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잡담] 젊은 날 안성기의 '기쁜 우리 젊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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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추억의 명보극장!



- 연극부 여대생 혜린이 무대에서 열연하는 모습으로 막을 엽니다. 이를 객석에서 관람중인 딱 봐도 그녀를 짝사랑하는 순정남 영민은 수줍은 구애를 해보지만 그녀에겐 이미 영민과 비교도 안되게 조건이 좋은 김중배애인이 있었는데... 뭐 듀게에선 이미 보신 분들도 많을테고 안보셨더라도 어떻게 전개될지 뻔한 80년대 방화 스타일 순애보 멜로영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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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한계를 다 깨부셔버리는 미모



- 최근 안성기님의 안타까운 부고가 있었고 여기 crumley 회원님이 써주신 훌륭한 추모글(http://www.djuna.kr/xe/index.php?mid=board&page=2&document_srl=14434247)을 읽고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재감상 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슬프다, 황신혜 예쁘다, 안성기 연기 잘하네." 등의 당연한 감상이었고 이번에 봐도 여전한데 crumley님 글에서 강조하신 부분들을 염두하고 보니 안성기의 연기에서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디테일들이 많더군요.


찰리 채플린부터 엽기적인 표정만 빼면 짐 캐리까지 떠오르는 슬랩스틱 연기가 정말 일품입니다. 그렇다고 막 엄청나게 빵 터뜨리려는 게 아니라 작품의 톤과 캐릭터에 완벽하게 맞게 짠내 나는 웃음을 유발하더군요. 특히 크리스마스에 황신혜와 애인이 데이트하는 레스토랑을 안경에 김이 서린 채로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헤매다가 선물을 놓고가는 씬은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더군요. 달콤씁쓸함이라는 감정을 온몸과 표정으로 표현해내는 그 유명한 엔딩씬도 백문이 불여일견이었구요.


황신혜는 일단 저 시절 우리나라 스타일 메이크업과 의상에도 저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의 아름다움을 뽐내시고 오프닝 연극에서 독백씬에선 굉장했는데 이후로는 그렇게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분량이 없습니다. 그냥 초반에는 안성기가 숭배하는 아름다운 여신, 후반에는 미국에 갔다와서 비련의 여인이 됐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여신이라는 대상화된 캐릭터로 존재하는 게 거의 다니까요. 물론 이 작품에서는 그런 역할이 맞으니까 단점까진 아닙니다. 클라이막스의 그 슬픔이 극대화되는 장면에선 그나마 절제되고 좋은 감정연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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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부자사이처럼 안보이는 단점이 있지만 연기로 다 상쇄하신 최불암 옹이십니다. 거칠고 엄격할 것 같은 겉모습과 달리 자상하고 사랑이 넘치는 아버지 캐릭터가 인상적



- 다루는 스토리에 비해 2시간을 넘기는 러닝타임이 체감되긴 하는데 이번에 보니 롱테이크 장면들이 꽤 많더군요. 이런 장면들에서 특히 안성기의 온몸을 활용한 연기들이 돋보이는데 원래 배창호 감독 스타일인지 안성기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선택했는지는 모르겠네요. 어쨌든 짠내나는 웃음과 다소 촌스러워도 애절하고 슬픈 감성은 제대로 꽂히는 충분히 그 시절의 명작으로 꼽힐만한 좋은 영화였습니다.


유튜브에서 그냥 보실 수 있어요. 당시 촬영장비나 여러 여건의 한계로 비주얼은 그냥 그렇지만 어쨌든 깔끔한 고화질

https://www.youtube.com/watch?v=mzmSe5s93I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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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국내에서 인기있던 간식들이 뭐가 있었는지 알 수 있어서 더 재밌는 장면



- 이번에 발견한 재밌는 부분은 각본을 배창호 감독과 이명세가 공동으로 썼는데 작중에서 영민이 잠깐 연극작가의 길을 꿈꾸며 써봤다는 각본의 제목이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입니다. 아시다시피 '개그맨'에 이은 이명세 감독의 두번째 연출작이었죠.


또한 작중 영민이 워낙 순수하고 무해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고 당시 시대상이 그러니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상대가 분명한 거절의사를 수차례 밝혔음에도 계속 쫓아다니면서 어떻게든 마주치려 하고 회사 앞에서 무작정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하는 건 엄연한 스토킹으로 볼 수 있죠. 뭐 당시 다른 작품속의 '로맨틱'하다고 주장하는 남주들이랑 비교하면 훨씬 양반입니다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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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찍힌 이 스틸사진을 고인이 생전에 그렇게 좋아하셨다고 하는데 결국 이번에 영정사진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다시 한번 명복을 빕니다.

