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바낭] 게임인 듯 게임 아닌 듯, '믹스테이프' 간단 소감입니다

일단 트레일러부터!



그래서 이게 뭐하자는 게임인지 매우 간단히 요약해서 설명하자면,

요즘 말로 걷기 시뮬레이터. 옛날 말로 인터랙티브 무비에 가깝게 만들어진 스토리 중심 게임입니다.

그러니까 플레이어가 하는 일은 좁은 공간에서 주인공을 움직여 여기저기 놓인 물건을 건드리고, 그 반응을 구경하는 것 뿐이라는 거죠. 그 과정에서 스토리 전개에 따라 물수제비 놀이, 배팅 머신 놀이, 슬러시 만들기 놀이, 보드 타고 달리기... 등등 간단한 미니 게임 같은 걸 즐길 수 있지만 실패해도 아무런 지장 없이 게임이 진행이 됩니다. 게임 오버가 없어요. 말하자면 세 시간 짜리 3D 애니메이션인데 플레이어가 소소하게 조작할 수 있는 구간이 있다... 라는 정도?


해외 게이머 커뮤니티에선 이것 때문에 난리가 난 모양입니다. 이런 형식의 제품(?)들과 관련 시장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대체 이걸 '게임'으로 분류할 수 있느냐. 왜 이런 물건에 리뷰어들이 찬사를 보내며 훌륭한 '게임'이라고 칭찬을 하는 거냐. 등등 많이 화가 난 사람들이 달려와서 관련 영상들에 분노와 비꼼의 댓글들을 달아대고 있구요.


다음으론 이걸 만든 제작사가 분명 인디 제작사인 건 맞는데, 배급사로부터 아주 넉넉한 제작비를 받아 만들어서 이걸 '인디 게임'이라 부를 수 없다... 라는 논란이 또 존재한다고 합니다. ㅋㅋ 유명 밴드들의 노래들을 잔뜩 넣어서 그걸 스토리 전개와 게임 플레이에 결합을 시켜 놨는데 그 곡들을 또 영구 라이센스로 구입했다 하니 돈이 많이 들어갔을 거라는 얘기죠. 그래서 인디의 스피릿(...)과 관련해서 또 욕을 먹고 있는 모양이고.


마지막으로 게임 속에서 묘사 되는 세기말 청춘들의 모습이 별로 진짜 같지 않다. 라는 논쟁(?)이 있습니다. 내가 딱 게임 속 주인공들 세대인데 이러고 노는 놈들 없었다. 완전 힙스터 취향으로 꾸며진 가짜 노스탤지어 아니냐. 진짜 90년대가 아니라 90년대에 대한 페티쉬 모음집이다 등등... 물론 또 어떤 사람들은 '내 기억이랑은 완전 비슷한데?' 라며 반박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음!' 쪽이 압도하는 분위기네요. 허허.


그래서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작살나게 욕을 먹으며 불쏘시개가 되어 버린 불운의 게임입니다만. 그거야 어찌됐든 제 소감은...


저는 뭐 아주 즐겁게 플레이했습니다. ㅋㅋㅋ


일단 '페티쉬의 페티쉬'라는 비판은 저에겐 통할 일이 없잖아요. 제가 90년대 미국 시골 하이틴 삶에 대해 뭘 압니까. 아는 거라곤 영화, 드라마로 접한 것들 뿐인데 그렇담 그게 이미 페티쉬 모음이겠죠. 전 오히려 그런 영상물들에서 단골로 나오는 요소들이 적절히 버무려져 나오니 반갑고 좋았구요.

인디 게임이라면서 돈 많이 들어간 작품이라고 까이는 것 역시 뭐, 제겐 문제될 게 없는 부분이라서요. 사실 그걸로 화를 내는 게 좀 이상합니다. 인디 게임 제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원치도 않는 게임을 구입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는데, 그게 아니라면 '응 이건 인디는 아닌 것 같아' 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면 그만이지 왜 화를 냅니까... ㅋㅋ

마지막으로 '이걸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 라는 부분도 그렇습니다. 솔직히 제 기준으로도 이걸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좀 애매해요. 이런 건 게임이 아니야!! 라고 누가 화를 내고 있더라도 반박할 생각도 없구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런 복잡한 건 별로 생각을 하지 않게 되어서요. 어떤 식으로든 그걸 즐기는 동안에 제가 즐거움을 얻었다면 그걸로 됐지. 그게 진짜 게임(?)이든 아니든 적어도 나에겐 별 상관이 업스요... 라는 느낌.


