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최근 근황.

제목을 다른 걸로 붙일까 고민했는데 마땅한게 없군요.


일단... 회사에서 잘렸습니다, 크하하. 외롭게 혼자 잘린 건 아니고 꽤 다량의 사람들과 함께 차근차근 나오게 되었어요. 전반기라서 연차도 잔뜩 남아서 연차 소진 후에 퇴사로. 그래서 한참 휴가였고, 진정한 백수가 된지는 며칠이 안 되었습니다. 그런데 보통 회사 나오면 직후에 몸살(감기)을 앓는게 기본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아까운 휴가의 대부분을 앓으면서 보냈습니다. 그래도 ... 원래 이 정도 아프면 그냥 출퇴근 했을텐데 쉬면서 아프니 럭키비키? 하는 마음으로 보냈네요. (아프고 며칠은 매우 억울했지만...)

휴직기간 경험도 익숙해지니 딱히 스트레스 받지 않고 어떤 의미에선 기분이 좋습니다. 실업급여 받으면서 또 쉬면서 놀아야지 하는 마음으로요. (그리고 당장 회사에서 정말 안 맞는 상사가 있었어서, 얼굴 안 보니까 기분이 서서히 최고조로 올라가더군요. 요즘 최고조에요. 같은 직속 팀도 아닌데도 휴, 정말 피곤했습니다.) 저번 휴직시기에 너무 즐겁고 행복하게 놀아서 이번에도 정말 잘 보내봐야겠다라는 마음을 갈고 닦으며 기다렸답니다.


그래서 첫번째로 바로 시작한건 수케팅이었습니다. 요즘 수영장은 등록하려면 새벽부터 줄 서서 표 끊어야 된다는거 알고 계셨나요? 보니까 5월달 걸 4월 후반 쯤에 등록하더군요. 벌써 잘 기억이 안 나는데, 6시 쯤 여는데 4시부터 줄을 선다는 겁니다. 저는 백수니까 5시 쯤 가보는데, 정말 40명 정도 줄 서 있더군요. 5시 반부터 건물 문을 열어줘서 번호표를 뽑은게 37분. 안전하게 화목 기초반을 끊었습니다.

지난 휴직기간에 '아, 물에 빠지면 죽는 인간이니까 수영을 배워봐야겠다!'하고 찾아서 등록하려고 하는 당월에 취직을 해버려서 안타깝게 못했거든요. 그래서 다음번에는 잘리는 즉시 끊어야지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타이밍이 좋(?)아서 바로 이렇게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새벽반이나 저녁반도 아닌 오전반임에도, 인원이 다 차더라구요.

5월에는 휴일이 많아서, 어제 2번째 수업을 들었는데 놀랍게도 인간은 2회차만에 물에 뜨는 법을 배울 수 있더군요. 저는 그렇게 빨리 물에 뜰 수 있을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적어도 4번째나 5번째에 겨우겨우 물에 뜰지 알았는데. 하지만 생각과는 전혀 다른 모양새지만요. (상상 - 구조될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버티며 뜨기. 실제 - 얼굴을 물 아래로 처박고 엉덩이를 지상으로 들어올려 나무토막처럼 떠있기.) 단 두 번 나왔는데도 너무 재미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감도 안 잡히는 상태입니다 ㅋㅋ.


그리고 두 번째로 하고 있는건, AI 채찍질인데요. 집에 작은 장난감 같은 서버를 만들어서, 거기다 AI 하인을 집어넣고, 이거 만들어라, 저거 만들어라 채찍질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부분 시답잖은 것들인데, 그냥 그렇게 오래전부터 시켜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따로 나질 않아서 못했던 것이었거든요. 기획했던 것들이 금방금방 만들어지니 놀라울 나름이죠.

