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여성의 무거운짐. 부끄러운 깨달음.

 

오늘 서울근교에 일이 있었습니다. 버스를 탔지요. 시골스러운 풍경이 펼쳐지고, 내리려는데, 제가 내리는 곳에서 한 백인여성이 같이 내렸습니다.

 

몸이 무거워보이는데, 양손에 무거운 짐까지 들고있어서 힘들어 보였습니다.

 

반사적으로 'it looks heavy, you want some help?'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구체적으로 이렇게 생각했어요.) 이런 말이 나오기 직전이었죠.

 

 

생각.생각.

 

무거운 짐을든 백인여성. 무거운 짐을든 태국여성. 무거운 짐을든 중국여성.일본여성....

무거운 짐을든 흑인남성. 무거운 짐을든 할아버지. 아저씨, 학생, 아줌마..

 

과연 이들에게 모두 반사적으로, 자발적으로 도움의 의사를 표현하는가?

 

 

생각이 끝나고, 그렇지 않다는걸 알았습니다.

 

제자신이 저를 백인에게 친절한 (그렇게 보이고싶은) 한국(아시아인)인으로 위치시켰던거죠.

 

평소에 자신을 '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충격이었습니다.

 

 

이런의식이 어쩌다 무의식에 박힌지 모르겠네요. 부끄러웠습니다.

 

그러고 정신을 차리니 멀어진 백인여성. 

 

 

오늘 생각을 좀 해야겠어요.

 

제 무의식에 남아있는 '공정치 못함' 을 비우고 싶네요.

    • 아, 정말로 동의합니다.
    • 기억을 더듬어보면 저도 그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 합니다.
    • 제 무의식에 남아있는 '공정치 못함' 을 비우고 싶네요 <- 공감합니다.
      저도 장애인이나 갈색피부의 이주노동자 등등에 대해 무의식적인 거부감이 아직도 남아있어요. 아무리 교육받아도 안되더군요.
      무의식은 어쩔수 없는 거니까 이성으로 최대한 컨트롤하려고 노력합니다.
    • 그냥 도와드리면 안되나요.;
    • 좀 핀트가 안맞는 얘긴데
      유럽여행시에 백인 여자(여행중인 미국인 등)들이
      정말 아주 많이 무거워 보이는 가방, 배낭들을 메고 다니는걸 보고 상당히 놀라웠어요.
      한국 여행객도 많이 만났지만 그 반만한 것도 지고 다니는 사람 거의 보지 못했거든요.
      백인여자는 힘이 세다는 인상이 아주 깊게 남아있어요.
    • 비비빅/ 파파라치 컷 보면 말라빠진 할리우드스타들이 대여섯살된 애들을 한 팔로쑥쑥 안아들고 다니죠. 골반에 척 얹어서 ⓑ
    • 전 남자만 아니면 도와줘요. 남자는 괜히 오해할까봐.. ^^:;
    • 어잌후!/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지만, 그 사람을 돕는 것보다 먼저 자신의 자발적 선행이 어느 기준에 맞춰 있는지 생각하는게 지금은 더 중요하게 느껴져요. <br />비비빅/ 근력이 다르긴 하지요. <br />망치/ 성별을 넘어서 생각해 봤는데, 오해하는 경우가 많으려나요??
    • 약해보이면 도와줍니다. 흑인남성이라도요.
    • 미국 생활중이에요. 대도시인 탓도 있지만 무거운 짐을 들고 간다고 서로 도와주는 걸 본 적도 겪은 적도 없...다고 쓰려고 보니까 딱 두 번, 물품 보관하는 곳에서 큰 박스 4-5개를 카트에 실어서 몇블럭 이동하는 중에, 또 큰 의자를 역시 몇블럭 옮기는 중에 미국사람들도 도와줄까, 하고 물어보더군요. 그게 아니고 가방이나 짐 정도면 정말로 드물지 않을까 싶네요.
    • 남자는 냅두지만 여자라면 도와줘요 흑인백인 이런건 상관없는데;
    • no way / 그래야 했었는데, 자연스레 그렇게하지 않았던 자신을 발견해서 충격이었어요.
      loving_rabbit/ 나라, 문화별로 자발적인 선행의 기준은 다른것 같긴해요. 무언가 다른 나라,문화 사람이 힘들어 보인다..에서 선행기제가 작동했을수도 있는데,, 쓴글처럼 제안에서 무언가 기준이 있었다는 생각은 지울수가 없네요.
      사람/ 남자도 여러타입이 있잖아요. 학생, 노인, 약해보이는 남자, 강해보이는 남자.
    • 세계 어딜가나 짐들어주겠다는 현지분들을 많이 만나서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는 관점인걸요.
      전 그 호의가 육체적으로 연약할(..)뿐아니라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동아시아 여성에 대한
      관대함으로 생각했거든요.
      어쩌면 사람들은 외국인이더라도 현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보다는 "여행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더 호의를 베푸는걸지도 모르죠. 일단 손님이니까요.
    • 에휴..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이런가요.. ㅠ 부끄럽네요
    • 굶은버섯스프, ID / 여행자로 보였다해도, 제가 누군가를 돕는데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진 기준이 있다는게 부끄러웠어요. 득도보단..부끄러운 고백이에요. 듀게니까요.
    • Melusina/ 아악. 상황이 달라도 왠지 부끄럽네요. 근데 저런 실험 카메라는 기분이 안좋아요. 결과를 알면서 잔인하게 보여주는 느낌이에요.
    • "모두들 자신만은 아니라고 하죠."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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