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학생 하나가 학교에서 받은 사회 보충 자료 프린트라면서 보여준게 있는데,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 스틸컷이 들어가 있더라구요. 너무 반가운 나머지 학생에게 물어봤어요. "너네 사회 선생님이 여자분이시니? 나이는?" 예상대로 여성에 30대 중반이더군요.^^ 잠시 추억에 잠기며 프린트를 넘겼습니다. 건조한 교과서 요점 정리문 옆에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순정만화 시대극의 조합! 역시 세계사 시간에나 가능한 것이죠.
80년대 중후반에 중고등학교를 보낸 저로서는 이케다 리요코의 <베르사이유의 장미>,<올훼스의 창> 모두 잊을 수 없는 작품들입니다. 각각 프랑스 혁명과 러시아 혁명을 배경으로 혁명가들의 사랑과 야망을 그린 이 쟁쟁한 걸작들은....지금 보면 손발 오그라들게 하는 신파작렬-_-;;의 좀 부담스런 작품들이지만 80년대의 운동의 시대나 6월 항쟁의 열기가 쟁쟁했던 시절에는 그냥 뭔가...당시의 열정을 반영하는 뭔가가 있었더랬죠. 물론 이 작품들은 일본에서는 70년대에 그려진 작품들이었는데도 80년대의 한국에서도 여전히 뭔가 그러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황미나의 <불새의 늪>이나 김혜린의 <북해의 별>, <테르미도르>역시 종교개혁과 프랑스 혁명이라는 굵직한 테마를 갖고 있었죠. (북해의 별은 가상의 유럽 국가지만.) 그러고보니 80년대는 순정만화사에 한국이나 일본이나 서양사극이 주류를 이루는 시기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