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지칩니다

이상하게 눈팅이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 글 하나 씁니다.

오늘은 게시판에 유독 남자와 여자에 관한 얘기가 많네요.

가을이라 그런지

마음 한구석이 바람이 드나드는 것처럼 시려서

옷을 덧입어도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저녁이에요. 

 

스무살에 만나 3년을 정말 좋은 친구로 지냈고

사랑을 느껴 결혼하자 했고 결혼해서 아이 낳고 그렇게 그냥저냥 살고 있습니다.

사랑한다 말해주길 기다리고 결혼하자 말해주길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사랑이라 느껴서 먼저 사랑한다 말했고

이 사람이라면 결혼해도 되겠다 싶어 먼저 결혼하자 했습니다.

두사람이 만나 하는 결혼인데

수동적으로 기다리고만 있는 게 별 의미없이 느껴져서

조건에 주저하는 사람을 일으켜 세워

공부도 하게 했고 취직도 하게 했고 어쩌면 결혼도 하게 했을 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기에 제 조건 여러가지가 그다지 나쁘지 않았기에

그가 먼저 배려하지 않고

그가 먼저 염려하지 않고

늘 좋은 사람 있으면 가라고, 가도 된다고 한번을 잡지 않았어도

그만큼 나한테 손 내밀 자신이 없나보다

그만큼 사는데 여유가 없나보다

그래도 당연히 그도 나만큼 나를 사랑은 할 거라고

그리 믿었고 그렇게 믿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가끔.. 그게 아닌가? 그게 아니었나? 갸우뚱하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말이죠. 결혼한지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말이죠.

지나간 세월을 거슬러 생각하니

자꾸만 더

확실히 그런 맘이 듭니다.

그 사람이 나를 대했던 그 모든 것이

그저 무심한 성격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나는 어쩜 보고픈 것만 보고 산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의심에 사로잡혀 버린 거지요.

내 사랑이 너무 크고 내 욕심이 너무 커서

청춘에 계획한 것들을 그저 이루어내는데 급급해서

이제껏 사실을 외면하고 있었다는 그런 의심까지도 들구요. 

 

그에게 나는 많은 의미란 걸 압니다.

하지만 내가 될 수 있는 그 많은 의미중에 불행히도 그가 사랑하는 한 여자는 아닐 것도 같습니다.

옆에서 늘 쫑알거리며 나한테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 잔소리를 해도

그는 언제나 늘 똑같이 무신경합니다.

그를 변화시키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그 맘을 느끼고 싶어서일 뿐인데

그리고 지금 나에겐 그게 정말로 절실히 필요한데

어찌해도 그게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큰일입니다.

왜 그 맘이 느껴지지 않는 걸까요?

왜 한번도 나는, 나에게 향하는 그의 순수한 열정을 느낀 적이 없던 걸까요?

나는 거창한 말한마디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이벤트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놀라운 선물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단지 힘들지 않니? 도와주고 싶다. 하는 그 한마디를, 그 마음을 기다리는데

그는 가르쳐줘도 못합니다.

지치지 않고 가르쳐도 그 하나를, 그 한번을 제대로 못합니다.

10년을 아마 그렇게 살았나 봅니다.

 

그저 사랑하고

그런 마음에 충실하게 살았던 것 같은데

요즘엔

특히, 오늘은

많이 지칩니다.

나는 충분히 가치있는 인간이고

남자에게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괜찮은 여자일 것도 같은데

사랑하는 단 한 사람에게 그런 대접을 못 받고 산다는 게

참으로 날 비참하게 합니다.

아무리 더 많이 사랑하는 자가 유죄라해도

이건 너무 하잖아요.

넘치고 넘치게 사랑받는 느낌까진 아니라도

그저 그가 날 사랑하는구나

난 그에게 사랑받고 있구나 하는 그거

나도 그거 한번 저절로 느껴보고 싶단 말입니다.

자기 필요할 땐 잘도 찾으면서

이건 맨날 혼자 내버려둬요.

잘하잖아~ 하면서요.

 

아..

제가 그를 사랑하는 걸 멈추지 않는 이상

그에게 여자로서 뭔가를 바라는 건 더이상 안될 것 같아요.