다만 웃긴게, 지금까지는 돈 받아가며 일했는데, 집에서 누가 돈도 안 주는데 일하고 있으려니 맛이 안 나더군요. 와, 이게 역체감이 좀 심해요. 앞으로도 마인드 셋팅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내가 즐거워서 하는 것들인데도 돈을 안 받으니 안 하고 싶고 늘어지고 싶다니. 직장인으로서 정신적으로 너무 훈련이 되어 있는게 아닌가 싶고요. (심지어는 돈 안 받고 듀게에 글을 쓰려니 그것도 좀 지치(?)더군요. 월도 하면서! 돈도 받고! 놀기도 해야 하는데!) 열심히 적극적으로 놀기 근육을 키워서 더 쓸때 없는걸 다양하게 만들고 싶네요. 어젯밤에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오늘은 그걸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세번째로는... 휴대폰에 끼울 수 있는 작은 카메라 렌즈를 샀습니다. 새를 찍어볼까 해서 샀는데, 왜 찍냐고 하면 요새 새구경을 하는데 저게 뭔 새인지 궁금해도, 나중에 찾아볼라치면 기억이 안 나는 겁니다. 그리고 새들이 다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기억으로 비교하며 찾다보면 정말 헷갈리거든요. 그냥 휴대폰으로 찍으면 흐릿하게 모양만 남고 픽셀처럼 보여서 알아볼 수가 없어요. 그리고 참새나 까치를 깨끗하게 나오도록 찍어보고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막상 렌즈를 사니까, 평소 잘보이던 새들이 그렇게 안 보이더군요. 그리고 보인다고 해도 이게... 휴대폰에 연결 > 휴대폰의 카메라에 정확하게 매칭 > 새를 포커싱하고 포커스 조정 > 흔들림을 최대한 손으로 보정한 후에 촬영버튼 누름 > 이미 도망감, 이런 식이더군요. 

그래도 이 난도가 적당해서 계속 시도를 하게 되고, 그 자체가 재미있더라구요. 참고로 이 렌즈를 사는데 AI에게 물어보니 무슨 20 ~ 30만원짜리를 추천해주는 겁니다. 모양도 무슨 스나이퍼 옆에서 크리크 조정 불러주는 사람이 쓸 것 같은 걸로다가. 잘 찾아봐서 싼 가격의 한국 판매자에서 구매했는데 왠걸, 설명서가 중국어로 왔습니다, 쳇. 여튼 저는 싸구려를 쓰다가 차근차근 올라가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이게 지긋지긋해지면 좀 더 비싼걸 살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볍고 간단한 것들의 조약함을 느끼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지막으로는 AI 음악 만드는 것에 빠져버렸습니다. 시작은 우연한 것이었는데요. 함께 하는 철학 공부 모임에서 이걸로 노래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했어요. 정확히 말하면 '애벌레'를 주인공으로 하는 노래가 생각해보면 없다. 문어도 있고, 토마토도 있고.. 또 뭐도 있는데 왜 애벌레가 없을까? 해서. 무료 이용을 사용해서 대충 뚝딱 만들었는데 퀄리티가 나쁘지 않았고, 공유해보니 다들 좋아했어요. 보통은 거기서 끝날텐데...

이 AI 생성 업체가 간악하게도, 4.4 무료버전을 준 후에, 5.5 시사 버전을 1분 짜리로 준 겁니다. 1분만 듣고 딱 잘리는데, 뒤가 너무 궁금하게 말이죠. 4.4는 좀 더 조근조근한데 5.5는 좀 더 파워풀하고 숨소리 들어가고 감정 섞은 목소리로 부르는 거에요. 그래서 한 달 구독 가격을 봤더니 만 육천원이더군요. 뭐... 그 정도는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결재한 후에 바로 구독 취소를 해서 딱 한 달만 남겨놓도록 만들었어요.

그 다음부터는 이것저것 아무거나 계속 생성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더군요. 정말 딸깍하면 10초에서 20초도 안 걸려서 결과가 나오니까요. 이미지나 글을 생성하는 것과는 또 다른 타격이 있었네요. 만든걸 들으려면 4분에서 5분 정도 소모되니까, 만든 노래를 듣다보면 1시간이나 2시간도 훌쩍 지나더랍니다. 같은 가사로 8개를 만들기도 하고. 랩도 해보고, 팝송이나 다른 나라 언어로도 만들어보고. 나중에는 가사도 직접 써서 돌려보기도 하고. 어제는... 암기하고 싶은 내용으로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자꾸 쓸모없는 코러스 부분을 만들어서 좀 조율이 필요하긴 한데, 몇 번 들으니 확실히 내용이 조금씩 암기가 되더군요.

