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좁고 시차 극복은 힘듭니다

다들 그렇게 느끼시겠지만, 제가 있는 바닥도 왠만한 사람이라면 한두다리만 건너면 대충 알 정도로 꽤 좁은 편입니다. 꽤 오래전 한솥밥을 먹었지만 한동안 소식을 못 들었던 전 직장동료와 MSN 메신저에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거진  5년만에 처음으로 안부 인사를 한 것이더군요.


그 다음날은 비행기 타는 날이었죠.  비행기에 탑승했더니 낯익은 얼굴이 보이는 겁니다. 바로 어제 MSN으로 안부를 물었던 그 친구에요.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나 제가 호들갑을 떨고 있는데 왠지 이 친구 표정이 좀 찜찜합디다. 여자친구가 화난 이유는 죽어도 모르지만 일에 관련된 눈치는 귀신 아니겠습니까. 잠시 추궁했더니 예상대로 면접을 위해 하루 일정으로 출국하는 거라고 실토합니다. 도착하자마자 다음날 다섯명과 연속 인터뷰를 한 다음에 밤 비행기로 바로 돌아간다는군요. 그러면서 이직을 결정한 것은 아니고 어떤 오퍼를 주나 궁금해서 가는거니까 자기 봤단 얘기는 아무한테도 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하는군요. 이 사람아 한국을 뜬 지 오래라 얘기해줄 사람도 없네 그랴.


그나저나 태평양 건너는 비행기를 그런 식으로 타고 나면 후유증이 심할텐데 하고 친절하게 걱정까지 해줬는데 말이죠. 남 걱정할 때가 아니더군요. 간혹 시차로 인한 고생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던데, 저는 시차 극복이 해가 갈수록 심해집니다. 요즘에 주로 나타나는 증상은 며칠동안 아예 잠을 전혀 못자는 거에요. 낮에는 좀비처럼 근근히 버티고 밤에 호텔로 돌아와 누우면 정신은 몽롱하고 힘들지만 막상 잠을 들 수가 없는거죠. 그렇게 2-3일 지나고난 후에 기절한 것처럼 폭풍잠을 자고, 또 2-3일 좀비처럼 지내고 나면 그제서야 시차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죠. 인생이 대개 그렇듯이 시차 극복이 이루어지고 나면 돌아갈 시간이 되곤 합니다.


대머리 부장님을 모시고 출장갈 일이 없어진 이후로 (대머리 부장님에 관해서는 이전 글 링크 클릭~), 먹는 즐거움 만으로도 해외 출장을 은근히 좋아했었는데 말이죠. 시차때문에 요즘엔 출장이 무섭습니다. 시차 극복을 위해 수면제 처방을 받는 동료들이 가끔 있던데 저도 그걸 고려해볼때가 왔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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