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잡담

[친구] 시그리드 누네즈

이 책은 작가의 [어떻게 지내요], [그해 봄의 불확실성] 보다 잘 읽었습니다. 익숙해 지는 것이 무섭네요. [친구]는 작가가 세 작품 중에 가장 먼저 쓴 것인데 앞서 읽은 책들 때문에 어떤 글을 쓰는지 익히 알고 접하자 기대와 어긋나서 오는 아쉬움이 없어요. 그리고 이 소설은 초점이 더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현대 사회의 작가로서 느끼는 문제의식들을 안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고민을 얼마나 깊이 파고 들어가서 표현하는지는 젖혀두고요, 이미 몸담고 있는 지식인 작가 사회에서 중산층의 일부가 된 자신들 생활 양식과 글쓰기의 지향을 돌아보는 것이 솔직하고 진실하게 다가왔어요. 

다음은 어느 작가의 집에서 저녁 식사자리 장면입니다.


'요즘은 무기력한 보헤미안이 존재하지 않고, 그 자리를 새로운 부류가 메웠어요. 그 부류는 지식, 고급스러운 소비, 미각, 각기 다른 세련된 취향을 가졌고요. 집주인은 세 번째 와인을 따면서, 오늘날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처신이 민망하고 창피하다고까지 인정한다고 주장했어요. 맞는 말인지 아닌지 몰라도.' 


작가들이 기본적으로 부르주아가 된 것을 민망하고 창피하게 느낄까. 화자는 '맞는 말인지 아닌지 몰라도' 라고만 토를 달았는데 저는 극소수를 제외하고 그런 감정을 갖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고 느낍니다. 가능하다면 대부분 세련된 취향을 누리는 계층이 되고 싶을 거 같네요. 자신의 한 번뿐인 삶에 집중하는 것은 작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한 번뿐인 삶에 물질적인 요소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 시대가 되었고요. 누가 자본주의의 정점에 이른 시스템 영향에서 벗어나기가 쉬울 것인가요. 이 흐름 속에 있지 않다면 대중적인 공감의 형성도 힘들고 책 한 권 내기도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 중에 다른 길을 가는 분들도 없지는 않으나, 참 어려운 일인 거 같습니다. 사실 대부분 작가는 예전부터 예술가와는 좀 다른 유형인 것 같아요. 

화자가 가르치는 어떤 학생은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같은 작가들은 글쓰기를 실제보다 훨씬 어려워 보이게 해서 사람들을 겁주려 한다고, 파이가 일정한 상태에서 진입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라고. 이런 생각을 갖고 왜 배우려 왔는지 모르겠다 싶은데 시작부터 파이 운운하려면 다른 길을 찾는 게 맞겠죠. 화자도 작가가 되는 것 말고 생계를 꾸릴 다른 방법이 있다면 그걸 해야 된다고 조언합니다..

[친구]는 이런 것들, 작법을 가르치는 선생이자 현대를 살고 있는 작가로서 어떤 입장에서 어떤 글을 쓸 수 있는지들을 고민합니다. 차라리 작가가 아닌 실질적인 어떤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옳지 않나, 라는 생각도 더듬고요. 글쓰기 슬럼프로 다른 길을 간 지인의 예를 들면서요. 그리고 또 한 축으로 갑작스레 맡아 함께 하게 된 엄청 큰 그레이트데인 종의 개 아폴로와의 생활 문제를 엮어가며 쓰고 있었습니다. 동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작가 작품에 나타나는 일관된 특징이네요. 

다만 여러 작가의 말을 인용한다거나 일화를 옮기는 식으로, 글이 단상과 삽화식으로 전개되므로 화자(작가) 본인의 지향이나 입장이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은 성격은 있습니다. 저는 시그리드 누네즈의 이전 책에서 느낀 약간의 거리감이 누그러지면서 그 살아온 궤적에서 최선을 다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되었습니다.(개가 나왔다고 그러는 건 아닙니다.) 

뉴욕에 사는 작가와 주변 지인들의 일상과 고민이 전개되면서 많은 인용들을 읽는 재미를 좋아하신다면 함 읽어 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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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잘 보내고 계신지요. 

