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바낭] 인생 첫 반전 영화(?)였던 '스팅'을 다시 봤어요

 - 1973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2시간 9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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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 캐시디와 태양 춤을 추는 아이가 다시 뭉쳤다!!!)



 - 잔챙이 동네 사기꾼 조니 후커(아니 이름이...;)씨는 자신을 키워준 동네 사부와 함께 늘상 하던 사기를 한 번 치다가 그만 알지도 못한 채로 그 동네 거물의 현금 운반책을 털어 버립니다. 뜻밖의 거액! 이라고 즐거워하는 것도 잠시, 거물이 보낸 자객들에게 사부님이 돌아가시고. 기댈 곳이 없어진 조니는 복수의 꿈을 안고 사부님이 생전에 알려주셨던 전설의 고수 헨리 건돌프를 찾아가죠. 술에 쩔어 데굴거리는 폼이 영 믿음직하지 못한 우리 건돌프씨와 마지 못해 손을 잡는 조니. 과연 이들의 복수 겸 인생의 한 탕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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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성공하겠지만 거기까지 어떻게 가느냐. 가 중요한 이야기를 아주 잘 살려낸 경우라고 생각했습니다.)



 - 어려서 뭔지도 모르고 공중파로 접한 명작 중 하나였죠. 익숙하기 그지 없는 그 멜로디에 낚여서 보기 시작했는데 뭔지 이해도 잘 못 하면서도 훅 빠져들어 보다가 마지막 반전에 정말 충격을 받았던 추억이 있습니다. 참 그립죠. 요즘엔 이런 영화를 보면 다짜고짜 '그것' 부터 의심할 그 반전이었던 것인데요. 이렇게 아는 것이 없어서 세상 모든 게 다 재밌던 그 시절이 종종 그리워지곤 합니다. 이젠 쓸 데 없이 아는 것만 많아져서 그렇게 화끈한 재미를 느끼기가 쉽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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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 캐릭터도 훌륭하지만 빌런들을 참으로 타격감 좋은 녀석들로 잘 살려낸 것도 훌륭한 솜씨라고 느꼈구요.)



 - 정말 오랜만에 다시 보는 것이었지만 중요 반전과 국면 전환들은 거의 다 기억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속였나'에 중점을 두고 보게 되었는데요. 이게 의외로(?) 지금 봐도 상당히 교묘하고 깔끔하게 잘 속였네요. 관객들과 페어플레이를 하면서도 딱 반전과 연결되는 대화만 생략하거나 은근슬쩍 뭉개고 넘겨 버리는 식이라서 당시 사람들은 속을 수 밖에 없도록 잘 짰더라구요. 근데 고작 두 번째 작품으로 이런 멋진 각본을 써낸 그 작가님께서 이후에 남긴 제목 알만한 영화가 메이저 리그, 킹 랄프(요 두 편은 감독도 하셨네요) 그리고 각색으로 참여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과 아무도 관심 없는 스팅2 뿐이라니... 재능을 데뷔 초반에 몰빵으로 다 써 버리신 걸까요. 괜히 아쉬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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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가 왜 초짜 때 로버트 레드포드 닮았단 얘길 들었는지 한껏 느껴보시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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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폴 뉴먼이 더 멋집니다?)



 - 근데 지금 시점에서 볼 때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 포인트는 그 쪽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거의 모든 면에서 '와! 옛날 영화! 근데 참 폼나게 잘 만든 옛날 영화!!' 라는 느낌을 주는 게 너무 좋았어요. 영화에서 자주 보여주는 70년대 스타일로 만들어진 30년대 미국 대도시의 풍경들이 참 폼이 나게 좋았구요. '이것이 스타 파워다!' 라는 듯한 두 주연 배우의 매력 자랑이 또 참 설득력 있게 좋았구요. 그 외에도 음악, 소품, 촬영, 편집, 연출 등등 모든 게 정말로 고퀄로 멋지고 폼이 나서 보는 내내 일 없이 즐거웠습니다. 물론 추억의 영화여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냥 좋더라구요. 왜 요즘 영화들 중엔 이런 느낌을 주는 작품이 별로 없나... 라는 노인네스런 생각을 하며 잘 봤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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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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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서 두 주연 배우 & 캐릭터들 중 제 취향은 단연 이 쪽이었습니다. 요 얄미운 표정 좀 보세요!!! ㅋㅋㅋㅋㅋ)



 - 솔직히 뭔가 할 말이 없습니다. '헐리웃 고전 명작 영화'라는 식상한 표현에 딱 들어 맞는 그런 영화였구요.

