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무한도전 짤막 소감.

일단 전 무한도전의 팬이 아닙니다.

아마 전체의 1/10도 보지 않았을 거에요. 방영 초반을 아예 보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이유이겠고. 애시당초 정기적으로 하는 프로를 열심히 챙겨볼 정도로 성실한 인간이 되질 못 해서. -_-;;

...같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내용은 이만하고;

 

길과 노홍철의 경기력이야 뭐.

똑같이 죽어라 했다 쳐도 되는 사람이 있고 안 되는 사람이 있는 거죠. 전 그 심정 매우 잘 알겠는데요(...)

게다가 그들의 경기력에 맞춰 시합 시나리오를 잘 짜 놓아서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그냥 재밌었는데요 뭘. 레슬링 특집이 김태호 PD가 밝혔던 애초의 계획대로 진행 되었다면 아마도 모든 경기가 대략 이런 분위기였겠죠 아마도.

 

완전히 정형돈으로 시작해서 정형돈으로 끝나는 내용이었죠. (드디어 주인공이 된 거냐!!!)

준비 과정에서의 잡음이 많았고 그 잡음들이 그냥 '별 거 아님' 이라고 흘려 보낼만한 것들도 아니었고. 그래서 뭔가 좀 불편한 마음으로 시청을 시작했습니다만.

정형돈의 스피닝 힐 킥이 작렬하고, 정준하가 그 기술을 제대로 받아 누워주는 순간 그런 것들은 죄다 멀리 멀리 은하수 너머로 날아가버림을 느꼈습니다.

말 솜씨가 부족해서 뭐라 멋지게 표현하진 못 하겠지만 그냥 그 순간 '아. 이 녀석들 진심으로 했구나.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진짜로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달까요.

암튼 뭐, 그냥 설득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한 방에.

그리고 정형돈에 대한 없던 애정이 미칠 듯이 솟구치는 게 느껴짐과 동시에 정준하에 대한 누적된 비호감도가 '거의' 말끔하게 사라져 버리는 기분마저 들더군요. -_-;;

거창하게 블럭버스터 규모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 보다는 소소한 게 좋더라... 는 팬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고 어느 정도 공감도 하지만, 그런 소소한 에피소드들에선 보여줄 수 없는 뭔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규모만 크게 벌여 놓은 게 아니었어요. 멋졌습니다.

 

당연히 나오리라 생각했던 바다 대신 바다가 나올법한 타이밍에 싸이가 나온 것도, 하필 두 번째 곡이 '연예인'이었던 것도 다 PD의 계략(?)이었겠죠. 참 머리 좋아요.

고통스러워하는 출연자의 모습을 갖고 감상적으로 장난치면서 본인의 까임에 대해 쉴드를 친 것 아니냐는 반응들도 좀 있는 걸로 아는데. 그 보다는 그저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 고생하는 예능인들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의미가 더 크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일단 경기가 녹화된 것이 지금의 폭풍 까임보다 전의 일이잖아요. 정형돈이 그 타이밍에 그런 상태가 될 거라고 예지를 했던 것도 아니고. 그런 상태가 되어 버리는 바람에 정형돈이 주인공이 되었고 비장하고 처연한 분위기가 되어 버렸을 뿐, 모두 다 상태가 그럭저럭 멀쩡했다면 많이 다른 분위기가 되지 않았겠습니까. 의미는 그대로였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어쨌거나 편집이 너무도 적절해서 까고 싶은 마음이 다 사라져 버렸;;

 

웃자고 보는 예능에서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라고 따지면 좀 애매하긴 합니다.

