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에 가입하면서까지 본 '28주 후' 잡담입니다

 - 2007년작이니 5년 걸렸네요. 런닝 타임은 100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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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전에 못 본 포스터로 골라 봤습니다. 영화 제목은 걍 영문으로 적어둔 게 이상하게 웃기네요. 한국적이야!!)



 - 분노 바이러스 감염자들은 좀비가 아니죠. 아무 것도 못 먹고 시간 보내면 굶어 죽습니다. 그리고 그게 대략 5개월쯤 걸린다는 걸 5개월여의 봉쇄 끝에 알게 된 미쿡 사람들은 이제 판데믹 종식 선언을 하고 그동안 해외에서 대피 생활을 하던 영국인들 중 소수를 시험 삼아 런던에 돌려 보냅니다. 당연히 군대가 경비도 서 주고 원래 자기 집이 아닌 아주 깨끗 안전한 주거지도 주고요. 

 무슨 여름 캠프 참가하느라 부모와 떨어져 스페인에 갔다가 운 좋게 무사했던 태미, 앤디 남매도 그렇고 영국으로 돌아와서 아빠도 만나는데요. 어쩌다 되돌아온 정착민(?)들 관리 감독이라는 큰 역할을 맡게 된 아빠는 사실은 감염자들에게 겁 먹고 엄마가 죽도록 방치하고 도주했단 것을 자식들에게 숨기고 그래도 어떻게든 잘 살아 보려는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은데 사진 한 장 없다며 군인들의 봉쇄를 뚫고(!) 원래 살던 동네로 향한 망할 자식놈들의 대활약으로 어렵게 찾아 온 이 평화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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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테마 음악의 파워 업 버전(?)을 깔고 진행되는 도입부의 이 난리가 참 긴장감 넘치고 좋았습니다.)



 - 길게 말할 게 별로 없는 작품입니다. 못 만들고 허접해서가 아니라 워낙 공식에 충실한 속편이어서 그렇죠.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아주 확실한 '속편의 공식'대로에요.


 일단 규모가 커졌습니다. 덩달아 볼거리도 엄청 많아졌구요. 전편이 제작비의 10배를 벌어다줬다니 당연히 그래야죠. 전편이 텅 빈 런던을 보여줬다면 속편은 그 런던을 공습으로 마구 때려 부숩니다. 몰아치는 감염자 떼의 규모도 비교가 안 되구요. 짱 좋은 총을 든 짱 센 미군이 와다다다다 감염자들을 죽여 없애는 액션을 잔뜩 볼 수 있겠죠. 그리고 뭣보다도 속편엔 제대로 체계를 갖춘 조직이란 게 등장해서 감염자들을 상대해요. 연구하는 과학자도 나오구요. 정말로 1편이 이 소재로 영화 만들면서 돈 없어서 못 해본 것을 몽땅 다 만들어 보여줘버리겠다!! 라는 듯이 볼거리들을 쏟아 붓는 게 이 속편이었습니다.


 게다가 연출도 꽤 매끈하고 좋습니다. 대니 보일 같은 개성은 없지만 여전히 빠르고 날렵하게 찍어내는 가운데 훨씬 좋아진 때깔과 다양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볼거리들까지 추가되니 확실히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였어요. 그렇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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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스펙터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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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잭슨 '데드 오어 얼라이브'도 아니고 이런 장면을 보게될 줄은. ㅋㅋㅋㅋㅋ)



 - 1편이 일종의 대안 가족 이야기였다면 2편은 그냥 가족 이야기입니다. 진짜 아빠, 엄마, 딸과 아들이 나와서 서로 지지고 볶고 의지하고 뭐 그러는 이야긴데요. 역시 훨씬 대중성을 강화한 속편의 기조에는 잘 맞는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겠으나... 구립니다. 아니 뭐라 쉴드 칠 구석도 없이 그냥 구려요. ㅋㅋㅋ


