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성장영화 겸 판타지 뮤지컬 Were the World Mine 봤습니다.





상당히 재밌게 봤습니다. 2년 전쯤 옛듀게에 올라온 위의 트레일러를 보고 당시에 잠깐 관심을 가졌었는데 어느새 세월이 지나 슬그머니 DVD로 나와있었네요.


독특한 장르의 특성을 강하게 뿜어대는 예고편과는 다르게, 실제 영화는 뮤지컬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내용을 전개하는 부분에서는 편집과 촬영이 깔끔한데, 뮤지컬 부분에서는 좀 많이 헤매더군요. 기가막힌 음색을 자랑하는 출연자들의 노래도 생각보다는 적게 들어갔고요. 아쉽습니다. 하지만 가끔 나오는 어설픈 무용과 연극연기는 의도적이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부분은 코미디로서 꽤 효과적이고 즐겁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퀴어버전 한여름 밤의 꿈이에요. 교내 연극에서 '퍽'역할을 맡은 퀴어 소년인 티모시가 동네방네 사랑의 꽃즙을 뿌리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지요. 영화는 아주 진지하고 순진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그런 심각한 태도가 이런 엉뚱한 상황과 만나니 재미난 코미디가 뽑아져 나옵니다. 시치미떼고 연기에 임하는 배우들도 즐겁게 촬영했을 거란게 보입니다.


퀴어물에 익숙하신 몇몇분들은 퍽 역할을 보고 예상하셨다시피, 'Fairy'놀림도 당연히 나옵니다. 호모포비아와 사생활 갈등(Discretion) 얘기가 안나오면 앙꼬 없는 찐빵이지요. 사실 이 영화도 동성애자 소년들을 다룬 예전 독립영화들의 클리셰들이 주루룩 나열되긴 합니다. 왜 들어갔나 싶은 설정들도 토막토막 들어가있어요. 그래서 '마법'이 걸리기전 40분 동안의 이야기가 어쩌면 갑갑하고 진부할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주인공을 맡은 태너 코헨과 주변인물들의 연기호흡이 아주 좋아서 이를 가뿐히 보완합니다. 그 덕에 영화 초반은 꽤 우직하고 현실적이게 그려졌어요. 중간에 갑툭튀하는 깜짝뮤지컬로 환기를 시킨 것도 좋았고요. 


'짝사랑'이 키워드인 원작 희곡을 그리면서, 동성애자 소년의 감성을 회화 도구로 찾아낸 건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안데르센 동화까지 상상한다면 비약일까요. 그리고 싱싱한 남자아이들의 매력도 아주 잘 담아내서 맘에 들었어요. 시종일관 스키니팬츠를 입으며 훤칠한 몸매를 뽐내는 주인공과, 쿨하고 예쁜 패그해그 친구, 깔쌈한 럭비(미국 영환데!) 장면들까지... 좋은 입소문이 난 다른 퀴어 영화들만큼이나 이 영화에도 괜찮은 게이 판타지들이 많이 스며들어있습니다.


무한도전을 연상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일단 신비로운 조명아래에 배어져 나오는 예상치못한 땟깔부터가 매우 흡사합니다. 남자들만 모여서 서툴게 셰익스피어를 각색하는 귀여운 모습도 비슷하죠. (근데 이 부분은 셰익스피어 시대의 연극부터 원래 다 그랬죠.)


제 사견으로는 무한도전만큼 재밌었다고 해도 무방한듯 합니다. 추천합니다.




    • 와, 재밌어 보여요. dvd가 한국에서 출시되었나요?(아마존 배송 이런거면 그림의 떡!ㅠ.ㅜ)티모시군이 노래부를때 물랑루즈의 이완 맥그리거하고 목소리가 비슷하게 들려요. 좋다...
    • 티모시 역의 태너 코헨은 렌트의 지방공연 언더스터디였다고 합니다. 이전까지 평생 주인공을 맡은 적이 없고 음악교육을 전혀 받은 적이 없다는군요. 심지어 티모시가 짝사랑하는 조나단 역의 나다니엘 데이빗 베커는 캐스팅전까지 그냥 일반인이나 다름없었다는데 노래실력이 저렇더군요. 아직까지 IMDB페이지가 공란입니다. 미국은 인재가 정말 많아요. DVD와 OST음반은 미국에만 발매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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