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마이클]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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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냉정하게 따져보기가 좀 어려워졌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직후에는 실망이 가득했지만 이후 마이클 잭슨의 살아 생전 영상들이라거나 제가 잘 몰랐던 노래들을 들으면서 현실의 마이클 잭슨에게 취해버렸습니다. 특히 You are not alone은 듣고 있으면 너무 슬퍼져서 눈물을 참을 수 없게 되는데(실제로 길을 걷거나 밥을 먹으면서 이 노래가 나올 때 눈물을 참느라 혼났습니다), 비록 작곡가의 성범죄에도 불가하고 마이클이 이 노래를 부르는 걸 듣고 있으면 이 노래가 팝 역사의 클래식이 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세계적으로 이렇게 부당한 누명을 쓰고 온갖 가십에 시달렸던 스타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얼마 전 본 유튜브 쇼츠에서 스파이크 리가 나와 이 영화에 비판적인 평들, 관객의 호평과 상반되는 비평가들의 태도를 뭐라뭐라고 하더군요. 저는 이 영화가 완성도 측면에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잘만든 영화가 아닙니다. 마이클 잭슨을 아예 모르는 사람조차도 이 영화의 얄팍함을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만약에 마이클 잭슨의 살아있던 시절과 그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 얄팍함은 훨씬 더 크게 다가올 겁니다. 왜 이 사람을 데리고 이런 이야기밖에, 이렇게밖에 안하는 것인지 자연스레 의문이 듭니다.


이 영화는 크게 유년시절, 아버지로부터 독립하고 처음으로 냈던 Off the Wall 시절, Thriller 앨범이 메가히트했지만 여전히 그를 옭아매려는 아버지와 결국 벗어나는 세 단계로 나눠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이클 잭슨을 잘 아는 사람들은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생략하고 넘어가는 이 슈퍼스타의 성장기에 당황스러울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마이클 잭슨을 잘 모르는 저조차도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Thriller가 메가히트를 하기 전, 마이클 잭슨이 Beat it과 Thriller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영화는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Billie Jean은요? 마이클 잭슨의 히트곡 중 가장 유명한 곡이자 뒷이야기가 흥미로운 소재 아닙니까? 그런데 앞의 두 곡과 다르게 이 노래는 그냥 건너뛰어버리고 모타운 25주년 공연에서의 퍼포먼스로만 설명이 됩니다. 아니, 이 노래를 이렇게 흘러넘기다니? 


저는 나중에 알았는데, 이 노래를 마이클 잭슨이 직접 작사 작곡을 다 했더군요. 저는 너무 당연하게 이 노래의 작사작곡이 다른 사람의 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미친 히트곡의 작사 작곡까지 마이클 잭슨이 다 한거죠. 그는 실제로 자신의 작곡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서글퍼했다고도 했으니까요. 그는 비트박스 형식으로 노래들을 작곡했습니다. 멜로디를 흥얼거리면서 둠칫둠칫하고 입으로 다 그소리를 내서 그걸 녹음하고 구체적인 악기로 구현을 하는 거죠. 이 과정 자체가 굉장히 신기하기에 마이클 잭슨이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라는 생각밖에는 안듭니다. 이 음악적 재능이 드러나기에 Billie Jean보다 더 좋은 노래가 있겠습니까? 심지어 편곡버전이 원곡이랑 아주 다르지도 않습니다. 이후 마이클 잭슨의 노래 중 가장 히트한 이 노래는 댄스퍼포먼스가 노래만큼이나 중요해지는 "댄스음악"의 시초가 됩니다. 이 무대를 보고 프레드 아스테어가 깜짝 놀라서 전화했다는 후일담도 유명하고요. 


무엇보다 아쉬운 건 이 노래야말로 마이클 잭슨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될 수 있었단 점입니다. 그는 평생을 타인의 오해 속에서 살아가며 많은 고통을 받았습니다. Billie Jean이야말로 마이클 잭슨을 둘러싼 가십과 자신의 진실을 믿어달라는 그의 원초적 욕구를 음악적으로 풀어낸 노래 아니겠습니까. 지금 와서 마이클 잭슨을 찬양하는 저희들도 그를 괴롭힌 죄에서는 별로 자유롭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의 아버지 조셉 잭슨은 그를 괴롭히는 대중 사이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Billie Jean은 그 고통을 춤과 노래로 승화시킨 걸작이죠. 


