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글에 대한 글을 읽고...

한국말과 글자를 구별 못하는 바보도 있지만,

한자와 한문을 구별 못하는 바보도 있어요.

국한혼용문? 조사 몇개 한글로 갖다 놓고 죄다 한자로 쓴 것이 과연 문장인가요?

한문, 즉 한자로 문장을 구성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한자를 우리 말 순서대로 쓴다고 그게 한문이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왜 고전번역에서 그렇게 오역이 많고, 또 번역 자체에 대해서 주장이 엇갈리는지 생각해보면,

뜻글자가 왜 효율성이 떨어지는지 조금 이해가 되요.

그리고 우리 조상들이 그렇게 한자와 밀접하고 또 그걸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한문실력을 갖추고도

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꼈는지 생각해보면, 뜻글자로 문장을 만드는 것이 녹녹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광개토대왕비의 비문의 일부가 우리말 순서로 기록된 것이 뭐 한자가 도입된지 천여년 정도 밖에 안되었다고 치부해도,

또 거의 천년이 지난 후에도 정조가 한자로 한문을 만들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그의 한글 편지를 보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어요.


한자가 우리의 글자였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래서 고전번역을 위한 고등교육이 필요한 것은 강조할 필요도 없지만,

한자가 우리 글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입니다.

한자는 우리 글이었던, 과거형입니다.

우리의 글은 한글입니다.

한자 좀 안다고 한문 아는 것도 아닌데,

한자 교육을 왜 강조하는지 모르겠어요.

한문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보통교육보다는 소질있는 사람들에게 고등교육이 더욱 절실하다고 봅니다. 


제가 요즘 한자를 좀 공부하고 있어요.

그런데 왜 한글을 우수한 글인지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써도 써도 안 외워지는 것도 고통이지만, 

더 큰 고통은 외워도 외워도 끝이 없는 한자때문입니다.


그리고 중국사람들도 한자보다 알파벳으로 자기 나라 말을 배우는 현실을 도외시하고, (한자교육의 필요성도 어느 정도 수긍하지만)

한자를 알아야 우리 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사람도 이해가 안되요.

한자 몰라서 겪는 고통이 큰가요? 영어 몰라서 겪는 고통이 큰가요?

이오덕 선생님 말처럼 우리말을 더 잘 가꾸려면,

한글을 더 활용할 수 있는 말과글 살이를 위해서 노력해야지,

한자를 자꾸 꺼내들면 말글살이의 발전은 영 소원한 이야기죠.


솔직히 한자는 이미 한글의 경쟁상대도 아닙니다. 

경재자는 알파벳이죠.











    • '한문을/한자를 알아야 한글을 이해할 수 있다' 를 풀어보면
      '영어를 배우려면 라틴어를 먼저 배워라' 가 되지 않을까욤.
    • 한자어가 우리 말에 존재하는 한은 한자는 우리 글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건 한자와 한문의 차이라기 보다는 중국어와 우리말의 차이로 보이는군요. 한자어와 문자로서의 한문을 혼용하신 것 같기도 하구요.
    • 한자로 문장을 구성하는 것이 한문이고, 우리말어순이 아니라, 한자어 배열에 맞아야 하므로, 한문은 한자어로 보는 것이 타당하겠죠.
      그런데 전 중국말과 한자어의 어순이 같은지 다른지 몰라서 정확하게는 표현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리고 한문이 한자어와 어떻게 부합되는지 정확히도 모르겠어요. 한문은 글자가 아닌 글이고, 한자어는 말일 것 같은데 말이죠.
      말과 글이 뜻글자로 온전하게 부합되기는 어렵지 않나요? 불가능같은데...

      그리고 한자어가 우리 말에 많이 존재하고 또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로 우리 글자가 되어야 한다면,
      영어가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에서 향후 알파벳도 우리 글자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도 틀린 말은 아니겠네요.
      한자를 漢字로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한자라는 이 글자를 이해못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제가 주중하고 싶은 것은 소모적인 글자 몇개 아는 보통교육보다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고등교육의 강화가 효율적이고, 우리말과 글의 발전을 위해서도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 전 이런 것 때문에 아예 극단적으로 한자어 자체도 점차적으로 순화시켜서 순우리말로 바꾸는 게 낫다고 봅니다.
      마치 예전 터키처럼. 한자어 뿐만 아니라 자주 쓰는 외래어도 순우리말로 바꾸는 게 고통은 크겠지만 후세를 위해 낫다고 생각해요.
    • 늦달/ 그게 아니죠. 한자어를 쓰게 된 이유는 고유의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말 단어를 한자로 풀어서 사용한 겁니다. 지금처럼 고유의 문자가 있을 때는 영어의 경우는 영어를 한글로 표기하면 되니까 굳이 우리 말에 포함시킬 필요는 없는 거죠.
      제가 말한 한자어라는 것은 문장의 형태가 아니라 단어의 형태로 쓰이는 한자에서 온 말을 뜻한 겁니다. 한문이 중국어 문법체계라는 의미에서라면 쓰신 용법이 맞습니다.
    • 머루다래/ 저는 좀 반대인 게 오히려 외국어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우리 말에 포함시키는 게 우리 말을 더 풍성하게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물론 의미에 있어서는 원어로 표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므로 문자체계도 포함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되긴 합니다만..
    • mad hatter 님 의견도 제가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말씀처럼 영어를 한글로 표기하면 되는 것처럼 한자로 한글로 표기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 늦달/ 이미 한자어는 죄다 한글로 표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평상적인 문장에서는 굳이 한자로 표기하지 않아도 의미 전달에 큰 어려움이 없을만큼 한자어는 '우리 말'화 되었습니다. 다만, 논문이나 학술서 등에 표기할 때는 한글로만 표기할 수 없는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뿐이죠.

