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독하군요...ㅠ_ㅠ + 최근 본 영화들 잡담

이번 감기 꽤 독하군요. 감기 기운 초장에 잡았어야 하는데 주중 내내 야근 or 술자리가 있다보니 점점 악화되다가 결국 오늘 폭발. 


병원 가서 약 먹고 푹 자니까 좀 나은 듯 한데 잠을 꽤나 이상한 자세로 잔 듯 목이 굉장히 뻐근합니다...=_=;; 


결국 서울 가족행사 참석 + 촛불시위 계획은 틀어지고 내일 상경해서, 친구와 메탈리카 : 쓰루 더 네버와 맥긴리 사진전이나 보고 와야겠어요. 


1. 그래비티(Gravity)


메시지나 이야기 구조 면에서 그리 뛰어난 작품이란 생각은 들지 않지만, 3D IMAX 앞자리에서 본 원테이크 오프닝 씬만으로도 그냥 압도된 영화입니다. 감상하는 영화가 아니라 체험하는 영화라는 말이 정확한 것 같아요. 산드라 블록의 연기와 탄탄한 몸매도 돋보였고요. 영화의 원초적인 목적 ~ 우리가 결코 실제로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에 매우 충실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2. 토르 : 다크 월드(Thor : The Dark World)


원작에서는 히어로 중 최강급인 토르지만 어벤저스 시리즈 때문인지 좀 많이 디버프된지라 영화 토르의 액션은 항상 20% 쯤 아쉽습니다. 1편은 사실 스케일 면에서 블록버스터라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었고, 2편에선 제대로 돈들여 대폭 스케일업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딱히 그렇진 않더군요. 확실히 1편보다 돈 더 들인 티가 나긴 하는데 때려부수는 액션 장면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는 '맨 오브 스틸'처럼 주먹 한대 날리면 건물 몇 개 뚫고 날아가고, 점프 한번 하면 구름을 뚫고 뛰어오르는 에픽 스케일의 전투를 기대했거든요. 하지만 본편의 토르는 묘르닐 장비빨로 버티는 거지 맨몸 전투력은 끽해야 캡틴 아메리카와 비슷한 수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허접하게 그려집니다...=_=;; 그나마 곳곳에 삽입된 개그 장면들이나 로키 역을 맡은 히들스턴의 호연이 영화 분위기를 살려주지만, 후반부 전투만은 좀 더 무겁고 큰 스케일로 그려줘도 괜찮았을 듯. 차원을 뛰어넘으며 벌이는 말레키스와의 전투는 꽤 인상깊었지만, 제인 일행이 다크엘프들과 숨바꼭질 벌이는 장면은 거의 디워 수준이었습니다;; 아스가르드 정예병사도 썰던 놈들이 힐 신고 폴짝되는 여자 한명 처리 못하고 털리는 꼬락서니라니;; 3편에선 라그나로크를 그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원작 코믹스에선 라그나로크로 인해 아스가르드 멸망 + 토르 및 로키 사망으로 마무리. 누구도 쉽게 리붓할 용기를 내지 못한 채 3년이나 방치되어있다가 최근에서야 리붓되었죠.) 어벤저스 완결보다 토르 3편이 먼저일테니 어렵겠죠. 


3. 세상의 끝(The Word's End)


'숀 오브 데드'에 이어 에드가 라이트 감독, 사이먼 페그 & 닉 프로스트 콤비의 조합입니다. 거칠것도 두려울 것도 없었던 젊은 시절 고향마을에서 12개의 술집이 모여있는 거리를 하룻밤 동안 정복하는 '골든 마일' 도전에 나섰던 5명의 친구들...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 별다른 연락 없이 각자 평점한 가장으로, 회사원으로 살고 있던 4명의 친구들 앞에 불현듯 그 때 무리의 리더였던 게리 킹이 나타나 다시 한번 골든 마일에 도전하자고 제안합니다. 영화의 초반부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모이게 된 5명의 친구들이 고향마을로 돌아가 과거를 그리워하며 아름다웠던 추억과 우정을 되찾는 휴먼 코미디처럼 흘러갑니다만... 이걸로 끝나면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 아니죠 ^^;; 중반부 이후 영화는 갑자기 바디 스내쳐와 믹스되며 아포칼립스로 마무리됩니다;; 골때리고 막나가는 영화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게 이 영화의 매력입니다. 영화 전반에 영국스러운 개그가 넘쳐 흐르며 특히 영국 특유의 펍(Pub) 문화에 대한 예찬이 녹아있습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저도 어느새 맥주를 원샷;; 


4. 디스 이즈 디 엔드(This is the End)


