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서점에 대한 (안좋은;) 추억

저도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 가는 길에 있던 서점을 참 좋아했는데,

사실 초딩이 책 살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다 들러서 매일 사지도 않는 책 들춰보고 하는 게 이뻐보이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ㅎ

그래도 초딩 고학년때부터는 용돈을 모아서 한달에 한권씩 책을 샀어요. 그때 좋아하던 홈즈가 나오는 추리소설ㅎ

애거서 크리스티의 빨간책도 그때부터 모으기 시작했죠.

근데 그 서점에 발을 끊은 것이 한번 도둑으로 몰려서였어요. 책을 바꿔달라고 갖고 갔는데 그 책에 그 서점에서 책이 들어오면 끼워놓는 서표가 남아있었거든요.

나중에 직원 말고 주인 아저씨가 와서 훔쳐간 건 아니라고 그러고 다시 돌려줬는데 참 창피하기도 하고 많이 서운하기도 해서 동네 다른 서점으로 다녔어요.

그 무렵에는 중딩이 되어 늘 읽던 추리소설이 아니라 신문에 광고가 나오는 책들을 관심있게 보기 시작했는데

어떤 책인지 궁금해서 서점에 들여놔달라고 부탁하면

반드시 살 것이 아니라면 주문할 수 없다거나, 그 책 절판되었다며 주문할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어제 신문광고에서 봤는데=ㅁ=

시내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부터는 동네 서점에는 거의 가지 않았죠. 시내에 큰 서점이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시내 큰 서점에 비하면 동네 서점에는 문제집이랑 베스트셀러 위주밖에 없구나 싶어서 어린 마음에 아 이제 큰 서점에 다녀야겠다 싶었지요.

대학교는 학교 앞에 사회과학 서점이 없는 작은 학교를 다녀서, 그 시내 큰 서점이나 수원시내에 있는 한겨레 서점을 다녔어요.

한겨레 서점은 참 갈 때마다 헤매서; 어디에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남아 있는지 모르겠어요. 없어졌을 것 같기도 하구...

무슨 헌책방 같은 분위기의 한겨레 서점에 비해 서울 시내 사회과학 서점들은 지적인 분위기가 나서 멋졌어요.

...라고 저만 생각한 건지도 모르겠지만요ㅎ

서울 시내 직장에 다니면서는 교보 문고 자주 이용하게 되고, 그리고 어느 해인가는 같이 일하던 언니가 온라인 서점에서 사면 싸기도 하다는 얘기를 전해주면서부터

오프라인 서점은 거의 안 가게 된 것이 무척 오래된 것 같아요.

이상 동네서점 이용이 전혀 없는 사람의 면피용 얘기였습니다.



사실 전 동네서점을 이용하지 않게 되는 것이 동네서점이 베스트셀러와 학습서 위주로 취급하고 서비스가 불친절해서라고 생각했어요. 

대학생 때도 말지같은 거 사려고 동네 서점을 서너군데 들렀는데 구할 수도 없고 주문도 안 받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서점의 특색이 있는 사회과학 서점들은 좀 더 오래 갈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네, 뭐 가격차별화 앞에 장사가 없네요.

사실 신간이나 10퍼센트 차이이지 발간된 지 오래된 책들은 20퍼센트 이상 차이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독서나 스터디 커뮤니티로서의 기능의 가능성도 도서관이 많이 생기면서, 또 북까페라고 하는 가게들이 많이 생기면서 그 기능을 살리기도 여의치 않은 일이 되었구요.

유럽 대학 앞에 전문 서점들이 있는 것이나, 비포 선셋에서 역사야 어떻든 작아보이는 서점에서 작가를 초청해서 문화행사를 꾸리는 것이 참 좋아보이긴 하는데

문화부 지원이라도 없는 한 동네 서점들 자력으로는 힘들 것 같아요.

동네 서점에 대한 애틋한 추억이 없어서인지 크게 아쉽지도 않은 것이 좀 슬프군요.

