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공기는 차갑고 햇살은 좋은 휴일의 낮이네요. 평소에도 늘 뒹굴거리지만 오늘은 유독 기분 좋은 강아지라도 된 듯한 기분으로 굴러다니고 있어요. 날씨가 좋은데다가 제 삶에서 나름 중하다면 중하고 아니라면 아닌 프로젝트 하나가 끝난 덕일거에요. 제 욕심을 실어보기도 하고 꽤 오래 시달리기도 했어요. 사람들에게 도움과 지지를 받으며 상처를 주고 받기도 하며 이 일련의 과정이 끝났습니다. 결과 그 자체로는 긍정은 아니에요. 공식적인 무엇이 없어도 알 수 있을 정도라는 게 슬프기도 하고 재미난 지점이기도 하죠. 막바지에 다다라서야 이깟 게 뭐라고 나 자신이 중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시기를 거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엄격하게 대하는 성향이 있다는 걸 포함해서 저 자신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몇 년에 걸쳐 이 모든 과정이 끝난 뒤엔 남은 건 뭐냐 하면 슬리퍼입니다. 좋은 결과를 내보고자 편하게 지내려고 슬리퍼를 샀거든요. 급하게 샀는데도 예상보다 더 편하고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이 슬리퍼가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위안이 될지 전혀 몰랐습니다. 슬리퍼라도 남아서 다행이라 생각하는게 아니라 이 슬리퍼가 좋아서 그 자체로 좋아요. 이 프로젝트가 아니었다면 뭐 얼마나 쓰겠어 하면서 안 샀을 수도 있거든요. 망해도 망한 게 아닌 삶.
이제 큰 화면으로 엘스베스와 hacks를 볼 수 있도록 일 해야겠네요. 당분간 뒹굴거리다가요.
    • 글에서 그동안의 분투와 기쁨과 슬픔이 느껴져요. 회사에서 프로젝트에 오래 매달린다는 게 어떤 경험인지는 잘 모르지만 제가 다닌 직장과는 달라서 그냥 대단해 보입니다. 저는 거저먹기로 편하게 일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잘 뒹굴거리시면서? 잘 쉬시길! 

      • 회사 업무가 아닌 제 삶에서의 프로젝트였어요. 경제적 보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종의 관문이었는데 통과하지 못했네요. 그많은 비용과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에 대해 지금은 그저 할만큼 했다 싶어요. 거저먹는 것처럼 느껴질만큼 능숙하신 거겠지요. 고군분투는 필요할 때 필요한만큼 하면 되고요.
    • 추운 겨울 날 따뜻한 방에서 뒹굴거리는거 만큼 좋은게 없죠. 손 닿는 곳에 귤이랑 호빵, 붕어빵같은게 있으면 더 최고!!!

      프로젝트 고생하셨네요. 그래도 좋은 슬리퍼 구하셨다니 다행이에요.

      오랜만에 글 보는거 같아요. 뒹굴거리시면서 글 자주 남겨주세요!!
      • 네 이 프로젝트 덕에 듀게에도 자주 못 왔어요. 이제 제가 귀찮게 느껴지실만큼 댓글 달거에요!
    • 프로젝트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렇게 노력하고 애쓰셨다는 자체로 뭔가 남은 게 있을거라고 그냥 좋게 믿어보아요! ㅎㅎ 그러고보니 저도 집에서 신는 슬리퍼가 많이 낡고 군데 군데 떨어져서 새로 사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편하고 좋은 걸로 구하셨다니 부럽습니다.

      • 감사해요. 벌써 그랬었나 싶을만큼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나이 드니까 금방 잊나봐요, 하하. 레이디버드님의 슬리퍼는 낡은만큼 손이 아닌! 발이 가겠네요. 레이디버드님의 마음에 드는 좋은 녀석이 눈에 띄기를!
    • 어떤 프로젝트일지는 전혀 짐작도 못 하겠지만 이오이오님께서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시니 그냥 좋은 영향을 남긴 걸로 이해하겠습니다. '이 슬리퍼가 좋아서 그 자체로 좋아요' 라는 말씀이 되게 좋게 들려서요. 하하;




      뒹굴거리는 건 정말 인간에게 너무나 소중한 일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 막 방학을 시작해서 좀 뒹굴거리고 있는데요. 이것만 해도 연봉을 주는 직업은 왜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매일 슬퍼하고 있어요. ㅋㅋ 상황이 허락하는 한까지 최대한 많이 뒹굴거리시길 빌어요. 저도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 저는 제가 모를 누군가에게 이 관문 통과하기를 양보한 걸로 하기로 했습니다(그럴만큼도 안됐을 거라는 건 모른척 하기로 합니다). 저는 마음이 너른 사람이니까요, 하하. 슬리퍼가 주는 감각만큼은 확실히 좋아요.


        역시, 방학 하셨군요. 뒹굴거리지 않으면 멀쩡한 사회인인척 할 수가 없어요. 본디 좋은 일에는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게 세상의 순리이려니 합니다만 로이배티님 마음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며 저도 슬프네요. 중학생 시절 당시에 꽤 젊었던 걸로 기억하는 의사 선생이 제게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냐 했을 때 백수라고 답했던 사람치고 힘을 너무 많이 쓰고 살아왔어요. 지난 날을 반성하고 앞으로는 최대한 빈둥거릴 거에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뒹굴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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