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

낚시성 제목으로 보일 수 있겠네요.

 

매우 운이 좋거나 뜻밖에 횡재를 한 사람에게 '전생에 나라라도 구했나 보다'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것을 봅니다. 여기에는 횡재는 선행에 대한 마땅한 댓가라는 권선징악적인 생각이 담겨있는 동시에, 선행 중 가장 큰 것은 나라를 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담겨져 있죠.

 

왜 하필이면 가장 큰 선행이 나라를 구하는 것일까요. 그보다도 값진 행동들은 얼마든지 있는데 말이죠. 나라가 망한다고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요. 이건 아무리 봐도 아직도 널리 팽배한 국가주의적 사고 때문에 나올 수 있는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국가주의적 사고는 아직도 많은 한국인의 머리속에 뿌리깊게 박혀있죠. 비단 기성세대뿐만 젊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매국노', '매국xx'라는 표현도 얼마나 자주 쓰나요. 별것도 아닌 행동에 '나라를 팔아먹을 짓'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자주 등장합니다. '나라 망신 시킨다' 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이렇게 국가가 모든 가치의 위에 있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그것을 욕되게 하면(실제로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도) 갖은 비난을 다 들어야 하나요.

 

국민교육헌장은 사실상 폐기되었고 국기에 대한 맹세도 이제 낭독하지 않지만,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살아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 왜냐하면 매국노들 덕분에 나라가 팔린게 이제 100년이 될까말까고, 거기서 해방된건 100년도 안되거든요.
    • 그렇게 국가를 위하는 사람들이 MB를 뽑았죠. ㅋ
    • 제가 무척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데도, 나라 잃은 설움이 얼마나 큰지는 겪어보지 않았어도 가슴이 아픕니다.
      일본남자들이 내 여동생과 어머니를 강간했고, 내 아버지를 산채로 생체실험했던 것이 불과 몇십년 전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나라를 구하고 지키는 것이 참 중요하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국의 무궁한 영광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와 내 친족을 지켜줄 수 있는 나라를 누군가 구했다면 마땅히 칭송할 것입니다.
    • 메피스토/ 그런 영향도 있겠죠. 그래도 나라를 구한 것이 최고의 선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저 표현에 국가주의적 사고가 들어있다는 것엔 변함이 없죠.
    • 와구미 // 변함이 없는 것이 아니라, 변함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겠죠. 이런 종류의 생각에서 절대적인 답을 강요하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것 같아요. 답도 없을 뿐더러 싸움나기 딱 좋은 주제라서.
    • 그냥... 나라가 우주나 지구보다 작기 때문에 쓰는 거죠.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면 머리 빠져요.
    • 나라를 구한 것도 무슨 무슨 침략이니 뭐니 이런 얘기들을 역사시간에 배우고, 주로 배우는 위인들 중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나라를 구한 사람을 많이 배우잖아요.
    • 데린 비/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당연히 이 글은 제 생각이고 일일이 말미에 '~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그리고 제가 주장을 좀 강하게 하는 편이긴 하지만 제 생각을 강요하진 않습니다.
    • 그만큼 많은 사람을 구했다는 뜻이죠 뭐. 훌륭하지 않나요.
    • 나라를 구했다는 말이 '국가체제를 유지시켜준' 이런 뜻이라기보단 이순신장군처럼 '여러 사람의 목숨을 살린' 이런 뜻 아닌가요? 좀 많이 나간듯;;
    •  
      최고의 선행이라서가 아니라, 전생에 이뤘을 법한 업적 중에 가장 '스케일이 큰' 일이라서가 아닐까요.
       
    • 그 말이 유행하는 건 아는데,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보다"는 표현은 못 봤어요.

