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는 스칼렛]을 보고 나서


안녕하세요, 존재감 없고 댓글 안 달려서 신경쓰이고 있는 DAIN_입니다. 

오늘은 그냥 근래 본것 하나를 적어 보겠습니다. 


[끝이 없는 스칼렛]을 보고 나서


애니메이션 감독 호소다 마모루 작품 중에서는 한국에서 신기할 정도로 저평가 받는 중이란 인상인데, 사실 저 자신은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애니메이션 자체로는 잘 만든 부분도 있지만 스토리로는 '의식의 흐름'만을 따라가다가 나사풀린 이야기처럼 보이는 것 때문에 소위 개연성이 어쩌고 따지는 사람에겐 어색하게 보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작품의 내용 자체가 여주인공이 연옥에 떨어져서 '집념'만 갖고서 싸워나가며 가혹한 환경을 버티는 이야기를 몽롱하게 그리는 몽유병 같은 느낌의 작품이라서 개연성보단 이야기가 생각 밖으로 엉뚱하게 흘러가는 자체를 즐겨야 한다 생각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일본 섬나라 밖의 세계 시장을 노리고 외국 수출용 영화를 만든다는 느낌과 과정 속에서 묘하게 서구스러운 작화와 서양 영화 스러운 연출을 도입하면서 좀 핀트가 흐트러진 작품 취급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오시이 마모루의 이노센스 처럼 막나가는 공허함은 아니고요. 


개인적 빈정거림을 섞어서 농담스럽게 말을 좀 풀어보면 …

이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꽤 선 굵은 패러디 영화로 볼 수도 있습니다. 

작정하고 미야자키 식 판타지의 해피엔딩과 오시이 마모루식의 자아성찰을 패러디해서 호소다 식의 "미래에서 기다릴게" 대신 "너희가 사는 미래가 조금이라도 평화로와지도록 노력할게"라고 조금 더 글자 수가 길어지고 이루기 어려운 명제로 바꾸었다~정도의 애니란 인상입니다. 


액션은 분명히 나름 괜찮고요, (실사 사진을 그림으로 만든 듯한) 배경이나 모래바람 번개 구름 등의 자연 묘사와 연출은 분명 쩌는데, 

내용적으론 미야자키 초기작들의 패러디에 가깝고 동시에 오시이 마모루의 시리어스하고 담배연기 뿌연 느낌의 몽롱함을 중심으로 하는 지라 '보는 재미가 덜한' 은근히 전형적 호소다 마모루 분위기의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과거 미야자키에 대한 개인적 원한(?)이 하늘을 찌르던 호소다가, 미야자키의 토에이 시절 초기작 [태양의 왕자 호루스의 대모험]을 역으로 뒤집어서 마녀 힐다가 주인공이 되어, '착한 일본인 컴플렉스'에 걸린 남주와 연옥에서 모험을 하다가, 

(로리콘) 감독 작품을 비트는 것과 작중에서 햄릿의 숙부인 나쁜 왕 캐릭터에게 복수하려다가 스칼렛이 결국 용서하는 걸로 간접적 복수를 시키려다 자기도 감독이 되보니 용서할수 있게 된 것 같아져서 성불(?)했지만 결과적으로 작중에서 스칼렛 조국에서의 사태 해결이 제대로 안된 애니~라고 농을 치게 됩니다. 아 물론, 당연히 이건 다 웃자고 한 거짓말~이 아니라 농담이긴 합니다만… 후후후 


아니 진짜 오프닝에 '몸에 칼이 박힌 용'이 나오고 그럴 때만 해도 진짜 [호루스의 대모험] 성별역전극으로 미야자키와 같은 소재를 다르게 푸는 것을 가지고 미야자키를 간접적으로 까려다가 주제의식을 놓치고 실패하겠구나 싶었는데, 

역으로 본편 중에서 착한 일본인~이란 개인적 주제에 연연하다가 내용과 재미가 함몰되어 가더란 생각이 들 정도기도 하고. HAHAHA~! 

