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과 관련해서 드는 생각들

뒷 페이지 글을 보다가 생각이 나서요.

 

자살을 하는 사람에게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죠.

상황이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 극한에 달해서인 경우도 있을테고,

그냥 사는게 버거운 사람도 있을테고,

 

그 많은 이유들을 다 알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획일적으로 결론 내리기도 어렵고요.

 

저의 경우는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부터 자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냥 사는게 참 재미없었어요.

경쟁에 대한 두려움도 컸고, 선생님한테 매맞는 것도 싫었고..

그런데 똑같은 상황에서도 참 재미나게, 즐겁게 사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사실 객관적으로 제 상황은 좋은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울하고, 화나고, 무기력하고, 짜증나고 등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때가 많았어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그랬어요.

 

대학교때의 1~2년 정도의 즐거웠던 때를 제외하고는 지금껏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증과 삶의 전반에 깔린 무기력함, 우울함, 걱정 등등으로 인해 

30이 넘은 지금까지 사는게 즐겁다고 느낀 적이 거의 없어요.

 

가끔은 즐거울때도 있죠.

좋은 영화를 봤을때, 금요일 저녁의 해방감, 섹스할때의 희열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전체적인 삶은 우울한 회색빛이에요.

 

왜 그럴까 생각해본 적이 많은데..

 

첫째는 제가 병이 있어서에요.

환경 때문인지 유전 때문인지.. 이유가 중요한건 아니죠.

여튼 우울증을 자주 쉽게 느끼는 타입이에요.

물론 이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참 많아요.

이건 일종의 병이라고 생각해요.

알레르기처럼 완치되지 않고 계속 안고가는 병이죠.

계속 관리를 해줘야만 해요.

제일 중요한건 자기가 이런 병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을 하는 거죠.

 

둘째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전 늘 자신감이 없고, 자책을 많이하죠.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평가할까 생각을 많이해요.

주변 사람들한테는 다 좋은 소리만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타인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좋은 점을 확인받고 싶어하죠.

 

셋째는 겁이 많고 게을리기 때문이에요.

자신에게 즐거운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하는데 중요한 순간에는 늘 망설이게 되죠.

또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노력과 희생도 필요한 법인데 원체 게으르고 에너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러지를 못해요.

 

 

세상에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알아요.

문제점을 알면 그걸 고쳐야하죠.

그런데 그게 참 잘 안되고..

또 한편으로는 굳이 이렇게 살아야하나란 생각이 들때도 많아요.

 

그렇다고 죽을만큼의 결단력은 없어요.

일단 죽는 순간의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크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서 바닥을 내려다보면 참 아득해져요.

 

 

세상을 즐겁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도 축복받은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태어날때 능력들을 선택할 수 있다면 전 그런 긍정적인 마인드와 자신감, 스스로를 사랑하는 능력 등을 선택하고 싶어요.    

    • 사람은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지요 매 순간. 그런데 죽음을 택하면 제가 아는 바로는 더 이상의 선택이 불가능해져요. 삶이 몰리고 몰리고 몰리고 몰려서 외통수에 닿지 않는 이상은 사는 쪽을 택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 갑자기 자살에 관련된 일 하나 생각나네요.

      친구(남자)가 대학1학년인가일때 새벽에 자기랑 친한 여자애가 죽고싶다고 그런다고 뭐라 해줘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듯 연락이 와서 좀 비난하는 듯한 이야기를 했어요.
      더 힘들게 사는 사람 이야기도 하고.
      근데 날아온 대답은 니가 내 삶에 대해서 뭘 아냐. 넌 너무 차갑다. 그런 반응이었죠. 되게 짜증났었어요.

      자살, 혹시라도 생각하시는 분은 종합병원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장례식장 한번 가보시길 바래요.
      저는 제가 거기 가고 싶지도 않고 제 가족이나 지인이 거기 가는것도 너무너무 싫어요.
    • 자기한테 닥친게 가장 힘든거지
      더 힘든사람 생각해봐야 소용없죠.. 그래서 세상이 차가운거에요;;
      어디에서는 진짜 끼니 챙기기가 어려워서 굶어죽는다고 해도 내 짝사랑이 더 힘든거고 그런거 아닐까요..
      으으.. 아무튼 사는거 힘들어요
    •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 글입니다 사는 건 힘들고 두려운 것이지만 어쩔 수 없이 미련같은 희망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어떠하든 간에 빛볼 날을 바라고 사는 것인지도
    • 인생에서 업과 다운이 있다고 치면, 조금 더 버티면 업일거라고 기대하면서 살게 되는듯해요. 그런데 그런 기대를 하지 못할정도로 힘든 분도 있을 테고 저는 우울증이 없으니까, 뭐라고 쉽게 말하기 어렵네요.
      많이 힘들때면 나만 지옥이 아니고 남도 지옥일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 졌던 것 같기도 하고.
      나중에 쟤 죽여버릴 거야 하고 생각하면서 꾹 참고 버티기도 하고. 나중에 어찌어찌 시간지나면,쟤를 찾아서 죽이면 감옥갈텐데, 저런 쓰레기를 죽이고 소중한 인격체인 내가 감옥에 가는 건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준법시민으로 살게 되고 그래요.
    • 아시다시피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에요.
      아기 시절부터 얼마나 사랑받았냐의 문제이고, (지원받았냐가 아닌 사랑받았냐) 기질 문제도 조금은 있다고 생각해요.