    • 저 영화를 87년에 극장에서 보았습니다.  명보극장 이었죠.   황신혜가 라면 먹는 장면이 기억납니다.  방화를 잘 안보던 시대였었는데.  여자 대학 동기들의 강력한 이끌림에 따라서 끌려가듯 보았죠. 사랑의 노래 들려온다~ 라는 주제 노래가 있었는데, 지나간 청춘의 기억이 되었네요.   

      • 개봉 당시에 극장에서 보셨다니 진짜배기 탑골갬성 회원님으로 인증해드리겠습니다. ㅋㅋㅋ 그러고보니 라면집 장면도 참 인상적이었네요. 우아하고 세련된 황신혜 캐릭터의 이미지, 복장과 상반되는 분위기가

    • 당시 학교에서 쫌 노는 친구들은 보러갔고, 나는 간이 작은 가짜 모범생이었기에...그렇지만 저 황신혜 나오는 포스터, "기쁜 우리 젊은날"이라는 제목. 저걸 어찌 잊겠습니까.

      • 당시엔 극장에 영화를 보러가면 쫌 노는 친구들로 분류됐었나 보군요. ㅋㅋㅋ 그 때 관람하셨던 분들께는 정말 잊을 수 없는 작품이겠어요.

    • 제가 이 영화를 분명히 지금으로부터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기에 봤는데요. 그래서 당연히 듀게에도 뭐라고 적은 기억이 있는데 검색을 해 봐도 안 나오네요. 듀게 검색 시스템의 잘못인지 제가 검색하기 어렵게 글을 적은 건지... ㅋㅋ




      암튼 대부분 공감합니다. 저는 정작 어릴 땐 황신혜의 미모 칭송을 '그 정도인가?' 라고 생각하며 자랐는데 나이 먹고 이 영화를 보니 그제사 알겠더라구요. 말씀대로 시대의 한계를 개인 역량으로 극복해버리는 미모. ㅋㅋㅋ 안성기씨 연기에서 슬랩스틱 느낌 많이 묻어나던 것도 역시 인상적이구요. '저거 요즘 기준으론 그냥 스토커 아녀?' 라는 생각까지도 똑같이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도 저도 좋게 봤던 기억입니다. 요즘 세상엔 나올 수 없는 종류의 낭만 같은 걸 진하게 느꼈어요. 아마도 그 시절을 살짝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들이 아니면 공감하기 쉽지 않은 종류의 낭만이겠지만요. 

      • 언급을 하시니 저도 배티님이 이 영화글을 써주신 것 같기도 하고 제가 거기에 댓글을 단 것 같기도 하고 헷갈리는데 요즘 구글, 네이버에 여러가지 방법을 써봐도 확실하게 써놓은 글도 잘 걸리지 않더라구요. 배티님 글은 머리말에 있는 ~~바낭 이런 것까지 정확하게 쳐야 나오던데 ㅋㅋㅋ




        뭐 오죽했으면 '컴퓨터 미인'이라는 별명까지 붙었겠냐만 이 영화를 보니 정말 시대를 초월하는 미모라는 걸 재실감하게 되더라구요. 저렇게 쫓아다니는 게 영민 한사람 뿐이라는 게 개연성이 떨어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죠.




        맞습니다. 요즘 시각으로 보면 불편할 부분도 없진 않지만 또 그런 시절의 창작자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낭만이 있어요.

    • 황신혜 배우가 연기보다는 외모로 회자되지만 연기가 저평가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한 적 있어요. 전혀 부자 사이처럼 안 보이는.에서 혼자 터졌네요. 스토킹을 열정인냥 넘어가고 했던 인식이 예전엔 있었죠. 스틸 사진이 뭐라 말할 수 없이 근사해요.
      • 제가 유동근이랑 나왔던 그 대히트 쳤던 MBC 드라마 말고는 출연작을 거의 못봐서 뭐라 평가하긴 그렇지만 이 작품 오프닝 모놀로그 연기는 분명히 훌륭했어요. 작품 선구안도 그렇고 연기도 기복이 심했다는 게 중론이더군요. 




        진짜 둘이 별로 닮지도 않았고 그냥 안성기의 친한 동네 삼촌 느낌 아닙니까? ㅋㅋㅋ 사진이 워낙 근사해서 본인도 그렇게 맘에 들어하셨나봐요.

    • 저 벤치에서의 데이트 장면이 생각나네요. 언제 봤는지 기억도 없는지라 한번 더 봐야겠다 싶습니다. 예전 로맨스물에서 오는 그 찜찜함을 잘 이겨내보겠어요(요즘은 벽에 밀치면서 키스하는 장면도 거의 없는듯요)

      마지막 사진 좋네요. 편히 쉬시길
      • 워낙 유명하죠. 엔딩씬도 그렇고... 주인공이 사실상 스토커라는 것만 봐주면(?) 찜찜할 부분은 더 없는 것 같아요. 사진을 보면 볼수록 더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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