또 어떤 시점(라퓨타 패러디)으로 보면 무스카 때문에 하늘에서 연옥으로 떨어진 시타가 연옥에서 지상으로 기어올라와 무스카에게 복수를 하려고 하는데, 정작 연옥에서 만난 파즈가 복수는 무의미하고 대화로 해결를 하자는 평화주의자여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농담을 할수도 있기도 합니다. 


하여튼 개인적으론 그냥 평작 정도라서 지금의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평가 저하 분위기는 좀 어색하다 싶습니다. 

뭐 이제 호소다가 재기할려면 진짜 작정하고 [마신영웅전 와타루] 같은 섬나라 3040대들에게 추억의 소재 ip원작을 잡아다가 '디지몬'처럼 만들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질 정도긴 했지만 ㅎㅎ 

하여튼 굳이 이런거 갖고 일일히 까지 말고 착하게 살자~라는 기분이 드는 애니메이션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등장인물의 행동에 개연성이 어쩌고 따지기엔 이 영화는 너무 이야기보다 흐름이나 연출에만 몰입한 작품일 수 밖에 없어서 말이죠. 

이것저것 따지고 들고 그러면, 결국 내용적으론 조금 오리지날리티가 부족하고, 작화 퀄리티는 호소다의 기존 작품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좋은 수준이지만 어째 좋은 평을 못 듣고 있어서 좀 어이가 없습니다. 

이 작품의 인물 그림은 과거 회상씬이나 액션 없는 부분에서는 2D 작화인데 액션은 전부 2D처럼 보이는 3D작화입니다. 사실 섬나라 일본식 애니 중에서 이 정도로 3D를 많이 쓰고 또 잘 쓴 작품이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을 겁니다. 

허나 이 작품의 진짜 포인트는 사막이나 계곡 같은 배경이나 중세풍 건물 등의 그림을 통해 보여주는 풍경과 배경을 미려하게 뽑아낸 미술 쪽인데, 다들 인물 그림이 이상하다 소리만 하고 있으니 참 보는 눈이 없구나 싶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일단 범작 급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하여튼 지금의 무시되는 분위기는 뭔가 좀 이상하게 과장되었고 또 쓸데업이 과격하다 싶기도 합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스토리의 개연성 어쩌고가 그렇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는가 싶기도 하고 말이죠.

죽어서 지옥도 천국도 아닌 사자의 땅='연옥'을 해매면서 여러 시대의 죽은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는 그런 스토리인데 개연성을 따지기엔 애시당초 어불성설 아닌가 싶을 지경이고 말이죠. 

작중에서 대놓고 죽은 기사들이 말타고 다니면서 아랍인들이나 몽고인들에게서 도둑질 하는데 그렇게 도둑질 하던 기사들이 말탄 총사대들에게 총맞고 또 죽고 하는 식의 반복이 이어지는 와중에 주인공 스칼렛이 해매이는 공허하고 몽롱한 이야기가 태반인데 굳이 개연성 어쩌고 따지기도 뭐하지 않나 싶은게 개인적 평가였습니다. 스칼렛이 연옥을 떠도는 중간에 현대 일본에서 온 히지리라는 남자와 만나서 히지리가 말하는 현대 일본의 환상을 스칼렛이 보는 부분에서 현대 일본 신주쿠 역 주변에서 스트리트 댄스 공연이 펼쳐지는(!) 작정한 뮤지컬 시퀀스가 있어서 좀 인도영화 같다는 평가도 있습니다만, 사실 그 뮤지컬 시퀀스보다 현대 일본의 환상을 보기 전에 스탠리 큐브릭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풍으로 화면 중앙 소실점에서 빛과 에너지 파형이 그려지는 '시공간 점프' 연출이 쓸데없이 긴 것에 비해서 너무 흔한 연출이어서 더 나쁘다고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일단은 세익스피어의 '햄릿'이 주된 베이스 소재라서 서구 쪽 반응은 나쁘지 만은 않기도 하고, 또 원전이 원전이라 좀 난해한 부분이 그대로 있는데다가 ('죽느냐 사느냐' 같은 대사는 없지만 햄릿의 조역 상당수가 나오고 묘파는 사람도 잠깐 나오고 그렇습니다) 

