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란 뭘까요?

생각보다는 꽤 오래전부터 마음속으로 동경해오긴 했어요. 양재! 옷 만드는 거요.

내 옷을 직접 취향대로 만들어 입으면 얼마나 좋을까..늘 생각만 했죠....그러다가 결혼 후, 갑자기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지난 겨울에 문화센터 등록해서

일주일에 꼴랑 한시간 반 - 왜 꼴랑이냐면, 뭐 재봉틀 좀 만지거나 패턴 깨작깨작 쫌 그릴만 하면 수업이 끝나거든요 - 배우지만 그래도 시작이란걸 했네요.

그 느린 진도를 6개월간 견디면서 추리닝바지랑 청치마, 블라우스까지 배우다가 덜컥 몸이 아파서 한 달여 쉬고나니 거길 다시 가긴 싫더라고요. 게다

선생님도 제대로 배우고 싶으면 내 학원(양재학원 원장님이시라)으로 오라..고 꼬드기기만 하고 진도는 당최 안나가고...ㅡㅜ;;

뭐 학원 나갈 생각도 했는데요..근데 일주일에 5일 하루 여섯시간의 강행군이라..도대체 양재란 건 모아니면 도더라고요.

선생님도 자격증 따라는 게 저를 낚으시는 최종목표구요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학원생유치를 위한...)

하지만 전 그냥 제 옷이나 만들어 입으면 만족하지 자격증까지는...쫌.

 

결국 아주 생기초만 배운 상태에서 여기저기 바느질사이트 가입해서 독학?이라는 굴을 파기 시작합니다. 알고보니

대다수 재봉녀?들이 대부분 이런 케이스. 그리고 주로 주부들이 취미로 하시더군요. 네 정석으로 온 걸까요. ㅎㅎㅎ근데

이해는 가요. 홈패션- 테이블보나 이불커버라든가 커튼따위는 정말 예쁜 것들은 많이 비싸거든요. 재봉틀 만질줄만 알면 상대적으로

적은 재료비로 맘에 드는걸 장만할 수 있으니 주부들에게선 당연히 인기일 거에요. (하지만 옷 만들기-그것도 성인의 옷 만들기는 별도)

 

많이 배워서 내 손으로 패턴을 뜨는 정도가 되려면 아주 오래 배워야 한다고 선생님이 그러셨죠. 그래선지 옷 패턴은 바느질 사이트나

재봉의 달인들이 유료로 팔고 그럽니다. 일본이나 외국에는 소잉잡지도 많아서 그거 구독하면서 애들옷이나 어른옷 만드시는 분들이

다수더라고요. 우리나라도 계간지 형태긴 해도 이제 막 잡지들이 기반을 잡아가는거 같고요. 물론 저도 잡지나 양재 책을 사서

꼬물꼬물 집에서 입는 린넨바지나 다트같은거 안 들어가는 쉬운 원피스, 그리고 남편 반바지..그리고 대방석커버까지 만들어 본

정도가 됬어요. 여전히 생초보지만.

 

그러고나니 드라마를 보다가 특이한 디자인의 옷을 보면 드라마 줄거리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갑니다. ㅡㅡ좋아하는 '인생은 아름다워' 볼 때

우희진이 입고나오는 원피스 같은게 눈에 걸리면 케이블에 다시보기를 쫓아다니면서 보기도 하고...어제는 능력도 옷 패턴도 없으면서

덜컥 가디건용 니트천을 두 마나 샀네요. 재봉녀들이 제일 잘 저지르는 낭비가 천 사서 안만들고 쟁여두기라는데...ㅎㅎㅎ나도 시작인가. 근데

온 천이 화면에서 보던거랑 너무 달라요. 이런 원단사이트 많아요. 그저그런 천을 예쁘게 색보정하는데요.

과소비하는거 싫어서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고심해서 지르는데 이런 물건이 오면 막 화가 나요. 천을 보면서 이런 옷을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하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죠.곁들여 산 단추나 실 색깔하고도 안맞고...반품해야하나 골치가 아파져요.

 

그렇지만 막상 정말 화면과 같은 천들이 집에 와도, 그걸 멀쩡한 한 벌의 옷으로 만드는 거..사실 저처럼 덜렁거리고 무계획적인 사람에게

양재는 참 치명적이죠. 정확하게 패턴을 종이에 옮기고, 그걸 다시 천에 제대로 옮기고,...천 재단은 또 얼마나 어렵나요. 아무리

시침핀을 많이 꽂고 가위질을 해도 어딘가 삐뚤게 잘려나가는 옷감들...소맷부리라던가 어깨 진동선 같은데는 둥글게 다림질도 꼼꼼하게

해 줘야하고 심지를 붙이는 것도 단추를 다는 것도 뭐든지 철저한 계획하게 진행해야 해요. 순서가 틀리면 안되는 게 또 양재죠.

직접 그린 패턴도 아닌데 그걸 베껴 천에 옮기기만 해도 하루 반나절이 훌쩍 가요. 정신 차려보면 남편이 귀가할 시간.

얼른 마트로 부리나케 장보러 달려가죠..밥 해 먹고 뒷정리하고 돌아온 남편과 하루 일과를 얘기하다보면 저는 남편 듣기에 지루할

바느질 얘기밖엔 할 게 없어요. 여기 매달리느라 외출도 안했고 운동도 안했죠. 전화는 기본이고 책도 못보고. 블로그도 요새 소홀해요.ㅎㅎ 

 

이러다보니 옷을 만들고 싶어서 천을 사도 막상 옷 만들러 돌입하는게 꺼려질 정도지만...그래도 철이 바뀌면 원피스며 셔츠같은게

만들고 싶어지고, 또 그 고생을 사서 하자고 의욕에 불타죠. 엄청 고생하리란건 안봐도 훤해요. 

