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드라마의 합리성?

 

 

 

최근에 보고 있는 <인생은 아름다워>를 제외하면, 지금껏 제대로 본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는 <내 남자의 여자>밖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감상인지는 모르겠으나, 두 작품에서 느껴지는 차이가 꽤 엄청난 편입니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화나 관계의 합리성이 꽤 높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물론 이를 보수성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인물들은 저마다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고, 그 관계에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죠. 타인끼리의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있고, 비호감인 인물이 있기는 하나 이해하지 못할 법한 인물은 없습니다.

 

하지만 <내 남자의 여자>는 다릅니다. 준표를 사랑하는 화영을 이해하지 못했던 건 아니예요. 문제는 정상적인 가족에 집착하는 화영이었어요. 전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화영의 집착을 이해할 수 없었으며 드라마 전개상의 그 어떤 합리성도 찾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지수가 승리한 거고 화영은 떠났으니까요.

 

가족극과 비非가족극의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만, 김수현 드라마의 합리성이 어떤 작품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났나요? 가족극이라고 할 수 있는 <부모님 전상서>나 <엄마가 뿔났다>도 이와 같은 합리성이 있었나요?

 

 

 

    • 지수가 승리했나요? 지수가 꿈꿨던, 그리고 십여년동안 힘들게 만들어가던 '그림같은 가정'은 화영으로 인해 박살난걸요. 저는 화영, 준표, 지수 모두 상처만 안고 살아갈거라 생각해요.
    • 인생은 아름다워의 인물들도 그리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합리적인 사람 안에 공존하는 비합리성을 잘 보여주는 게 김수현의 미덕이라고 봅니다.
    • 비합리의 극치는 '불꽃'인데 이게 제일 좋았어요.
    • 정상적인 가정에 집착한다는 게 무슨 의미로 하신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어요. 아빠-엄마-아이 있는 가정을 원한 거요?
    •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주부들의 가사 노동이 살인적이 더군요 저같으면 집나갔을거 같아요
    • 내 남자의 여자에서 합리성을 찾을 수 없다는 말에 동감해요
      그런데 정상적인 가족에 집착했던 화영을 저는 아주 이해 못할 것 같진 않아요
      지수의 가족을 망쳐버린 걸 이해 할수 있는 건 아니지만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바람이라고 해야하나요
    • 인생은 아름다워도 주부의 가사노동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전혀 합리적이지 않아요.
    • 김수현 가족극이야말로 판타지죠. 그런 가족이 있긴 있나요?
    • 테나/ 준표가 요구하는 아내의 역할을 받아들이고, 그가 내민 생활비봉투에 감동하는 것 등을 말합니다. 가정이라는 굴레에서 도망쳐 왔고, 지수에게 준표를 나눠 갖고 셋이서 같이 살자고 제안하며 자유분방하게 도발했던 이전의 화영과 같은 인물인지 헷갈릴 정도죠. 극의 재미가 확 떨어졌던 부분도 화영이 사랑하는 사람을 원한 것인지, 가장이 있는 가정을 원한 것인지 혼동되는 그 부분이었습니다.
    • ewf, 땅부자/ 물론 주부의 가사노동으로 따지면 합리적이지 않죠. 여자가 가정 내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가사적인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도 동의할 수 없고요. 다만 전반적으로 <내 남자의 여자>와 비교하자면 합리성이 꽤 높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거예요.
    • 화영은 극 중에서 의사로 성공했지만 남편과 오빠의 사업 자금 조달에 시달렸었죠. 그러면서도 가족들에게 신임을 받지 못했고요. 남편이 계속 화영이 바람을 피우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화영의 엄마조차 그렇게 의심했었거든요. 그러니 얼마가 되었든 남편이 갖다 주는 생활비 받아 쓰면서, 모두에게 인정 받고 화목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려 나가는 지수가 당연히 부럽지 않았을까요. 훔칠 수 있으면 훔치고 싶었겠지요.
    • savin/ 인물 자체의 합리성을 따지자는 건 아닙니다. 화영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 아니고 화영이라는 인물이 작품 전반적으로 봤을 때 합리성이 있는가, 를 묻고 싶은 거죠. 가정이라는 관계가 깨지기 쉬운 허상임에도 불구하고, 그 허울이 여전히 유효하며 여기에는 희생이 따른다는 것에 별로 동의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 저도 김수현에게 있어서 가사노동이란..이걸 묻고파요.
      그의 드라마에는 철마다,뭔 때마다 해먹는 음식이 많이도 나오죠^^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메뉴(대사)하나...
      "우리 중국 중국 냉면 해먹을까? .."
      아마도 중국냉면을 한국에 대중화 시킨 ..
      한 10년 전 쯤 인듯..(드라마는 기억 안남)
    • 최근 몇 년간 김수현 작가가 쓰는 작품들은 크게 두 가지 성격으로 나뉩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엄마는 뿔났다 등의 가족극과 내 남자의 여자, 불꽃, 청춘의 덫 류의 재벌가(혹은 부유한 집)이 등장하는 불륜 통속극.
      '합리성'이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합리성을 찾을 수 있었다면 엄마는 뿔났다, 부모님 전상서, 목욕탕집 남자들 등을 보면서도 납득하실 수 있을 거라 여겨집니다. 그 인물들의 보수성, 가족환타지를 떠나서 극중의 세계 자체에서는 나름 일관성이 있으니까요.
      어떤 작품부터 합리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기보다는 그냥 화영이라는 인물과 <내 남자의 여자>에 대해서 보이즈런님께서 납득하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그 이전 10년, 20년 전 작품을 봐도 오히려 더 합리적이다, 라고 여기실 수도 있을 거예요.
      저는 김수현 작가가 <부모님 전상서> 때부터 어떤 경지(호불호를 떠나서)에 올랐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 레이트/ 그런 것 같아요. 다만 김수현 작가의 이전 가족극 역시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보이는 합리성이 있었는지 궁금했을 뿐입니다.
    • 레이트님 의견 연장선상에서 씁니다. 최근뿐 아니라 김수현 작가는 데뷔해서부터 주로 가족극과 멜로물을 번갈아가며 써 왔는데 거칠게 분류하면 가족극은 대부분 희극 쪽이고, 멜로물은 비극 쪽이죠. 가족을 중심에 두는 김수현 드라마의 성격상 희극 스타일을 유지하려면 갈등이 있더라도 적정선에서 잘 해소되고 합리적으로 서로의 입장과 욕망을 인정하고 절충해야 가능하겠죠. 하지만 멜로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욕망을 감추지 않고 말을 통해서 갈등이 해소되기보다는 증폭되어 극단적인 단계에 이르는 경우가 많죠. 가족이 해체된 경우도 꽤 많습니다. 모래성, 배반의 장미, 불꽃, 내 남자의 여자, (비록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청춘의 덫.
    • 아무래도 가족극에 비해서는 불륜치정극의 합리성이 떨어지겠지요. 하지만 전 인물 자체의 합리성과 극 전반의 합리성을 따로 놓고 보기가 어려워서, 화영은 저런 사람이니 이 안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연출되는 상황들이 나름의 합리성을, 적어도 저 인물 안에서는, 갖추고 있다고 느꼈었드랬죠.