저는 새해가 되고 들입다 아프기 시작해서 며칠 누워 있었습니다. 어지러움, 울렁거림, 메스꺼움, 두통, 허리통증이 시리즈로 이어지는 와중에 이게 무슨 병이여..하는 의문 때문에 제일 불안했습니다만 오늘은 이렇게 노트북을 켤 만해졌어요. 소화제와 진통제 등등 약이 듣는 것을 보니 큰 병은 아닌 것 같고 몸살이려니 생각하고 있어요. 아픔 자체보다 살면서 처음으로 걸을 수 없는 어지럼증을 경험했더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울렁거림을 진정시키며 누워서 생각해 보니 정말 중요한 것과 별로 의미없이 느껴지는 것들이 눈앞에 오락가락 정렬을 합니다. 아플 때 이런 경험 흔히 하잖아요. 금방 낫지 않고 계속 아프거나 병증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에는 마음이 얼마나 약해지는지 확인합니다. 병 중에도 온갖 수단방법을 동원해서 읽기와 쓰기를 계속했던 프루스트 비롯 몇 작가들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일상의 삶을 예술과 맞바꾼 이들이니 머나먼 저쪽에 위치한 이들이고 발끝을 따라가지도 못하지만 우선 순위 같은 거, 물욕 같은 것을 생각하게는 됩니다. 

젊을 때는 굵고 짧게냐 가늘고 길게냐 같은 선택지를 운운했지만 지금 제 처지에서 보면 말할 필요도 없어져요. 우리 가늘고 길게 가도록 합시다! 듀게 모든 분들 하루하루 잘 관리하시길. 





 

    • 혹시 독감 같은 게 우연히 옮아서 걸리셨던건가 의심스러운데 좀 나아지셨다니 천만다행이네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경험이 있어요. 몸이 아프니까 평소 매일같이 우선순위로 남은 하루일과를 뭐를 할까 고민하던 것들이 다 뒤로 밀리고 빨리 이 아픈 것만 나았으면 싶고 말이죠. 새해에도 날이 꽁꽁 얼어붙었는데 다들 무엇보다 건강 잘 챙기시길~

      • 호흡기 쪽으로는 별 증상이 없어서 독감이란 생각은 안 했어요. 그냥 아침에 일어나자 빙 돌더니 시작했어요..전에 쏘맥 님 걸리신 이석증인가 의심도 했는데 메스꺼움과 두통에 요통까지 이어지니 이상했습니다. 지금은 미미한 증상 뿐 거의 괜찮네요. LadyBird 님도 이상이 없는 평소에 고루 잘 드시고 무리하지 않으시길요.   

    • 아이고 벽두부터 아프시다니... ㅠㅜ 얼른 낫기를, 큰 병 아닌 그냥 몸살이길 기원하구요.


      전에도 적은 것 같지만 요즘 저는 먹고 금방 드러누우면 살짝 위산이... ㅋㅋㅋ 이 얘길 했더니 주변 사람들은 '그럼 지금까진 안 그랬다고??' 라며 놀라더군요. 일단 그걸로 위안을 삼고 있지만 이렇게 조심해야할 것이 하나 더 늘어 버렸구나. 라는 생각에 슬픈 웃음이 나옵니다. 우리 건강하게 살아 보아요!!




      ㅋㅋㅋ 맞습니다. 사실 전 30대 시절부터 '이미 짧고 굵게는 글렀으니 길게라도 살아야 해!' 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그게 그 당시엔 농담이었고 이젠 그냥 인생의 진리가 되어 버린 것 같아요. 길고 길게 살아 보아요! 우리도, 듀게두요. 하하.

      • 오늘까지 점점 나아지고 있는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가까운 가족도 야식을 즐기다가 위산역류, 식도염으로 이어지는 걸 봤어요. 미리미리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몇 번 했던 말인데 로이배티 님 수면 총 시간이 항상 미스터리입니다. 낮잠을 조금 갖나요? 직장인이 넘 늦게 자니 어떻게 몸을 유지하는지 이상이상합니다!  

