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바낭] 좋은 얘길 못되게 풀기. '드림홈' 잡담입니다
- 2010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36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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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밤중에 한 여자가 아파트 관리실에 침입해서 관리인을 잔혹하게 죽입니다. 장면이 바뀌면 주인공 청라이셩이 등장하구요. 텔레마케터 일을 하며 빡세게 사는 30대 여성이에요. 진폐증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아버지와 아직 어린 남동생을 데리고 살며 생활비를 혼자 다 벌어 쓰고 있으니 인생 난이도가 어마어마할 텐데 그 와중에 허리띠를 빡세게 졸라 매고 돈까지 모으고 있네요. 목표는 오션뷰 아파트 한 채 장만하는 것인데 시작할 때 자막으로 홍콩 집값 정보를 알려줬기 때문에 그게 얼마나 허황되고 슬픈 꿈인지는 금방 쏙쏙 이해가 되구요. 그런데... 이게 도입부의 살인이랑은 뭔 상관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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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해 이랬던 순수한 어린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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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부동산 지옥에서 수십 년을 구르면서 이렇게(?) 되어 버리는 이야기...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배경이 2007년이에요. 그 이유는 영화가 끝날 때면 알 수 있구요. 이야기는 계속 80년대, 90년대를 오가며 주인공의 사정을 알려주는데 뭐, 영화 제목과 도입부의 자막대로 홍콩 주택난에 대한 이야깁니다. 집값은 미친 듯이 올라서 지금 현재 한국의 몇 배(문자 그대로 몇 배!)를 호가하는데 정부는 해결책도 못 내놓고 대기업들은 삼합회와 쎄쎄쎄 해서 서민들 집 빼앗고 재개발하고... 하는 생지옥을 체험하며 자란 주인공을 보여줌으로써 홍콩의 현실도 풍자하고 이 사람의 그 집에 대한 집착을 설명해 주는 거죠. 그렇게 참으로 사회 비판적인 이야기입니다만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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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게 유저분들을 위해 잔혹한 짤은 안 올리고 있습니다만, 사실은 아주 끔찍한 장면이랍니다.)
- 슬래셔. 라고 적으면 스플래터라는 표현이 섭섭해 할만한 잔혹 인체 훼손 호러입니다. 좋게 보면 극단적으로 과장된 인체 훼손 장면들로 어이 없어서 웃게 만들면서 풍자를 강화한다... 라고 볼 수도 있겠고. 나쁘게 보면 너무 잔혹한 장면들에 치중해서 메시지가 묻혀 버린다. 라고 볼 수도 있겠죠. 이건 사람 취향 따라 달라질 부분일 텐데 호러는 좋아해서도 고어는 싫어하는 저로선 어우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시나요... 라는 생각을 내내 하고 있었어요.
두 가지 시간선의 과거와 현재를 계속해서 오가는 구성도 그렇게 효과적이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초반에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준 후 '왜 이 지경이 되었는가'를 보여주면서 미스테리를 풀어 주기 위한 구성인 것인데요. 그게 그렇게 세련되고 깔끔하게 되진 않았어요. 그래서 좀 헷갈리기도 하고. 또 주인공의 과거 사정들이란 게 워낙 전형적이어서 말이죠. 그냥 대사 몇 줄로 풀어주고 넘어가는 편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러면 런닝 타임 채우기가 어려웠을 것 같기도 하구요.
마지막으로... 그냥 신체 훼손이 강한 것만 문제가 아니라 요즘 세상엔 '여성 혐오적이다'는 지적을 받기 딱 좋을 방식으로 호러 장면들을 연출해 놓은 것도 그다지 맘에 들진 않는 부분이었죠. 소재나 주제나 이야기 흐름을 생각했을 때 전혀 필요 없는 여성 신체 노출씬과 섹스 씬들이 자꾸 들어가는데 그 분위기도 좀... 많이 그렇거든요. 뭐 벌써 나온지 16년이나 흐른 홍콩 영화니까 그러려니 할 순 있는데, 어쨌든 보기 불쾌한 건 사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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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별로 안 불쌍할 느낌의 비호감 인물들을 쌓아 놓고 죽여 나가긴 하는데, 그게 완벽하진 않아서 결국 불쾌해집니다.)
- 근데 뭐랄까. 저런 불편한 부분들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을 분들에겐 꽤 재밌는 영화가 될 수 있습니다.