체념밖엔 길이 없을 것 같아 많이 속상해요.

착한 사람이고 좋은 사람인데

왜 나한테만 이렇게 잔인하게 구는 건지 모르겠어요.

만족을 주면 튈까봐? 흐흐흐 (←이건 자조예요)

사실, 날 사랑하지 않는 건 그의 죄가 아니죠.

사랑을 강요하는 게 죄라면 죄겠죠.

 

이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는 글을 어쩌면 좋을까요?

그냥 접기엔 쓴 시간이 아깝고 올리기엔 정말이지 낯부끄럽고

이런 글은 전혀 나답지 않아요. 첨부터 끝까지 징징 징징..

오늘 저녁엔

혼자서 술이라도 한잔 해야겠습니다.

 

 

 

 

    • 이런 주제의 영화 내용 많았떤거 같아요.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한결 같은게 얼마나 대단한건데요 이랬다 저랬다 비인간적 입니다.
      그냥 기분이 그러실거에요 다 그렇죠 사는게요.
    • 남편 분은 어쩌면 생각하시는 것보다는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데
      표현하지 못하시는건 아닐까요? 아니면 애정의 방식 자체가 서로 다르다던지.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는 살가운데 나한테만 유독 무심하다면 서운하겠지만....
    • 다시 읽어보니 신파군요. 3류 통속 시나리오 같기도 하고..
      사랑이란게 원래
      다른 사람 모두에게 무심해도 나한테는.. 하는 그런 기대감이 있잖아요.
      다 똑같은 취급이어서 성격탓이려니 했는데
      다시 생각하니 나한테까지 그래야 하나 나도 딴 사람이랑 똑같구나 싶은 자괴감이 생기더라구요. 뭐 그런거죠.
      올린 글을 어찌해볼까 싶은 맘에 들어왔는데 남겨주신 말들이 있네요.
      글을 쓰고 올렸을 때 그때의 제 맘도 보이고 해서 그냥 남겨두고 갑니다.
      말 건네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뭐든 지나가겠지요.
    • 사랑에 대한 내 기준과 남편되시는 분의 기준이 다를 수 있잖아요.
      섣불리 말씀드릴 수 없는건 결혼기간이 저보다 더 오래되셨기 때문입니다만
      감히 말씀드리자면, 남편이 내 사람,이라고 해서 그의 취향과 기준이 다 나와 같을 순 없다는거죠.
      왜 나만큼 사랑하지 않으며 왜 나만큼 관심가져주지 않고 왜 나만큼 생각해주지 않는가에 대한
      서운함과 투정을 내비쳐도 상대는 '왜 내맘도 모르고..왜 별것도 아닌것으로.' 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거든요.
      그럼 고스란히 그 모든게 내 안에 쌓이구요. 그래서 골이 생길수도 있고.

      생각해보면 소소한 모든 것들이 남편분이 그루터기님을 사랑하는 표현,일수도 있을 겁니다.

      그와 나는 절대 같지 않아요. 나와 같은 사람은 세상에 나 혼자 뿐인거죠.
      그래서 타인들에게 상담을 하고 토로를 해보아도 돌아오는 건 위로일 뿐 해결책 역시 나만의 방식으로 찾을 수 밖에 없는 것이고.


      휴... 다른 분들 얘기에는 객관적으로 보고 말씀드리려 애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문제만 되었다 하면,,, '왜 날 더 사랑해 주지 않느냐!!' 며 칭얼거리는 사람,이라서..좀 부끄럽습니다. -_-
    • 알죠. 다 알아요.
      기준이 다르다는 것도 알고 방식이 다르다는 것도 알고
      그와 내가 너무너무 다르다는 것도 알죠.
      위안을 받고 싶어 쓴 글은 아니고 해결책을 얻고 싶어 쓴 글은 더더욱 아니예요.
      그냥 어제 제 기분이 좀 많이 다운됐었고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서 뱉어버린 거예요.
      말씀하신 것처럼 누군가에게 객관적이 되긴 어렵지 않은데.. 그게 내 일이 되고 내 문제가 되면 쉽지 않더라구요.
      결국엔 혼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인거예요.
      긴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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