마이클 잭슨 개인을 둘러싼 고통들, 음악 산업의 변혁, 그 자신의 성공, 흑인 뮤지션이 일으킨 새로운 변화, 그를 바라보는 타인들의 오해와 진실... 이 많은 이야깃거리를 영화는 너무 단순하게 축약해버립니다. 마이클이 비장의 무기를 들고 나와서 짠! 하고 보여줬더니 다들 기절해버리더라 하는 식으로요. 이 영화의 많은 부분이 이렇습니다. 마이클 잭슨이 가진 아주 많은 이야깃거리와 음악사적 순간들을 아주 큰 규모의 성공신화로만 다뤄버립니다. 그가 얼마나 성공했도 돈을 많이 벌고 인기가 많았는지는 그냥 전세계 사람들이 다 압니다. 우리가 어떤 인물을 굳이 영화를 통해 만나려는 이유는 그런 표면적 지표들이 아니라 인물과 세계를 입체적으로 느끼는 거죠. 그런데 이 영화는 이 부분에서 대책없이 게으릅니다. 아예 의도적으로 마이클 잭슨이란 인물을 성공신화 주인공으로만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아버지한테 학대당하는 불쌍한 남자'와 '결국 성공을 이뤄낸 남자'의 이야기로만 갈등해소를 거듭해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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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전술에 대해 좀 곱ssib게 됩니다. 이 전에도 뮤지션의 흥망성쇠를 다룬 영화들이 없던 건 아닙니다만 [마이클]이 다루는 이야기는 복고적인 수준이 아니라 지극히 보수적인 관점이 느껴집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과거의 '영광'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과거 시절 어떤 젊은이가 착한 마음과 놀라운 재능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할만큼 성공을 거뒀다는 이 자수성가 이야기는 결국 또 한번 과거에 대한 향수와 현 세대의 젊은이들이 느낄 수 없던 구세대만의 어떤 유산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즉 이 이야기는 모든 세계인들이 착각할법한 우리 젊었을 때는~의 이야기인거죠. 지금은 마이클 잭슨이 살아있지 않으니까요.


이렇게 단순화된 과거의 이야기는 우리가 더 이상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없는지 좀 불안하게 만듭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영화 업계는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는 암울하고 절망적인 전망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 영화가 [탑건: 매버릭]과도 같은 결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영화는 톰 크루즈가 [탑건]이란 영화로 메가스타로 떠오르던 그 순간을 후속편으로 다시 느끼려는 욕망을 실현시켜주니까요. [마이클]은 유사한 욕망을 마이클 잭슨이란 실존 인물로 이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위대한 인간이 정점에 오르는 순간을 통해 과거의 아름다움에 계속 젖어있게 만드는 그런 '갬성' 말이죠.


이런 성공신화류의 영화가 일으키는 예지의 효과도 곱ssib게 됩니다. 평범한 헐리우드 영화에서 주인공은 뭔가를 이뤄내거나 어떤 미션을 성공하겠지만, 우리는 그것을 쉽게 예측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이런 실화 바탕의 이야기는 사전 정보를 조금만 알고 있거나 그 시대를 직접 느꼈던 사람이라면 이 후에 일어날 위대한 순간을 기분좋게 기다리면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순간에는 이게 바로 그 순간이지! 하면서 그 위대함을 예지한 것처럼 감각하게 됩니다.  