구독을 하면 한 달에 2500 포인트를 주는데, 한 번 생성에 2곡씩 10포인트를 가져가니... 총 500곡이 예정되어 있는 상태네요.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기묘한 세계가 열리는구나 싶었습니다. 거기에다... 이게 AI로 개발하는 비개발자들의 마음일까 싶더군요. 저는 평소 노래도 듣지 않고 곡 쓰거나 작곡하는건 전혀 모르니만큼 더 무식하게 프로듀싱(?)하면서 찍어내며 골라낼 수 있는 거겠죠. 퀄리티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걸 하다보면 엄청 괴롭겠지, 하더랍니다.

그리고 AI 시대에 대해서, 이미 부자들은 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게 부자(?) 혹은 사장(?)의 마음이다, 라는 농담 내지 주장이 있었거든요. 다들 돈 주고, 이러이러하게 만들라고 시킨 다음에 잘 안 되면 또 시키고, 또 시키고 하는건 돈 있는 사람들은 이전부터 이미 해오던 것이었다는 거죠. 이... 런 마음인가? 하며 즐겨보고 있습니다.


여튼 이번 주부터 감기에서 완전 벗어나서 더 본격적으로 놀아재낄 마음에 가슴이 두근두근 합니다. 크크...


보통 내적 원칙을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자신을 조율하는 스타일인데, 직장 상태가 아니니 원래 있던 원칙들이 다 어그러졌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어제 새 원칙을 정했습니다. 10시 이후부터는 전자기기 원천 사용 금지라는. 해보니 뇌가 시원한 기분이 들어서, 9시나 8시로 금지 시점을 더 당겨볼까 고민 중입니다. 캡을 넣을 수도 있을 것이고...


여튼 그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답니다.


P.S. 걸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마치 광고 같아서) 못 참고 딸깍 생성한 노래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걸 링크 걸어봅니다. 정신 없는 내용이지만요.

https://suno.com/s/UsKzTTzptfK7oW06

    • 휴직중이시군요. 요즘 같은 날씨에 너무나 부럽습니다. 저도 예전에 보면 프로젝트 끝나면 꼭 한번씩 아프더라구요. 생전 안 걸린 식중독에도 걸리고 막…
      수영반 이름 되게 귀엽다. 화목하자는 반인가ㅎㅎㅎ하다가 앗 화,목반이구나. 하면서 좀 챙피해졌고요히히히히히 본체(?)는 쉬시면서 하인을 부리시다닛ㅋㅋㅋ적절한 당근도 줘가면서 부리시길요ㅋㅋㅋㅋ
      언젠가 성공하시면 새 사진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참 노래도 잘 들었어요.

      생존 수영법 잘 터득하시면서 잘 노시길 바랍니다. 잘 쉬고 잘 노는게 참 중요한데 어렵더라구요. 아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고요ㅋㅋㅋㅋ 종종 노는 이야기 들려주세요!!!
      • 반전이라면 요즘 같은 날씨에 멀리 잘 나가지 않는다는 점이랄까요. 적어도 화목에는 11시 반이라서 밥 먹고 오면 몸이 처지고, 오늘 뭐 하긴 했으니까~ 하고 놀고요 ㅋㅋ. 월수금은, 화목에 수영 있으니까 풀로 놀아야지 하면서, 몸 뒤집으면서 집에서 논답니다. 에어컨 틀기 시작하면 못 견디고 나가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ㅋㅋ.

        하인들은 돈을 먹기 때문에 당근은 본사에서 알아서 줄거라고 믿습니다 ㅋㅋ. 새사진 이래저래 찍었는데, 올리는 방법을 좀 생각해봐야겠네요. 노래까지 들어주시다니! 캄삽니다!


        인간이란게 이렇게 빨리 수영이 배워져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진도가 빠른 상태네요. 대신 체력과 근육을 요하는 부분으로 넘어가고 있어서, 역시 운동이구나 절감하고 있습니다. 허약한 신체여. 초반부에 그렇게 허기지지 않아서 '훗, 이 정도면 쉽게 하겠는데?'라고 생각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지금은 허기가 쑥쑥 져서 잘 안챙겨먹던 사람이 알아서 챙겨먹게 되고 있습니다. 집에서 밥도 하고... 다음에 또 올께요-.