      국한문혼용체식의 조사만 한글로 하고 단어는 죄다 한문으로 표기하는 식은 저도 반대합니다. 한글-한자 병기 정도가 현실적인 선택이겠죠.
    • mad hatter//전혀 그렇지 않아요. 어떠한 새로운 개념이 생긴다는 것과, 그것을 순우리말로 발음하는가 외국어로 발음하는가는 별개의 문제에요. 외국어 발음을 쓴다는 건 그냥 자국어로 '이름 짓기'가 귀찮거나 사대주의적인 성향이 있다는 거, 둘 중 하나 아닐까요.
    • 머루다래/ 저는 어느 댓글에도 '발음'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요? 제가 얘기하는 건 다 '단어'의 문제입니다. 어휘의 문제에요.
    • 저도 한글-한자 병기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사소통에 지장 있을 경우는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 자연스럽겠죠.
      그런데 그런 글을 자꾸 사용하는 것도 병입니다. 줄이려고 해야지요.
      저는 한자를 병기하는 편의보다 중요한 것이 그런 병기를 할 필요가 없는 글자생활을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이런 글자 생활로 나가야지, 습관적으로 과거의 글자생활을 들추는 것은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은 한자병기가 조금은 필요하겠지만, 차츰 줄여나가는 글자생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mad hatter 님의 덧글이 오랜만에 온라인에서 느껴보는 좋은 글이네요. 저랑 생각이 조금 다르지만 많은 자극이 되네요.
    • mad hatter//그러니까 '전기라는 *개념*'을 'ㅈㅓㄴㄱㅣ(전기)'라고 발음할까 아니면 'ㅂㅜㄹㄲㅗㄷㅅㅣㅁ(불꽃힘?)'으로 발음할까의 취사선택이라는 거죠. 순한국어 단어를 선택하든 외래어를 선택하든, 결국 발음을 어떻게 할까의 문제이지, 어휘가 더 풍부해지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 머루다래/ 그건 단순한 발음의 문제가 아니라 어휘가 갖고 있는 함의나 단어 자체의 정체성과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무조건 단어 매핑 식으로 외국어를 우리말로 매핑하는 경우가 아니라 있는 단어의 조어형식으로 만들면 이미 발음만의 문제는 아니게 되는 거죠.
    • mad hatter// 좀 이해가 안 되는데요. 무슨 말씀이신지???

      단어의 함의 이야기라면, 글쎄요. 언어의 힘은 굉장해서, 한 번 여러 화자에게 이용되기 시작하면 원래 가지던 본의는 사라지고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기도 하고, 또 그러면서 단어가 가지고 있던 정체성도 확장될 수 있지요. 현재까지 한국어는 너무 단어 의미의 확장을 너무 제한한 감이 없잖아 있어요. 그러니까, '이 단어는 새로운 개념을 담기 너무 xxx하다. 차라리 영어(중국어) 단어를 통째로 갖고 오자' 식이 되는 거죠. 왜 단어의 가능성을 처음부터 제한해야 하나요?

      예전에 제 대학원 수업 중에서도 (사실, 제 전공이 관련 분야입니다ㅠ.ㅠ) TV 프로그램 중 하나인 '사랑의 리퀘스트'를 '사랑의 요청' (요청이었나 다른 단어였나)로 바꾸자는 요지의 프리젠테이션을 한 학생이 했는데, 반대 의견이 '요청'이라는 단어의 의미와 '리퀘스트'의 함의가 과연 호응할 수 있는가라는 딴지였죠. 제 생각은요, 물론 요청과 리퀘스트는 서로 다르지만, 계속 사용하다 보면 '요청'(이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의 함의가 넓어지게 될거라는 거예요. 그리고 그게 대부분 언어가 발전하는 양상입니다.

      언어 비교분석을 하다 보면, 한국어가 단어의 모호성을 굉장히 싫어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영어의 please, 이탈리아어의 prego, 일본어의 どうぞ, 터키어의 buyurun, 중국어의 請... 이걸 한국어로는 어떻게 매끄럽게 번역할 수조차 없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한국인의 특성인가.

      (근데, 말씀하신 게 이런 의미는 아니었죠? 마지막 문단 몇 개는 그냥 사족)
    • 뜬금없지만 생각이 잘 안나는데 그 신라왕을 미워하고 싶네요. 우리말 지명이나 이름의 한자표기를 오직 음독하게 한 임금 말이죠.
    • 머루다래 / "저기~" 라고 번역합니다.
    • haia / 하하하,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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