 왜 구린지는 다들 보셨을 테니 이미 알고 계시겠죠.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의 진상력입니다. 정말 희한한 가족이에요. 존재 자체가 재난이랄까. 좋은 뜻으로 행동하든 나쁜 뜻으로 행동하든 그 끝은 똑같이 민폐로 갑니다. 각본은 이야기의 개연성을 마구 파괴하면서까지 계속 이 가족 구성원들에 초점을 맞추는데 그래도 결론은 거대한 민폐란 말입니다. 영화 속에서 직접 보인 것만 봐도 이 가족들 때문에 최소 수백에서 수천은 죽었는데, 엔딩까지 보고 나면 그걸 아득하게 초월한 민폐가 이어지죠. 도대체 이해가 안 갑니다. 대체 왜 각본을 이딴 식으로 썼을까요? 주인공들에게 이런 역할을 줘서 이야기상으로 얻을 게 뭐죠 대체. 심지어 후반으로 가면 이 가족을 반드시 살려야할 이유가 생기고 그래서 주요 인물들이 이 가족을 위해 장렬히 희생하는 전개까지 나오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냥 죽어 나가는 캐릭터들만 아까울 뿐 슬프지도 안타깝지도 않아집니다. ㅋㅋ 게다가 이 가족 놈들은 자기들 때문에 그 난리가 났다는 걸 끝까지 모르기 때문에 미안해하지도 않아요. 이쯤 되면 작가님이 관객들 빡치라고 일부러 쓴 건가 싶을 정도인데 그럴 이유는 없으니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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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안 가족 비슷한 분위기로 가는구나...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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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신나게 멸망 시켜 버릴 거에요!!! 데헷! 이라는 이 공포의 남매 때문에 도통 이입도 안 되고 화만 나고... ㅋㅋ)



 - 위와 좀 맞물리는 이야기인데, 1편도 가만 따져 보면 개연성은 대충 집어 던지고 분위기와 액션들로 승부하는 이야기였지만 2편이 그걸 또 능가를 합니다. 위에서 주인공들 가족 욕을 잔뜩 했지만 그게 따지고 보면 또 결국 초월적 무능함을 뽐내는 미군 때문이거든요. 아주 평범하게 정상적인 군대로서 할 일을 했다면 저 가족이 진상 부릴 기회도 잡지 못했을 텐데. 매번 황당한 능력치를 뽐내며 돌파를 허용하는 걸 보면 알고 보면 미군의 진짜 목적은 유럽 궤멸이었다든가(...) 그래서 결국 그 개연성 부족이 또 민폐 가족의 만행들과 연결이 됩니다. 고로 짜증은 3배. ㅋㅋㅋ 보는 내내 아니 액션, 호러 장면들은 재밌게 잘 뽑아 놓고 대체 각본은 무슨 생각으로 쓴 거야?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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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어찌 보면 진짜 최종 빌런은 이 분이었던 것이죠. 실망이 큽니다 엘바씨.)



 - 결론적으로 이 영화의 좋은 점은 준수한 연출 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액션, 그리고 풋풋한 이모겐 푸츠의 미모가 되겠습니다? ㅋㅋㅋ

 제가 이 배우님을 좀 응원하는 편인데요. 이 시리즈에, 그것도 주인공 급으로 출연한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게다가 엄청 예쁘게 나와요. 그래서 좋았고.

 또 베테랑 미군 전문 배우 시절의 제레미 레너의 연기도 믿음직하고. 뭔가 대단한 역할일 것처럼 폼 잡다가 맥 없이 사라지지만 로즈 번도 제가 호감 있는 배우라 좋았고... '풀 몬티'로 한국에서 반짝 유명했던 로버트 칼라일도 반가워서 좋았습니다. 캐릭터가 극한의 진상이어서 슬펐을 뿐이죠.


