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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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민트]

 류승완의 신작 [휴민트]는 예상한 정도 그 이상은 아니고 상영시간은 꽤 잘 흘러가긴 했습니다. 하지만 보고 나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야기와 캐릭터 면에서 부실하고 평탄하다는 점이 더 보이는 가운데 [존 윅]과 [테이큰]을 따라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 커져만 갔습니다. 물론, 류승완 영화답게 양질의 액션을 제공하긴 하지만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었을 겁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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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에메랄드 페렐이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을 각색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전 어느 정도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페렐이 원작을 충실하게 각색할 거라는 기대는 안 했지만, 안드레아 아놀드의 2011년 버전처럼 뭔가 색다른 걸 시도할 수도 있을 가능성이 있었으니까요. 예, 확실히 페렐은 정말 색다른 걸 시도하긴 했지만, 정작 그 결과물은 원작의 매력과 흥미가 많이 빠졌고 좋은 두 주연 배우들이 낭비된 감이 많이 듭니다. 그러니, 본 영화보다 2011년 버전을 추천해 드립니다. 듀나님 평대로 “심술궂은 십대 소녀처럼 고전 각색물에 대한 기대를 밟고 부수고 으깨는” 영화인데, 비슷한 시도를 해서 이런 심심한 결과물이 나온 후자보다 더 재미있는 면들이 많거든요. (**1/2)


P.S. 재미있는 건, 2011년 버전처럼 본 영화도 주인공들 어린 시절이 가장 잘 먹히는 부분이라는 겁니다. 참고로,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의 시간]으로 별별 시상식을 휩쓸고 있는 오웬 쿠퍼가 어린 히스클리프를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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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모 블로거 평

“Yasujirō Ozu’s 1959 film “Good Morning” is often cheerfully sweet and naughty to my little amusement. While it is as gentle and humane as you can expect from Ozu, the movie has some very funny moments to tickle you for their unabashedly but innocently low-brow bathroom humor, and it is probably his most hilarious work in my humble opinion.”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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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화]

모 블로거 평

“Hou Hsiao-hsien’s 1998 film “Flowers of Shanghai” often requires some patience from you for good reasons. As your average arthouse movie, it is slow, distant, and opaque in terms of story and characters, and I must confess that I sometimes struggled to understand whatever is going on among a bunch of various figures in the film. Nevertheless, I also must admit that this is one of the most exquisite movies I have ever seen, and my admiration on its mood and texture has been increasing since I watched it early in this morning.”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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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1982년 김지영]으로 장편 영화 데뷔를 한 김도영의 신작 [만약에 우리]는 현재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의 리메이크작입니다. 전반적으로 원작에 충실한 가운데, 이야기 배경을 대한민국으로 옮기면서 어느 정도 차별화하고 있는데, 그 결과물은 꽤 준수한 편입니다. 원작을 뛰어넘지는 않지만, 여전히 모범적인 리메이크작이더군요. (***)


P.S. 여주인공이 건축가가 되고 싶어 하는 걸 보면서 당연히 [건축학개론]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지요. 1990년대가 옛날이라고 생각했는데 엊그제 같은데, 이젠 2000년대도 옛날이 되버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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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의 여왕]

 선댄스 영화에서 공개된 지 얼마 안 되어 넷플릭스에 올라온 다큐멘터리 영화 [체스의 여왕]은 헝가리 여성 체스 챔피언 폴가르 유디트의 일생과 경력을 둘러다 봅니다. 그녀가 그 유명한 러시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에게 계속 도전하는 걸 보면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퀸스 갬빗]이 절로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데, 폴가르도 상당히 흥미로운 인생사가 있는 사람이고, 그러기 때문에 비교적 짧은 상영시간은 잘 흘러갔습니다. 소재를 좀 더 깊게 파고 들었으면 더 재미있었겠지만, 이 정도도 나쁘진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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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ne Warren: Relentless]

 작년 초에 나온 다큐멘터리 영화 [Diane Warren: Relentless]를 뒤늦게 챙겨 봤습니다. 제목에서 보다시피 다큐멘터리는 그 유명한 미국 작사가 다이앤 워렌의 인생과 경력을 들여다 보는데, 지난 40여 년 동안 꾸준히 활동해 오신 이분이야 할 얘기야 많은 가운데, 그래미와 에미는 받았지만 현시점에서 무려 17번이나 오스카 후보 지명되어 왔어도 여전히 수상 못한 기록도 당연히 얘기되지요. 그나마 몇 년 전에 아카데미 공로상을 뒤늦게 받으셨지만, 지난 9년 동안 계속 후보에 오르신 이분이 아직도 수상 못한 건 아쉽지요. (***)


P.S. 예,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나온 본인 노래로 지난달에 또 후보에 오르셨지만, 유감스럽게도....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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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mashing Machine]