      저는 김수현 드라마 정도의 가사 노동량을 해치우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몇몇 봐서, 그게 환타지까지로는 느껴지지 않아요. 대부분은 40대 이상의 요리와 살림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전업 주부로서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컸거나 어리더라도 봐줄 사람이 있고, 큰 일을 치를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자 친인척이나 큰 딸 등등이; 가까이 살거나 같이 사는 대식구 가정이죠. 그러니까 사실 제 주변이 굉장히 드문 경우지요;;;;
    • 제가 판타지라고 한 건 가사 노동량과 관련해서 말한 것은 아니에요. 식구들 하나하나가 가족에게 끔찍하고, 가족이기에 더욱 감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려고 하고..서로 무리한 요구를 하지도 않죠.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그 해결방법도 훨씬 세련(?)되었구요. 그린듯한 가족이에요. 제가 본 가정들은 나름 화목하고 잘들 지내지만 저런 꿈의 가족은 본 적이 없어서 한 이야기였습니다.
    • 제가 어느 교수님 수업 떄 들으니 김수현 작가는 소재가 생각 안나면 친구들을 자기 집으로 불러서 수다 떨면서 논답니다.
      그리고 그 친구들 이야기 중 괜찮은 거 골라서 글 쓴다고 하더군요.
      아줌마들이 관심있어하는 이야기야, 그 소재가 한정되다보니 당연히 특정 장르의 드라마만 만들겠죠..

      김수현 작가가 일반 다른 드라마를 찍는다는 건
      류승완 감독이 멜로 영화 찍고
      허진호 감독이 액션영화 찍는 것과 같은 걸 꺼에요..
    • 어차피 그양반 드라마에 주제라는게 없죠.
      매일매일 그냥 옆집 친구 이야기 따다가 대사로 풀어내는것 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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