어떤 의미론 여러가지 충격으로 맛이 간 오필리아가 복수하려다 죽은 햄릿에 감정이입해서 자신이 햄릿 대신 주인공으로 복수에 빠져드는 식의 비틀린 이야기로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일단 이 작품에서 스칼렛의 아버지인 덴마크의 왕이 햄릿의 기반이 된 전설 속 왕자 이름인 암렛입니다. 

숙부 클로디어스나 어머니 거트루드 등도 나오고요. (여담이지만 이 애니에서도 야쿠소 코지가 성우로 나옵니다.)

주인공 스칼렛 역의 성우는 한때 일본에서 아역으로 이름 높았던 아사다 마나인데 성인이 되어서 목소리 연기를 하는 것 자체는 나름 노력해서 잘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작품의 스칼렛이란 캐릭터 자체가 죽음 끝에 복수 만이 전부라는 악다구니만 남은 것치고는 작중에서의 묘사가 좀 약하고 고생에 찌들어서 맥빠진 느낌처럼 보이기도 하는지라, 분명 성우는 노력하고 잘했는데 캐릭터 자체가 빛나기 좀 힘든 부분도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전체적 스토리는 '햄릿'의 변주인데 아버지가 죽고 숙부에게 대한 복수에 실패한 스칼렛이 지옥도 천국도 아닌 여러 시간대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떠도는 사자의 땅='연옥'에 떨어져서 해매다가 천국 같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끝이 없는 땅끝'에 도달해서 현세로 돌아가 복수를 하려고 생각했습니다만, 연옥에서 해매는 도중에 숙부도 연옥에 떨어진 것을 알고 숙부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라도 끝이 없는 땅끝에서 숙부를 찾아 죽이겠다고 결심하지만, 현대 일본에서 온 히지리라는 남자와 만나서 복수보다 싸울 힘이 없는 약자들을 돕는 것도 중요하다는 교훈 같은 것을 얻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결국 마지막에 숙부가 보낸 부하들을 물리치고 '끝이 없는 땅끝'에 도달합니다만, 문을 넘지 못해서 고심하는 숙부를 공격하려다 복수를 포기합니다만 숙부는 스칼렛의 칼로 스칼렛을 공격하려다 오프닝에서 나온 번개를 부르는 드래곤의 번개에 맞아 타죽어 버립니다. 

그리고 스칼렛은 연옥에서 돌아와서 깨어나는데 숙부가 독약으로 스칼렛을 죽이려고 했고 실수로 스칼렛이 마신 독을 자신도 마셔버려서 같이 죽었다가 작 중에서 모험 끝에 숙부만 정말로 죽어버리고 스칼렛만 연옥에서 빠져나오고, 결국 스칼렛이 덴마크의 왕이 되어서 국민들 앞에서 더 이상 아이들이 죽게하지 않고 전쟁 없는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라고 맹세하면서 끝납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일본에서 여자 덴노가 나와도 된다는 비꼬임 같기도 합니다. 문제는 스칼렛이 정말로 어떤 비전이나 수단이 있어서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는지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냥 연옥에서 만난 히지리에게서 배운 이상론적인 이야기만 하는 거면 다행이다 싶겠습니다만, 작중에서 그런 걸 제대로 묘사하지 못한 체 (주제가가 나오면서) 작품이 바삐 끝나버리기 때문에 마무리가 싱겁거나 좀 비틀린 의미로는 미야자키 식 해피엔딩을 비틀면서도 그런 이야기는 설득력이 없다고 이상하게 돌려 까는 기분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재미는 좀 떨어진다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오시이 마모루 식의 졸립거나 난해한척하는 시시함과는 달랐습니다. 작년에 저를 극장에서 자게 만든 영화는 '발레리나'였는데, 이 영화는 보고 졸립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호소다 하는 이름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는 좀 다른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결국 결과적으로 서양 중세 판타지 드라마의 대규모 전쟁 액션 연출을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 현장에서 최대한 살려내는 기술 실험작 측면으론 충분히 돈값을 했고 잘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작중에서 묘사되는 사막이나 황야의 모래 표현이나, 바위계곡이나 용암이 흘러서 만들어진 용암계곡이나 용암류의 빙하 같은 다양한 자연 환경을 작화로 표현한 것은 정말 괜찮고 어떤 의미로는 돈들인 픽사 3D 애니보다도 리얼한 모래폭풍이나 자연 현상 같은 것이 잘 묘사 되어 있기는 하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대화방에서 지인들에게 했더니 "한국에서 유일하게 스칼렛을 호평하시는 군요"라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정말 이 나라의 이상한 패거리 무리짓기가 문화계에서도 나쁜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위 대세작 아니면 칭찬도 하면 안되는 것처럼 말이죠. 