일단 미스테리를 던져 놓고 현재와 과거를 오가다가 클라이막스에서 그걸 풀어내며 충격을 주는 식의 이야기 구성이 잘 되어 있어요. 으악 이거였단 말인가!! 하고 황당해하게 만드는 솜씨는 좋았구요. 결말에서 그걸 또 한 번 꼬아 주는 센스도 좋았구요. 또 이런 미스테리와 반전 요소가 모두 주제와 적절하게 연결이 되어 목표한 효과를 잘 연출해냅니다.
(제 기준) 과도한 폭력성 같은 것만 눈 감아주거나 혹은 즐길 수 있다면 액션(?)의 연출이나 리듬감 같은 건 괜찮았구요. 계속해서 일이 꼬이고 꼬이는 전개도 한숨 섞인 웃음을 유발하며 블랙 코미디 느낌을 적절하게 줘요.
한 마디로 못 만든 영화는 아니었다는 겁니다. 취향을 격하게 타서 그렇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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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 같지만 사실은 수발 들고 있는 아버지 때문에 짜증이 난 표정일 뿐... ㅋㅋ)
- 그러니 그런 고어, 스플래터 류의 영화들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한 번 보실만 할 겁니다. 반대로 그 쪽에 내성이 약하신 분들은 확실히 거르시는 게 좋겠구요.
뭐 홍콩 부동산 문제에 대한 서민들의 수십 년 묵은 한과 분노를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라고 한다면 설득력은 생기겠지만 어쨌든 그런 장면들이 고통스러운 사람이 굳이 참고 봤을 때 충분한 보람을 얻을 수 있나? 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좀 아닌 듯 하구요.
그래서 나쁘진 않았지만 안 봐도 될 걸 그랬다. 라는 괴상한 결론으로 마무리합니다. ㅋㅋㅋ 고어 힘들어요... ㅠㅜ
+ 검색을 좀 해 보니 주연 배우님이 홍콩에서 아주 유명한 갑부 집안 딸래미라네요. 캐스팅부터 부조리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 그냥 좀 별로네요. ㅋㅋ 그리고 이 배우님께서 영화 속 폭력 수위를 놓고 감독과 싸우다 소송까지 벌여서 개봉이 늦춰졌다고 해요. 이건 또 희한한 일인데... 그래서 좀 더 검색해 보니 배우님이 원하신 게 비현실적으로 강렬한 폭력이었고 결국 그 뜻대로 편집해서 개봉했다고 해요. 오오 역시 금수저 파워(...)
++ 검색해서 나오는 이 영화의 이미지들 중엔 블루레이 케이스 이미지도 있는데요. 극중에서도 보기 괴로웠기로 첫 번째와 두 번째 쯤 되는 장면을 당당히 표지로 만들어 넣은 걸 보니 애초에 그쪽 팬들을 위한 영화였던 모양입니다. 매우 온건한 한국 OTT용 포스터 이미지에 속았어... ㅠ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극중 순서 무시하고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버리겠어요.
그래서 주인공은 서민들 모여 사는 낡은 연립 주택에서 자라면서 애틋하게 지냈던 절친이 재개발 이슈로 삼합회 깡패들에게 온갖 수모를 다 당하고 쫓겨나는 꼴을 직관하구요. 여기에 그땐 살아 계셨던 할아버지의 바다 사랑이 결합되면서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에 살고 싶단 꿈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엄마는 일찍 병으로 돌아가시고, 아빠는 공장에서 착취 당하다가 진폐증이 생겨서 일찍부터 일을 그만 두고 주인공이 모든 경제적 부담을 다 갖게 되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릴 적 꿈인 그 아파트 하나 사 보겠다고 허리 띠 졸라매고 직장 퇴근 후 부업들까지 해 가며 어떻게든 돈을 모으고 있었는데... 집값이 실시간으로 치솟으며 자기가 돈 모으는 속도를 아득히 추월해 버리니 절망할 뿐이죠. 그러다 자기가 눈여겨 봐 둔 집을 계약할 시한이 코앞에 닥치자 주인공은 그만... 아버지가 죽도록 일부러 방치해 버려요. 그래서 받은 사망 보험금으로 드디어 내 집 마련! 을 시전하려는데. 하필 그날 또 무슨 호재(?)가 터지며 집값이 수직 상승해 버리는 바람에 집을 팔려던 사람들이 '위약금으로 계약금 두 배 줄 테니 이 계약은 무횰세'를 선언해 버리고. 간접적으로나마 아빠까지 죽여가며 그 집을 사려 했던 주인공은 완전히 정신줄을 놓습니다.