실제 경기에서도 의료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에서는 까여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제가 출연진이었다면. 특히 정형돈이었다면, 김태호 PD에 대한 증오와 분노와 억하심정이 수년도 아니고 수십년치가 쌓인 입장이라 하더라도 '연예인' 부분 하나만으로 다 잊고 용서하고 오히려 감동의 눈물을 펑펑 쏟았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저는 안 깔래요. 그냥 난생 첨으로 계획된 무한도전 본방 사수를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 무도가 멤버들과 제작진만의 잔치가 아닌이상 안전문제 소홀은 욕먹어도 싸다고 봅니다. 저도 무도팬이긴 합니다만.
    • 3경기에서 전스틴이 깜짝 등장... 할리가 없겠죠... 전스틴 날라다닐텐데.
    • morad/ 정형돈이 그 모양 그 꼴(?)이 되었는데도 의료진이 코빼기도 안 비치는 부분은 진정 당황스럽긴 했습니다. -_-;;

      달빛처럼/ 제가 띄엄띄엄 본 분량에서는 전스틴이 그럭저럭 재밌었기 때문에 결국 그 분이 빠져버린 게 좀 아쉬워요. 잘 적응해서 살아 남았음 좋았을 텐데. 연애 때문인지 뭣 때문인지 참.
    • morad/ 그렇긴 하죠.
      어젠 안타까움과 감탄이 교차되어서 뭐라 입장을 정하기가 어렵더군요.
    • 로이배티 / 그 마사지해주시는 분 있긴하더군요. 그나저나 어제 정형돈의 모습은 정말..... 뭐랄까 월드컵에서 박지성이 골을 넣자 여자들이 잘생겼다 박지성!!! 미남이다 박지성!! 이런 느낌이더군요. 항돈이가 멋있어 보였어요.
    • 의료진은 있었다고는 합니다. 직관하신 분들 후기를 읽어보면, 관중들도 부상을 입거나 하면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으니 어찌하라는 방송도 나오고 했대요.(앰뷸런스도 대기중이었다고 하고요)

      하지만 그거는 그거고, 로이배티님과 달리 무도를 꾸준히 보면서(저도 극초반부는 뒤늦게 다시보기로 봤지만요) 팬심을 키워온 사람으로서도, 정형돈의 구토 부분은 좀 걱정되더라구요. 긴장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뇌진탕부분의 여파라면 바로 응급실로 보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구요. 올초에 저도 교통사고가 났을 때, 머리를 심하게 부딪혔더니, 사고 직후에 어지러움을 동반한 구토로 고생했었거든요. 그런 생각이 들다보니 더 걱정되더라구요. 막말로, 출연진이 강행하겠다고 한들 연출진들이 말려야 하지 않았나 싶기도하구요. 다른 커뮤니티의 의학쪽에서 일하시는 분도 그런 취지의 글을 쓰신 것도 같은 맥락일테구요.


      직관하신 분들 후기론, 정형돈이 큰 기술들을 거의 당해주는 역할이었다고 하던데, 어제 방송분으론 확실히 mvp는 정형돈이더군요.
      정준하야 앞부분의 부상투혼이나 근력과 덩치를 이용한 기술들을 보여주었지만, 심하게 당하는 연기나 액션, 그리고 화려한 기술들을 구사하는 정형돈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 그런 규모의 행사에 의료진이 없었을리가... 하지만 현장의 의료진은 그냥 응급대기 정도였을테고 정준하는 좀 더 정밀한 검진이 필요했기에 후송처리 되었던게 아닐까 싶어요. (극적인 재미를 위한 연출일 가능성이 더 큰 것 같습니다만은..)

      아무튼 어제 무한도전은 정말 좋았어요. 예의 그 '연예인' 장면은 우연이라면 소름끼치고 연출이라면 태호피디의 센스에 감탄을....

      사실 무한도전은 더 이상 리얼버라이어티가 아니죠. 어느순간부터 예전처럼 리얼을 강조하지도 않구요.
    • 저도 어제 무도는 정말 감동적이었지만.. 정형돈이 구토하는 장면에서는 당황스럽더라구요. 뇌진탕에 의한 게 아니더라도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걸 몸이 표현하는 걸텐데.. 그런게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본인이 강행하겠다고 하더라도 출연진이나 동료들이 말렸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형도니 으헝헝헝ㅠㅠ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6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0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8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7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