어쩌다 보니 하룻동안 아포칼립스 물만 두 개를 보는군요;; 에반 골드버그 & 세스 로건 감독 작품입니다. 원래 단편영화 시나리오였던 걸 장편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 분위기나 이야기 면에서 그냥 소품 수준입니다. 농담이 아니 정말 SNL 한 꼭지 수준이에요. 설정도 황당하고 이야기 진행도 뜬금 없지만 보는 내내 "이게 뭐야!!"를 외치며 낄낄대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것은 화려한 출연진... 무려 세스 로건, 조나 힐, 제이 바루첼, 제임스 프랑코, 대니 맥브라이드, 크레이그 로빈슨에 마이클 세라, 엠마 왓슨(!!), 리한나(!!!), 채닝 테이텀까지 출연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진짜 재미는 이런 어마어마한 톱스타들이 실명으로 출연해 예상치 못한 아포칼립스를 맞아 시종일관 "Fuck!"을 외치며 온갖 찌질한 모습을 보이고 거침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낄낄대며 감상하는 것입니다. 화장실 개그도 많고, 또 출연진이 본인 자신의 역으로 출연하다보니 자기 캐릭터나 출연작을 이용한 개그들도 꽤 많이 나옵니다. 이 중에는 이제껏 대중에 각인된 모습과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포복절도를 유발하는 캐릭터도 있고요.(엠마 왓슨이 Fuck!을 외치며 도끼를 휘둘러대는 모습을 언제 또 보겠습니까? ^^;;) 호불호가 많이 갈릴 듯 하지만, 저는 영화 내내 유쾌하게 낄낄댔습니다.


p.s. 영화 중간에 주인공들이 단체로 약빨고 강남 스타일 추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5. 스프링 브레이커즈(Spring Breakers)


미국의 봄방학은 대학생들에게 광란의 파티 기간으로 유명하다죠? 뭐 대부분의 학생들은 잠시 고향에 내려가 가족과 함께 하거나, 혹은 과제를 하느라 바쁘다지만 노는 녀석들은 수영복 하나만 챙긴 채 플로리다나 멕시코 해변으로 달려가 몇날 며칠동안 밤새도록 술 + 코카인 + 파티 + 섹스를 즐기는...=_=;; 스프링 브레이커즈는 셀레나 고메즈, 바네사 허진스, 애슐리 벤슨, 레이첼 코린 등 헐리웃의 떠오르는 디바들이 영화 내내 비키니만 입고 출연해 봄방학 동안의 일탈을 그린 영화입니다. 여기까지만 들었을 때는 '코요테 어글리'나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가 그랬듯 흥청망청 신나는 분위기와 여주인공들의 아찔한 몸매를 부각하되 수위는 넘지 않는 하이틴 용 데이트 무비나 섹시 코미디일 것 같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훨씬 더 수위가 높고 하드하며 또 나른합니다. 물론 몸값 높은 주인공들은 비키니에서 그치지만(게다가 셀레나 고메즈는 가장 먼저 중도 하차;;) 상반신 노출과 적나라한 섹스 장면도 심심찮게 나오고, 단순히 장난감총 들고 동네 식당을 털어 여행비 마련하고 코카인 좀 하는 수준의 일탈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나중에는 대학살극으로 발전하거든요;; '코요테 어글리'보다는 차라리 '호밀밭의 파수꾼'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내일은 없다는 식의 자기파괴적인 일탈을 감각적으로 그려내고,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혼란과 허무함을 자극적이면서도 나른한 분위기(상반되는 표현이지만 실제로 그렇습니다;; 화면은 참 자극적인데 대사는 나른한 독백 일색이죠.)에 담아내죠. 


6. 차이나타운(China Town)


고전 명작인데 이제서야 보는군요...=_=;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 잭 니콜슨 주연의 느와르 영화죠. 하드보일드 추리물 형식을 띄지만, 특이한 점은 주인공의 패배로 끝난다는 점입니다. 권력자의 추악한 진실을 밝혀내지만, 정의나 사명감을 버려둔 채 '가능한 한 그저 적게 일해야 하는 곳'인 차이나 타운에서 권력의 하수인에 불과한 썩어빠진 사법체계 앞에 힘없이 패배한 채 발걸음을 옮기는 주인공의 마지막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씁쓸함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요즘 보니 그 씁쓸함이 두 배가 되는 것 같군요. 법도, 정의도, 원칙도 사라진 채 불의를 외면해야 하는 부패의 하수구 차이나 타운... 제가 아는 어떤 곳과 참 닮았어요. 


...마지막은 안구 정화 차원에서 아가씨 사진 >_<



    • 감기 걸리면 아주 좋은게 이제 더 이상 안걸려요 거의 일년 동안
      • 부럽군요... 저는 감기 나아도 몇 주 뒤면 또 걸려요...ㅠ_ㅠ 1년 중 감기약 먹는 날과 안 먹는 날이 비슷비슷할 듯.
    • 저 아가씨 보고 아는 사람 떠올렸으니 나는 썪었어
      • 이것도 부럽군요...ㅠ_ㅠ 인형이 떠오르는 아는 사람이라니
    • 디스 이즈 디 엔드(This is the End)은 한국에선 개봉을 안했고,
      세상의 끝(The Word's End)은 연말에 개봉한다는 말도 있던데,,,하려나 모르겠네요
      •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호러와 코미디 팬덤 모두를 포용했던 전작과 달리 이건 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스타일이라... 우리나라 일반적인 정서와도 좀 온도차가 있고요. 혹시 개봉되더라도 일부관 교차상영으로 금방 내릴 듯
        • 세상의 끝은 개봉했으면 좋겠습니다. 스콧 필그림을 1년 기다렸는데 영화제에서 한 번 상영하고 그냥 BD로 나와버리더군요. 저는 Hot Fuzz 나온지 한참 뒤부터 에드가 라이트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여태 극장에서 본 작품이 하나도 없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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