 아저씨로 나옵니다만, 본의 아니게 여기에서도 악의 근원(?) 역할을 해버리긴 합니다. 배우님 팔자가 그러셨나봐요.
왓챠에 화면비가 엉망인 영화들이 꽤 있더군요. 옛날 것들을 OTT로 볼 수 있는 것에 만족해야 하지만...
판권을 직접 해당 영화 저작권자에게 사오는 게 아닌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구요. iptv 같은 데서 괴상한 비율에 난감한 블러 떡칠해서 올려 놓은 버전의 영상들을 그대로 받아다 틀던데,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지만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왓챠인지라... ㅠㅜ
그 펀치가 의도된 펀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런 셈치고 넘겼습니다. 그래야 제 기분이 상쾌하니까요. ㅋㅋ
ㅎㄷㅎ가 무엇인지 한참 생각한 걸 보면 요즘 제가 정치 뉴스를 안 보긴 하나 봅니다. 하하. 머리 모양이 몹시 궁금하지만 검색은 안 해 볼래요... 편안히 쉬는 시간에 굳이!! ㅋㅋㅋ
위의 댓글을 달고 나서 요즘 그 양반이 어쩌다 또 핫해지셨나... 하고 확인해 보니 허허. 핫해진 건 맞는데 참 없어 보이는 상황이네요. 결국 가족들이 댓글을 쓴 게 아니다!! 라는 말을 끝까지 못하고 다른 쪽으로 매달리며 박해 받는 영웅 코스프레를 하시는... ㅋㅋ 암튼 이런 걸로 그 당 사람들이 목숨 걸고 치고 받는 걸 보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조금은 덜 어두워 보여서 기분이 살짝 좋아졌습니다. 으핫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