      제 배우자의 동생이 그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당시에 현장에 갔었는데, 전혀 듣도보도 못한 방법을 썼더군요.
      목이 메어오게 불쌍했습니다. 가여웠습니다. '얘는 정.말. 살기가 싫었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저도 힘들었던 시절이 있기에 이해는 합니다. 실천에 옮기기는 어려운 일인데, 그냥, 얼마나 힘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그 이후로, 목숨끊을 생각은 상상조차 안합니다. 주변인들이 얼마나 피폐해져 가는지 직접 경험을 했으니까요.
      힘들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됩니다. 그냥, 미쳐돌아간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생전의 그와 이야기를 많이 나눈 편이었기 때문에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고 있어요. 솔직히 말하면, 저만 알고 있어요..
      (그 사람은 그 얘기를 식구들에게 하면 인간취급을 못받을까봐 걱정되고, 또 그것이 사실이 될 가능성이 크기에, 안전하게 저에게 하더군요..)
      이 고백은 여기서 처음 해보네요. 그 사람이 살기 싫다는 생각의 발단은, 그 핵은, 제3자는 상상도 못하는 이유에서 시작되었어요.
      아예 몰랐으면 모를까, 고민을 알고 있었으니, 저 혼자 죄책감에 정말 많이 시달렸어요.
      제 동생이 아니라서 극복은 의외로 빨리 되었지만.. 피로 맺어진 식구들은 정말 정신줄 안 놓고 살기 어려워요.

      하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관계를 시작하면 분명히 치유될 수 있는데.. 그럴 기회조차 없었나봐요.

      가까운 사람들은 제발 좀 진심으로 서로 배려하고 아껴주고 사랑하고 관심가져주며 살았으면 해요. 특히 부모는 자식을 정말 많이 사랑해줘야 합니다.
      사람은 받은 게 있어야 삶을 버티고, 새로운 걸 생산해낼 수 있지, 공허하고 텅빈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 큰발님 댓글을 읽자니 마음이 아파옵니다. 가까운 사람을 많이 사랑해주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씀이 참 사무치네요.
      사랑이 무언지도 모르면, 내가 사랑을 받는건지 미움을 받는건지도 잘 모릅니다. 먼저 당신의 부모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먼저 직시하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네요.
    • 한 문장 한 문장 공감가는 글이네요. 이렇게나 비슷한 사람들이 꽤 있구나 싶어서 조금은 위로도 되고.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을 생각해봐라, 니 투정은 배부른 소리다' 라는 말을 하는 이들도 많지만
      사람님 말씀처럼 남의 아픔은 강 건너 일이고, 자기 자신이 제일 우선이고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본문처럼 그저 내가 우울증을 자주 앓는 타입이란 걸 인정하고부터 좀 쉬워진 거 같아요.
      그 전엔 왜 이렇게 나만 살기 싫고 눈물 나고 서럽나 싶었는데. 환경적인 요인을 말할 때마다
      '니 오빠도 그렇게 컸고 니 사촌들도 그렇게 컸는데 너만 왜? 니가 유별나다'는 말을 들었고
      실은 저도 그게 의아했는데, 그냥 만성적으로 그런 성향이 있다는 말을 듣고 나니 편하게 받아들여져요.

      목표도 없고 성취욕도 없고 여전히 무기력하지만 '그래도 계속 살아남으니 장하다'는 마음으로 살아요.
      일단 살아가야 한다는 데에 대한 소소한 책임감도 느끼고, 근데 어느 순간 책임감을 무너뜨릴 만큼 부담스러워진다면
      사람들은 죽게 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 며칠전에 제가 속해있던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 한명이 세상을 떠났어요.
      친하진 않았지만 몇번 만난 사람이라 좀 충격이었습니다.
      경찰 조사로는 자살이라는데, 목격자도 없다고 하고, 사고 전날까지도 평소처럼 게시판에 잔뜩 뻘글을 써놓고
      다음날 출근길에 자살을 하다니 믿어지지 않는 사실이었죠. 자살할 스타일의 사람도 아니었고요.
      (그런 스타일이란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진실은 고인이 된 본인만 아는것이겠죠.

      그냥 재수가 없어서 사고로 죽거나, 사는게 좀 귀찮고 더 이상 재미있는 일이 없어서 자살했는데,
      그 후에 남들이 "얼마나 남 모르는 고통이 많이 있었으면..", "얼마나 외로웠으면 자살을.." 하면서
      불쌍해하면 죽고나서도 아주 짜증날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 하고있어요.
    • 그냥 재수가 없어서 사고로 죽은 사람을 놓고, '남모르는 고통'이나 '외로움'을 논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사고니까요.