(게임은 대충 이런 식입니다. 넌 대충 타이밍 맞춰 버튼만 누르렴. 우리가 좋은 거 보여줄게. 듣기로는 심지어 안 눌러도 알아서 진행이 된다구요... ㅋㅋㅋㅋ)


그래서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즐겁디?' 라는 부분에 집중해서 얘길 한다면 전 즐거웠습니다.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이니 간략해 소개해 보자면, 세기말 미국 산골 마을이 배경이구요. 단짝 친구 셋이 있는데 며칠 전에 졸업식을 마쳤고 그 중 뉴욕의 명문대에 합격한 주인공 스테이시는 내일 아침에 마을을 떠나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셋이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자동차 여행이 어그러져 버리는 바람에 친구들 간의 감정은 좀 복잡한 상황이구요. 일단은 어찌됐든 오늘 밤 동네 핵인싸가 연다는 성대한 음주 파티에 참여해야 하고, 그러려면 술을 좀 들고 가야 하는데 우리에겐 술이 없네? 어디에서 구할 수 있으려나...? 라는 식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에요. 


솔직히 딱히 참신하거나 새로운 부분은 없습니다. 흔하디 흔한 '시골 하이틴 성장기'에 나오는 단골 캐릭터들과 사건들로 구성된 뻔한 이야기에요. 다만 그걸 그래도 성의 있게 엮었습니다. 그래서 하찮다는 느낌은 안 들구요.

이 게임에서 중요한 건 음악과 연출이에요. 원래 이 제작사의 전작인 '아트풀 이스케이프'도 그랬거든요. 황당무계한 메탈 팬의 백일몽이라고 요약할 수 있는, 말도 안 됨을 더더욱 말도 안 되는 개그 센스로 덮고 음악과 연출로 커버했던 게임인데 이번 작에선 그게 좀 더 파워업이 된 거죠.

메탈 빠이자 음악 마니아인 주인공의 캐릭터를 핑계로 이 게임엔 시작부터 끝까지 세기말 다양한 밴드들의 음악들이 흘러 나오는데 그 선곡이 아주 좋고 매 곡마다 그 곡에 어울리는 환상적인 장면 연출이 한 번 씩은 나옵니다. 그리고 그런 환상적인 장면들이 주인공들의 감정, 고민, 위기, 성장 등과 연결되며 애틋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런 식의 구성인데 그 연출력이 워낙 좋아서 잘 먹히더라구요. 아는 노래는 많지 않은데 다 내 취향이네? 싶은 선곡도 훌륭했구요.


뭐 한계는 분명합니다. 게임 속 주인공들의 사정은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라 이 나이를 먹은 아저씨로선 직접 겪어 봤을 일이 없는 것들이니까, 영화나 드라마로 간접 체험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이입을 하게 되니 그렇게 깊이 있는 체험은 되지 못했죠. 앞서 말한대로 '이게 게임이냐?' 싶은 구성도 장점이라고 할 순 없겠구요. 


하지만 이렇게 '감성이라는 것이 마구 폭발을 한다!' 라는 방향으로 만들어진 게임들 중에 이 '믹스테이프'만큼 그 감성을 강력하게 구현해낸 작품은 많지 않았구요. 또 고작 3시간 여 밖에 되지 않는 플레이타임도 오히려 그 달콤한 갬성 러쉬에 물리지 않을만한 타이밍에 딱 끊어줘서 좋았구요. 그래서 '이런 게임 또 하고 싶니?' 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1년 뒤쯤에나 더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라고 답하겠지만 그냥 이 체험 자체는 즐거웠다는 거. 뭐 그렇습니다.



