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있는데 금년의 <보통 사람들>이 될까? - <센티멘탈 밸류&g…

로컬 아닌 척 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영화를 평가하려는 건 아니지만 여론 조사 마냥 현재 헐리우드가 어디에 제일 관심을 돌리려고 하는지 파악하는 척도로 
매년 체크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극찬을 많이 접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요, 잘 만들었음을 잘 알겠는데요, 보는 내내 '좀 사사롭지 않나? 요즘 같은 때에 많이 사소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경쟁작이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시크릿 에이전트>라고요. (<F1>은 좀...염치가 있어야 하지 않나요?)
물론 가정, 가족 문제가 사소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때로 온갖 고통, 고뇌의 근원 중 근원은 집이잖아요. 가장 가까운 가족이요.
다만 지금은 몰입하기에는 너무 개인적 소재라고 느꼈어요. 그러다가 이동진 평론가의 동영상을 봤는데 이 영화 한 편을 가지고 45분을 풀어내더라고요.

https://www.youtube.com/watch?v=XjGw-bVEIj4&t=123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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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 sentimental value에 또 다른 숙어 뜻이 있나 해서 검색하니 '남에게는 별 것 아니지만 내게는 소중하고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란 뜻이 있다고 해서
감독이 '개인의 감정'에도 나름 가치가 있다고 말하려고 영화를 만들었나 하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이동진 씨는 이 작품은 단순한 가족 간 갈등 뿐 아니라 영화에 대한 영화, 집-공간에 대한 영화, "인물의 중첩으로 만들어 내는 개인적 사건의 원형화, 보편화"에 관한 영화이고 
그게 바로 '감정의 가치'라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진행자가 이런 평론에 감탄하니까 이동진 씨도 한껏 우쭐대더라고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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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영화 한 편을 가지고 이렇게 풍성하게 깨닫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텐데 해서 착잡해졌습니다.
변명을 하자면 노라와 구스타프의 화해를 일찌감치 짐작할 수 있어서 흥미를 덜 느낀 것 같습니다. 서로 자기가 원하는 방식을 고집해서 
(노라는 직접 대면해서 격정적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연극, 구스타프는 렌즈 너머로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영화) 갈등이 커진거지
딸을 출연시키려고 대본을 쓴 아버지, 자기 자신을 그 앞에서 모두 드러내고 싶어 했던 진짜 관객-아버지를 만나기 까지 무대공포증을 겪으면서도 연기를 계속 하던 딸이 
결국 마주 하리라는 건 명백했습니다.

감독이 상당히 수다스러운 타입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연극, 2차 대전까지 올라가는 역사, 가정-육체-작품 활동 모두 쇠락해가는 예술 영화 감독 vs 넷플릭스, 
예술에 목말라하는 젊은 헐리웃 배우, 이야기들이 꽉꽉 차 있습니다. 베리만의 <페르소나>의 유명한 장면까지 차용하는 걸 보고 
북유럽 아트 영화의 명맥을 이으려는 의욕까지 과시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물론 그보다는 이동진 씨 말대로 이 영화의 "밑그림의 뿌리"의 의미가 더 크겠지만요. 어쨌든 에스콰이어 인터뷰에서도 욕심과 열망을 한껏 드러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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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나는 왜 다른 사람들처럼 감동의 파도에 올라타질 못했을까 하고 고민했는데 영화를 꿰뚫어 보는 빨간 안경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진작에 아주 센 백신?을 맞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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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에 <성난 황소>, <엘리펀트 맨>을 제치고 작품상을 타서 논란이 꽤 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니, <성난 황소>, <엘리펀트 맨>같은 과격한 작품도 
<보통 사람들>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 만들 확률이 높은거 아닙니까! (스콜세지와 린치가 그랬다는 건 아님. 잘 몰라요) 
그런 어둠의 심연의 탄생의 근원을 드러내는 영화인데 수상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아-
이 작품 보기 전까지 접한 대부분의 가족물은 갈등이 있어도 결국에는 화해하는 해피엔딩이었는데 부모-특히 어머니가 자식을 안 사랑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크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침 식사로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었는데 아들이 배고프지 않다고 하자 다시 권하지도 않고 
바로 싱크대 배수구에 쑤셔 넣는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아 있었습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을 저렇게 단숨에 거둬들이다니.


