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끼리 만났을 때..

 

저는 이십대 중반이고 저의 핏줄은 이십대 후반입니다.

 

저희는 집에서 오랜만에 만나면 일단 서로 양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며 단촐하게 강강수월래를 합니다.

 

그 다음 서로 쇼파 쪽으로 밀어 넘어뜨리기를 합니다.

 

포인트는 쇼파의 탄성을 이용해서 쇼파 위에 넘어진 후 즉시 그 반동으로 똑바로 일어서는 것입니다.

 

그리곤 추격자와 도망자가 되어,, 번갈아가며 서로의 꽁무니를 쫓습니다. 잡힐 것 같으면 커튼 뒤에 숨기도 하죠..

 

때로 저희는 '엄지 우위 정하기'놀이도 합니다. 다들 아시죠..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자신의 엄지로 상대방의 엄지를 누를 수 있으면 이기는 놀이죠..

 

때로는 감정 표현하기 놀이도 합니다. 서로에게 갖가지 감정을 주문하면 그 주문된 감정을 상대방이 표정으로 표현해내는 놀이인데

 

저는 항상 이 놀이에서 최선을 다하는데 저의 핏줄은 저의 그런 모습이 너무 민망하다고 하더라고요.

 

저희는 만나면 서로가 그 동안 모았던 스티커들도 나누어 갖습니다. 네, 저희는 아직도 스티커를 모읍니다.

 

저번에는 제가 걱정이 되어서 핏줄에게 물었습니다.

 

"저기, 우리 이렇게 이 수준에 머물러도 되는걸까?" 하고 말이죠.

 

제 핏줄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미 늦었어."

 

제가 있는 힘껏 희망을 끌어내어 반문합니다. "그래도 우리 가끔 수준 높은 대화도 하잖아. 안그래?"

 

그러나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늦었다는 말에 저는 기분이 좀 상했었습니다.

 

그러나, 형제자매끼리 만나면 어릴 때 했던 유치한 놀이가 끌리는 게 사람의 마음 아닐지 싶네요.(라고 합리화시켜 봅니다.)

 

듀게분들은 형제자매끼리 만나시면 어떻게 노시나요?

 

 

 

 

 

 

 

 

    • 저는 아직도 그때 그 유치한 장난들을 하고 싶고 할 수 있는데 혈육이 거부해요 ㅠㅠ
      걘 평생 내겐 볼살통통 꼬마인데...
    • 노는건 둘째치고 사춘기 이후로 서로 별다른 대화 없이 지냅니다. 그렇다고 사이가 나쁜건 아니에요. 그냥 서로 딱히 관심도 할 말도 없을 뿐;;
    • 저는 제 핏줄과 만나서 슈퍼스타 케이를 보며 엄청 시끄럽게 굽니다
      아니면 손잡고 같이 동네 만화방에 가서 만화책을 빌리면서 서로 돈은 네가 내라면서 실랑이를 하고 ..
      제일 웃기는 건 서로 애인이 있을 경우나, 아님 한명만 있을 경우 꼭 그 데이트에 껴서 놉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제 핏줄의 애인과 제 핏줄의 데이트에 저 혼자 도토리처럼 껴서 논다는 거죠
      근데 그게 의외로 재미있어서 제 핏줄과 저는 은근히 즐깁니다 .. 근데 핏줄이란 말 좋네요:d
    • kuma / 저의 혈육도 제가 아직 볼살통통 꼬마로 보이나봐요.. 혈육이랑 저렇게 놀고 나면 마음이 안정되서 좋아요..
    • 혹시 자매라면 어리게 노는 경우는 흔한 듯.

      저희 자매랑 나이대가 비슷하신데 저희 자매는 같이 살아서 만날 일은 없지만
      요즘에 싸울 때도 어릴 때처럼 발로 차고 꼬집어요.
      먹을 것 가지고 추격하기도 하고.
      음.
      노래를 개사해서 같이 부르면서 놀기도 하죠.
      근데 같이 살기 때문에 되도록 같이 놀지는 않아요.
      언니 : 야, 뭐하냐.
      저 : 꺼져.

      써놓고 보니 형제 같네요. -_-
    • 포퐁 / 혹시 남매신가요? 남매들이 주로 많이 그렇던데.. 저렇게 유치하게 놀지 않더라도 형제자매라면 그냥 표현 꼭 안해도 마음 속으로 서로 아끼면 되는거같아요.
      pingpong / 저희들처럼(?) 귀여우시네요.. 그런데 서로 애인이 있을 때 껴서 논다는 건 저도 해보고 싶은데 사정이 허락하지 않네요..ㅜㅋㅋ
      JOANNE / 아 자매들 그런 경우가 흔한가봐요.. 저희도 싸울 때 아직도 몸싸움하는 버릇이 남아있어요. 논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더라구요, 혈육이랑 싸울 때는.. ;;ㅋ 그래도 최근엔 말로 싸우려고 노력중입니다.
    • 유치하고 저질이고 드러워서 전 진짜 싫어하는데 동생이 저한테 코딱지를 묻히면 저도 어쩔 수가 없어요.. 두 손으로 팔 수 밖에..휴..
    • hjinY /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면 어쩔 수 없이 분해서라도 같이 파게 될 것 같네요.
    • hjinY/제 손가락을 이용해서 자신의 코딱지를 파내버린 제 동생이 생각나네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전 어쩔수 없었고, 복수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 마주보고서 빙구 웃음을 짓습니다.
    • 본문 댓글 모두다 훈훈하네요. 진심임;;
    • 부럽네요. 저희는 냉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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