 작년에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베니 새프디의 신작 [The Smashing Machine]은 MMA 선수 마크 커의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입니다. 공교롭게도 새프디의 형 조쉬 새프디가 같은 해에 내놓은 스포츠 영화 [마티 슈프림]에 비하면 본 영화는 상대적으로 덜 날선 편인데, 일부러 힘을 안 주려고 하다 보니 간간이 살짝 맥이 빠지곤 하더군요. 하여튼 간에 드웨인 존스의 성실한 연기 등 여러 장점이 있으니 살짝 추천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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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드의 목소리]

 작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고 얼마 전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한 카우타르 벤 하니야의 신작 [힌드의 목소리]는 한 비극적인 실화에 바탕을 둔 다큐드라마입니다. 팔레스타인 서안 지역의 응급 콜센터 직원들이 2024년 1월 29일에 가자 지역 한가운데에 홀로 갇힌 한 6살 소녀의 응급 전화를 받고 그녀를 구조하기 위해 백방 노력하는 과정이 영화의 주 내용인데, 실제 전화 통화 녹음이 상당히 곁들어진 그 결과물은 상당히 생생하니 절로 억장 터지고 가슴이 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너무 좀 빨리 나온 게 아닌가 했지만, 상당한 감정적 위력이 있는 수작이더군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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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오브 뮤직]

모 블로거 평

“Robert Wise’s 1965 film “The Sound of Music” is a likable Hollywood classic musical movie filled with a number of catchy musical moments which will never leave you alone. Although it does not reach to the level of great musical films such as Wise’s other famous musical movie “West Side Story” (1961), it has enough charm and spirit to support its rather long running time (172 minutes) at least, and you can gladly go along with that even though being occasionally distracted by those many syrupy aspects in the dire need of a spoonful of medicine for the sugar to go down.”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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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튼 애비: 그랜드 피날레]

 [다운튼 애비: 그랜드 피날레]는 영국 TV 시리즈 [다운튼 애비]의 뒤를 잇는 또 다른 극장용 영화입니다. 전반적으로 그전에 나온 영화 두 편들처럼 팬 서비스 그 이상은 아니지만, 193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에 따른 사회적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해 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은근한 찡함이 있더군요. 이게 정말 끝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이들이 앞으로 다가올 더 크나큰 정치/사회적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고 수용할지 은근히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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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 복수의 길]

 얄마리 헬란데르의 신작 [시수: 복수의 길]은 그의 2022년 전작 [시수]의 속편입니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주인공이 전쟁 직후 소련에게 뺏긴 고향 지역에 개인적 목적 때문에 들어오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당연히 소련군이 이를 그냥 놔둘 리가 없고, 그에 따라 영화는 나머지 상영시간 대부분을 일련의 액션과 살육으로 가득 채워놓습니다. 전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순한 편이지만, 여전히 재미난 액션 영화인 건 인정하겠습니다. (***)


P.S. 헬란데르는 지금 람보 시리즈 프리퀄 촬영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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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

 얼마 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상 후보에 오른 애니메이션 영화 [아르코]는 소박하지만 상당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야기와 캐릭터 면에서 상당히 단순하지만, 그걸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스타일과 분위기를 펼쳐나가는 게 꽤 재미있더군요. 대단하지는 않지만, 마찬가지로 후보에 오른 [리틀 아멜리]처럼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는 소품입니다. (***)


    • 저도 '폭풍의 언덕'은 안드레아 아놀드의 2011년 버전을 가장 좋아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상상한 요크셔 워더링 하이츠의 그 황량한 느낌을 가장 시각적으로 잘 표현해냈고 히스클리프와 캐시의 관계도 단순히 비극적인 연인으로 순화시키지 않고 얼마나 거칠고 유해한지 날것처럼 묘사해놨죠. 대부분의 영화판 각색들이 그렇듯(듣기로는 이번 버전도 마찬가지) 원작 후반부를 아예 생략하면서 툭 끝내버리는 문제는 여전했지만요.




      이전 세대의 잘못이 어떻게 후대에게까지 비극적인 운명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 후반부도 정말 흥미진진한데 언젠가 스트리밍 오리지널 미니시리즈로 누군가 제대로 영상화 해주길 바랍니다.

    • 오랜만에 만난 직장 동료들과 방학 동안 어떻게 지냈나 수다를 떨다 '휴민트' 얘기가 나왔는데요. 일단 모두가 완전 너무 별로였다... 라는 반응인 가운데 듀나님께서도 언급하신 '첩혈쌍웅' 전개에 대한 성토가 아주 맹렬하더라구요. 뭐 그렇죠. 저 같은 그 시절 그 영화 세대라면 피식 웃고 받아들이겠지만 요즘 사람들 보기엔 너무나도 쌩뚱맞고 황당한 전개였나 봐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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