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이야기가 나와서...

  밑에 세계사 이야기가 나오니 반가워서 씁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뒷바라지 못해 주겠다는 말 한마디로 피아노를 끊은 후부터는 아무 생각없이 쭉 역사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네요.  그러다가 대학교 때 역사 전공하고, 결국 대학원까지 가서 역사를 했네요.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 중 언제나 서양사가 좋았고 특히 영국사를 전공해야겠다고 중 3때부터 생각했던 것 같아요.  왜 영국사가 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좋더라구요.  나중에 생각하면 언어 장벽때문이라도 그나마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뭐, 대학에서 할 거라고 꿈꾸던 공부와 실제로 하는 공부는 좀 차이가 크더라구요.  개론을 다시 한 번 쭉 흝어주는 정도?  그래서 삼국사기와 영국 대헌장을 직접 원문 해석하게 되었을 때는 정말 감격스러웠죠.  내가 드디어 이 유명한 걸 직접 손으로 만지는구나 하는 감정이 북받쳤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기엔 역사를 업으로 삼기엔 감정적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네요.

 

  어릴 때 신동우 화백이 그린 한국사 만화 10권짜리가 있었는데 그게 아마 제 역사 공부의 근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더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윤승운 선생님의 '맹꽁이 서당'도 있네요.  요즘 봐도 여전히 재미있더라구요.(궁금한 건 도대체 맹꽁이 서당의 시대는 언제일까요?  영조? 고종? 하면서 보다 보니 그냥 조선왕조가 끝나 버려서 나중엔 청학동인가?하고 생각도 해 봤지만, 중간에 암행어사 에피소드도 나오니 도무지 감을 못 잡겠어요) 그런데, 점점 역사 공부하며 보니 두 책 모두 사관이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어서...  그나마 신동우 화백 한국사 만화는 이제 안 나오지만 맹꽁이 서당은 요즘도 인기죠.  거기서 연산군, 광해군은 두 말할 여지 없는 폭군, 등등으로 나오는 걸 보니 좀 씁쓸하기도 하더라구요.  그래도 야사 등등을 알기엔 최고인 것 같아요.  고려 시대도 나오지만 그건 조선시대에 비하면 꽤 약하더군요.  마지막으로 요즘 욕 많이 먹는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가 있네요.  요즘 새로 나온 개정판은 못 봤지만, 예전 건 진짜 재미있게 봤는데 말입니다.  나름 복장 등도 고증에 충실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일본판은 확실히 별 재미는 없었고, 그 외의 이원복 시리즈는 괴롭더라구요.  특히 주간조선에 연재하는 연재물(하기야 그게 다시 책으로 나오는 거지만)을 보면 이 사람의 사관이 만화라는 형식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퍼져 나가도 되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최근엔 김 진의 '바람의 나라'가 좋더군요.  의외로 제가 사학과 갔더니 '바람의 나라'때문에 사학과 왔다, 고구려 공부하겠다는 사람들이 좀 있었습니다.  몇 명은 아예 교수님께 '세류'에 대해 묻는 바람에 선생님이 의아해 하시기도 했었죠. 

 

 

  원하던 대로 영국사 전공했지만, 대학원 생활의 정치에 지치고, 우리나라에서 서양사 공부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느끼고는 잠깐 쉰다는 게 결국 여태껏 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의 서양사 공부는 그냥 유학 전단계일 뿐이더군요.  나름 석사 논문에 공을 들였건만, 원하는 시대 공부를 위해선 독학한다는 기분으로 공부하는 게 차라리 맘 편하더라구요.  그리고 역사계 사람들이 하는 말처럼 역사는 과연 input은 많고 output은 적은 분야더군요. 

 

  언제나 국사가 가장 흥미가 덜했기 때문에 누가 물어보면 서양사 전공이라고 발 빼고 다녔는데, 요즘 역사 문화 체험 교사 강의를 듣고 다닙니다.  노후가 불안하니 이것저것 가릴 입장이 아닌 것 같아요.  역사는 변하지 않을 것 같더니 그 사이 많이 변해서 완전히 새로 배운다는 생각으로 해야 하더군요.  하지만, 여전히 석기 시대쪽(석기~청동기)은 별 재미가 없습니다. 에휴~

    • 전 서양사 전공하려다가 미술사로 빠졌는데 역시 시간, 돈, 노력, 정치가 필요한지라 어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서 결국 접었습니다.