        • 보통 다섯 시간 남짓... 정도 자고 있습니다. ㅋㅋ 다만 작년 하반기쯤부터 퇴근 후에 삼십 분, 한 시간 정도씩 곯아 떨어지는 일이 많아져서 다섯 시간 반으로 연장해 보려고 생각 중이네요. 이제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기로 결심했기에... 하하;

          • 다섯 시간은 제 고3 때보다 적은...그래도 숙면을 하시나 봅니다. 낮에 20-30분 자는 건 좋다고 하는데, 모쪼록 몸 상태를 잘 살피시길요.

    • "작가들이 기본적으로 부르주아가 된 것을 민망하고 창피하게 느낄까. 화자는 '맞는 말인지 아닌지 몰라도' 라고만 토를 달았는데 저는 극소수를 제외하고 그런 감정을 갖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고 느낍니다. 가능하다면 대부분 세련된 취향을 누리는 계층이 되고 싶을 거 같네요. 자신의 한 번뿐인 삶에 집중하는 것은 작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한 번뿐인 삶에 물질적인 요소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 시대가 되었고요. 누가 자본주의의 정점에 이른 시스템 영향에서 벗어나기가 쉬울 것인가요. 이 흐름 속에 있지 않다면 대중적인 공감의 형성도 힘들고 책 한 권 내기도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 중에 다른 길을 가는 분들도 없지는 않으나, 참 어려운 일인 거 같습니다. 사실 대부분 작가는 예전부터 예술가와는 좀 다른 유형인 것 같아요. "




      이제 좌파가 되기는 거의 불가능한 시대가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저는 작가도 뭣도 아니지만 이 시대의 욕망에 저항하는 걸 거의 포기했습니다. 자본주의적 계급에 대한 성찰은 거의 불가능한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거기에 조금씩 젖어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무섭네요.


      • 말씀대로 어떤 이즘으로 정체성을 갖고 살기는 어렵게 느껴집니다. 뭐 전에도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제 완전히 단절된 느낌이죠...그냥 개인으로 할 수 있는 일, 가능한 생각을 찾을 수밖에 없고 주변 사람에게 잘 하는 정도만 떠올라요. 그래도 생각은, 고민은 계속해 나가야겠고요.  


        쓰다보니 생각나는데 얼마 전에 배우 조쉬 오코너의 인터뷰를 보는데 자신은 부자가 되어도 안 할 것 같은 게 있는데 예를 들기를 요트 같은 걸 사는 건 안(못) 할 거라고 하더군요. 무지막지 부자가 되어도 그럴까 싶긴 한데... 단순한 예지만 어떤 환경에 처했을 때 각자의 선택이 다르기를 기대하는 건 있어요. 

    • 저도 12월 말부터 콧물, 재채기 같은 비염 증상이랑 목이 날카롭게 아픈 목감기 증상이 한 10일 넘게 이어졌었어요. 뭐 확 아픈건 아닌데 계속 그러니까 아주 기분이 별로 였어요. 뭔가 의욕도 안 생기는 새해 맞이였습니다. 크게 아프지 않게 노력해야겠어요.

      토마님도 건강 잘 챙기시면서 100호, 200호 잡담을 볼 수 있길 바랍니다!!
      • 쏘맥 님과는 어쩐지 아픈 경험을 공유하게 되네요. 지금도 목감기 증상은 남아 있나 봐요? 생강 끓여서 꾸준히 드셔 보세요.


        저는 오늘도 아침에 일어날 때 느낌이 안 좋더니 종일 흔들리는 어지러움이 약하게 있었어요. 혼자 지진 상태인 것처럼.ㅎ.  쏘맥 님 저번의 이석증은 이제 좀 괜찮으신가요. 저는 고개 돌릴 때 어지러운 건 아니라서 이석증은 아닌 거 같기도 한데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네요. 나이드니 이상한 증상도 많네요.ㅎ


        쏘맥 님이나 저나 연초에 일 년치 몸의 이상은 다 겪은 거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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