      "전생에 지구를 구했나보다"라는 표현만 들었는데...
    • 전쟁에 진 나라나 민족들이 어떤 비참한 꼴을 당했는지 역사책 좀 찾아 보십쇼.
      그저 나라나 민족 냄새만 나도 국가주의니 뭐니 하며 인상 찌뿌리며 쿨한 척 하는게 유행이라지만 말이죠.
    • 왜가리no2/ 저는 세상을 구했다 정도가 가장 적절한 것 같은데요. 이보다는 더 작은 규모를 원하신다면 국가보다는 '도시를 구했다', 또는 '마을을 구했다' 정도는 어떨까요.
    • 게으른 냐옹, mp3/ 글쎄요. 생각의 차이겠지만 저 표현이 꼭 많은 사람을 구했다는 뜻으로만 쓰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쿠란/ 그 말이 그 말이죠.
      mooL/ 구글링 추천
      Nemo/ 핀트가 엇나가신 것 같습니다. 저는 나라를 구한 것이 별것 아니라고 한적 없고, 그냥 평소 생각하던 것을 적은 글에 '쿨한 척' 이라는 말을 갖다 붙이는 것도 적절치 못해보입니다. 누가 국가/민족주의를 지적하기만 하면 거기다 쿨한 척 한다고 지적하는 것은 또다른 '쿨한 척'일까요.
    • 뭐 전생에 구했으려면 적어도 비슷한 역사적 사실이 있었어야 하는데, 누군가 나라를 구한 사건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지구나 세상을 구한적은 없으니...
      과거에 누군가 멸망할뻔한 지구를 구한적도 있으려나요?
      아..인류를 구원한(혹은 그렇다고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역사적인 인물은 있군요.
    • 전 쿠란님과 비슷한 생각이에요. 최고의 선행이라서가 아니라 현실감드는 표현이라서 그게 자주 사용되는 것 같아요.
      '전생에 전세계를 구했나' 이런 건 뭔가 감이 안와서 덜 웃겨요.
    • 공동체문화가 워낙에 오래됐으니 그렇겠죠. 우리가 생각하는 나라하고 근대 nation개념하고 좀 다르잖아요. 국가주의적 사고라고 보기는 좀 그렇죠.. 소급적용하는 것도 아니고.
    • 동의하지 않습니다.
    • 근래의 군사독재정부나 그 이전의 왕정국가의 정책으로 말미암아 이제까지 한국에 과도한 국가주의/애국주의가 만연해 있는 것은 사실이고 고쳐 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아예 국가/민족이라면 두드러기 반응을 보이고 이렇게 재미로 나온 말에 까지 국가주의라는 표딱지를 붙이고 문제삼는 것도 과하다고 봅니다.
    • 전생에 수유4동을 구했나. 라고 하면 이상하자나요.
    • 아직까지 이 땅에서 제일가는 영웅은 충무공 이순신입니다.
      그리고 나라가 망하면 대개 부녀자들이 제일 큰 욕을 보죠.

      부녀자 겁간하는 일본 군병한테 돌팔매질을 했다고 노량진에서 농부가 합법적으로 목이 매달려 죽은 게 불과 103년 전의 일입니다.
    • Nemo/ 확실히 저는 우리나라처럼 국가주의를 강요하는 분위기 대해 두드러기 반응이 일어나는 편입니다. 이걸 숨길 생각도 없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이런 반작용은 더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재미로 나온 말이건 뭐건 간에 거기에 담긴 어떤 사상을 누군가 읽어냈다면 충분히 거기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거죠.
    • inutero/ 그것도 괜찮은 표현인데요. 어차피 진지하게 하는 표현도 아니니까 더 적절하네요.

      01410/ 이순신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가는 영웅이라고 여기는 것과 전생에 나라를 구한다는 것이 같은 생각과 같은 맥락에 있는거죠.
      나라가 망하는 것에는 외세의 침략말고도 여러가지 형태가 있을 것이고, 강간같이 세부적인 사항은 논의 주제와 거리가 있습니다.
    • 와구미 // 와구미님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의 뜻이 맞고 다른 사람의 의견은 이해 못하겠고 할 의지도 없다는 뜻을 계속 피력하고 계시네요.
    • 와구미/
      나라가 망하는 것에는 외세의 침략말고도 여러가지 형태가 있는데 그 여러가지 형태 중 우리가 100년전이 될까 말까한 시기에 겪은건 외세의 침략이었습니다.

      국가주의적 혹은 좀 심하게 얘기하자면 전체주의적 사고나 가치체계는 분명 우리사회의 여러분야에서 볼 수 있는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거창하거나 별거아닌 툭툭 내뱉는 말들에서 이런 가치체계를 보는 것이 무서운 일이긴합니다만, 본문에서 인용하신 문구는 아무리 생각해도 부적절한것 같습니다.
    • 와구미/ 아뇨, 저는 그 '논의 주제와 거리가 있다'라는 말을 부정합니다. 강하게.
      논의 주제와 거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수많은 예상 가능한 개막장들 중 "실제 일어났던" 한 예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레바논을 위시한 제3세계의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한 나라가 시스템을 가지고 치안과 질서를 확립하며 경제를 꽃피운다는 것은 그런 개막장을 방지한다는 중요한 사회적 협약입니다. (그 협약의 가장 기초적 형태 중 하나가 인민으로서의 기본권과 국민(공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입니다.)