    • 저도 동네서점에 대한 추억은 그리 곱지만은 않은 것이.. 동네 서점에서는 책을 사지 않고 들어와서 구경을 하면, 설사 그게 '훑어보는' 것이라 하더라도 바로 주인이 뭐라고 하더군요. 안 살 거면 나가라는 식으로.. 그래서 조금 큰 규모의 서점들을 좋아했고 인천에 교보문고가 못 들어오는 게 한스럽기도 했습니다. (옛날에는 동네 서점들의 반대로 교보 문고가 인천에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 어릴 때 집 앞에 헌책방이 있었고 그 집 앞 좌판에 막 파는 진짜 낡은 책들이 있었어요.
      저는 그 자판에 쭈구리고 앉아 다리에 쥐가 나면 다리 바꿔 가면서 그 책들을 읽었는데
      그 집에 저랑 동갑인 딸이 그런 제가 없어 보인다고 툭 한 마디 던진 다음부터는... 안 갔어요.
    • 전 동네서점은 주로 문제집(중딩시절)을 구입하거나 영화잡지 구입할때 엄청 드나들었어요. 특히 스크린과 로드쇼는 매달 구입하니까 갈때마다 주인아줌마가 넘 좋아하면서 전달에 남은 각종 잡지부록과 브로마이드를 챙겨주셔서 엄청 드나들었죠. 좋아하는 배우의 화보나 브로마이드를 여러개 얻어와서 책표지도 싸고 좋았는데^^ 하지만 막상 기타 책을 사려면 없는게 많다보니 자연스레 발길을 끊게되고 그러다보니 문 닫더라구요.그래도 동네서점에서 책싸면 정성스럽게 책표지를 싸주거나 동네서점만의 개성이 남긴 책꽂이 모으는 재미도 있었어요. 요즘처럼 신간광고용으로 만든 출판사 표지가 아니라 서점자체에서 제작한 책꽂이었는데 조금은 유치찬란한 시귀가 써있곤 했죠.^^
    • 가장 좋은 방법은 자주 사고 자주 구경하는거죠.
      학창시절에는 늘 문제집을 샀어야 했기에 매일 서점에 들러 책을 구경해도 뭐라시는 분 없었다능.
    • 저도 동네서점과 우여곡절이 많아요.-_-;;
      과외선생님 책 들고 있다가 도둑으로 몰린 적도 있고 서점에서 4시간씩 책 읽다가 대놓고 나가라고 주의받은 적도 있고.
      그래도 고교시절 저녁시간마다 동네서점에서 내 용돈으로 사기 힘든 책들을 몇번이고 뒤적거리면서 다음에 사리라 다짐하던 추억, 키노와 서브같은 잡지들 나올 때마다 서점 들러서 한권씩 사서는 친구들과 돌려보던 추억들이 남아서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동네서점은 서점주인과의 기억이라서 워낙 케이스 바이 케이스죠. 그런데 엄청나게 친절한 주인 만나기가 쉽지 않고 너무 친절해도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전 동네서점 주인아저씨가 아는 척을 해서 부담스러워서 없을 때 가고 그랬어요.
      그래도 직접 가서 책을 들춰보고 기다리고 하던 기억에 비하면 인터넷 서점은 책에 대한 물리적 기억이나 감흥이 약해서 책 자체에 얽힌 추억은 오프라인 서점보다 적어서 아쉬워요.
    • 지금은 몰라도 예전에 대형서점은 도서관과 비슷한 역할을 했었죠. 실제로 외국에선 그렇기도 하구요.
    • 옥이 / 책갈피... 말씀하시는 거죠? 저도 동네 서점에 대한 추억은 옥이님과 비슷합니다. 단지 오랫동안 책만 보기에는 눈치가 보였던 건 다른분들 말씀에 동감입니다.
    • 변명을 덧붙이자면 전 오래 책을 보지는 않았어요. 소심해서 차례랑 서평 읽어보는 정도였죠. 상품판매자 입장에서는 상품에 손때묻히는 것 싫겠지만, 암튼 구매력 없던 시절에 생긴 안 좋은 추억으로 구매력 생긴 후에는 동네 서점에 아예 안 가게 된 것이 참 안 좋은 관계이긴 하네요.
      옥이, 몰락하는 우유/ 책갈피 저도 기억나요ㅎ 그 유치찬란한 문구들 좋아해서 모았는데, 지금도 집에 있을걸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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