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 잠들어 한바퀴,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본 4편과 수퍼맨 리부트 감독, 연극 올림픽의 햄릿.



1.
아래 01410님 글 보고 떠오른 추억.
http://djuna.cine21.com/xe/?mid=board&document_srl=856621

네, 2호선은 모르겠지만 3호선 지하철을 타고 무한 루프를 탄 사람이 종종 있다고 하죠.
제가 바로 그 1인입니다.





부끄러운 얘기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별로 자랑스러운 이야기도 아니라
자세한 당시의 사정을 여기에 적기는 좀 그렇구요.
어쨌든 아침 일찍 나와 지하철을 탔지만 몇시간 동안 할 일은 없고 잠은 쏟아지는 상황.
잠 좀 자고나면 목적지 근처에 도착해있겠거니...하고 눈을 감았는데,
눈을 떠보니 어느새 저는 반대편 지하철을 타고(?!) 있더군요.
이런 상황을 한 며칠간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2바퀴 돌았던 적도 있었을 거에요.
워낙 비몽사몽 제 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 제 기억을 믿을 수는 없지만요.

지하철 돌아가는 지점에서 잠들면, 직원분들이 나가라고 깨우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러지는 않더군요.
저 말고도 일부 노숙자 분들이 저와 동침(... -_-;)하고 계셨던 거 같기도 하고.

지금까지도 아쉬운 것이, 저는 항상 지하철이 방향을 바꾸는 지점,
그 터널 안에 대체 뭐가 있고 무슨 일들을 할까 참 궁금했거든요.
근데 그렇게 여러번 꿈나라행 지하철을 타면서도 그 지점에서 깨어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뭐 정작 깨어났다 하더라도 별 건 없었겠지만...
아니면 알아서는 안될 세계의 비밀을 봤기 때문에 지하철 비밀결사가 저를 잠재워 버린걸까요. :-P



2.
메가박스 유럽영화제는 과연 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소식이 없는 가운데,
매년 규모가 줄어가는 메가박스 일본영화제는 예정대로 진행중인 모양.
올해는 애니매이션과 관련된 기획전이 있을지도 모르나봅니다.
다음달 정도면 자세한 걸 알 수 있겠네요.
http://sanwang78.egloos.com/3460772




3.
전작 감독이 물러났다는 소식에 기대를 접게 만드는
온갖 리부트와 속편 소식들 중에서 흥미로운 소식 두 개가 올라왔네요.

수퍼맨 리부트의 감독은 왓치맨, 새벽의 저주를 찍는 잭 스나이더가,
본 레거시의 감독은 마이클 클레이튼을 찍었고 본 시리즈 시나리오에도 참여했던 토니 길로이가 맡는다고 합니다.

# Tony Gilroy to Direct Fourth Bourne Film
http://www.comingsoon.net/news/movienews.php?id=70354

# Zack Snyder Confirmed for Superman
http://www.comingsoon.net/news/movienews.php?id=70356

양쪽 다 예상 못했던 선택인데 반전이라면 반전일까요.
기대를 접었던 양쪽 작품 모두 흥미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4.
연극 올림픽이나 서울 국제 공연 예술제 보시는 분들 있나요?
기회가 생겨서 독일판 햄릿을 보았는데 정말 끝내주더군요.

(어차피 공연 끝났으니 스포일러 왕창)





거트루드가 이상한 신음을 내더니 오필리어로 변신하고, 
햄릿이 음식 그릇으로 디제잉을 하며 "세이 예~!"를 외치더니 
급기야는 클라이막스 결투 장면에 배우들이 무대위에서 진짜(!) 칼싸움을 합니다.
칼끝이 맞부딪히고 삽과 포크가 날아다니는데 숨이 막힐 정도에요.
웃길 때는 한없이 웃기다가, 진지할 때는 미칠듯이 진지한 연출.
무대 위의 에너지가 펄펄 끓어 넘치는데, 그걸 150분 동안 인터미션도 없이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의외로 구석구석 원작에 충실한 버전의 햄릿이라는 점.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도 다 나오고, 결말부 침공 소식도 그대로 활용.
오페라 버전 햄릿처럼 여기저기 쓸데없는 사족이 덧붙지 않으면서도
원작을 재미있게 재해석했더군요.
기대보다도 훨씬 좋았습니다. 
독일 연극에 요즘 활기가 넘치는 걸까요, 아님 이 작품만 특별히 제 취향에 맞았던 걸까요.


올해 가을에는 대체 왜 이렇게 공연 축제도 많고 미술 전시도 많은 걸까요?
게다가 영화계에서는 부산국제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이기도 하고...
여러가지 문화 행사가 많으니 좋기는 좋은데,
배추값 무값이 올라가고 정치적으로 난잡한 요즘을 생각해보면
"이래도 되는 건가?"하는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5.
부산영화제 가시는 분들 준비 하고 계신가요?
올해 부산은 날씨 준비가 가장 걱정입니다.
서울도 날씨가 매일매일 이리 변화무쌍한데,
과연 서울보다 남쪽이라지만 바닷바람 부는 부산 날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예전 봄에 외국 여행 갔을 때처럼 반팔과 코트를 함께 준비해야 하려나...





    • 수퍼맨은 또 리부트하나요? 잭 스나이더는 저와 취향이 참 안맞는데. 수퍼맨은 또 땡기고...
    • 1. 지하철 종점 이후가 궁금하시다면, '미드나잇미트트레인'을 추천해 드립니다.
    • 아.도.나이/ 스파이더맨 리부트보다도 더 짜증나는 상황이죠.
      리부트한지 몇년이나 되었다고 또 리부트. 좀 진득하게 만들지는 못할망정.

      잡음/ 그 생각도 잠시 하기는 했지만, 서울이 그정도로 흥미로운 도시일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
    • mithrandir/ 이미 보셨나 부네요. ^^

      저는 정신차려보니 종점을 지나 멈춰 서있고 열차안엔 저 혼자.(1호선 중앙선 용산행)
      기관사로 보이는 분이 제일 앞에서부터 쭉 열차내를 지나 제일 뒷 열차까지 가는거 같았습니다.
      당황한 절보곤 그냥 있으면 반대방향으로 출발한다고 알려주더라구요.
    • 회차선로 별 거 없습니다. 그냥 깜깜한 터널이고, 기관사가 제동 핸들 뽑아들고 끝에서 끝까지 걸어가죠.
    • 세상에, 그럼 전 막대기 든 아저씨가 뚜벅뚜벅 걸어가고 계신 앞에서, 세상 모른 채 코골고 있던 거였겠군요. :-)
    • 잡음/ 제가 버수스를 끔찍하게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 정도로 괜찮게 본 영화였죠.
    • 3. 블루스크린 슈퍼맨인가요? 좀 마음에 안드는데 말이죠.
    • 이런저런/ 300처럼 만들면 쌍욕을 해주겠지만 새벽의 저주를 생각해보면 괜찮을지도요.
      왓치맨처럼 만든다면... 음, 이건 좀 미묘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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