그러고 나서의 현재 시점에서 이제 그 아파트 살인극이 벌어지는 것인데요. 범인은 주인공입니다. 먼저 경비를 살해하고 cctv 녹화를 멈춘 후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사람을 죽여대는데 나중에야 알게 되지만 결국 이게 무차별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들어간 집에선 가사 도우미를 죽이고, 다음엔 집주인 여자를 죽이는데 이 분은 임신 중이었기 때문에 아기까지 죽습니다. 그러다 늦게 귀가한 남편까지 꼼꼼하게 다 죽여 주고요. 다음엔 그 옆집으로 쳐들어가는데 여긴 남자 셋, 여자 둘이 모여서 마약 섹스 파티를 하고 있었죠. 그래서 쓸 데 없이 야한 장면들이 나오는 가운데 또 피칠갑피칠갑. 나중에 소음 신고 듣고 출동한 경찰들까지 싹 다 죽여 버린 후...
다음 날입니다. 주인공은 어제의 난리통 때문에 온몸에 생긴 상처들을 대충 수습하고 본업인 텔레마케팅을 열심히 하고 있구요. 그때 부동산에서 연락이 와요. 자신에게 큰 엿을 던져 준 그 아파트 매도인들이 자기들이 150%로 올려 놓은 집값을 10% 깎아주는 은혜를 베풀 테니 계약 하지 않겠니? 라는데 의외로 주인공은 아주 시큰둥하게 너무 비싸다고 투덜거리다가 갑자기 엄청난 디스카운트 값을 제안합니다. 부동산 사람이 황당해하자 주인공이 꺼내 든 신문에는 전날 밤 본인이 시전한 연쇄 살인 기사가 실려 있었고... 그러니까 주인공은 악재를 만들어 집값을 내리기 위해 그 아파트로 가서 아무나 죽이고 다녔던 겁니다(...)
결국 주인공의 과감한 딜 제안을 집주인들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주인공은 일생 꿈꾸던 오션뷰 아파트로 들어갑니다만. 여기서 또 살짝 반전이, 알고 보니 주인공이 입주할 평수는 럭셔리 아파트 같은 거랑은 아예 거리가 먼 좁아 터진 낡은 집이었다는 거에요. 사람 죽이고 다닌 윗층은 평수도 다르고 집안도 완전 럭셔리했는데, 층에 따라 다른 거였나 봅니다. ㅠㅜ 암튼 그 좁은 집에 억지로 가구를 욱여 넣으며 바다를 바라보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엔딩인데... 크레딧 올라가기 전에 라디오 뉴스가 들리며 그 내용이 자막으로 뜨죠. 이 영화의 시작 배경이 2007년이었잖아요? 그래서 뉴스의 내용이란 리먼 브라더스 사태... 주인공이 그 난리를 치고 일생 동안 모은 돈으로 간신히 구입한 이 비싼 집이 곧 폭락할 거라는 세상 허무한 엔딩이에요. 끝!
안 그래도 이게 이런 장르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국내에서도 입소문이 좀 돌더라구요. 궁금했는데 마침 감상 올려주셔서 반갑네요.
제가 고어, 스플래터 쪽에 내성이 약하긴 한데 그래도 완성도가 진짜 좋다고 하면 가끔 챙겨보긴 하는데 읽어보니 이건 잔인한거 말고도 보면서 괴로울 부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스킵하게 될 것 같아요. 하하;;
갑부집 딸인 주연배우님이 오히려 더 수위를 높이길 원한건가요? 그런 쪽 취향(?)이신건지 하여간 재밌네요. ㅋ
스플래터물 좋아하고 즐기는 관객들이라면 깔깔 웃으며 즐겁게 볼 수 있을 법한 영화인 건 맞습니다.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닐 뿐... ㅋㅋ
본문에 적은 대로 여성 혐오로 지적 받을 법한 분위기가 꽤 짙게 깔리니 듀게 분들에게 추천해드릴 순 없겠구요. 안 보셔도 됩니다!!
네 전 당연히 감독이 센 걸 원했을 줄 알았는데 금수저 배우님이 범인이었어요. 그래도 덕택에 소수 장르 매니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니 금수저님 의견이 옳았던 걸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