      폐단이 있는 것은 "총통을 위해 아이를 바쳐라" 같은 국가제일우선주의이지 그게 공동체와 사회시스템을 부정하는 게 쿨하다고 여기는 풍조로 가선 안 된다고 보거든요. 까놓고 말해 나라를 부정하면, 시스템이고 법이고 도덕이고 왜 필요합니까. 힘센 놈이 전부 다 뻔뻔하게 다 해먹고 말지... 나라는 생각보다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그 근원되는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만, (1조 2항에 쾅 하고 박아놨죠.)

      나치식 국가주의에 대한 두드러기와, 나라 자체에 대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건 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아직도 6.25 전상자 유해를 발굴하고 있고, 영국에는 114세 참전용사 생일에 2차대전 당시의 랭카스터를 띄웁니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 라는 것 자체는 매우 명예로운 이야기입니다.
    • 와구미// 그러니까 반작용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집착해서 아무데나 국가주의 딱지를 붙이는 것도 문제란 말입니다.
      전체주의나 애국주의가 개개인의 자유와 생각을 과도하게 억압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될 때나 그걸 적으로 삼으면 될 일인데,
      이 건이 그런 건가요?
    • 데린 비/ 서로 각자의 의견을 펼치고 있는 것 뿐인데 왜 제 의견만 일방적인 거라고 생각하시는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어차피 답이 없는 거라고 하셨는데 제 생각만 일방적이 될 이유가 있나요?
    • 나라가 망하길 바라는 국민이 기본적으로 없다고 가정한다면,
      나라를 구했다는 것은 가장 보편적으로 가치있는 행동을 했다는 뜻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른 훌륭하고 좋은 것은 일부에게 도움이 되면 다른 일부에겐 그렇지 않은 것들이 많죠.
      국가주의에 대해 깊이 이야기하면 저도 아는게 희박해지지만, 국가주의 보다는 애국심에 기초한
      우스갯소리가 아닐까 합니다.
    • 메피스토/ 뭐 서로 생각이 다른거 같습니다.

      01410/ 다시 말하지만 나라를 구한 것이 가치 없는 일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가치의 우선에 두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거죠.

      Nemo/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글을 과장해서 해석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같은 상황에서는 반작용이 더 필요하다고 했고요, 당연히 반작용 자체에 집착해서는 안되겠죠. 우리안의 파시즘이라는 말도 있듯이 이런 사소한 표현에도 거기에 담긴 사상을 읽고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동의여부는 각자 판단에 달렸겠죠). 꼭 거창한 국가적 억압에 대해서만 발언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 어차피 '전생에 무슨 공덕이 있기에'라는 말도 미신 섞인 옛날식 관용어에 불과하고 '나라를 구하다' 역시 (관용구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옛날식 공덕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재미로 만든 표현을 가지고 그렇게 현대적인 관점에서 정치적으로 공정하게 따지고 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여자가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알아주지도 않는데 잘 해준 다음에 나중에 스스로 자조적으로 '열녀 났지'라고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이게 유교식 정조관과 상관이 있는 건 아니죠.
    • digression/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떤 관용 표현이 계속 살아남는 이유는 그 표현에 담겨있는 생각이 현대에도 어느 정도 먹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유교식 정조관념이 조금이나마 남아있기 때문에 '열녀 났지'라는 표현도 생존해 있는거겠죠.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여성에게 정조를 더 요구하는 경향이 많이 있잖아요.
    • 아직까지 세상을 구한 사람은 없으니까 세상을 구했단 표현을 쓰지 않겠죠.
    • 수유4동 같은 협소한 행정적인 단위로 전쟁이 나거나 곤란에 처할 일이 없으니 구했다고 할만한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국가단위로 전쟁을 하는 일이 잦았을테고 전쟁의 폐해야 두말할 필요도 없으니 나라를 구한 일이 대단한 업적이라 생각할 수 있는거 아닙니까? 여기서 말하는 전생의 나라는 현대의 국가개념은 아닐것 같습니다.
      현생의 영광이 전생에 덕이라 보는 것은 한국의 로컬문화라고 생각하는데요.
      상상할 수 있는 단순히 큰 업적을 대입하여 현재의 영광에 대한 농을 치는 사람들을 졸지에 민족, 군국주의자로 만들어 버리는 글이 불쾌합니다.
    • 피노키오/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만 나라를 구하는 것이 대단한 업적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것이 최고의 가치이고, 최고의 선행이 되어야 하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거죠.

      군국주의는 제가 언급한 적도 없기 때문에 이 표현으로 공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특정 표현에 어떤 사상이 담겨있다는 걸 지적하는 것과 특정 표현을 쓰는 사람은 'XX주의자다'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꽤나 큰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불쾌해 하실 이유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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