      그리고 '사는 게 좀 귀찮고 더 이상 재미있는 일이 없어서' 자살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인생은 만화가 아닙니다.
      그런 무력증(겉모습)의 기저에는 깊은 우울과 자기파괴라는 엄청나게 큰 뿌리가 있습니다.
      자살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남들 보기에 상당히 느.닷.없.이. 저지르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남들 보기에' 말입니다.
      도서관에 이런저런 책을 반납해주세요, 라는 메모만 남기고 가는 사람도 있어요. 그 사람이, 책읽다가 그냥 심심해서 자살했을거라 생각하시나요.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는것과, 실제로 죽어버리는 것과는 엄청나게 다릅니다. 후자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누구도 상상못할 정도의 괴로움의 push 가 있어야 합니다.

      ID님 댓글의 마지막 세줄이 좀 불편해서 씁니다.
    • 이건 내가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대부분을 공감하며 읽었네요..ㅎㅎ 큰발님의 멘트에도 동감합니다.
      사랑받은게 있으면 그것에 기대어 삶을 버텨나갈 수 있다는것.
      늘 내가 왜 살고 있나를 고민하지만 웃기게도 다른 사람이 그런 길로 가는건 보고 싶지 않아서, 주위사람들 잘 관찰하려 하고 있습니다. 내가 막을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 큰발 / 앞에 설명을 했는데요. 제가 보기엔 사고가 난것으로 보이는데, 자살로 처리되었다고.
      재수없어서 지하철에서 발을 헛딛어 추락 사고를 당했는데, 투신자살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을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전후사정이 어떤지도 모르면서 제가 죽은후에 자기 잣대로 판단하고
      불쌍해할 사람들을 생각하니 전 너무 끔찍하더군요.
    • ID/ 저는 오히려 ID님이 그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 사실상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 사람이 죽은 이유는 ID님과 그 사람과의 만남 사이사이와 전후의 시간에 녹아있을 거고, 장애자가 아닌 일반인이 지하철에서 아래로 떨어졌다고 사망을 할 확률은 지극히 낮기 때문에요. 승강기 부분도 아닌 곳에서는요. 그런데 경찰조사 결과 자체를 믿지 않으셨던 거군요. 알겠습니다.
    • ID / 본인이 죽은 그 사람을 본인 잣대로 재보고 말씀하시면서 '제가 죽은후에 자기 잣대로 판단하고 불쌍해할 사람들을 생각하니 전 너무 끔찍하'다고 말하는게 좀 이율배반적이지 않습니까?
      본인이 당하면 싫어할것 같다는걸 남에겐 간단하게 적용하는게 별로 좋아보이진 않네요.

      아, 님은 불쌍해하는게 아니라 '사고로 죽은거 같은데 뭘....'이라는 태도니 좀 다르다고 할수도 있겠네요.
    • 큰발 / 지하철 투신자살이라는게 설마 떨어져서 죽었다는걸 의미한다고 생각하시는건지..
      complex / 그 상황이 끔찍한거지, 자기 잣대로 판단하는게 잘못이란 말은 하지 않았어요.
      누구든 자기 잣대로 판단하지 남의 잣대로 판단하는 사람도 있습니까?
    • complex/ 저는 경찰조사결과대로 자살로 죽은거라고 생각하고, ID님은 그게 아니라 사고라고 생각하시는 거 같은데요. 그리고 위에 썼다시피 주변에 자살자가 있었고 그 사연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없이 불쌍해하는 쪽입니다만.

      ID/ 삶이 귀찮아서, 재미없어서 자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담긴 댓글이 저에겐 가볍게 느껴져서 사실 좀 황당했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화까지 나려고 했으니까요. 무엇인가를 오해했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면대면도 아닌 text로만 나누는 대화에는 워낙에 한계가 있는 것이고, 사람마다 다들 생각이 다르겠지요.

      참, 사람이 죽고나면 짜증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어요.

      그럼 이만 저는 자러 갑니다.
    • ID / 흠... 님 말씀은 결국 '잘 알지도 못하면서 불쌍해하면 짜증난다'는거 아닌가요? 끔찍하다고도 했구요. 그런데 '자기 잣대로 판단하는게 잘못이란 말은 하지 않았'다고 하시니, 제가 오독했나보군요.
      그럼 자기잣대로 판단하는건 상관없지만 '불쌍해하면' 짜증난다는건가요? 님처럼 '사고같은데...'라고 생각하면 괜찮다는건가보군요.

      큰발/ 제가 닉넴을 순간 착각했습니다. 제 덧글은 ID님에게 쓴것이었습니다. 헷갈리게 한거 같아 죄송합니다.
    • 캐스윈드/우울증의 고통은 말기암환자의 고통 못지않다고 생각합니다.
      큰발/첫 댓글 마지막 두 줄이 마음에 사무치네요.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이 부모가 되면, 자신의 부모를 딛고 일어나 아이에게 사랑을 주어야한다는 크나큰 과제가 있지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1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3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2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