 지금 봐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 갖출 건 다 갖춘, 이후 수많은 이야기들의 원형이 되어 버린 각본. 매력 터지는 전설의 톱스타님들의 젊은 시절 연기. 고급지게 만들어진 세트와 의상 + 도시 풍경들. 설명이 필요 없는 음악과 뭐 기타 등등... 그냥 그 시절 오락 영화의 정수가 아니었나 싶어요. 아직 안 보신 분들은 꼭 보시고 이미 보신 분들도 심심하고 볼 거 없을 때 한 번 더 돌려 보심 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두루두루 추천을 해 봅니다. 끝이에요.




 + 사실 요즘 관객들 보기에 살짝 거슬릴만한 게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다름 아닌 여성 캐릭터들이... 좀 그래요. ㅋㅋ 일단 비중이 없고 비중이 있으면 별로거나 비중도 있고 괜찮으면 넘나 순정파이고 뭐 그렇죠. 하지만 1973년에 나온 헐리웃 오락 영화를 보면서 요즘의 기준을 그대로 대입하기도 좀 거시기하니 뭐 그러려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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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딱 이 짤 정도의 비중과 역할이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어찌보면 당시 현실 반영이기도 하겠죠.)



 ++ 아래 moviedick님 글에도 적었지만 '맥가이버'에서 이 영화를 살짝 인용한, 대략 패러디 정도? 로 흉내낸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양쪽에 모두 출연한 손튼 국장님 그립읍니다... 갑자기 옛날 원조 맥가이버가 다시 보고 싶어지는데, 아마 별로 재미 없겠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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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님의 대머리는 대체 몇 살 때 부터!!!?)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래서 조니와 헨리의 복수 계획이란 당연히 살인 같은 게 아니라 사기로 탈탈 털어 먹겠다! 는 것이겠구요. 헨리의 표현에 따르면 '상대가 사기 당했다는 사실 조차 눈치 채지 못하는 궁극의 사기'를 목표로 설정하고 일단 구인에 들어갑니다. 이 부분이 좀 웃겼어요. 아니 무슨 같이 사기 칠 사람들은 대기업 채용 면접처럼... ㅋㅋㅋㅋ


 1단계는 빌런님이 즐기는 기차 포커판에 헨리가 끼어들어가서 빌런을 도발하는 거였구요. 우월한 포커 실력에 결정적인 순간을 위한 카드 바꿔치기까지 완벽하게 준비해 가서 성공 시킨, 게다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퇴장 때까지 숨 쉬듯 티배깅을 해대는 헨리 때문에 빌런님은 거의 이성을 잃겠죠. 그래서 돈 심부름꾼으로 꾸미고 접근한 조니의 '내가 헨리 저거 엎어 버리고 사업도 접수해 버리려고 하는데 니 자금력이 필요하다'는 작업에 홀라당 넘어가 버리는 빌런님입니다.


 2단계는 전신 사기. 그러니까 경마 중계에서 생겨나는 시간차를 활용한 사기인데요. 정확히는 전신 사기를 하자고 빌런님을 속이고서 실제로는 이미 끝난 경기 시나리오를 라디오 중계 흉내를 내며 읽어대는. 뭐 그런 작전입니다. 하지만 나름 조심성 많은 빌런님을 안심 시키기 위해 일단 한 번 돈맛을 보게 해주는데요. 이걸로는 못 믿겠다며 직접 방송국에 가서 내부자를 만나야겠다, 그걸로도 못 믿겠으니 한 번은 더 돈을 따 봐야 겠다... 등등 빌런님이 계속해서 던지는 난관을 임기응변 즉석 훼이크로 진땀 흘려가며 막아내는 주인공과 동료들입니다.


 그런데 이 때쯤 조니에게 한 방에 세 가지 위협이 함께 찾아 오죠. 하나는 원래 놀던 동네에서 원한을 품고 달려와서 집요하게 자신을 쫓는 부패 경찰관. 다른 하나는 빌런님께서 보낸 수수께끼의 프로 암살자. 마지막은 헨리를 노리는 FBI 요원들의 회유와 협박이요. 


 일단 부패 경찰관님은 FBI 요원들에게 끌려 가서 '우리 하는 일에 협조나 하라구!' 라고 혼나고는 FBI의 셔틀이 되어 조니를 잡으러 다니구요. 결국 잡혀서 끌려온 조니에게 FBI는 헨리를 배신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 말 안 들으면 니 옛 사부의 아내를 감옥 보내 버릴 거지롱~ 이라는 협박에 결국 굽히는 조니구요. 그 와중에 자신을 노리는 킬러들을 피하다가 정이 든 식당 여인과 로맨틱 원나잇을 보내지만 알고 보니 이 분이 수수께끼의 프로 암살자였어요. 위기 일발의 순간에 헨리가 붙여 준 보디가드가 킬러를 처리하고 조니는 삽니다.