장면 전환마다 문이 쾅 닫힐 때처럼 매서운 바람 소리가 쌩쌩 납니다.
가족 사진을 찍을 때 아버지가 모자 둘이서 찍으라고 하자 어머니가 기어코 안 찍으려고 할 때도 둘의 심정적 거리가 너무 잘 느껴졌고요.


남은 가족에 대한 아내의 사랑이 소멸한 건지 애초에 그런 게 있었는지도 알 수 없게 된 남편이 절망해서 우는 마지막 장면도 울적하기 그지 없지요.



<센티멘탈 밸류>와는 정 반대입니다. 노라와 구스타프는 그래도 애정과 화해의 의지가 있기에 과정이 지난해도 결국 서로를 응시하고 다가설 수 있었는데 

가족이 일번이고 전부인 미국에서! 이렇게 가족 간에 아무 것도 남지 않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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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라곤 없는 구중궁궐)


어쨌든 <센티멘탈 밸류>가 대단하지만 이번에 작품상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쟁까지 터졌으니. 대본상은 수상할 것 같지만요.

<보통 사람들>의 클립을 보고 우울해져서 메인 화면으로 나왔는데 유투브 알고리듬은 눈치가 있는지 없는지 이런 기괴한 영상을 들이밀고


극악한 국가적 학살자 할아버지를 둔 손자가 온갖 마약을 흡입하고도 살아 남는 수퍼 휴먼임을 증명하는 라이브 쇼를 송출하고

부정 축재 재벌 가문에서 절연 당하고는 AI로 화제 만발의 만화 캐릭터를 만들어 내며 CCM 노래 자랑 대회 진행자로 성장하는 서사도

가족물이긴 한가...겠죠?


    • 제가 이번 아카데미 시즌에 가장 재미 있게 본 것은 '원배틀애프터 어나더'와 '센티멘탈 밸류'였는데요. 둘 중의 뭐가 타도 그러려니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노라가 아버지 영화에 합류했다고 해서 아버지와 화해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가족이 그렇게 쉽게 화해하고 다 털어버리기는 쉽지 않지요.


      계속 대립각을 유지할 거라고 봅니다. 어쨌든 영화 초반에 무대 공포증의 노라가 무대에 올라서 "Hoer!!" 들어라 라고 소리치는 장면 정말 좋았어요. 그 때부터 영화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동진 평은 안봤는데 왠지 저랑 비슷하게 본 것 같기도 하고.. 한번 들여다 봐야겠네요.


      그래도 viva la revolucion! 입니다.

    • '화해'라고 쓰긴 했지만 금방 좋은게 좋은 거지,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할 것 같진 않긴 합니다. 


      그러기에는 마지막까지 구스타프가 좀 미심쩍어 보이죠. 시원시원하게 영화 대본을 들이밀면서 딸보고 출연해달라고 하더니


      막상 주춤거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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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랬다 저랬다 하는 아버지를 보고 노라는 또 폭발할 지도 모르지요. 영화 첫 부분에서 그 "들어라!"는 


      역시 답답하게 구는 아버지를 향한 포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가 아카데미 대본상은 가져 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씨너스:죄인들>도 있네요.


      호러물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아카데미 주요 부문을 수상할지요? 그럼 <센티멘탈 밸류>는 국제영화상일까 하려니


      <시크릿 에이전트>, <시라트>, <그저 사고였을 뿐>, <힌드의 목소리>라는 후보군이 너무 쟁쟁합니다.


      ...아니 근데 뼈와 살과 톰 크루즈를 갈아 넣어 캠페인을 펼치던 <국보>는 분장상 한 부문에 올랐나요?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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