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트 보고 왔는데... 할 말을 잃었어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김 모 기자님이 진행하시는 영화 팟캐스트에 소개되는 영화 위주로 감상을 하고 있는 애니하우입니다.

한국과 이 곳의 개봉 영화가 같지 않아 못 보는 영화가 훨씬 많은데

이 시라트 영화는 칸 영화제 얘기하실 때도 들었고 팟캐도 에피소드 2개에 걸쳐 진행되니 꼭 봐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 곳에서는 개봉이 안되었고 단 하루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었는데 어제가 그 날이었어요.


처음에는 레이브 음악이 가슴을 울리지 않아

상영관의 우퍼 시스템에 실망했고 그래도 집보다는 나아 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했는데

다 보고 나서는 음향 더 좋았으면 큰 일 났겠다 싶었고

다리를 가누고 나오기가 쉽지 않았어요.

꽉 찬 상영관에서 끝나도 앉아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저는

어서 나가고 싶었습니다. 혼자 봐서 아무 말도 안해도 되니까 정말 다행이다 그런 생각도 했고요.


네.

이런 영화도 봐야 내 일상생활의 진저리나는 반복이 감사해지겠죠.

전쟁 난민의 삶이 이런 삶일 거라는 것에 전혀 반박의 여지가 없었고요.

세상에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느꼈네요, 그냥 리듬에 몸을 맡기며 울 뿐.

멜로디조차 필요없습니다.

그냥 우리는 우주의 진동에만 엉겨붙을수 있을 뿐이고요.


힙한 대학가 동네라 극장을 나오니 보게 되는 사람들이 레이브 파티에서 처음에 보였던 사람들과 비슷한 인구구성이었어요.

'반드시 이런 나같이 생기지 않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다양성 있게 살겠다

별 상관없이, 별 중요한 거 없이 살겠다

그러다가 유치환 '생명의 서'처럼 모래에 쓰러져 사구에 몸을 뉘이고 새에게 백골을 쪼이겠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뭣이 중한디 뭣이 중한디 읊조리게 되었어요.

그냥 폭발해 사라질 때까지 몸을 느끼면 그만입니다, 어떤 몸으로라도요.


너무 감정적인 글인 건 알겠는데 뭔 다른 말이 필요할까 싶어서 그냥 올려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는지....



    • 저는 영화보는 반종일, 어쩌지? 이 생각을 했습니다. 루이스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그리고 다른 인물들은 어떻게 대할까, 를 보면서요.


      답이라면 답일까... 달리는 열차 위에 함께 앉아 있는다는건 뭘까 가끔씩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 물을 줘서 마시게 하고 같이 레이브 해야죠...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고통받는 동포 인류를 위해서.

        •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문뜩 문뜩 떠오르는 장면은, 루이스가 잠결에 깼는데 주변에 레이브 파티 인원들이 잠들어 있고, 그 중앙에서 어리둥절하게 깨는 장면입니다.


          약간 정신을 못 차리던 루이스는 다시 엎드려서 잡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레이브 하기가 영화 보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긍적적인 의미인가 하면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살아가고 의지하는 것은 무의하더라도 마음 속 깊이 다가왔는데. 보통 영화(레이브)라면 우리가 거기에 깊게 몰두하고, 어떤 해소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얻는데 영화에서는 여러 번 그런 몰두(한풀이?)를 쳐내버립니다. 그 지점이 이 영화가 더더욱 어렵게 만드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막에서 회수하지도 못하고 침묵한 상태의 덜렁 남아 있는 스피커 두 대의 이미지도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한풀이도 못하게 하니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다고 느끼는군요, 저를 포함해서. 


            사실 한풀이도 못하게 하는 건 전쟁인데 아니 인생인데, 감독이 아니라.

      • 저도 마지막 장면의 열차 위의 난민을 보며 그들이 저 사이에 앉아 있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거기 아이들을 보면서 반드시 살아남기를 기원하게 되고.


        지금은 아직 너무 감정이 고양되어 있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ㅠㅠ

    • 영화 보면서 이렇게까지 심란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소외된 채 계속 헤매는 듯이 봤습니다. 탄식에 탄식을 거듭하면서 봤네요...
    • 듀나님 리뷰를 읽고 참 잘 만든 영화인데 진짜 암울하고 부담스러운 작품인가 보다... 했는데 애니하우님 글을 보니 그게 정말로 아주 많이 그런가 봅니다. 많이 궁금해지기도 하고, 보기 겁이 기도 하고 그렇네요. 하하; 뭐... 어차피 제가 사는 동네에선 안 틀어주지만요.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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