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지하철 노약자석 투쟁사?

제가 서울에서 삼십년 남짓 살아온 경험에서 인식하고 있는 지하철 노약자석의 역사입니다.


먼저 제가 아주 어렸을 적에는 지하철이나 버스의 노약자석 제도가 잘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나 방송 등에서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캠페인이나 교훈 등이 은근히 강제 혹은 권장되곤 했죠.

그래도 지하철에서 노인들이 서있고, 노약자 석에서 앉아가는 비노약자의 모습이 꽤 흔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마도 90년대 초중반쯤?) 노인들이 봉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심치 않게 지하철에서 노인들이 노약자석에 앉아있는 젊은이들과 티격태격하는 것이 발견되었고,

어느새 주변에 지하철에서 이런식 저런식으로 노인들에게 자리양보와 관련해서 봉변을 한두번 정도 당하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가 되었죠.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주요 지하철 노선에서 노약자석이 텅텅 비어있어도 웬만하면 서서가는 풍경이 일반적인 광경으로 되었습니다.


저도 지하철 노약자 석에는 거의 절대 앉지 않습니다. 근데 그 이유는 노약자를 공경하기 때문도 아니고, 뭔가 그게 사회적 규범이므로 그냥 따르는 것도 아니고,

가장 큰 이유는 괜히 앉아서 가다가 심기 불편한 어느 할머니나 할아버지에게 호통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가 큽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느낀 거라 제가 인식하는 것이 얼마나 공감을 살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꽤 오래전부터 이렇게 생각해 오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야기 들어보니 그런 것 같다 정도의 공감을 받았었습니다. 지하철 노인 이야기가 나오니 여기서 확인하고 싶기도 해요.

    • 경로우대표 때문에 지하철이 꽤 골치를 앓는다고 하죠. 그분들은 공짜로 타고 전용석도 있고 맘상하면 고함쳐도 아무도 뭐라 안하니 참 부러워요.
    • 저도 공감해요. 노약자석에 앉지 않는 이유는 그냥 '괜히 봉변 당할까봐' 입니다. 평소엔 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분, 임산부가 오면 바로바로 일어나는데 노약자석 만큼은 근처에도 안 가요. 아마 제가 갑자기 몸이 아파서 힘든 상황이 와도 바닥에 누우면 누웠지 노약자석에는 절대 안 앉을 것 같아요.
    • 전 노약자 석에 앉지 않지만, 노약자도 없는데 그 자리를 비워두는 건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 이젠 노약자석이 아니라 일반석까지 침범하니까 문제예요 자신의 스트레스 풀려고 하는거 같은 느낌도 들어요
      일부러 약한 사람만 골라서 괴롭히는거처럼 제가 당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드는걸수도 있지만
      나이 먹은게 벼슬이냐는 말을 해주고 싶은게 한두번이 아니예요
    • 그런데 대구지하철은 노약자석이 그렇게 잘 지켜지지 않는 거 같던데요. 많이 타보진 않았지만. 부산 지하철은 나름 잘 지켜지는거 같고. 다른 지역 지하철 분위기는 어떻죠?
    • 봉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Ewf/ 웃긴게, 쌔보이면 별말 안해요. 후줄근한 날에는(화장 지우면 인상이 순해서) 스트레스 해소하고 싶은 각종 중년~연로자부터 웬갖 치한들이 셋트로 오는데요, 그럴때도 시비가 걸렸을 때 첫마디를 목소리 착 깔고 시선처리와 내용과 표정은 '뭐 이새퀴야?', 발음은 "네?"로 해주면 얼추 60% 정도는 떨어져나가요.
    • 중학교때인가 지하철에 앉아가는데(노약자석도 없었고 노약자석도 아닌..) 아이를 포대기로 업은 아주머니가 타셨더라고요.
      이리 앉으시라고 자리를 비켜드리는데 업은 아이가 걸려서 못앉는다고 여러번 사양하셔서 짐만 받아드렸어요.
      이후에 탄 50대 중후반 아저씨가 저를 보자마자 손에 말아쥔 신문으로 머리를 여러차례 가격하더군요.
      쌍욕을 하면서 훈계를 하는데(아이 업은 아주머니가 앞에 있는데 어쩌구...)
      아주머니가 나서서 앉으라고 했는데 내가 못앉는다고 한거라고 설명을 해도 사과는 커녕 중얼대며 훈계를 계속 했던 기억이 있어요.
    • 하긴... 여자들한테만 뭐라고 하더군요.
      남자들 혼내는 건 못 봤음. (물론 한 건 이상 있겠지만요.)
    • 개념없는 행동을 하는 노인들에 대한 말씀이겠지만 그래도 일반석을 침범한다는 표현은 좀 그렇네요. 좀 더 배려하기 위해 노약자석을 일부러 만들었다고 해서 일반석 가까이에 노약자들이 다가가서도 안 되는 건 아니지요.