앞으로 이런 영화들은 더 많이 나올 것이라 예상됩니다. 왜냐하면 이런 전술이 제일 안전하고 또 싸게 먹히기 때문이죠. 환상적이고 미래적이며 어둡고 지독한 이야기들은 이미 수많은 오티티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극장은 어떻게 흥행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요. 전세대 관람객을 유인할 수 있고, 문화적으로 열풍을 일으키면서, 후세대들에게 과거에 대한 환상을 일으키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 영화를 곱ssib으면서 소비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게 하는 그런 소재 말이죠. 과거의 위대한 뮤지션을 다루면 이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됩니다. 심지어 영화 이후에도 수많은 사람이 영화의 소재를 직접 즐기고 이야기를 나누고 sns에 퍼트리면서 자동적으로 영화 홍보를 해줄 것입니다. 특히나 뮤지션을 다루면 절정의 순간 따로 백그라운드 뮤직을 깔 필요 없이 그 가수가 어떤 노래를 부르고 퍼포먼스를 했는지를 보여주면 됩니다. 모든 공식과 이야기는 이미 안전하게 다 깔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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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주도적으로 관람할 관객층을 생각해봤습니다. 보통 극장들은 아무리 어리게 잡아도 20대부터 더 열정적으로 소비를 합니다. 아마 3040이 영화 흥행에 있어 가장 주도적인 연령층일 것 같구요. 그렇다면 [마이클]을 보는 3040 관객은 마이클 잭슨의 생존 시기 언제 걸쳐있었는지를 좀 곱ssib게 됩니다. 3040은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인 80년대에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꼬마였습니다. 10대 초반부터 문화를 본격적으로 소비한다고 본다면 극장의 주류 관객은 마이클 잭슨의 최전성기는 직접 경험하지 못했고 끝물에 간신히 걸쳐져있었죠.


그렇다면 3040 관객이 이 영화에서 경험하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그것은 한번도 보지못했던 과거의 영광을 극장에서 "처음" 보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본인이 젊었을 적 누리던 무엇을 극장에서 영화의 형태로 다시 즐기는 것도 아닙니다. 마이클 잭슨의 살아있는 시절은 체험했지만 전성기는 미디어로만 접했던 사람들이 영화로 다시 접하는 거죠. 즉 과거에 대한 환상을 시간이 흐른 후에 또 다른 환상으로 경험하는 셈입니다. 70년대와 80년대의 시간대를 다루는 영화의 타겟층이 누구인가를 생각해보면 좀 묘해집니다.


앞으로도 헐리우드와 각 나라의 영화계는 20세기의 환상을 계속해서 다룰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 수록 20세기를 팔팔하게 보냈던 사람들은 점점 관객층에서 탈락할 것이고 넷플릭스와 다른 오티티들이 극장영화를 대체하는 게 당연한 성장기를 보냈던 사람들에게 극장영화는 도전장을 내야할 것입니다. 이제 극장영화는 어떤 과거를, 혹은 어떤 시간대의 무슨 감정을 다룰 수 있을까요.


@ 2010년에 개봉한 [소셜 네트워크]는 참으로 동시대의 감각을 잘 살린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 ssib을 한글로 쓸 수가 없네요 욕설방지 때문이란 건 아는데...



    • 잘 읽었습니다. 시사회 직후 반응에서 대충 짐작했던 그런 방향으로 나온 모양이군요. 결국 같은 제작진이 '보헤미안 랩소디'와 같은 히트곡 메들리 뮤직비디오 영화 효과를 노렸고 그대로 상업적으로는 아주 잘 먹히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나중에 OTT로나 한 번 봐볼 것 같습니다.

      일부러 장난으로 저렇게 쓰신줄 알았는데 ssib이 안써지는군요. 하하;;

      • 이런 식의 공식이 오히려 실존인물을 편협하게 그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죽은 사람, 마음이 여리고 착했던 사람, 음악적 재능이 컸던 사람 등등으로 [보헤미안 랩소디]와 [마이클]의 공통점들이 보이는 것 같아요.
    • 머 개인적으론 매우 불만스러운 영화였지만 그래도 극장 안에서 사람들과 같이 숨쉬는 기분은 무시할 수가 없었긴 했습니다. 극장에서 한번 볼 정도는 되는데, 이런 식으로 만들거면 속편은 안나오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속편 운운은 껌이나 씨블 소리라고 까고 싶지만요. 금칙어 테스트 같은 댓글이 되어서 죄송합니다 ㅎㅎㅎ :DAIN_

      • 네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그 기쁨은 정말 컸던 것 같아요. 영화 자체는 사실 두시간짜리 앨범프로모션 같지만요... 빨리 공연실황이 영화로 개봉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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