이걸 왜 할까요? 사실 제대로 옷 만들자면 천 값이나 실, 단추등 결코 싸지 않아요. 옷가게에서 세일하는 옷 한벌 사 입으면 그만인데..그게 훨씬 싸요.

만들기는 뭐 잘 하나요. 직선박기도 서투른 솜씨. 아무리 길거리 매대옷이라도 저보단 솜씨가 월등하죠. 그쪽은 프론데요.

 

오늘도 원단 사이트에서 이번에 이불커버를 만들리라 작심하고 천 고르느라 열중하고 있으니 남편이 저번에 배우던 양재

더 안배우냐고 묻길래 응..하고 대답하고 나니...좀 그렇네요. 이걸하면 뭐 돈이 나오는것도 아니고. 외려 가욋돈이 더 들기도 하는데

능력좋게 옷을 쑥쑥 뽑는거도 아니면서 전 왜 일상을 다 투자해가면서 열을 올릴까요. ,,쉽지도 않고 힘든데..그래도 좋아요.ㅜㅜ

 

빨리 능력자가 되서 남편옷 내옷 내 동생옷 엄마아빠옷 쑥쑥 만들어드리면 그제서야 보람이 있는걸까요. ㅎㅎㅎ아예 패션계로 나가?? 퓨퓨

취미의 세계는 오묘해요. 허허.참.

 

푸드덕~!

 

 

 

    • 해보고 싶은데 손재주가 너무 없어 포기했어요ㅠ 머리같은 것도 정말 못 만지고...(유행인 당고머리 왜 저는 안되지요ㅠ)
    • 나름 의상과 나온 남자인데 이제 재봉틀은 쳐다도 안봅니다. ㅎㅎ 옷은 사는 게 더 싸다는 걸 학부 4년 내내 깨달았어요.
      제 취미는 와인인데 오늘도 마트 세일에서 엄청 질렀지요. 취미는 뭐냐면 돈이죠. ㅎㅎ
    • 호 내용을 보니 부지런한 분이시네요
      전 게으르고 머리가 나빠서 그런거 못해요
      옷만드는사람 천재같아요;
      제 취미는 뭐 영화보기 인터넷하기 음악듣기 이런거겠죠 없어뵌다.ㅋㅋ
    • 레몬과 샤베트/양재는 손재주가 아니라 끈기로 하는거 같아요. 선생님도 그러셨구요.
      세상에서가장못생긴아이/ 맞아요 사 입는게 훨 싸고 편하죠.
      사람/저 게을러요. 원피스 한벌 만드는데 2주일 걸렸다능;;;;ㅡ,.ㅡ
    • 학교 다닐 때 옷 한 벌 만드는 게 한 학기 한 과목 수업 다였어요. 남성복 수업도 위 아래 한 벌, 한복 수업도 위 아래 한 벌 끝.
      원피스 2주면 빠르죠~~화이팅^^
    • ㅎㅎㅎ선생님이 하시던 말씀을 똑같이 하시네요. 바지 하나로 한학기 간다고 몇번이고 강조하시면서 이 진도가 결코 느린게 아님을 강조하셨었죠. 그치만 전 패턴부터 정석으로 하는 만들기도 아니고 다트도 안 들어간 평면적인 디자인인걸요. 똑같이 보시면 의상학과 모욕 아닙니까.전 그저 아마추어.
    • 저 이글 왜이리 좋죠? 옷은 빨리 못 만들어도 사는 맛은 기가 막히게 만들고 계신데요 ? ^^ 예쁜 천떠다가 스카프 드르륵 박아 하고 싶어졌어요
    • 중간까지 읽다가 "나도 양재! 양재!" 했는데 막판에 어차피 비싸게 먹히고 길거리 매대도 내 솜씨보단 낫다는 소리에 역시 현실은... 이랬네요. 저도 그럴 것 같아요. 백프로. ㅋㅋㅋㅋ 그런 재주는 시간 투자한 만큼 보답을 주지만 시간과 에너지 투자가 결코 쉽지 않죠. ^^;;;
    • 부러워요,
      저는 중학생 때 엄마가 만들어주신 원피스와 스커트를 직장인이 된 지금도 입고 있습니다.
      입을 때 마다 감사하면서, 어릴 땐 디자인이 심심하다고 별로라 했지만 지금은 이게 가장 클래식이구나 하면서...
      나중에 쇠부엉이님 딸이, 쇠부엉이님이 만들어 주신 옷을 10년 넘게 아껴 입는다면 아주 보람있지 않으실까요.
      옷감이나 바느질의 문제가 아니라, 제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 1호 인걸요.
    • 저도 취미로 조금 하다가 요즘엔 너무 바빠서 못하고있어요.
      이것저것 사모은 천은 집에 한박스 뒹굴어다니고;;
      절실히 느낀건 사입는게 훨씬 싸다;; 대량 생산과 분업의 위대함을 몸으로 체험하게 되더군요.
    • 저도 이 글이 왜 이리 좋죠? (사...사실 쇠부엉이님 닉넴도 어딘지 귀여워서 좋아요)
      정석의 길을 가셨어요. 전 교과과정에서 옷 몇개 만들어보고, 학원에 가보는 과정을 안거치고
      까페에 가입해서 두리번거린거까지는 좋았는데 엉뚱하게 코스프레하는 분들의 세계로 빠져서는
      오덕오덕한 세계로 빠져서 코믹월드에 옷을 구경하러 다니는 삼천포 코스로 빠졌어요.
      언젠가 쇠부엉이님의 작품을 여기서 보는 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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