 암튼 킬링 타임용 호러, 액션 영화로서는 사실 충분히 볼만한 작품이었어요. 1편의 개성 같은 건 없지만 어쨌든 보는 재미는 있었으니까. 그저 주인공 가족의 민폐 퍼레이드만 좀 절제 되었다면 그렇게 욕 먹진 않았을 텐데... 라고 생각하며 그냥저냥 즐겁게 봤습니다. 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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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겐 푸츠 화이팅!!!)




 + 바로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래서 엄마 사진 찾겠다고 군대가 봉쇄한 다리를 라랄라 사뿐히 건너가 자기 집에 도착한 남매가 발견한 것은 감염자인 듯 아닌 듯 오묘한 상태의 엄마. 아빠는 분명히 죽었다고 했는데 멀쩡히 살아 있었네요. 그리고 남매가 빠져나가는 모습을 발견하고 보고한 제레미 레너 덕에 하아아아안참 뒤에야 도착한 미군이 남매와 엄마를 이송해 가죠. 그래서 로즈 번 박사님의 분석에 따르면 감염은 되었다, 바이러스가 그대로 남아 있으니 면역체 같은 건 아니고 보균자이지만 발현이 막히고 있고. 얘를 연구하면 치료제도 만들 수 있다! 라며 흥분하지만... 잠깐 자기들끼리 이야기 나눈다고 엄마를 가둬둔 곳에서 사람들이 한 명도 빠짐 없이 다 나가 버리고. 거기로 가는 길은 아무도 안 막고 있었고. 또 민간인 주제에 보안 키카드까지 갖고 있던 아빠놈이 마누라 만난다고 당당하게 그 곳에 들어가 버리구요. 눈물을 흘리며 아내를 버린 걸 사과를 하니 아내는 천사처럼 다 괜찮다며 만나서 반갑다며 웃어 보이구요. 신이 나서 아주 끈적한 키스를 한참 나눈 아빠는 그대로 감염되어 엄마를 물어 죽이고 밖으로 뛰쳐 나갑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군인들은 비상 경보를 울리고 민간인들을 지켜주겠다며 주차장으로 몰아 가둬 버리는데... 잠시 후 우리의 액션 감염 전사 아빠님이 나타나 한 두 명이 지키고 있던 주차장 출입문을 돌파하곤 뛰쳐들어가 닥치는대로 물어대며 아수라장을 만듭니다. 결국 통제 불능이 되어서, 보통 사람과 감염자가 마구 뒤섞인 채로 우루루 몰려 나오니 지붕 위의 저격수들도, 지상의 병력들도 뭘 분간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결국 무차별 사살 명령이 떨어지는데요. 이때 이 안에서 정처 없이 헤매던 민폐 집안 아들놈을 발견한 저격수 제레미 레너는 사격을 중단하고 뛰어내려가 아들을 구하러 가요. 그리고 그 곳에서 남매 + 박사 + 저격수의 4인 파티가 구성되어 움직이는데요. 


 결국 통제선이 무너져 버리자 군대는 코드 블랙인지 레드인지를 발동, 폭격을 시작합니다. 그러자 또 제레미 레너의 액션 대활약으로 마구마구 돌파해서 폭격 구역을 벗어나긴 하는데... 이때 박사가 말하죠. 쟤들 엄마는 감염되고도 변이하지 않았다. 아마 이 자식들도 같은 형질을 유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니 얘들은 무조건 살려야 한다. 그래서 이때부터 남매 지킴이가 되는 둘이구요. 폭격도 피하고 독가스 속도 헤매고 하다가 시동이 꺼진 차를 움직이기 위해 독가스 속으로 뛰쳐 나가 차를 밀어주던 제레미 레너는 뒤에서 따라오던 화염방사기 조에게 자글자글 구워지며 사망. 조명 없는 지하철역을 레너가 남긴 야간 투시경 달린 총으로 안내하며 남매를 구하려 하던 박사님도 어느새 귀신 같이 따라온 아빠(!!!!!!!!)에게 처참하게 두들겨 맞고 으깨져서 사망. 아빠는 그대로 신나게 아들을 뒤쫓아 죽이려 하지만 타이밍 좋게 나타난 딸래미의 총에 맞아 죽습니다. 그래서 둘만 남은 남매는 제레미 레너를 구하러 온 헬기 조종사에게 구출되어 하늘로 날아 오르는데...