 + 게임이라서 듀게 유저님들께 딱히 추천을 드릴 일은 없겠습니다만. 그래서 선곡들이 워낙 좋아서 플레이 리스트나 공유해 보는 걸로... ㅋㅋ



대충 세기말 밴드 음악들 좋아하시던 분들이라면 아마 배경 음악 삼아 틀어 놓고 멍 때리셔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름 장르도, 곡 분위기도 다양하면서 다 듣기 좋거든요. ㅋㅋ
    • 잘 읽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하지는 않을 게임입니다만, AI 프롬프트로 구현한 것처럼 보일 지경의 모델링이 배경으로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는 자체가 '인디' 맞네요. ㅎㅎ 진짜 돈 들어간 스튜디오 작품이라면 옛날 [Dragon's Lair=드래곤즈 레어]로 대표되던 시대의 LD게임을 흉내내는 풀프레임 '애니메이션 동영상'을 굴려야죠. (웃음) 뭐 옛날엔 스페이스 키만 누르면 클리어 된다는 '스페이스 어드벤쳐'라는 농담도 있었으니 저 정도면 공들어간 6시간짜리 인디 게임 맞다고 농에는 농으로 대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게임의 가치는 룰에 있고 게임의 예술성은 예술적인 플레이 자체에 있으니, 해당 게임의 룰을 인정하고 플레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 게임이 아니다~라는 명제는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강하게 어필할 수 있습니다.ㅎㅎ   :DAIN_

      • 아마 제작비의 거의 대부분을 음악 라이센스에 쏟아 부었을 테니 그래픽 쪽은... ㅋㅋ 사실 제가 별로 안 좋아하는 그 뚝뚝 끊어지는 목각 인형 연극스런 연출 때문에라도 좀 별로였는데, 대충 그 감성에 납득해서 즐겁게 플레이했습니다.

        듣기로는 액션 구간에선 컨트롤러를 아예 놓아 버려도 준비된 스크립트로 해당 구간이 클리어되게 해놓았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더 욕을 먹긴 하는데... 뭐 그렇게까지 따질 일인가 싶더라구요. 사람들 그렇게 좋아하던 '에디스 핀치의 유산' 같은 게임을 칭찬할 거라면 이 작품이 유독 이렇게 욕 먹는 것도 어색하구요. 그냥 내가 즐거웠으니 됐다... 라고 매우 단순하게 생각합니다. ㅋㅋㅋ

    • 오 저도 게임패스로 요새 하고 있는데, 딱 게임패스용로 딱인 게임인거 같습니다 

      게임인가 아닌가 여부는... 글쎄요... 플레이어가 진행에 영향을 주는 개념에서 보면 게임의 개념에서는 좀 벗어나도... 아니라고는 못하겠는 그런 느낌?

      그냥 3시간짜리 영화본다는 느낌이기는 합니다 

      저는 게임패스로 해서 배티님처럼 순수하게 즐기는 입장인데, 풀프라이스로 구입하는 입장에서는 화가 좀 날 수 도 있겠다 라는 생각은 드네요

      여튼 음악 좋고 느긋하게 감상하는 용도로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 확인해 보니 원래 가격은 20달러더라구요. 뭐 요즘 이 정도 가격에도 플레이 타임 수십, 수백 시간을 보장하는 재미난 게임들이 적지 않으니 화가 날 수도 있긴 하겠지만... 요즘 인터넷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 중에 정말로 이걸 구입하고 화를 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심이 가기도 하고 말이죠. 하하. 어쨌든 저는 즐겁게 했으니 됐고, 飛頂上님도 나쁘지 않은 시간 보내고 계신 것 같으니 반갑고 그렇습니다.

    • 이런 류 영화는 원래 좋아하니까요. 구미가 당깁니다.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 같을 거 같구요. 깊이있는 내용과 복잡한 조작 싫어해서

      • 이런 스타일 이야기 좋아하신다면 해볼만 하실 거에요. 깊이 있는 내용과 복잡한 조작이 싫으시다면 더더욱!!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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