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보고. (스포있음)

 

복수극이라는 타이틀아래, 온갖 생폼드립을 날리는 여타 영화와 달리,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가지고 분출하는 파워가 좋았습니다.

자칫 루즈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초중반부 무도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우직하게 묘사한 것이 제 몫을 한 것 같구요.

 

 집 나가는 여팬네는 두들겨패서라도 정신차리게 해야한다던, 무도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할머니(시어머니인가요?)의 죽음도 은근히 마음을 아프게 했어요.

그녀는 복남과 같은 과거를 가졌을 법한 인물로 보였거든요. '그런 일을 당하고 나면, 노동을 해야 잊혀진다. 그건 내가 잘알지.'라고 말을 했던 것,

 '고모님 천천히 좀 가유'하며 낫을 들며 쫓아가던 복남의 모습과, 자기 방어 목적으로 낫을 들고 도망치던 할머니의 모습은 이상하게 동일시가 되었습니다.

절벽 위에서의 대화와 행동들도 그런 느낌을 들게 했구요.

 

 영화 후반부부터 보여지는 피의 행렬은 복남이 햇빛을 바라보는 시점부터 시작되죠. '병 생기겠으니, 참지 말아야 겠다'하고 느끼게 되는 동기가, 다른 것들도 아닌 햇빛이라니.

 뭔가 비현실적이었고, 비논리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복수는 멈출 줄 모른 채 끝을 향해 달려갔고, 결국 복남과 해원은 캄캄한 감옥에 갇히죠. 

그리고 그들은 피리를 가지고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행동을 하구요.

끝으로 카메라는 쇠창문으로 들어오는 환한 햇빛조각을 끝까지 응시하며 컷하더라구요.

 비현실적인 느낌의 햇빛으로 시작한 복수극은, 역시나 비현실적인 느낌의 햇빛으로 마무리되는 것 같았어요.

어쩌면 후반부의 강렬한 복수극은,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해주려는 목적의 판타지였을지도? 

 제 개인적인 느낌인 이 논리에 따르면, 결국 복남은 여전히 억압을 당하며,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은폐하며, 해원은 여전히 침묵으로 방관하며 끝났겠죠.

그래서 제가 이토록 찜찜한 것 같습니다. 

 

자신이 무도에서 본 일들에 방관했던 사실조차, 방관하고 싶은 마음이 들법한 해원은, 경찰서로 찾아가 '저 새끼들이 맞아요'라고 말해도 보지만 결국 섬의 모습을 띄고 말죠.

개인적인 것에서 집단적으로 전환시킨 마지막 엔딩 역시 좋았어요.

 

흑 오랜만에 골이 딩딩 거리는 영화 본 것 같아요.

    • 햇빛은 까뮈의 이방인을 떠오르게 한다고 다들 그러더라구요. 전 그부분이 좋았어요. 돌로네스 클레이본에서 일식이 주요한 모티브가 되듯이, 복남이가 태양을 가리는 장면도 좋았구요. (두개의 작품의 함의는 정반대겠지만)
    • 아니, 할머니. 오죽하면 집을 나갑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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