 그래서 드디어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빌런님에게 경마 중계 사기를 치는 데 성공. 거액을 챙기게 된 순간 FBI가 들이닥치구요. 상황을 보고 조니의 배신을 눈치 챈 헨리가 조니를 쏘고 FBI가 헨리를 쏩니다. 둘이 모두 총에 맞아 죽고, 빌런님은 혼비백산해서 자기 돈이고 뭐고 부패 경찰관과 후다닥 달아나는데... 그렇게 둘이 사라지고 나니 FBI가 껄껄 웃으며 조니를 깨우죠. 당연히 헨리도 일어나구요. 요 FBI까지가 헨리와 조니의 사기극이었던 것.


 그래서 의기양양하게 자 이 돈 나누고 나면 어디 가서 숨어 살지? 라는 생각을 하는 헨리, 그리고 어차피 자긴 돈 생겨 봐야 도박으로 다 날릴 테니 자기 몫은 필요 없다는 조니. 둘의 훈훈한 모습으로 엔딩입니다.

    • 잘 읽었습니다. 저는 스팅을 아마 83년 무렵에 공중파 KBS에서 처음 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후로 몇번 재방송이 있었지만 DVD와 사운드트랙을 사게 되었죠. 이런 경파한 스타일의 범죄물 자체를 싫어하지 않는 이상 거의 대다수가 무난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하지만 잘 짜여진 마스터피스 중 하나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요즘 시대에는 이런 낭만 같은 걸 표현하기엔 너무 사람들이 머리에 들은게 많은 만큼 잡스런 생각도 많아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만… 어쨌든 시대상에 맞춰서 즐길 수 있는 여유만 있으면 실패하지 않는 수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ㅎㅎㅎ :DAIN_



      • 맞습니다. 그렇게 대다수가 무난히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오락물인데 되게 잘 만들었다... 라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에 더 감탄하면서 봤어요.


        굳이 따져 보자면 이미 이 영화의 모든 캐릭터, 상황 설정들이 이후에 수도 없이 변주, 진화되며 요즘에 이르렀기 때문에 최신 범죄 스릴러들에 익숙한 사람들이 보기엔 많이 순한 맛이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그걸 이 정도로 잘 만들어낸 작품은 별로 없으니까요. 정말 어지간해선 다 재밌게 볼 수 있을 훌륭한 오락물이었네요.

    • 반전 영화의 최고봉이죠. 최고의 반전 영화로 [식스 센스], [유주얼 서스펙트], [디 아더스] 운운 할 때마다 '스팅 미만 잡'이라 대답합니다.


      정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잘 만든 영화라는 점에 공감합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과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이 시절의 아카데미상은 대중성에 대한 확실한 보증수표죠.

      • 제목에도 적었 듯이 이렇게 강렬한 반전이 있는 영화로 제 인생 첫 작품이 '스팅'이었기 때문에 제게도 그런 의미로 남아 있습니다. ㅋㅋ


        워낙 전체적으로 고퀄, 웰메이드인 데다가 캐릭터부터 이야기 전개까지 참 모범적으로 잘 만들었기 때문에 큰 호불호 없이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을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그야말로 모범적인 대중 영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 내일을 향해 쏴라가 한국에 처음 소개 될 때 푸줏간 캐시디와 석양의 꼬마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고 하는데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ㅎㅎㅎ정영일 선생의 증언만 있을 뿐

      • 저도 옛날 옛적 스크린 같은 데서 저렇게 번역한 제목을 소개하는 글을 읽었던 기억으로 적은 드립이었습니다. ㅋㅋ 근데 검색해 봐도 뭐 나오는 건 없네요.

    • 푸른 눈, 금발은 암만 봐도 신기합니다. 인간이 우찌 저런.......

      • 저쪽 입장에선 '매우 동양인스런' 피부와 눈동자, 머리카락을 보며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겠죠. ㅋㅋ

    • 이 영화는 옛날에 tv에서 몇 번 봤으나 제대로 본 기억이 없어요. 70년대 만들어진 영화나 그때를 배경으로하는 영화를 저도 좋아하는데 언제 제대로 봐야겠습니다. 여기서는 폴 뉴먼이 연장자임이 확연한데 몇 년 전에 두 사람이 출연한 '내일을 향해 쏴라'는 두 사람 나이 차가 그리 안 느껴지면서 둘 다 멋지구리했죠. 찾아보니 폴 뉴먼이 열한 살 위네요. 요즘보다 이 시절의 배우들이 더 멋진 느낌인 것은 역시 나이탓? 

      • 한 번 제대로 보셔도 좋을 겁니다. 본문에도 적었듯이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아쉽긴 하지만 뭐 시대가 시대니까요.


        나이 탓일 수도 있겠지만 저도 적극 공감합니다. 하하하. 뭔가 요즘과는 다른 멋이 있는데 제 눈엔 그쪽 멋이 더 멋져 보여요. 그림 같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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