      약자를 보호하는 게 생각보다 잘 행해지지 않는 일이라서 노약자석이라고 크게 박아놓고 비워두는 걸 관습화하는 게 나쁘기만 하진 않을 것 같아요.
      어찌보면 악순환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저런 개념없는 노인들때문에 다른 노인들에 대해서도 색안경을 끼게 되니까요. 아는 어르신이 몸이 불편하신데도 매일 꽤 긴 시간동안 전철을 이용하시면서도 저런 시선들때문에 양보받는 자리도 일부러 더 마다하시고 서서 오시곤 하는 걸 보면 좀 안타깝습니다.
    • 노"약"자석이 "경로석"이 아닌데, 당연히 경로석이 되어 가는게 문제라고 봅니다.
      임산부나 어린 아이 데리고 탄 엄마나 아픈 사람이나...
      눈치 안 보고 앉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까 이 난리인듯...
    • gingerfield/ 당연히 알아요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요 제 경험 담을 적은 거예요 갑자기 비켜줄 시간도 없이
      욕부터 하고 신체 접촉을 하는 사람을 말하는거였어요
    • 전 왜 이렇게 지하철의 아주머니 할아버지들이 싫은지 모르겠어요. 그들은 대체로 너무 경우없어요.
      저도 그렇게 변할거같아서 무섭네요. 자리를 탐욕하는 시선들 사회에 대한 불만에 찌들은 어르신들... 정말 그렇게 되기싫어요.
    • 설마 '여기 우리 자리 아니잖아' 하는 박카스 CF 때문일까요
    • 노약자석 비워두는 건 박카스 선전때문인 줄 알았어요.(지킬 건 지키자고 손잡이 붙잡고 있던..)
      저도 분명 예전엔 노약자석에 앉아있다가 노약자분들 오면 비키고 그랬는데, 어느샌가 걍 서있게 되더라는.
    • 엇 주안님도 같은 생각을...
      그래서 소싯적에 그 선전 땜에 앉지도 못한다고 친구랑 그 선전 씹은 기억이 새록새록 나요.
    • 부러우시면 빨리 나이를 잡수시면 됩니다.
    • 제 생각엔 90년대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대중교통에서 노약자석에 대한 노인과의 분쟁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노인인구(65세 이상)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왔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한마디로, '수요의 증가'에요.
      일례로, 1990년도의 노인인구 비율은 5%정도인데 지금은 10.4%입니다. 앞으론 더 늘어납니다. 무개념 노인 숫자도 덩달아 늘 수 밖에 없겠죠?

      참고로 1970년의 노인인구 비율은 3.1%인데 이 수치가 2배(6.1%)가 된 건 1996년으로 26년이 걸리죠. 그런데 지금은 15년만에 1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2000년 이후로는 증가폭도 더 높아졌더군요.

      따라서, 요즘 '노인들이 부리는 패악질'에 대한 경험치가 많아지는 건 특별히 노인들이 무개념해 지거나 사회적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서가 아니라 단순히 노인들의 인구 구성비가 높아지므로 그런 무개념한 노인들이 존재할 확률이 높아지거나 노약자석을 이용해야 하는 - 혹은 한다고 여기는 - 노인들의 숫자가 많아진 것일뿐이라는 겁니다. 고령화는 더 가속되고 있으므로 앞으로는 더 많아지겠죠. 여기 있는 분들이 노인이 됐을 때는, 30%도 넘을 걸요?
    • 댓글을 읽어보니 좀 무섭군요.
      이런 분들이 나이드셔서 노인이 된 세상은 ...
      제 생각은 좀 더 무서운 세상이 될 것 같군요.
    • 빈자리가 있는데도 굳이 제가 있는 자리에 앉으시겠다면 그냥 빈자리도 있는데 뭐 하고 제가 옮깁니다. 그리고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일이 "호통 당할까봐"하는 일이 아니라 몸이 얼마나 힘들까 싶어서인 사람도 많아요. 노인인구도 늘고, 노인과 약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같이 성장하면서 일어나게된 현상이 아닐까 싶은데요.
    • 저만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저도 솔직히 "낭비되고 있는" 노약석을 봐도 앉지 않는 이유는 괜한 분쟁에 말려 들고 싶지 않아서 입니다. 오늘 홈플러스에서 계산 하려고 줄 서 있는데 한 할아버지께서 막무가내로 제 앞에 끼어 드시고 심지어 다른 사람 계산 중이었는데 자기 것 먼저 해달라고 계산대 아주머니께 고래고래 반말로 소리지르는 것을 모르는 척 한 것도 말이 안통하는 인간과 실랑이를 하고 싶지 않아서 였습니다.
      나이를 드신 노약자분들을 배려해드려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으나 나이를 드셨다고 예의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건 아니겠지요. 그런데 "어른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서 화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 아침 출근시간 2호선에 줄 쫙 서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새치기해서 타는 할머니할아버지는 거의 매일 봤었네요.
      새치기해서 타는 것도 노약자석같은 노인 배려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시나
    • mad hatter/ 감사합니다. 제가 관찰한 것에 대한 가장 좋은 설명 같습니다. 뭔가 그런 구조적 변화가 있었기에 저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그런 변화를 인식하게 된 것 같네요. 꽤 단기간 동안에 '노인네들이 작당이라도 한건가' 싶을만큼의 변화를 관찰한 것이 틀린 것은 아니었군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6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8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7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