      하지만 배운 건 없어지는 건 아니라던데 언젠가 써 먹을 때가 오겠죠.
    • 1. <맹꽁이 서당> 정말 재밌게 본 만화인데, 사관의 문제야 언제나 있는 것이고...어릴때든 어른이 되서든 다양한 사관을 접하면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면 좋은것 같습니다. 저도 한 때는 사관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 얘기 저 얘기 들어보고 학생들이 자라서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은것 같더군요.
      언젠가 모 밀리터리 게시판에서 고교시절 사회선생 욕을 해대는 네티즌의 글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 네티즌의 고교 선생은 전교조 소속으로 그 위험한 전두환 정권 시절에 자기 목을 걸고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올바른 수업을 했건만 그 학생은 자라서 친일 친미 파시스트가 되어 제 스승에 대한 비난을 퍼붓고 있는걸 보니까 말이죠. (교육이 중요한것 같진 않아요. 특히 가치관 같은건 자기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니까요.)

      2. 저도 영국사 좋아합니다. 엘리자베스 1세 때문에 어려서부터 좋아한것 같은데...뭐랄까...좀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어렸을 때는 몰랐었는데 이제 어른이 되고 나서 그 감정의 실체를 알았습니다. 제 경우는 제국주의를 동경했다는 것을요. 뭐랄까...영국은 일본과는 달리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대제국을 운영했다는 환상에 빠져있었던거죠. 다 자라서 제대로 된 문헌 자료를 접하면서 그런 되도 안되는 환상은 사라졌지만.

      3. 이원복의 <먼 나라 이웃 나라>는 확실히 유럽편만 재밌어요. 일본편은 너무 재미없더군요. 전에 일본사 공부한답시고 일본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읽던 악몽이....(아니, 그 교과서는 정말 좋은 교재였어요. 제가 돌머리라 문제였지...T.T)

      4. 제가 학교 갈 당시에는 <한단고기>읽고 왜곡된 고대사를 다시 세우겠다고 의기에 차서 온 애들이 꽤 많았는데요...(예...저도 그 중의 한 명이었죠.^^;;) 90년대 초반 얘기긴 합니다만 2000년대 초반까지 이런 애들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그 때까지도 한단고기 논쟁이 활발했었나봐요. 요즘에는 저 개인적으로 <한단고기>를 일본의 고대사학자가 쓴 패러디 소설이라고 심증을 굳히고 있습니다만.(그 사람이 누군지도 찝어놓고 있어요. 가끔 그 양반 저작들을 읽으면서 킬킬대기도 하면서. 뭐 아니면 말고...-_-;;

      5. 선사시대는 역사의 영역이 아니니까요. 그 동네는 고고학의 영역이죠. 아~저도 정말 고고학은 너무 재미도 없고...어려워요...
    • 역시 사학에 대한 관심의 시작은 만화인가요? 저 역시 사학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관심의 시작은 고우영 "열국지"였어요.
    • 저도 예전에 역사과목 너무 좋아해서 수능 때도 역사 3과목을 다 선택했어요..ㅎ 대학도 사학과 갈까, 생각하다가 결국 다른 과를 선택했지만요.. 그래도 요즘에 서양고대사 수업을 하나 듣고 있는데 너무 좋아요^^

      저도 각종 역사 만화책들로 역사 처음 접했던 것 같네요. 저도 영국사를 제일 좋아했어요. 헨리8세와 그 자식들 이야기 부분이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네요. 그런데 먼나라이웃나라 개정판은 구판보다 훨씬 별로인 것 같더군요...
    • 헨리 8세의 자녀들 - 메리 1세, 엘리자베스 1세, 에드워드 6세 거기다 조카손녀 제인 그레이까지.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시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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