    • 아니 근데 너무 알차게 보내고 계신 것 아닙니까. 직장 계속 다니며 월급 받고 있는 저보다 훨씬 성실하게 살고 계신 것 같은데요. 수영장 등록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꾸준히 나가면서 심지어 즐기고 계시고. 또 이것저것 만들고 손 대시고... 대단하세요. 그 와중에 직장 상사 안 보니 삶의 질이 올라간단 말씀엔 격하게 공감합니다. 저는 직장 특성상 퇴사(?)를 안 하고도 방학 때마다 느끼고 있거든요. ㅋㅋㅋ

      새 사진 얘길 읽으니 몇 달 전에 집 앞에서 목격한 낯선 새를 보고 사진 찍어서 구글 렌즈에 검색 시켰던 기억이 나네요. 새 이름을 보고 충격 받았습니다. 당연히 아는 흔하고도 뻔한 종이었는데 그저 제가 단어만 알고 실제 생김새를 몰랐던... orz

      호기심에 노래를 들어 봤네요. 그간 인스타 같은 곳에 서비스 광고용으로 올라와 있는 AI 결과물들은 조금 보긴 했는데 일반인이 만든 이런 결과물은 처음이어서요. 근데... 흠. 확실히 AI의 성능이란 게 엄청 올라오긴 했나 봅니다. 노래 아주 멀쩡한데요? 조금 더 다듬으면 돈 받고 파는 곡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다 싶고. 보컬은 왜 이렇게 자연스러운가 어이가 없고... 정말로 좀 무섭네요. 허허;

      • ㅋㅋ 애인을 봤다가 로이배티 님 일상 글을 봤다가 하면서, 교직의 기쁨과 슬픔을 절절히 느끼고 있답니다. 방학 초기와 후기의 우울도 차이 같은 것도 체감하면서 말이죠. 로이배티 님은 직장이 순환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것도 직장을 갈아버리는 장점과 단점 함께 사람을 괴롭혀서 참 여러모로 복잡하구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든 저는 자유에요! (도비는 자유에요 톤으로)


        그런데 얼마나 잘 찍으셨길래 단박에 분석 완료가 되었을까요 ㅋㅋㅋ. 그런데 이름을 안 가르쳐주시고... ㅋㅋ. 제가 찍어봅니다, 직박구리 아니었을지. 괴랄하게 울어서 눈에도 잘 띄고 말이죠. 


        제가 최대한 생목을 사용하고 배경 악기를 줄이라고 해서 이렇게 만든거지, 다른 것들도 장난 아니더군요. 실제 음악 하시는 분들도 꽤 놀라는 수준인듯 합니다. 하지만 역시 음악하시는 분들이 키워드들을 잘 입력해서 만드시더군요. 808이라던가, 올드스쿨이라던가. 다른 무엇보다 아무도 안 불러줄 수준의 작곡을 그럴싸하게 불러준다는게 포인트인듯 싶습니다. 실제 가수 님들이 이상한 곡 가져가면 안 불러줄텐데. 역으로 그래서 작곡이 훨씬 중요한 시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문장과 문단을 만드는건 AI 냄새가 나니까요.

메인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593 넷플릭스 [애프터썬] 감상 6 213 05-15
592 탑건 40주년 축하하는 톰 크루즈 115 05-15
591 [넷플다큐] 하하 개판이네 '더 버스: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 반란 사건' 2 133 05-15
590 (넷플) 밀리언 웨이즈 ..... ㅋㅋㅋ 127 05-15
589 오늘 생일인 사람 5 114 05-14
588 잡담 - 저 사람 어디서 봤는데...(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요? 라는 플러팅과 모르는 척) 1 134 05-14
587 [왓챠 영화 3탄] ‘싸이코 고어맨’, ‘폴트리가이스트’ 5 102 05-14
586 [영화추천] 오랜만에 재감상한 천재배우의 데뷔작 '프라이멀 피어' 4 206 05-14
585 마린 르펜 음바페 디스 3 91 05-14
584 넷플릭스 새 시리즈 '에덴의 동쪽' 6 244 05-14
583 [티빙바낭] 작고 알찬 인디 스릴러 '콜드 미트' 간단 잡담입니다 4 146 05-14
582 로버트 스티븐슨/레알 마드리드 4 76 05-13
581 안똔 체홉 극장에서 [벚꽃동산] 보고 왔습니다 117 05-13
580 잡담) 로그인 안 되어 또 쫓겨났다가 1 92 05-13
열람 [바낭] 최근 근황. 4 191 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