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공포증 극복할수 있을까요.

요즘 집 근처 공원에 한시간 반정도 산책하는데 재미를 붙였는데

아파트 촌에 있는 공원이라 개 데리고 산책하시는 분이 많아요.

덕분에 공원 곳곳이 개똥 천지...


문제는 개똥이 아니라 천방지축 돌아다니는 개들.

왜 목줄을 안하는 견주가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어요.

오늘도 공원 산책하는데 뭔가가 제 발옆을 슥~ 지나가는데 순간 개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온몸이 쭈뼛 해지고 등골이 서늘해지는데 귀신보는것처럼 기겁해서

순간적으로 "주인 누구야!" 소리질러버렸어요.

견주는 뒤에서 따라오고 있다가 한마디." 우리개 안 물어요"

네 주인은 안 물겠죠. 목줄 좀 하시라고 쏘아주고 왔어요.


목줄을 해도 요즘 목줄은 보이는 줄이 다가 아니더라구요? 

한번은 맞은편에서 누가 개랑 오는데 목줄을 하고 있어서 안심하고 한 5미터 간격 유지하고 지나가는데 

목줄이 줄자처럼 쭈욱 늘어나면서 제 바운더리로 막 들어와요! 순간 또 기겁하면서 안 보일때까지 막 뛰었어요. 

오바도 참 가지가지 하는거 처럼 보인다는거 아는데 저는 그때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밖엔 안들었어요. 중증이죠?


제가 원래 어려서부터 겁이 많아서 동물은 인간빼고 무서워해요.

병아리도 못만짐. 동생이 학교앞에서 파는거 두마리 사왔을때 기겁을 하면서 울어서 불쌍한 병아리는 사촌네 줬어요.

특히 동물중에서도 개가 제일 무서워요. 문명화된 도시에선 사실 호랑이도 없고 여우도 없고 소도 없고 개가 젤 흔하고 큰 동물이니까요.

고양이는 그래도 저한테 다가오질 않아서 무섭진 않지만 얘도 개처럼 사람을 보고도 말똥말똥 본다거나 저한테 꼬리흔들며 달려오면 무서울거 같아요.


근데 개가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 산책도 못나가느니 차라리 극복할수 있다면 극복하고 싶거든요.

개를 새끼때부터 키우면 좋겠지만 제 한몸 건사하기도 힘든데다가 동물털 알러지까지 있는 닝겐이라서요.ㅜㅜ

이런 트라우마 극복하는데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며칠 연속 산책 나갔다가 개 때문에 시달려서 정신이 피폐해졌어요. 

고소공포증이나 폐쇄 공포증 가진 사람들이 예민해지는거 이해가 가요.  

높은데서 떨어지지 않는다는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공포심이 드는것처럼 저도 저 개가 나를 공격하지 않는다는거 알면서도 일말의 가능성 때문에 무섭거든요.


모든 견주들이 목줄을 하고 산책다니면 좋을것 같지만 제 살아생전 그런날은 안 올거 같고 산책길의 신경전이 너무 피곤해서

차라리 내가 바뀌면 좋지 않을까해서 글 남겨 보아요.

 

    • 무척 공감합니다.

      저는 칼들고 돌아다니는 사람으로 비유해요. 해칠 의도가 전혀 없다고 해도 저한테는 개가 정말 무섭거든요.



      저의 경우에는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면서 개를 좀 덜 무서워하게 되었는데(조용히 걸어가는 개의 경우) 개가 나를 향해있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아직도 너무 무섭더라구요...ㅜㅜ



      결국 저는 극복하지못하고 멀리 개가 보이면 피해다니기만 합니다ㅜㅜ
    • 개배설물도 문제에요. 왜들 안치우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사람들은 나중에 지옥에 가서 자기 애견들이 싼 것들을 몽땅 다 먹는 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 저희 동네 하천 산책길은 여름에는 배설물을 주인들이 잘 치우는 것 같았는데 이제 추워지고 운동 나오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인지 안 치우는 사람들이 부쩍 는 것 같아요. 낮에 산책하다가 요리조리 피하느라 고생 좀 했네요.
    •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들은 곳곳에 장소를 정해서 울타리를 치고 목줄 없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는데 이제 우리나라도 그런 장소가 필요할 듯 하네요.
      대신 그 밖에서는 확실히 목줄을 묶고 다녀야 한다는 인식과 제도적 장치도 있어야 할테구요.
    • 가끔 반응을 하면 할수록 더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냥 없는셈치고 지나가야지 라고 생각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처음에야 많이 힘드시겠지만서도.
    • 인지치료, -치료, 라고 하니 좀 거북하긴 해도- 에서 가장 많이 쓰는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만. 개가 왜 무서운지, 실제 공격을 당한 사례가 있었는지, 있다면 어떤 구체적 상황이었고 내 느낌과 당시 나의 반응은 어땠는지, 개는 정말 위해한 생물인지 등등 차분히 정리하고 이해하되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적정 바운더리를 의도적으로 유지합니다. 일정 정리가 되고 공포를 극복하고 개와 뉴트럴한 관계를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개가 있는 지인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낮은 단계의 페팅을 시도합니다. 정도를 높여가면서 바운더리를 좁혀가면 나의 이해가 틀리지 않다는 것에 확신을 갖게 되고 자신감이 생깁니다. 자신의 느낌과 정서반응을 잘 기록하고 기억하면 다른 일상생활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
    • 제가 그랬어요. 2-3살 때 사진 보면 제가 강아지 안고 찍은 것도 있고 한데, 그 이후에 개한테 한번 크게 놀란 적이 있답니다. 임신한 스피츠한테 안아주겠다고 다가가다가 스피츠가 예민하게 굴면서 물려고 했다나봐요(저는 기억 못함). 그 이후로 한 일주일을 집 밖에 못나가고 두려워했다는데, 그 후로 강아지 고양이 할 거 없이 심지어 한 손바닥에 들어오는 새끼도 무서워서 덜덜 떨었어요 (이건 기억이 나요). 중학교 때, 친구가 강아지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애견센터 앞을 그냥 못지나쳤어요. 저는 처음에 이해가 안갔지만, 반복되니까 친구한테 점점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동시에 "꽃향기를맡으면"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임신한 스피츠한테 놀랬던 상황을 자꾸 재구성하면서 그 개가 임신해서 예민했던 것뿐 날 물려고 했던 건 아니라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어느 사이엔가 점점 나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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