어쨌든 이제와서 보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수요일날 개봉작들 때문에 싹다 밀려서 내려갈 것 같습니다) 그래도 스크린 큰 극장에서 보면 제법 괜찮은 배경 묘사 만으로도 극장 관람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100점 만점에 50점은 넘는다 생각하는데 50점 짜리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할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습니다만, 이 영화의 50점은 TV나 모니터에서 보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는 된다는 것입니다. 


이래저래 잡설이 길어졌습니다만, 사실 토에이의 3D판 '캡틴 하록' 같은게 진짜 우주급 쓰레기이지 이 극장판 애니는 그런 평가를 받을 정도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이것저것 잔뜩 적었습니다만 정리가 잘 안된 것 같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쓸데없이 긴글 읽으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에효,  다들 좋은 밤 되시길.


:DAIN_


    • 뭔가 그리 땡기는 설정이 아니어서 볼 생각이 없던 영화입니다만. 일본 개봉 당시 국내 기사 하나를 읽었는데 ‘완전한 흥행 실패’에 초점을 두고 있었지만 작품에 대해서 그렇게 까내리진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냥 대중성이 떨어지는데 돈을 너무 많이 들였다 정도? 근데 커뮤니티 분위기는 또 극딜 상황인가 보군요. ㅋㅋ 뭐 늘 그러니 특별할 건 없어 보이지만 늘 그렇듯 맘에 안 들어요 왜들 그러는지. 인생에 즐거움이 그렇게 없는 걸까요.


      아시다 마나 이름을 참 오랜만에 듣네요. 뭐 확인해 보면 분명 그동안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었겠지만 어릴 때의 인기 때문에 말이죠. ㅋㅋ 지금도 충분히 매력적인 외모 같은데 어릴 때 너무 떠 버려서 힘들겠단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잘 살아 남길.
      • 댓글 감사합니다. 흥행 만이 작품의 절대적인 가치판단 기준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만듬새가 좀 덜컹거린다는 느낌 만으로 무작정 까고 볼일은 아니기도 하고… 또 못 만들었어도 흥행하는 경우는 쌔고 쌨는데 어쩌다 보니 애매한 완성도에 최악의 흥행이 되어버려서, 소위 망하는 양갈래길에 양쪽 다리를 다 걸쳐서 그냥 가라앉는 중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이상한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닌것 같은데 말이죠.   


        사실 어느 나라던 간에 아역 배우가 성인 배우로의 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는 제법 많았지만 어쩄든 아사다 마나는 비교적 성공적이라 생각했는데 이 작품에선 노력과 상관없이 덩달이 효과로 함께 악평을 들을 듯 합니다. 안타깝지만요. 


        :DAIN_

        • 어렸을 때 너무 떠 버린 배우들은 성인 되고 나서 거의 좀 그렇죠. 적당히 인기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한국식 표현으로 거의 '국민 딸래미' 수준이었다 보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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