 '28일 후' 라는 자막이 뜨고, 아마도 그 헬기 조종사는 날아서 프랑스로 갈 생각이었나 봐요. 프랑스 국경 어딘가에 추락한 헬기가 보이고, 생존자는 없는 듯 합니다만. 다음 장면엔 한 무리의 감염자들이 으쌰으쌰하며 어딘가로 힘차게 달려가고, 그들을 따라가던 카메라가 슝~ 하고 시점을 바꾸니 에펠탑이 보입니다. 네! 이제 프랑스도 끝이에요!! 장하다 우리 가족!!! 하고 엔딩입니다.

    • 최근 개봉한 '28년 후' 두 속편이 너무 괜찮아서 중간이라 거른 '28주 후'도 봐야 하지 않을까 잠깐 생각했는데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볼 필요가 없어졌네요. 이렇게 '28주 후'가 망한 이유들을 듣고 보니 '28년 후' 속편들은 참 신선하게 시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거의 30년이 지난 후라서 세상이 달라졌기에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새로 시작할 수 있었고요. 참신한 신예였던 원작 각본가와 감독의 능력이 숙성해서 또 그걸 보는 재미도 있었죠. 앞으로 나올 '28년 후' 세번째 영화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 언급해주신 그런 빡치는 부분들을 적당히 눈감아주면(?) 어쨌든 그럭저럭 재밌었긴 했는데 전작이 깔아놓았던 신선한 설정과 세계관에 비해서 그냥 전형적이고 진부한 장르물이 되어버렸다는 느낌이 더 문제였다고 봐요. 대니 보일, 알렉스 갈랜드가 이걸 사실상 번외편 취급하고 '28년 후'로 이어간게 충분히 이해가 됐죠. 그런데 '28년 후'도 기대 방향을 다르게 잡았던 시리즈 팬들에게 호불호가 많이 갈리면서 오히려 '28주 후'가 훨씬 낫다!는 식의 반응도 적잖이 있었던...




      이모겐 푸츠는 지금도 아름답지만 이 당시 사진을 보니 정말 기대를 받을만했네요. 연기력도 나이 대비 탄탄했었고 스타로 확 뜨지 못한 건 아쉽지만 어쨌든 오래 꾸준히 살아남은 것만도 대단한거니까요. 크리스틴 스튜어트 감독 데뷔작 '물의 연대기'에서 호연을 보여줬다길래 일단 VOD나 스트리밍 올라오길 기다리는 중입니다.




      몇년 있으면 '허트 로커'로 고생 끝날 제레미 레너랑 한창 탄탄히 커리어 쌓아나가고 있던 로즈 번은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드리스 엘바도 나왔었는지는 몰랐네요. 하하;

    • 28년 후가 재밌으셨다면 뼈의 사원도 잘 맞으실 것 같습니다. 극장 가서 봤는데 너무너무 재밌있네요. 폭력 수위가 좀 과도하지 않나 싶지만 천편일률적인 좀비영화 장르에서 이런 시도를 하는 영화가 있다는 게 참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다만 흥행이 많이 저조해서 3편 제작이 암울하다는 소식이...;;
      • 뼈의 사원 극장 개봉 놓쳐서 제 자신을 탓하는 중인데, 3편 제작이 암울하다구요?!! 아 제발요ㅜㅜㅜㅜ
    • 디플에 다시 가입하실 일이 없을 거라던 로이배티님도 결국 돌아오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영화군요;; 과연 호러란.

      • 걍 그동안 여기 아니면 볼 수 없는 영화들이 좀 쌓였거든요. 한 달만 딱 결제하고 바로 접을 겁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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